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소중한 것




어렸을 때부터 쟤만 바라봤어.




주위로부터, 골칫거리 취급을 받고 있던 나에게 단 한사람, 상냥하게 대해 준 남자아이.




아메미야 히나타군






유치원 때, 나는 부모님의 재혼으로 이사해, 다른 유치원으로 전학갔다.


사람의 입에 문은 못 세운다는(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과 같은 의미인 것 같아요) 말은 틀린게 하나 없었다, 우리 부모가 이혼했다는 사실은 곧 유치원에 알려졌다. 어린 시절엔 의미 같은 건 모르겠지만 이혼, 이혼 이런 말을 막 쓰고 싶은 나이다. 나는 새로운 거처에서 지독하게 놀림을 당했었다.




얘네 부모님이 이혼하셨대! 이녀석하고 결혼하면 이혼할거야!




라고 말야.


그건 정말 시끄러울 정도로 들었던가.....


누가 좋으라고 그런 말 하는 녀석과 결혼을 해?




집에서는 재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밖에 보이지 않는 부모님이 나에게 신경써 주지 않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 두 사람의 시간을 방해하는 나는 단순히 말썽꾸러기였을 것이다. 최소한의 것은 해 주셨고, 지금은 생활비를 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나에게 부모에 대한 불만은 없지만, 어릴 때는 다르다.




어린시절에는 이 세계에 내 편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뭐 그렇게 돼서 지금과 같은 내가 된 것이지만, 그런 어린 나에게도 희망의 빛이 있었다.




히나타군이었다. 그는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




"내 도시락 같이 먹자!"




그 날, 나의 도시락은 언제나 놀려대는 남자들에게, 엎질러졌다. 아무래도 거기까지는 할 마음이 없었던 듯, 엎어진 도시락을 말없이 보고 있는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남자들은 당황한 듯이 달려 도망쳤다. 그 후에 쏟아진 음식을 주워 모았지만,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상당히 내가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히나타군이 상냥함이 넘치고 있었는지, 우뚝 서 있던 나에게 말을 걸어 준 것이다. 그때 일은 지금도 생생하다.


신경쓰고 있다는걸 숨기려고 억지로 밝게 웃는 히나타군의 표정.


히나타 군이 나누어 준 도시락 반찬.


밥에 뿌려져 있던 후리카케


다 기억하고 있어.




그 때, 나는 무표정이었지만, 나에게도 상냥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정말로 기쁘고 기뻐서 눈물을 참느라고 필사적이었다. 이것때문에 울면 모처럼의 히나타군의 호의를 헛되이 해버린다고 어릴때 생각했던 것이다. 울면 얘한테 미안하다고




그리고 도시락을 말없이 다 먹었을 때, 히나타 군이 말했다.....




"저기 있잖아, 슬플 때는 울어도 돼.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배웠어. 그러면 편해진다고, 참지 않아도 된대!




지금까지, 아무리 놀림을 받고, 아무리 싫고, 아무리 외로워도 참고 있던 나에게, 그 말은 마법처럼 마음 속에 들어왔다.




그래서 울었다.




실컷 울었어




히나타 군은 처음에는 깜짝 놀랐지만, 살며시 손을 잡아 주었다. 우는 소리를 듣고 어른들이 찾아올 때까지 나와 히나타군은 둘이서 그렇게 하고 있었다. 그때의 손 온기가 위안을 주어서 펑펑 울고 나니 그 동안 우울했던 마음이 말끔히 풀리는 듯했다.




그때부터다.




아메미야 히나타라는 존재가 나에게는 전부가 되었다.




자신에게는 아군이 없다고 생각했던 어린 나에게 내민 상냥함, 그 무렵의 나는 그것만으로 충분하고, 그 외의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유치원 가기 싫지도 않고 오히려 유일하게 히나타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의욕적으로 가게 되었다. 어린 나에게는 아직 말을 걸 용기는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으려고 했고, 언제나 히나타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나한테 가장 소중한 거니까.




하지만, 아니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히나타군에게 있어서의 모든 것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히나타군은 항상 어떤 여자아이와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


이치노세 료카. 그녀는 히나타 군의 소꿉친구였다. 두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고, 집이 이웃이고, 서로의 가족 전체가 관계를 맺고 있어서, 나에게는 없는 관계를 그녀는 가지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는 히나타 군은 기운있어 보였고, 기쁜 것 같았다.


나에게 있어서 모든 것이 히나타군인 것처럼, 분명 그녀가 히나타군에게 있어서의 전부라고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초부터 소중한 것은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것과 수긍한다는 것은 다르다.


왜? 왜? 왜 그녀가? 왜 내가 아니야? 어린 자신에게는 그렇게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사실은 그녀의 자리에 자신이 있고 싶어. 하지만 히나타 군은 다른 사람을 원하고 있어. 그렇다면...




나는 히나타군의 옆이 비는 것을 기다리기로 했다. 억지로 떼어놓는 것은 히나타군을 내가 상처입히는 일이 되어버린다. 그것은 자신도 바라지 않는 전개다.




히나타군은 나에게 있어서 빛이다. 지금은 만질수 없는 존재지만.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그때는 올거야.


중요한 것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는 직접 히나타 군에게 접근하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유치원 때 이후로는 대화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히나타 군은 아마 기억하지 못할 거다. 어릴 적 일이니까 무리도 아니다. 그 이후로는 접점이 없었기 때문에, 같은 유치원이었던 것도, 어쩌면 기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잊지 않아.






그리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나는 히나타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교 수험도, 히나타군의 지망학교를 조사하고, 물론 같은 학교에 합격했다.


그렇게 히나타군을 바라보며 지내다 보니 고등학생이 될 무렵에는 히나타군에 관한 일이라면 대강은 알 수 있었다.




히나타군의 집, 히나타군의 방 창문, 좋아하는 음식, 쇼핑하러 가는 장소, 세세한 버릇과 취향.




언제라도 움직일 준비는 되어 있었다.


그리고 초조해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기회가 왔다.








11. 억누르고 있던 생각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같은 반 친구로부터 문제아처럼 취급받고 있는 내가 교실에 들어서면, 떠들썩하던 반이 순간 조용해지는데, 신경쓰지 않고 자기 자리로 향한다. 창가 뒤에서 두 번째자리가 내 자리였다. 내 자리로 가면서, 뒷자리, 창가 맨 뒤에 앉아있는 히나타군을 본다. 히나타 군은 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이치노세를 보고 있었다.




히나타군은 다른 사람을 보고 있지만, 나는 히나타군을 계속 응시하고 있다. 지금은 그것밖에 할 수 없다.


히나타 군의 옆자리는 소꿉친구라는 존재로 이미 채워져 있다. 약간의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자기 자리에 앉는, 늘 있는 일이다.




"안녕"




들린 목소리에 시선을 돌려 뒤를 본다.


히나타 군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녕"




긴장으로 약간 목이 쉬었어. 언제나 이렇다. 다른 반 친구들과는 달리 상냥한 히나타군은 말썽꾸러기인 나에게도 반드시 인사를 해 준다. 별로 오늘이 처음은 아니다. 늘 해 주지만 막상 말을 할 때는 긴장한다. 쌀쌀맞은 느낌이 되어버린 자신의 인사에 자기혐오가 일었다. 하지만 히나타군은 왠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밖을 내다본다. 그러고 있는 것만으로,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닌데, 히나타군과 둘이서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그 후로도 변함없는 일상이 지나간다, 히나타군은 대개 이치노세와 같이 다녔고, 나는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 그것이 변한 것은 방과후였다.






"이치노세 씨는 있으려나?"




그렇게 말하고 나타난 건 분명 옆반 야구부였다.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잘생겼다고 소문난 걸 들은 적이 있다.




"아, 다니구치 군. 무슨 일이야?"


"잘됐다. 괜찮다면 시간 좀 내주지 않을래?"




"여기서는 못할 말?"


"응. 혹시 귀찮지 않다면 따라와 주었으면 좋겠어."


"……응, 좋아."




"미안해, 히나타. 역시 아까 약속은 없는걸로. 오늘은 먼저 들어가 있어"


"......알겠어, 갔다와."




그리고 이치노세는 옆반 남자에게 이끌려 교실을 나갔다. 이치노세들이 나간 후의 교실은 시끄러웠다.




미남미녀 커플이다!


학교 베스트 커플이네!


히나타 군은 그냥 소꿉친구였구나. 등등




반 전체가 이치노세들의 이야기에 열중해 웅성거리고 있는 가운데, 나는 그저 무심하게 히나타군을 보고 있었다. 떠들썩한 사람들 틈에서 조용히 일어나 교실을 빠져나간다.


창밖을 내다보면 아래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상당히 쇼크였을 것이다.


발걸음은 불안해서, 흔들흔들 좌우로 흔들려 똑바로 걸을 수 없었다.




급우들의 말처럼 이치노세가 불려간 것은 고백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 남자도 그런 느낌이 들었고, 이치노세는 인기인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몇번이나 고백을 받았다.


단지, 히나타군에게 있어서 지금까지와 달리 문제였던 것은, 이치노세의 그 표정. 호출 당하는 것이 꼭 싫지 않은 듯한 반가움이 묻어나는 그런 표정이었다.




나도 이치노세가 고백을 지금까지 받지 않았던 것은 히나타군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서둘러 짐을 꾸려 교실을 나섰다. 밖에 나가서 히나타 군의 뒤를 따라간다, 저런 상태로 무슨 일이 있으면 큰일이다. 히나타군의 집까지의 길에 위험한 곳이 몇 군데 있다. 히나타 군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지켜줘야지.




불안한 듯 고개를 숙이고 걷는 히나타 군의 뒷모습은 마음이 아파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분명, 매우 상처받았을거야.


지금 당장이라도 위로해 주고 싶다.




히나타군의 심경을 생각하면 괴로워서 걱정이 되지만...




그렇지만,






나는 아마 웃고 있었다고 생각해.






스스로도 최악이라고 생각해.


그날은 히나타군이 무사히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돌아왔다. 걸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일은 내일이면 다 알게 될 것이다.








다음날 히나타군은 혼자 등교해 왔다. 조용히 제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오늘은 혼자네"


"...오늘부터, 일까"




조금 이쪽을 보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대답하는 히나타군. 그 시선 끝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기쁜 마음으로 남자와 손을 잡고 걷는 이치노세가 있었다.


히나타군은 행복하게 걷는 이치노세를 계속 보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를 보고 있었다.




그날부터 학교는 커플이 생긴 화제로 달아올랐다. 사귄 일은 숨김없이 공개하는 것 같다. 이제는 학교의 베스트 커플과 학교 전체에서 공인의 사이가 되었다.




모두가 이치노세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그날부터 확실히 기운이 없어진 히나타군을 신경쓰는 사람은 없어, 하물며 골칫거리인 나의 행동을 의식하는 사람은 지금의 이 상황에서는 아무도 없었다.






이치노세가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 히나타군과 이치노세의 관계는 격변하고 있었다. 이치노세는 거의 옆반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고 있어서 교실에 있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한번은 히나타 군이 이치노세를 점심 식사에 초대했지만 깨끗이 거절당하고 있었다.




이치노세는, 자신으로부터 손놓았어.






인내는 한계였다.




히나타군을 위해서라는 억누르던 마음은 이제 멈추지 않았다.






12. 원하던 거처




히나타군 옆자리가 비고 나서 며칠이 지났다.




이치노세는 여전히 옆반에 틀어박혀 있다.




히나타 군은 나날이 침울해져 갔다. 멍한 일도 늘고 수업에도 전혀 집중하지 않는다. 멀어져 가는 이치노세를 시선으로 쫓아가거나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한 찬스를 놓치지 않도록.....






그리고 기다리던 때는 왔다.




히나타 군이 수업을 빼먹은 것이다.


이동 교실임에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히나타군. 급우들은 아랑곳없이 교실을 빠져나간다. 나는 교실에서 나와 숨어서 히나타군의 동향을 살핀다. 움직이기 시작한 히나타 군은 휘청휘청 옥상을 향해 가다가 옥상에서 혼자 뒹굴었다.




지금은 수업시간으로 옥상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




기회는 지금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땡땡이?"


"...?쿠라키 씨?"


"신기하네. 옛날부터 성실했잖아."




설마 사람이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히나타군은 옆에 앉는 나에게서 황급히 몸을 일으킨다. 상당히 초조한 듯 보여서 이쪽이 주도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쿠, 쿠라키씨?! 어떻게 된거야? 지금 수업 중이야!"


"알지, 나도 땡땡이. 침착해, 이르지 않을 테니까."


"아아.. 미안. 여기 자주 와?"


"뭐 그렇지. 수업 중에는 조용해서 좋지 않아? 여기."


".....그렇네."




히나타군을 안정시키고 나서 이야기를 꺼냈다, 히나타군에게 있어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분명 여러가지 모아서 참고 있을거야. 그렇지만, 모아두고 있는 것 만으로는 안돼.


내뱉고 여기서 매듭을 지어.




그렇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으니까, 내가 있는 곳에,




"기운없어 보이네, 요즘"


"어?! 그렇지 않아"


"이치노세랑 관련된 거지?"


"윽....."




갑자기 핵심을 찔렀기 때문에 움찔, 히나타 군의 몸이 떨린다.




"쇼크잖아 남자친구가 생긴거"


".....하아, 그렇게나 알기 쉬운걸까? 나"


"그야, 그렇게나 멍하니 있었으니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서, 하하, 하아..."




강한 척하며 웃어 보이는 히나타군. 그 웃는 얼굴에서 순간 안타까움이 보인 것 같았다. 분명, 토해내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것이다. 상냥한 히나타군은, 이런 때에도 별로 관계가 없는 나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런 기분을, 쭉 히나타군을 봐 온 나에게는 손에 잡히듯이 이해된다. 그러니까...




"좋지않아, 그렇게 모아두고만 있으면. 계속 모아두고만 있는다면 언제까지고 편해질 수 없을 거야."




그 생각을 결딴내도록 진심을 전한다. 나한테 기대도 된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여태까지 함께였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응"


"그러니까 갑자기 사라지면 말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응"


"으, 내가 쭈욱, 함, 함께 있었는데, 갑자기 말이야, 힉, 나라고 해서....."




나에게 기대어 계속 우는 히나타군.


울고 있는 그를 보는 것은 역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 울음을 그쳤을 때는 그의 마음에서 저 여자는 사라지겠지. 이제 우리 둘의 세계를 방해하는 것은 없어져.


고개를 숙이며 계속 우는 히나타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이 때의 나의 얼굴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분명 히나타군에게는 보여줄 수 없을 것이 틀림없다.






"쿠라키씨. 고마워요. 나, 왠지 홀가분 해진 것 같아"


"천만에, 또 털어내도 좋아, 땡땡이 동료니까."


"아하하, 맞다. 뭔가 보답하고 싶은데, 뭐가 좋을까?"


"보답? 음... 그러면 앞으로도 나와 얘기해줄래? 학교에서는 상대가 없어서 재미없었어."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되는 거야? 이정도야 뭐 쉬운 일이니까!"


"그럼, 지금부터 잘 부탁할게."




"아니, 이쪽이야 말로. 나도 스즈카가 사귀기 시작하면서부터 실질적인 외톨이 같은 거니까. 내쪽이 고맙지."


"그렇다면, 우린 이제부터 친구네. 외톨이끼리."


"하하, 좋아! 든든한 친구가 생겼어.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역시 마음이 편해."




그렇게 말하고 이쪽을 보는 히나타군의 눈에서는, 신뢰, 안심, 그런 온화한 감정이 전해져 온다. 아무래도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것 같다. 이제는 말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말이야, 히나타라고, 불러도 돼?" 되도록 이미지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어른스럽고 여유가 있는 느낌을 의식하고, 자연스럽게 묻는다.




"당연하지! 헤헤 앞으로 잘 부탁해!"




그렇게 말하며 웃어주는 히나타군.




내 옆에서 히나타군이 웃고 있다. 꿈이 아니야. 현실이야. 지금까지, 몇년이고 꿈꿔왔던 자리. 거기에, 지금 나는 있었다. 히나타 군의 옆, 지금까지 거기에 자리는 없었다. 이미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치노세 스즈카.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그것을 놓았다.




그러니까, 여기는 이제 내꺼야









13.  난 안 놔줘




옥상에서 이야기를 한 이후, 나와 히나타군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자리가 앞뒤라서 쉬는 시간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도 학교 식당에 가서 같이 먹는다. 때로는 둘이서 수업을 빠지고 옥상에서 말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보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미 여러 가지 소문이 나돌았을 테지만, 지금은 이치노세들의 화제로 학교안이 달아오르고 있어 이쪽을 신경쓰는 사람은 적다. 참 좋은 상황을 만들어 줬네. 그 은혜를 받고, 남의 눈을 신경 쓸 일 없이, 나는 히나타군과의 거리를 좁혀 간다.




하지만 역시 방해는 될 것 같았다.




이치노세 스즈카가 히나타 군의 동향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치노세가 히나타군에게 말을 거는 일이 많아졌고, 옆 교실에 가는 일도 적어졌다.


하지만 내가 먼저 행동했기 때문에 히나타 군은 이미 마음을 굳게먹고 있었고, 이치노세의 남자친구에게 마음을 써 권유를 거절하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치노세는, 우리들을 따라다니더니, 나중에는 히나타군이 올 수 없는 장소를 노렸는지 화장실에서 나와 관계하지 말라고 충고까지 해 왔다.




잠시 동안, 히나타 군이 없는 상황이 되고, 그제서야 깨닫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그렇지만 이젠 너무 늦었어.




나는 이미 알고 있어.


뭐가 중요한지 놓칠 리 없어.




그리고 나서부터는 이치노세가 관련되어 오지 않도록 주위에 신경을 썼다. 히나타군과 단둘이 있지 않도록 학교에서는 항상 곁에 있었고, 방과후에도 늦게까지 놀러 가자고 했다.


다시 함께 있게 되어 느끼는 히나타군의 상냥함. 상대에게 신경 써서 맞춰주려고 하는 그와의 시간은 무척 기분 좋았다.




그 여자는 이것을 당연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일까, 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을.




의외로 도움이 된 것은 야구부 남자친구였다. 이치노세는 히나타 군이 걱정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옆반에 가는 일이 극단적으로 줄었다.


그렇게 되면 움직이는 건 남자친구겠지.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남자친구가 우리반에 이치노세를 만나러 오게 되었다. 주목받는 커플이니까, 당당하게 여자친구를 만나러 오는 남자친구에게 동급생들은 신이 나서 금방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 틈에 나는 히나타군을 데리고 나왔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이치노세는 짜증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덕분에, 두사람의 시간을 확실히 가질 수 있었던 나는, 이번주 토요일, 즉 크리스마스이브를 히나타군과 함께 보낼 약속까지 할 수 있었다.






아~ 이제 조금, 조금 남았어.






내심, 이브의 일을 생각하면 흥분해 버려, 미칠 것 같았다.


옆에서 웃는 히나타군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몸이 속부터 뜨거워져 온다. 그가 시선을 떼고 있을 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손이 뻗쳐 있어 황급히 감정을 억누른다.




아직, 지금은 아니야.






필사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해 어떻게든 이브 당일을 맞이한다.




약속 장소에 온 히나타 군은 평상심을 가장하고 있지만 뭔가 걱정되는 일이 있는 듯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무슨 일 있어?


"어? 뭐, 뭐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히나타군의 손을 잡는다.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 히나타의 힘이 되고 싶어"


"쿠, 쿠라키씨?! 저기...."


"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히나타는 상냥하기 때문에 사양하고 있겠지만, 나는 히나타에 대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듣고 싶어"


"아, 고, 고마워...."




"어제 스즈카가 말이야, 쿠라키 씨와는 놀지 말라고 해서, 그 쿠라키 씨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을 신경 쓰는 것 같더라고."


".....그렇구나"


"상냥하게 대해 준 쿠라키씨를 나쁘게 말하지 말아 주었으면 해서, 무심코 화를 내 버렸어. 그랬더니, 스즈카도 화난 것 같아서 어제부터 엄청난 수의 연락이 와서, 말하는 게 조금 무서워져서....."




"얘기해줘서 고마워. 날 대신해서 혼내 줬구나."


"그런, 나야말로 불안한 이야기를 들어 줘서 고마워. 얘기하니까 좀 편해졌어."


"잘됐네. 오늘은 모처럼의 이브니까, 잔뜩 놀고, 싫은 것은 잊자!"


"응! 오늘 잘 부탁해, 쿠라키 씨."




히나타군의 스마트폰 전원을 꺼달라고 하고, 그 다음은 둘이서 놀러 다녔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지나간다, 이런 행복을 맛보면 더 이상 안되겠어.




미소, 목소리, 희미하게 느껴지는 냄새, 히나타군의 모든 것에 행복을 느낀다.




그것은 마치 마약 같아서, 느껴지는 행복에 빠져들게 된다.




아~ 아무한테도 주고 싶지 않아. 나에게만 웃어줬으면 좋겠어.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히나타군과의 관계를 오늘, 발전시킨다.




저녁까지 실컷 놀다가, 나의 집에 히나타군을 데리고 들어간다.


나는 맨션에 혼자 살고, 집에 돌아가도 부모가 없어. 부모님은 생활비를 납입해 올 뿐인 존재로, 여기는 나만의 장소.




지금부터는 나와 히나타군의 장소가 된다.




히나타군에게는 일부러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집에 둘만 있게 된 히나타 군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미행하고 있는것 처럼 보였다.




필사적으로 의식하지 않을려고 하는 히나타군을 보고만 있어도 그를 좋아하는 나의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간다.


적당한 때를 봐서 샤워를 하러 간다, 이것도 일부러 의식시키도록 한 것이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무엇인가 방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히나타군이다.




아마 전화.




샤워를 하고 있는 사이에 이치노세로부터의 전화를 받아 버린 것 같다. 의식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봐 버렸을 것이다.




"...그런 것!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들어도, 나는 이미 스즈카는 포기했어! 언제까지나 기운이 없으면 걱정 끼칠 것 같아서, 그런데 이제와서..."




이대로 얘기하다간 어떻게 될지 몰라. 지금은 아직 필사적으로 거절하는 히나타군의 목소리에, 속옷차림으로 나가, 그대로의 기세로 침대에 히나타군을 밀어 넘어뜨린다.




"그런.....어? 아, 잠깐..."




히나타군 위에 올라타, 찌그러뜨리듯이 입을 맞추고, 놓치지 않게 단단히 다리를 휘감는다.


그 사이에 서서히 저항이 없어져 가, 히나타군의 손에서 떨어진 스마트폰을 잡는다.


그 여자에게 말하지 않으면 안되겠어.




"히나타?!"








"한번 잃은 후로는, 이미 늦은거야. 이치노세 씨."


"......네?"




그정도만 말하고 통화를 끊었다.


조금은 히나타 군의 관능적인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이치노세에게도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잃었다는 사실도














거친 숨결에 누워있는 히나타군.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데, 아직 부족해.




좀더 나에게, 나 없이는 살 수 없도록




저항하지 못하도록 끌어안고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앞으로는 내가 계속 곁에 있을게. 계속."


"쿠라키씨?...."








신학기




나는 히나타군을 집까지 데리러 가서 함께 등교해. 단둘만의 등교. 학교에서도 계속 함께,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개의치 않고 손을 잡는다. 나를 보는 히나타군은 웃는 얼굴이다.




"후후, 그렇게 좋아? 앞으로도 매일 있는 일인데."




역시 주목을 끌게 되었지만 그걸로 됐다. 학교 전체가 히나타군은 나의 것이라고 인식해줘.


등교시간도 쉬는시간도 방과후도 히나타군의 시간은 모두 내꺼야.




주위에서는 자기 뜻대로 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에~ 저 두 사람 언제부터야?


히나타가 돈 내고 있는거 아냐?


아니, 딱 봐도 쿠라키가 히나타한테 붙어다니는 느낌인데.


확실히 쿠라키가 애쓰는 느낌? 히나타는 받고만 있는느낌이네.


쿠라키씨, 히나타군을 좋아했나?






아무도 아는 사람은 없어.


좋아하거나 그런게 아니야.








소중해.








그건 분명 그 여자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이질적인 시선 끝에는 이쪽을 멍청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치노세가 있다. 그 눈에는 많은 감정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히나타군과 이치노세사이를 가르듯이 선다. 이치노세는 히나타군에게 다가갈 수 없다. 나를 보는 히나타군은 웃는 얼굴이다.




"응. 안심해. 내가 붙어 있을게.계속, 계속."




나는 이치노세와는 달라.




나는,




절대 안 놔줘







                                                                                                                                                                                                                                


다 끝내고 나니까 홀가분 하네요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으실 수도 있지만 최대한 이해하기 싶게 번역할려고 노력했어요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