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네들이 소설 속 등장인물인 줄 아는 두 정신병자들이 대화하는 이야기가 보고 싶다.

뭐 '사실 이 둘은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존재고 이들을 이해 못하는 세상 사람들이 멍청한거다', 라던지 '사실 독자도 그저 이야기 속 인물이 아닐까?' 이런 얘기는 아니고

작중 설정으로는 둘 다 진짜 미친게 맞고 그냥 둘이 환자실에서 실없이 떠드는 거임.


뭔가 여기서 나오는 무책임한 가벼움과 유쾌함? 이 기분좋음.

일례로, 대화가 메인이라 독자는 이 둘의 서술에 의존해야 하는데 둘 다 머리가 맛이 갔기 때문에 서술은 비일관적이고 핍진성같은건 내다버린 상태인데도, 결국 독자가 보는 작중 세상이랑 이 둘이 보는 세상의 차이는, 세상 여느 이야기에서든 작가 머릿속의 세상과 그걸 읽는 독자가 상상하는 세상 사이의 차이보다 작으면 작았지 크진 않을거니까 괞찮지 않으려나 하는 느낌이고.


예를 들어서 

중간에 누가 "아, 역시 2인실이 쾌적하고 좋군!" 이러면 다른 한명이 "2인실? 우린 증상이 경미하다고 처음부터 6인실 아니었나?" 그러면 또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까 우리 둘 다 한동안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을 때 사실 방을 옮겼잖나?" 이러면 "음, 확실히 말이 되는군.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도 같기도 하네. 그래, 여긴 2인실이라 좋은 것 같아." 이런 식으로 하거나

"뭐 창밖을 그리 열심히 보나." "이걸 읽는 사람의 세상에도 하늘이 있을 것 같나?" "그거야말로 정말 모르겠군. 생각해 봤는데 도통 모르겠어. 본질을 논할 머리는 안되는 모양이야." "(웃음소리) 걱정 말게. 우리 중 누군가가 대답할 때 까지 시간은 그야말로 얼마든지 있으니." 이런 느낌으로 그냥 계속 가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