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6. 그리운 귀환
「이것은,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한 이야기이다.」
활짝 열린 창밖으로 햇빛이 들어와 눈이 부셨고, 흩어지는 활자들 속에서 한 사내의 형상이 보였다. 늘 봤던 그 하얀 코트와 한결같은 장난스러운 웃음.
김독자다.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성좌, ‘구원의 마왕’이 일행들을 바라봅니다.]
“이제.. 진짜로 큰집에서 살까요?”
“독자씨!”
정희원을 시작으로 이길영, 신유승, 이지혜, 이현성, 이설화가 김독자에게 달려가 울기 시작했고, 옆에 유상아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붉게 물든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한수영이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다. 유중혁도 나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돌아왔다. 정말로 다시 돌아왔다.
퍼억
유중혁이 나에게 다가오자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0회차때의 복수다. 김독자.”
하여간 너란 놈은
“돌아온걸 환영한다. 김독자.”
일행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던 나는 씨익 웃었다. 그리고 난 의식을 잃어 기절했다.
“뭐..뭐야!”
“무슨일이에요!”
“독자씨!”
“걱정마세요. 잠에 든 거뿐이니까.”
이설화가 쓰러진 김독자의 맥을 짚더니 말했다.
“독자씨의 영혼은 완전히 돌아왔지만 화신체는 아직 불안정해요. 설화가 아직 다 모인게 아니라 한동안은 안정을 취해야 해요.”
“이번엔.. ‘아바타‘ 같은게 아닌 진짜 독자아저씨인거죠?”
“우리가 아는 독자형인거지? 그렇지?”
[응,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이 복구가 돼서 <스타스트림>이 다시 돌아가고 있어. 설화랑 성흔도 다시 힘을 되찾기 시작할 거야. 그러니 아버지도 금방 회복 하실거야.]
“어떻게 된걸까요. 정말 수영씨 말대로 독자씨가 소설을 읽고 ‘가장 오래된 꿈’이 실현된 걸까요? 그렇다면 독자씨가 다시 돌아오면 ‘가장 오래된 꿈’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자세한건 모르지만 어쨌든 김독자는 돌아왔다. 그거면 된거다.”
유중혁의 말에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쵸.. 뭐가 됐던 독자씨가 다시 돌아온게 가장 중요하죠.”
“이번엔 진짜 가둬두고 묶어버리겠어.”
“그걸로 되겠어요? 24시간 내내 감시도 해야지”
한껏 밝은 얼굴로 김독자가 누운 침실 위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김독자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던 이지혜가 말을 꺼냈다.
“근데.. 독자아저씨, 원래 이런 얼굴이었나?”
“그러게? 지금까지 뭔가에 가려진 것처럼 흐릿하게 보였는데 이제는 훤히 잘보이네”
“이게 독자아저씨의 진짜 얼굴이에요? 뭐야, 진짜 잘생겼잖아요!”
“독자 형은 처음부터 잘생겼거든!”
“확실히 볼만한 얼굴이군.”
“자자 이제 환자는 쉬어야하니 돌아갈까요? 모두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어디 또 사라지는건 아니겠지?”
“설마요.”
“또 사라지만 그때는 진짜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시시덕 되며 일행들이 병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허공에 작은 스파크가 튀었다.
츠즈즈즈즛
「멍청이 김독자 이걸로 빚은 갚았다.」
*
나는 다시 돌아가기 전 49% 김독자가 일행들과 내렸던 그 지하철에서 눈이 떠졌다. 눈을 떠보니 그곳엔 중절모를 쓴 사람이 서있었다.
“너가 ‘제 4의 벽’이었구나.”
“....”
“이제 어떻게 되는거지? 무수한 세계선으로 환생한 내가 그 소설을 읽어서 가장 오래된 꿈이 실현된거 알아. 근데 그렇게 되면 세계선을 봐야하는 ‘가장 오래된 꿈’은 어떻게 되는거야?”
“좋은 동료들을 두셨군요.”
“그게 너의 진짜 말투야? 되게 낯설네.”
“‘제 4의 벽’이 되고 나서는 기억을 잃었으니깐요. 본래 최후의 벽의 파편들은 오로지 주인을 지킨다는 생각만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꿈’이 되고 나서도 날 지켜줬지.”
“그렇습니다.”
“너의 진짜 정체는 뭐야? 도깨비 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었어.”
“저는 신이 단 한 사람을 위해 쓴 이야기를 지키는 벽입니다.”
“...한수영이 오로지 나를 위해서 글을 쓰고 나를 지키기 위해 널 만들었다고?”
“시나리오가 시작되기 전 지하철에서 출근 하시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지. 늘 다를 바 없는 삶이었지.”
“그때 누군가 뒤에서 달려오는 것을 느끼지 못하셨습니까.”
“설마...”
“그녀는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서 글을 써왔고 지켰습니다. 이제는 보답할 시간입니다.”
“하지만.. 내가 돌아가면 세계는... 우주는 멈추게 되는거잖아. 내가 ‘가장 오래된 꿈’이 되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츠즈즈즈즈츳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신이 쓴 그 이야기가 신의 손을 떠나서 스스로 결말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니 저 또한 신이 만들었다고 한들, 저도 이젠 신의 손을 떠났습니다. 그러니 저도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지요.”
“....그러니까... 너가 나를 대신해서 ‘가장 오래된 꿈’이 되겠다는거야?”
“김독자 당신을 대신한다는게 아닙니다. 신이 이야기를 만들고 저를 만들어냈지만 김독자 당신 말고 유일하게 이야기가 탄생하는 것을 지켜 봤습니다.”
그렇다. ‘멸살법’은 초반에는 나 말고도 1200명이 봤었다.
99화까지는 10명이 봤었고, 그 이후로는 오로지 나만 봤었다.
‘멸살법’이 오로지 나를 위해서 한수영이 글을 썼다면 ‘제 4의 벽’은 그 한수영 옆에서 그 이야기의 탄생을 본 유일한 독자였다.
“그렇기에 저는 ‘가장 오래된 꿈’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돌아가십쇼. 김독자. 당신은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행복해져도 될까..? 내가 사랑받아도 되는걸까?”
“당신은 이미 행복합니다. 사랑도 받고 있고요.”
[설화, ‘만물의 사랑을 받는 자’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전용 스킬, ‘제4의 벽’은 ‘가장 오래된 꿈’이 될 자격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꿈’을 전승하시겠습니까?]
[전용 스킬, ‘제 4의 벽’을 해제하시겠습니까?]
그 문장을 보고 난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해제한다.”
[전용 스킬 ‘제 4의 벽’이 ‘가장 오래된 꿈’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더 이상 ‘가장 오래된 꿈’이 아닙니다.]
[당신은 ‘가장 오래된 꿈’의 파편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가장 오래된 꿈’의 힘 일부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성흔, ‘꿈의 실현’이 생성됩니다.]
[당신의 ‘꿈 장악력’은 10%입니다.]
[단순한 공간 배치와 이동이 가능합니다.]
[제가 드리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충분해. 고마워.”
[당신의 화신체는 오랜 시간동안 잠들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격은 아직 불안정한 상태라 온전한 힘을 사용할 수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스템이 복구되었으니 치료만 잘 받으면 금방 회복하실겁니다.]
“내 ‘꿈 장악력’이 10%밖에 안 되는 게 그런것 때문이었구나.”
[그렇다고 너무 힘을 막 사용하지는 마십쇼. ‘가장 오래된 꿈’의 파편이 되었다고 한들, ‘가장 오래된 꿈’의 힘은 너무 강합니다. 이제야 다시 돌아왔는데 다시 사라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명심할게.”
[이제 작별이군요. 그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나의 왕이시여.]
“이제.. 다시는 너를 보지 못하는건가..?”
[당신은 저를 보지 못할지언정 가끔 당신의 세계선을 지켜보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오래된 꿈’의 힘을 비롯해 당신의 모든 격이 온전히 회복되면.. 마지막으로 부탁을 하나 더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물론. 내가 소멸되는 일만 아니면 들어줄 수 있어.”
[소멸은 아닙니다. 자세한 건 나중에 알게 되실겁니다. 이제는 당신의 정신을 지켜줄 벽이 없으니 정신 꽉 붙잡고 사십시오. 꽤나 고생했었으니까.]
나는 ‘제 4의 벽’이 나를 지켜주었을때를 생각하고, 지구에서 소설을 쓰고 있을 한수영의 얼굴을 생각했다.
“괜찮아. 이제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 이야기를 써주는 나만의 작가가 있으니까”
[후후. 그렇군요. 응원하겠습니다.]
의미심장한 말을 하곤 내 뒤에 푸른색 포탈을 열어주었다.
[이제는 ‘가장 오래된 꿈’ 김독자가 아닌 <김독자 컴퍼니>의 대표인 김독자로 살아가십시오.]
“정말로 작별이구나. 안녕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나를 향해 환하게 웃는 ‘제 4의 벽’을 뒤로하고 포탈로 들어갔다.
*
3일이 지난 뒤 눈을 떠보니 병실의 천장이 보였다.
옆을 보니 엎드려서 자고 있는 한수영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한수영의 머리를 넘겨주면서 작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정말로 어디 안 갈게. 너만을 위한 독자가 될게.”
병실 문을 똑똑 두들기더니 이설화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늘은... 어머! 독자씨 일어나셨어요?”
“네. 방금 깼습니다.”
“다행이네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일행들을 불러올게요.”
“네.”
“아, 그리고 수영씨한테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해주세요. 매일매일 밤마다 찾아와서 독자씨가 깨어나기를 기다리셨거든요. 고생도 정말 많이 하셨고요.”
“알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뒤로 이설화가 일행들을 데리러 병실을 빠져나갔다.
내 옆에 엎어져 자는 한수영을 바라보았다.
이젠 어깨를 조금 넘실거리는 중발에 여전히 하얀 피부, 얼굴이 작고 눈꼬리가 올라간 고양이상 미인. 160cm 조금 안되는 아기자기한 키에 눈물점이 매력저인 여자였다.
나는 예전에 한수영과 나눴던 얘기를 떠올렸다.
「“물어볼게 있는데 김독자.”
“너 못생겼어.”
“씨발....”」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예쁘네 한수영.”
지금까지 시나리오를 같이 헤쳐나간 전우애 때문일지, 나를 위해서 써준 작가 tls123에 대한 팬심일지 알지 못했다. 그래도 정말 보고 싶었다.
잠시 뒤 소란스러워지더니 한수영이 잠에서 깼고, 병실 문이 열리며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내가 지울수 없는 상처를 주었던 내 동료들이 들어왔다.
「무너지지 않는 우직한 ‘강철검제‘」
이현성이 울었고
「한 사람의 꺼지지 않는 ‘멸망의 심판자‘」
정희원이 울었고
「직장 동료였지만 이제는 신뢰하는 동료 ‘월하현제’」
유상아가 울었고
「상처받은 검귀를 극복한 ‘대해의 군주‘」
이지혜가 울었고
「독희였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뛰어난 ‘의선‘」
이설화도 작게 눈물을 훔쳤고
「신을 추앙하던 ‘충왕’」
이길영이 울었고
「나를 구원해준 작은 별 ‘비스트 로드’」
신유승이 울었고
「생과 사를 따로했지만 이제는 정말 친구가 된 ‘패왕’」
유중혁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 한 사람의 독자를 위해 이야기를 쓴 단 한 사람의 작가 ‘흑염마황’」
한수영이 붉게 물든 눈으로 나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일행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일행들을 보던 나도 눈물을 흘렸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여러분.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일행들 품에 파묻혀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는 일행들에게 ‘제 4의 벽’과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리며 얘기해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제 4의 벽’이 ‘가장 오래된 꿈’이 됐다니.”
“아쉽네요. 독자씨의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동안 꽤나 정들었는데.”
“어디선가 보고 있을겁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전용 스킬 ‘제 4의 벽’이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전용 스킬 ‘제 4의 벽’이 사라집니다.]
“그럼 이제 저희 진짜 큰집에서 사는거죠!”
“독자씨 이젠 진짜 어디 안 도망가는거죠? 이번에 또 그러면 나 진짜 미쳐버릴거 같은데”
“저 이제 정말 어디 안갑니다. 희원씨. 가고 싶어도 못가요. 걱정마세요.”
나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제.. 정말로 한집에서 다같이 삽시다. 다들 같이 살거죠?”
일행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게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독자씨.. 원래 그렇게 생겼었나요...? 지금까지 독자씨 얼굴이 뭔가에 가러져 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훤하게 보이니까 뭔가 이상하네요.”
“아. 그건 ‘제 4의 벽’이 사라졌으니까 그럴겁니다. ‘제 4의 벽’은 저를 지켜줌과 동시에 소설과 현실을 구분해주는 벽이었으니까요.”
“그럼... 지금까지 아저씨가 못생긴 것처럼 보였던 이유가 그 벽 때문이었다고? 이게 뭐야 아저씨 진짜 잘생겼잖아!”
“흐음 독자씨가 돌아왔을 때부터 달라진게 보였는데 그렇게 웃으니까 더 잘생겼네요?.”
“맞아요. 아저씨 그렇게 웃고 다녀요!”
“확실히 못 볼 정도는 아니군..”
“하하.. 이것 참 쑥스럽네요.”
“내가 말했잖아. 볼만한 얼굴이라고.”
“자 아직은 환자니까 모두 다음에 다시 오세요. 저는 설화팩 좀 가져올게요.”
궁시렁대며 일행들이 빠져나갔다. 한수영이 나를 애잔하게 쳐다보더니 이윽고 병실을 빠져나갔다.
한수영에게 따로 찾아가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유중혁이 병실을 빠져나가는 순간 그를 나를 불렀다.
“김독자.”
“응?”
“물어볼게 있다.”
“너의 ■■를 물어보려는거지?”
“...알고있었나.”
“당연하지. 돌아오기 전 ‘가장 오래된 꿈’이었으니까. 그렇다고 그 난리를 칠 필요는 없었잖아.”
“김독자.. 나는 내 배후성을 만나기 위해 1863번을 회귀했다. 하지만 모든게 끝난 지금은 난 뭘 위해 살아가야 하는것이지.”
“그게 뭐가 중요해. 어쨌든 ‘은밀한 모략가’든 너는 ‘가장 오래된 꿈’이었던 나를 만났잖아.”
유중혁의 동공이 커졌다.
“그때 기억나? 환생자의 섬에서 한수영 아바타가 너 손에 죽고 내가 너랑 목숨 걸고 싸웠던 날. 그때 너가 그랬잖아. ‘회귀자였던 유중혁’이라고.”
“김독자...”
“너의 삶을 살아. 유중혁. 회귀자였던 너는 여전히 유중혁이야. 이곳이 너의 마지막 회차이고 너의 삶이야. 그리고 그건 너가 만들어 이야기야.”
“........그렇군.”
“그리고 고맙다. 유중혁. 너도 한수영 못지않게 나를 구하려고 수많은 세계선을 돌아 다닌거 알아. 쉽지 않았을텐데. 덕분에 돌아왔다.”
“..너에게 물어볼게 있어서 그런 것 뿐이다.”
“하여간 여전해요.”
“....”
“이제 가. 몇 만년만의 취하는 휴식인지 모르겠다.”
“..........”
“유중혁?”
“...고맙다.”
뭐?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유중혁이 다시 말했다.
“고맙다. 김독자. 푹 쉬어라.”
그 말로 유중혁이 내 병실을 빠져나갔다.
“허.. 지금 나한테 고맙다라고 한거야? 그 유중혁이?”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걸 주체 못하고 웃었다.
“나쁘지 않네. 나야말로 고맙지.”
그 말로 나는 이설화가 가져온 설화팩을 꽃고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
일주일동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김독자 컴퍼니>의 일행도 돌아가며 한번씩 더 찾아왔고, 스승님들과 장하영, 공필두와 한명오, 그리고 나의 두 어머니, 이제는 아이돌이 된 제천대성, 우리엘, 흑염룡, 한반도 성좌인 고려제일검과 해상전신등, 정말 반가운 얼굴들로 병실이 가득찼다.
일주일동안 내 화신체는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
이설화 말대로면 다음 주내로 퇴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똑같이 병실에서 쉬는 동안 익숙한 얼굴이 병실로 들어왔다.
“그렇게 매일 찾아오지 않아도 된다니까. 한수영.”
“시꺼. 내 맘이거든?”
그렇다. 한수영은 일주일 내내 밤마다 찾아왔다.
내 옆에 있으면 글이 잘써진다나 뭐라나 그녀를 위한 독자가 되겠다고 했으니 뭐라 할 노릇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돌아올 수 있었던 한수영이 쓴 ‘전지적 독자 시점’을 계속 읽고 있었고, 한수영은 옆 테이블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한수영에게 내가 말했다고는 믿지 못할 정말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수영아.”
한수영이 흠칫 놀라며 설마 너가 말한거냐며 커진 동공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한수영에게 성을 떼고 부른 것은 단 한번밖에 없었다.
카이제닉스 제도. 그때 나는 50년을 기다린 한수영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 수영아.」
그 일을 떠올리며 나는 계속 말했다.
아니 정확히는 말하려고 했다. 한수영의 얼굴을 보자마자 입이 턱 막힌 것 이었다.
잊고 있었다. 이제는 내 정신을 붙잡아줄 ‘제 4의 벽’이 없다.
새삼 나는 그 녀석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사람을 불러놓고 말이 없어.”
재미없다는 듯 한수영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아서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
“수영아.”
“아, 왜.......!”
나는 한수영의 뒤로 다가가 꼭 끌어안았다.
쏙 들어오는 작은 체형 너머로 은은한 레몬향이 내 코끝을 찔렀다.
“레몬맛 사탕 되게 좋아하네.”
“뭐라는거야.... 김독자..! 이거 안 놔?”
저항하는 한수영이 내 팔을 풀려고 하자
나는 더 힘을 주어서 꽉 끌어안고 말했다.
“고마워”
“...뭣......”
“진심으로 고마워. 내가 ‘멸살법’을 읽고 살고, 유중혁을 보면서 살아왔다고 한들, 그 이야기를 만들어낸 너가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었을거야. 정말 정말로 고마워. 카이제닉스때도 이번에도. 정말 오랜시간동안 날 기다려주고 찾아주고 그리고 구원해줘서 너무 고마워. 꼭 말하고 싶었어.”
한수영은 몇초동안 말이 없었다.
“...참 일찍도 말한다.”
“미안해.”
“됐고. 그.... 계속... 안고 있을거야..? 나 글 써야 되는데..”
“아, 미안.”
나는 힘을 풀고 팔을 거두어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녀를 돌아보니 귀가 새빨개져있었다.
“그... 나 화장실 좀!”
한수영이 문을 박차고 나갔다.
“하아... 시발... 뭐지...?”
두근두근
한수영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빠르게 뛰는 자신의 심장이 느껴졌다.
‘하.... 내가 왜 이러지... 설마 저 오징어새끼한테 설렌건가..? 내가..?’
한수영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하하.. 내가 그럴 리가 없지. 그냥 분위기 때문에 그런거야.’
몇분뒤 한수영이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늘 그렇듯 시답잖은 이야기와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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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전독시 에필로그 5. 영원과 종장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임
독수파라 독수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갈것같은데 중설은 아직이지만 나중에 이어질꺼임 ㅇㅇ
반응 좋으면 계속 올려볼게. 글 어떤지 한번 잡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