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는데?"
야자 시간, 이길영이 내 옆에서 나를 바라보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네가 이뻐서 야자시간이 즐겁네."
"...뭐래, 책이나 봐."
"어? 얼굴 빨개졌는데? 설렜냐?"
"아니라고!"
내가 들고 있던 책의 모서리로 이길영의 뒷통수를 갈기자, 그제서야 이길영이 기가 죽어 책을 보기 시작했다.
"...괜찮냐?"
"..."
"괜찮냐고."
"아파."
삐진듯 나를 노려보는 이길영의 얼굴에 괜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조금은 미안하게 생각할게!"
"그럼 나 손 잡아줘."
"...그럼 내가 공부를 못 하잖아."
그 말을 들은 이길영이 제 왼손으로 내 오른손을 꼭 잡았다.
"그럼 그냥 하지 마!"
"뭐?"
* * *
야자가 끝나고 집으로 갈 시간이 되자, 어느새 자정을 넘긴 시간이 되어있었다.
"...저기..."
"응?"
"나... 무서워서..."
그러자 이길영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제 얼굴에 한껏 머금었다.
"아... 공짜로는 좀 어려운데?"
"그럼 뭘 원하는데?"
"손 잡고 가자. 그러면 나도 갈만한 가치가 있지."
"...하아."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서, 이길영의 오른손을 꽉 붙잡았다.
"고개 좀 들어 봐. 얼굴이 하나도 안 보이네."
"......"
그리고 얼마 쯤 지났을까. 어두운 길과 그 길 주변에 불이 꺼진 상가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여기 좀 무섭다. 귀신 살 것 같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거야."
그러자 이길영이 가만히 나를 응시하더니, 갑자기 나를 벽 쪽으로 밀쳤다.
"뭐...해?"
"아... 이러면 설렌다던데. 안 설레?"
"...전혀."
하지만 말과는 달리, 내 심장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이길영의 심장에서 나오는 소리인지 모를 쿵쾅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비켜. 집 갈거야."
하지만 이길영은 비켜주지 않았고
내게 입을 포개었다.
그리고 그가 입술을 뗐을 때 벽과 울타리 사이에 있는, 우리의 그 작은 사이에 적막만이 감돌았다.
"...밤이라서 표정이 잘 안 보이네. 지금은 좀 설레?"
"너, 너..!"
이길영이 씨익 웃어보이더니 내 이마에 키스했다.
"사귈래?"
평소였다면 거절했겠지만
밤의 분위기에 사로잡혀서, 그의 분위기에 사로잡혀버린 나에겐 이미 선택지라는건 남아있지 않았다.
"...응."
그제서야 이길영이 함박웃음을 짓더니 내 입술에 다시 제 입술을 포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