다리를 건널 때면 묘한 떨림이 느껴진다.

 높은 곳이 두려워 바닥이 날 잡아당기는 느낌

 그 묘한 떨림이 몸을 맡기고픈 무서운 충동


 하늘을 날고 싶은건지.

 추락을 원하는 것인지.


 올라가기 위해선 떨어질 필요가 있다.

 파멸 뒤에 마땅히 찾아와야만 하는

 그런 희망 때문에 몸을 던지는 걸까.


 슬픈 일이다.


 사람에게 날개가 있었다면

 하늘을 등지는 독수리는 없었을 탠데

 가장 원숭이다운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진 않았을 탠데


 슬픈 일이다.


 세상에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꿈꾸는 것은

 천재들 뿐이었을 탠데


 하늘을 꿈꾸는 것만으로

 별들을 떠나보낼 거였다면

 처음부터 구름으로 가려주었음 좋았을 탠데


 그렇다면 하다못해

 떨어지는 별들을

 아름다운 별빛으로 감싸주지 않았다면


 원망스러운 구름은

 이런 날에만 빛들을 가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