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붕이를 내쫓고 술에 만취해 잠들었다가 늦은 아침에 깨어난 회순이는 전날 밤 자신이 한 행동이 마아악 떠올라 엄청난 자괴감과 위기감이 들기 시작해. 결국 아침도 먹지 않고 후붕이를 찾으러 나서. 처음에는 겨우 예닐곱 얼라가 어딜 갔겠노 싶어서 집 주변부터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숲 주변을 삳삳히 뒤지다가 정말 충격적인 걸 발견해. 자신의 집으로부터 불과 2~300미터 떨어진 어느 오솔길에서 엄청난 양의 혈흔과 늑대 털을 발견한 거야. 그리고 그 자리에 떨어져 있는 찢어진 옷 조각들은 어제 후붕이가 입고 있던 옷이었어.

결국 후붕이가 늑대들에게 살해당했다고 확신하게 된 회순이는 수치심, 슬픔, 절망, 분노, 죄악감이 밀려와 결국 자리를 피하며 집을 향해 달리며 울부짖었고, 스스로를 집구석에 쳐박고 나오지 않게 돼.

그날 밤, 울다 지쳐 잠이 든 회순이는 꿈을 꾸었지. 자신의 과거를 단편적으로 보게 된 거야. 회순이가 사실은 날 때부터 대다수의 오거들이 기본 두 개를 달고 나오는 뿔을 하나만 달고 태어났어. 그것 때문에 가족으로부터나 마을로부터나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은 거지. 그때 자신도 어떻게든 인정받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했지만 다들 자신에게만 엄격했고 조금의 실수만으로도 죽어라 닥달하고 죽어버려라 등의 저주를 아끼지 않았어.

그런 마을을 견디지 못한 회순이는 결국 흑화해서 도적패에 들어간 거야. 그곳에서는 자신의 외모를 보고 차별하지도 않았고 자신을 인정해 주었거든. 그렇게 세력이 확장되고 거의 일개 대대 급이 되면서 오거로 이루어진 도적단을 이길 상대는 거의 없었지. 그렇게 안하무인하게 인간들을 짓밟다가 결국 강해진 인간들에게 패배하고 뿔뿔이 흩어지면서 지금의 은둔자 회순이가 된 거지.

아무튼 너무 길게 얘기했는데, 한때 자신이 혐오하던 부모형제, 마을사람들의 인정사정 없던 모습이 후붕이를 닦달하던 자신의 모습과 겹쳐서 크나큰 자기 혐오와 분노에 빠져 결국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울부짖으며 집안을 깨부시기 시작했고, 집에 있는 술을 전부 들이키고는 급성 알콜 중독으로 쓰러지게 돼.

그러다가 깨어난 곳은 병원이었어. 회순이에겐 후붕이를 정말 이뻐한 같은 오거 친구(가칭 회진이)가 한 명 있었는데 후붕이를 키우는 걸 도와주기 위해 그 날도 찾아왔어. 한 동안 회순이가 모자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걱정되어 찾아왔더니 쓰러져 있길래 병원으로 데려간 거야.

회순이는 일어나서 친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울기 시작하고, 회진이는 누구 편도 들지 못하고 말 없이 듣기만 했어. 회진이는 여어모로 회순이에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친구랍시고 퇴원할 때까지 병원비를 대신 내어 주기로 해.

회순이는 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병원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온 몸의 절반이 붕대로 덮혀 있는 어린 아이가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돼. 심지어 간호사들이 "왜 저렇게 심하게 다쳤대?"
"글쎄, 한 일주일 전에 숲속에서 늑대들에게 공격당하다가 죽다 살아났다지 뭐야?"
"그런데 왜 이제 병원에 왔대?"
"하도 크게 다쳐가지고 다른 병원에서 안 돼 가지고 이리로 왔다잖아."
하며 심각한 대화까지 하는 게 아니겠어?

그 소리를 듣고 회순이는 그 아이의 이름이 뭐냐고 간호사들에게 달려와 묻지만 자신들도 아는 게 없고 실제로 정보도 없는 무연고자라는 거야. 불안한 마음으로 중환자실 창문을 통해 붕대를 가는 모습을 보다가 후붕이의 얼굴을 확실하게 만나고 확인하게 되자 그녀는 입을 막고 오열하며 주저앉는데...

늦어져서 미안. 할머니댁까지 와서 스마트폰으로 쓰는데 정말 힘들다. 오탈자나 비문 있으면 지적 앙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