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화 : https://arca.live/b/reader/37326477?category=%EC%B0%BD%EC%9E%91&p=1
이번엔 조금 짧음 힐링 일상 얘기라
이번에도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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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8. 그녀의 마음
김독자가 잠깐 부산에 다녀온다며 날아가고 유상아와 정희원에 놀림에 집으로 뛰쳐들어간 나는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김독자의 힘으로 한층 더 넓어진 집과 4층이었던 집이 5층이 되어 더 쾌적하게 서재랑 작업실을 꾸밀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정리하던 도중 유상아가 내 방문을 두들기며 들어왔다.
“수영씨, 저희 술 한 잔 하려고 하는데 수영씨도 같이 마셔요.”
“김독자는?”
“자나깨나 독자씨 생각이네요. 수영씨는.”
“개소리야. 어쨌든 걔도 대표니까 같이 먹자는거잖아.”
“어머, 농담이에요. 수영씨.”
나는 내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딴 농담 하지마. 재미없으니까. 그리고 그냥 저번처럼 반말 해.”
“어머, 그럼 그럴까? 독자씨는 금방 오실테니 우리끼리 한잔 하고 있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얼른 내려와. 중혁씨가 안주 만들어준다니까.”
“걔가?”
“설화씨가 부탁했거든.”
이번에도 이설화랑 사귀는건가? 뭐 나중에 알게되겠지.
나는 방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수영언니! 빨리와요! 중혁아저씨가 한 요리 엄청 맛있어요!”
“언니, 집 어때? 진짜 넓고 너무 좋지 않아? 아저씨 진짜 대단하다니까.”
“형은 원래 대단했어.”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자리로 가서 안주를 먹었다.
“요리는 잘한다니까.”
“자자, 독자아저씨가 없으니까 또 와서 잔소리 하기 전에 실컷 마시자구요!”
“이지혜, 너 내일 학교 안가냐?”
“내일 주말이거등요~ 독자아저씨가 돌아온건 좋은데 너무 빠진거 아니야? 언니?”
“뭐..뭐라는거야!”
“왜~ 아저씨가 병원에 있을때도 매일매일 병문안 가고 아까 아저씨가 집 키운다고 힘쓸때도 계속 쳐다보고 있었잖아. 마치 반한 눈빛으로”
.....내가 그렇게 쳐다봤다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술이나 마셔.”
나는 이지혜의 머리에 꿀밤을 맥이고는 술을 마셨다.
“흐응~? 뭔가 수상한데~”
“정희원, 술잔 비었다.”
그렇게 나와 일행들은 정신없이 마셔댔다.
아직 고등학생인 이길영과 신유승, 유미아는 음료를 마셨고 이지혜는 술에 취해서 헛소리를 하고 있었다.
얼마 안지나 유중혁이 유미아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고 이설화랑 유상아도 피곤하다면서 올라갔다. 이현성이랑 정희원은 이미 서로 기대서 자고 있었고 아이들도 이미 뻗어있었다.
나도 조금 취했는지 얼굴이 뜨거웠다.
술을 홀짝홀짝 마시던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김독자를 그렇게 빤히 쳐다봤나..? 확실히 4벽이가 사라진 뒤로 얼굴이 훤히 잘보이게 되서 잘생겨지긴 했는데... 아, 뭔 생각을 하는거냐. 나는.’
나는 어지러운지 턱을 괴었다.
‘진짜 좋아하는건가..?’
나는 일평생 로맨스를 꿈꾼 적이 없었다.
시나리오가 시작되기 전에 유명한 소설을 쓰는 작가였고, 어릴때부터 글을 써왔다. 글을 쓰게 된 계기도 또 다른 내 자아가 10년 넘게 한 사람을 위해 쓴 기억을 꿈을 꾸게 되서 쓰게된거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유명한 작가가 된 것도 어릴때부터 글을 쓰게 된 것도 김독자 때문이었다. 내가 ‘SSSSS급 무한 회귀자’를 쓰는 작가였을때, 김독자가 쓴 한 댓글을 보게되었다. 댓글은 표절문제로 쓴 댓글이었지만 그걸로 김독자를 알게 되었고 나는 김독자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독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결국 내가 쓴 소설이었지만 당시에는 서로 모르는 사실이었으니까.
재미없는 3000편이 넘는 소설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읽어주었고 그 이야기로 살아남았고 그 이야기를 사랑해주었다.
생각에 너무 깊게 빠졌었는지 어느새 나는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다시 눈을 떠보니 내 방 천장이 눈에 보였다.
일어나보니 내 몸에서 온화하고 청명한 기운이 느껴졌다.
“뭐야... 내가 왜 여깄지? 어제 분명 거실에서 잠들었는데...”
나는 내 옷을 킁킁댔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술냄새가 진동했다.
“어우 어제 얼마나 처마신거야.”
술냄새랑 레몬 냄새 속에서 익숙하듯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올라왔다.
‘이거... 김독자 냄새인데.’
김독자가 맨날 입고 다니는 하얀색의 [무한 차원의 아공간 코트]에서 나오는 냄새였다.
‘설마...?’
나는 문을 쾅 열고 1층으로 급하게 내려왔다.
1층에 내려와보니 부엌에서 해장국을 끓이는 유중혁과 이설화에 모습이 보였고 이지혜와 아이들이 눈을 뜨는둥 마는둥 밥을 먹고 있었다.
“어머. 수영아, 일어났어? 꼴이 엉망이네. 너도 와서 밥 먹어.”
“김독자는?”
“언니, 아침부터 아저씨 먼저 찾는거야? 그동안 어케 참았대~”
“개소리 하지말고. 아직 안 들어왔어?”
“김독자는 방 안에 있다. 아직 자고 있는거 같더군.”
나는 그 말을 듣고 5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흐음 진짜 뭐 있다니까.”
“수영언니가 아저씨 좋아하는거에요?”
“글쎄~ 지금보면 그런거지 않을까?”
“뭔가 잘 어울려요!”
“형은 내꺼거든!”
나는 가쁜 숨을 내쉬고 김독자 방 문 앞에 서고 문을 두들겼다.
“김독자. 방 안에 있어?”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나 들어가도 되지? 들어간다.”
나는 방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밤새 방을 정리하고 늦게 잤는지 아직도 자고 있었다.
김독자의 방은 정말 지극히 평범했다.
깔끔히 정리된 책상에 가지런히 놓인 옷들.
하나 특이한게 있다면 책이 정말 많았다.
“책 겁나 많네.”
나는 김독자의 방을 한번 둘러보고 자고있는 김독자 앞에 섰다.
가느다란 검은색 머리카락, 하안 피부, 긴 속눈썹과 차분한 인상.
그리고 무표정과 웃는 모습이 상당히 대비된다.
“이렇게 보니 진짜 잘생겼네. 그 4벽은 왜 이 얼굴을 가렸는지 몰라.”
정말 잘생겼다. 그동안 김독자의 얼굴이 잘 보지 않아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유중혁의 뺨을 5대 정도는 갈길정도로 잘생겼다.
‘아, 내가 뭔 생각을 하는거냐.’
나는 김독자의 볼을 꼬집었다.
볼을 꼬집자 김독자에게서 천사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어제 집에 오는길에도 ‘천사화’로 날아왔나보다.
‘잠깐 천사의 기운...?’
나는 문득 아침에 일어나서 내 몸에 따뜻하고 온화한 기운이 느껴진게 생각났다. 김독자의 볼을 꼬집고 느껴진 기운과 똑같았다.
평범한 사람들은 눈치채기 힘든 아주 미미한 기운이었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닐뿐더러 성좌이다. 김독자가 돌아오기 전에 시스템이 붕괴되어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지만 김독자가 다시 돌아온 뒤 나는 비유에게 부탁해서 1865회차에서 가져온 관리국의 설화를 복구시켰다.
‘그러고보니 내가 방에 어떻게 갔지...?’
나는 술에 취하면 잘 못일어난다. 그렇기에 내 발로 스스로 방에 들어왔을리가 없다. 즉, 누군가 방으로 옮겨줬다는 뜻. 그게 누구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왠지 알 것 같았다.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김독자를 좋아한다.
50년이라는 시간동안 카이제닉스에서 오직 한 사람만을 기다려왔고 그를 살리기 위해 10년이라는 시간을 바쳤다. 좋아하지 않고서야 그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항상 일행들을 구원시켰던 마왕, 나에게 한없이 따듯한 천사, 내 글을 읽고 살아준 성좌, 그리고 다시 한번 내 글을 읽고 우리의 품으로 돌아온 김독자.
단 한 사람을 위해 쓴 이야기를 읽어준 독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
김독자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던 중 정희원이 김독자의 문을 쿵쿵 두들겼다.
“야! 한수영!! 방 안에 있냐? 독자씨 일어났으면 내려와서 얼른 밥 먹어!”
“으....으음.....”
그소리에 김독자가 잠에서 비몽사몽 깼다.
“뭐야, 한수영...? 나 깨우려고 온거야?”
김독자가 나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다.
위험하다. 저 얼굴에 저 미소.. 위험해.....
나는 깜짝 놀라 어버버거렸다.
“어...어어 그,그렇지...?”
“잘잤어? 근데.. 너 어디 아파? 얼굴이 빨개”
젠장. 김독자를 좋아한다는 생각에 잠겼는지 얼굴이 어느새 달아올라있었다.
“벼...별거 아니야. 괜찮으니까 씻고 내려와서 밥 먹어.”
“응.”
김독자가 다시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렇게 웃으면 반칙이지. 진짜.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김독자의 방을 빠져나왔다.
“뭐야, 독자씨 일어났어?”
“어? 어어..”
“근데 넌 얼굴이 왜이렇게 빨개?”
“그... 더...더워서!”
나는 얼굴을 숙인채 화장실로 들어갔다.
“흐음~? 수상한데~ 독자씨! 내려와서 밥 드세요!”
“네, 씻고 내려가겠습니다.”
*
한수영이 나간 뒤 들려오는 정희원의 대답을 하고 눈을 비볐다.
‘레몬 냄새...’
나는 씨익 웃으며 자신이 잠에서 깼을때 보였던 한수영의 얼굴이 생각났다.
붉게 물든 얼굴과 새빨게 달아오른 귀로 나를 보던 한수영.
그 얼굴이 계속 생각나자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아무래도 제대로 반했나보다. 나는 세수를 하고 1층으로 내려갔다.
나를 반기는 아이들을 뒤로 어느새 밥을 먹는 한수영 옆에 앉았다.
“어제 대표도 없이 술판을 제대로 벌이셨더군요?”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독자씨...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이사한 기념으로 생각해드리죠. 그런데 저 없이 마신건 조금 서운하네요.”
“형! 나는 반대했는데 형 누나들이 계속-!”
“거짓말 치지마! 이길영! 너도 좋다구나 콜라 한병 원샷했잖아!”
“아저씨.. 죄송해요... 저도 들뜬 마음에...”
나는 죄지은 고양이 눈으로 바라보는 유승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
“그렇게 죄송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됩니다.”
“무슨 부탁인데요?”
나는 짧게 숨을 쉬고 말했다.
“잠깐 어디 좀 다녀올려고 하는데. 괜찮죠?”
내 말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옆에서 밥을 먹던 한수영이 숟가락을 떨어뜨렸고, 부엌에서 칼질을 하던 유중혁이 식칼을 들었다. 유중혁 옆에서 설화씨는 한숨을 내쉬었고 유승이와 길영이, 지혜가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양치질을 하던 상아씨가 긴고주를 외우는 모습이 보였다. 희원씨가 붉게 물든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독자씨, 당신 설마 또-”
“잠시만요! 여러분. 진정하세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거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독자씨..?”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이현성이 나를 보며 물었다.
“잠깐 여행 좀 다녀와볼까 합니다. 스승님들 좀 뵙고, 아이돌 3인방도 보고 한반도 성좌들도 만나보고 제가 없는 세상 좀 둘러보려고 합니다. 정말 어디 안 떠나니까 걱정마세요.”
그 말에 일행들 얼굴에 안도감이 돌았다.
정말 또 튀었다간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거라면 뭐... 그래도 누구 한명 데려가시지 그래요?”
“다들 바쁘잖습니까. 혼자 다녀와도 괜찮습니다.”
“얼마나 있다 오실껀데요?”
“2주정도 걸릴것 같습니다.”
“너무 긴데... 정말 다시 오시는거죠?”
“걱정 마세요. 꼭 다시 오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일행들의 배웅으로 집을 나섰다.
아마 일행들은 모를것이다. 여행이라고 둘러댔지만 내가 하려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일행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미안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