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팬픽은 전독시의 설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부족한 팬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관계로 그저 가볍게 읽고 가볍게 넘기길 바라겠습니다
그 날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의 입덧과도 같은 증상에 임신을 확신하며 산부인과를 데려갔을 뿐이었다.
그저 그날따라 더 많이 행복한 상상을 했을 뿐이다.
내게 있던 '꿈의 권한'은 이제 그 힘을 다했기에 행복한 상상을 해봤자 의미는 없을 터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의 자그마하고 차가운 손을 잡고 산부인과로 향하며 행복한 꿈을 꾸었다.
그 모든 게 무색할 정도로 이 세계는 '꿈'을 꿨던 나에게 냉혹했다.
"이건···."
설화의 그 한 마디로 행복한 순간을 꿈꾸던 나는 그 꿈을 잃었다.
그녀의 이상하리만큼 끔찍한 소식은 멈출 줄을 몰랐다.
설화 붕괴.
예전에 상아가 앓았던 그것은 원래 몸이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의 리스크를 가진 설화를 남발해야 앓는 병이었다.
그러나 이 병에는 다른 발현 방식이 존재했다.
성좌가 잊혀졌을 때.
척춘경도, 제우스도, 제천대성도, 우리엘도.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이 세계에 존재했던 그 모든 성좌들은 그 조금의 격조차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잊혀지면 설화가 붕괴된다.
수영은 엄연히 성좌다.
그것도 나와 같은 신화급 성좌.
하지만 그녀는 이 세계선에서 성좌가 되지 않았다.
신화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나처럼 시대를 지나 이야기가 탄생하지도 않았다.
20년의 공백으로 그녀는 잊혀졌다.
그렇기에 그녀는 살 수 없었다.
우리가 기억하고, 몇백 명이 기억하는 것 정도로는 그녀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
그녀의 입원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 병원이 세워질 수 있게 돈을 대준 그녀기에 입원수속 같은 겉치레는 건너뛸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고의 수단이 존재하는 병실이란 점과 임신은 사실이란 점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뭐가 다행인 건지 모르겠다.
마음과 머리가 다르게 흘러간다.
머리는 그나마 다행이라며 안도하지만, 마음은 아직도 절망한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여느 때처럼 차가운 손이지만 오늘따라 더욱 차게 느껴졌다.
계속 손을 만지고만 있자 수영이 내 손 안에서 손을 빼내 내 머리 위에 올렸다.
"뭐가 걱정이야? 내가 죽는 거 봤냐?"
그러면서 마치 나를 애 다루듯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그리고 손을 떼며 바보 같은 표정 짓지 말라고 웃어 보였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위로라도 하고 싶었음에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뭐라 한 마디라도 하고 싶어 머리를 계속 굴렸다.
그렇다 할 말을 생각해내지 못한 나는 그녀가 정밀 검사를 위해 간호사들을 따라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병실에 혼자 남겨져서야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위해 성좌가 된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을리가 없었다.
사과를 할 수도, 감사를 표할 수도 없었다.
그런 것으로 떼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눈물이 말라버린 건지 눈물조차 나질 않았다.
눈시울이 붉어졌어도 눈물은 나질 않았다.
1인실이라 볼 사람도 없다.
방음이 철저해 소리내어 울어도 알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울 수 없었다.
울고 싶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차라리 가슴을 찢어발겨 괴로움에 뭉개진 심장을 꺼내어 이 고통을 끝내고만 싶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울지 못한 채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 무엇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고 있었다.
1초, 2초.
3분, 5분.
시간이 지날 때마다 그녀가 걱정됐다.
정밀 검사 중에서도 최고급의 정밀 검사.
그 검사를 위해 오랜 시간을 잡아먹는 건 이해한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 때마다 걱정이 쌓여갔다.
이미 심한 상황은 아닐까.
혹시 검사를 하던 도중 큰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
한 시간이나 지나자 나는 앉아있을 수 없었다.
심란한 마음을 잠재우지 못해 빈 병실을 터벅터벅 계속 걸었다.
그럼에도 심란함은 무뎌지지 않고 더욱 강해졌고, 나는 결국 겉옷을 챙겨 병실을 나설 준비를 했다.
혹시나 그녀가 심각한 상황일 때를 대비해 언젠가 '양산형 제작자'에게 사두었던 설화 증식제'를 꺼내들었다.
설화가 붕괴되는 건 막을 수 없지만 긴급 치료로는 탁월할 거라 생각해 준비해뒀던 것이기에 그녀에게 큰 일이 생겨도 대비는 가능할 터였다.
그 외 레몬사탕 같은 잡다한 것도 챙긴 후 병실 문을 열었다.
갑자기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병실을 나갈 염두가 사라져버렸다.
정말로 그녀가 고통에 몸부림 치는 걸 볼 수 있을까.
글 되게 오랜만에 쓰네ㅎ 아마 이걸 시작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생존신고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