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색다른 일상




최근의 학교생활은 거침없다.




처음 사귄 남자친구와도 잘 지내고 있다.


주위에서도 잘생겼다는 야구부의 에이스.




강경파로 누구의 고백도 받지 않았던 그와 사귀게 된 것은 그의 뜻도 있어 특별히 숨기지는 않았다. 원래 인망이 많았던 그와 친구가 많았던 나였기에. 이제는 모두가 축복해줘 학교의 베스트 커플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등교할때도 점심때도 하교때도 동아리활동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같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그도 신경을 써서 상냥하게 대해준다. 불만 없어, 있을 리가 없었다.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을 제외하면....








"저기 히나타, 주스 사러 가지 않을래? 목 마른데.


"음~ 난 됐어. 그것보다 다니구치 군과 갔다 와. 잘하면 주스 얻어먹을 수 있을거야"




"히나타~ 이동 수업이야 빨리 가자"


"나 화장실 좀 갈게. 남자 화장실까지 따라오지 마~"




"히나타. 오늘 방과후에 같이 야구부 끝나는 거 기다리지 않을래? 혼자서는 심심해서."


"자, 힘내! 사귄지 얼마 안된 따끈따끈한 커플이잖아!"






대답이라든가, 태도라든가 하는 것은 보통으로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지만 히나타는 뭔가 이유를 대서 내 권유를 거절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생겨서 한동안 어울리지 못했던 것에 대해 꽁하게 생각하고 있는건가 싶었지만, 만나면 말도 걸고 농담도 하는, 정말 태도는 평소처럼 그대로여서 화내거나 토라져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내 기분 탓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역시 궁금해서 나는 남자친구에게도 상의해 보기로 했다.




"근데 말이야, 최근 히나타와 관계가 안좋아.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한다니, 태도는 보통이야. 사양한다거나 하는 거 아냐?"


"에~? 내가 권하는 즉시, 좋아! 라고 말하는 그 히나타가?"


"아니, 난 잘 모르니까, 너무 걱정하는거 아냐? 좀 과보호하는 것 같은데.. 그저 소꿉친구일 뿐이잖아."


"그저라니! 태어나서 지금까지 함께였던 거야! 평소와 다르면 보통 걱정이 되잖아!!"


"미안, 내가 잘못했어.."


"아, 아니, 나야말로 미안해"




남자친구에게 상담한 것은 실수였다. 히나타와는 안면이 없는 것이다, 평소와 다르다고 해도 잘 전해지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이 일은 남자친구와 상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히나타를 그저 소꿉친구라고 하는 것은 왠지 짜증이 나서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미안, 오늘은 동아리활동 후에 시합에 대한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평소보다 늦어질 것 같아. 역시 미안하니까 먼저 가 있어."




그 말을 들은 나는 양해하고 먼저 돌아가기로 했다. 오랜만의 자유로운 시간이다. 히나타를 불러 단것이라도 먹으러 갈까? 그러고 보니 역 앞의 카페에서 새로운 케이크가 나왔다던데, 남자 친구는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좀처럼 함께 가 주지 않아서 최근에는 가지 못했다. 그치만 히나타라면 흔쾌히 따라와 준다. 오늘은 오랜만에 먹어대자!




"아니~ 왠지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니까 사양할게"




완전히 들떠있던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히나타의 대답에 일순간 진심을 알수 없었다. 뭐? 뭐?? 안간다는거야?




"어.. 왜? 신경쓰지 않아도 되잖아?"


"아니, 신경 쓰일 거야"


"아니, 아니, 히나타잖아. 그런 느낌은 안들 것 같은데."


"그건, 조금 너무하네. 스즈카는 그렇겠지만 남자친구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잖아?"


"그건……"


"그리고 오늘은 나도 약속이 있어서 사양할게. 이만 가볼게."




"기다려! 기다려봐! 요즘 히나타 좀 이상하지 않아? 왜 내 권유 다 거절해? 화났어?"




히나타에게 권유를 거절당해 당황한 나는 곧 돌아가려고 하는 히나타를 황급히 불러 세운다. 왜 나랑 같이 안 있어줘? 우리는 항상 함께였는데 그런 감정이 짜증스럽게 내 말투에 나타난다.


히나타도 그것을 느낀 듯, 당황한 듯 되돌아 본다.






"어어어? 화 안 났어. 난 그냥 다니구치 군에 대해 잘 모르니까, 무슨 일에 신경쓸지 몰라서 그래. 그러니까, 일단 조심하고 있는 것 뿐이야"


"그, 그래?"


"응. 지금 두 사람은 사귄 지 얼마 안돼서 중요할 때잖아. 너무 이상하게 자극하고 싶지 않아. 스즈카를 위해서라도 말이야."


"아, 그렇구나, 미안해.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다니."


"괜찮아, 그리고 오늘 정말 약속이 있어서 타이밍이 안 좋은 건 사과할게"


"아니, 나야말로 미안. 난 내 생각밖에 안 했어."


"신경 쓰지 마. 그것보다 괜찮아? 왠지 짜증이 났어? 잘 해내고 있어?"


"괜찮아, 괜찮아! 걱정 끼쳐서 미안해. 뭔가 기운이 났으니까."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야! 오늘은 이만 갈게."


"응! 다음에 같이 디저트 먹으러 가자!"






히나타는 손을 흔들며 그대로 교실에서 나갔다.


권유를 거절당하고 남겨진 나였지만, 히나타와 오랫만에 확실히 이야기를 한 덕분에, 기분은 상쾌했다.




요즘 매일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요즘 이상하다고 느낀 히나타는 나에게 새로 생긴 남자 친구에게 신경을 쓴 것 같다.


그건 그렇네, 나와는 달리 접점이 없는 두 사람이니까. 상냥한 히나타 성격으로 미루어 남자 친구에게 신경 써서 거절하는 것은 당연한거였다.




정말이지 예전부터 사람을 우선시 해 버리니까, 내가 붙어있지 않으면 뭔가 손해를 볼 것 같아서 무섭네. 후후, 신경을 너무 많이 쓴다니깐. 안심한채로 혼자 돌아갈 채비를 하고 일어났다.




그래, 다음에 남자친구를 만나서 히나타에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전하면, 예전처럼 돌아가겠지. 그러면 또 역 앞 카페에 초대해서 디저트를 먹으러 가는거야. 최근에 놀지 않았으니 히나타도 기뻐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창밖을 봤다.




그 순간 내 사고는 멈추고 말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통학로에는 조금 전에 볼일이 있다고 교실을 나간 히나타가 보였다.




클래스의 말썽꾸러기 쿠라키 마유미와 함께 즐겁게 걷는 히나타가…….












7. 질투




히나타가 나의 권유를 거절하고 쿠라키와 놀러 간 것을 목격한 날부터 깨달으면, 히나타와 쿠라키는 자주 어울리고 있는 것 같았다.




히나타와 쿠라키는 앞뒤 자리에서 인사정도는 나누지만 그 뿐이었다. 초등학교부터 함께 있어 안면은 있지만, 쿠라키는 좋지 않은 소문이 있어서, 히나타와는 별로 접점이 없었을 것이다.




그랬을 텐데.....




아침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교실에 가면 친구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히나타는 자기 자리에 앉은 채로다. 앉은 채로 앞자리에 있는 쿠라키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나한테 안 와?




쉬는 시간에 남자 친구의 교실에 가지 않고 히나타 상태를 확인한다. 저기, 히나타. 나 여기 있어. 요즘은 좀 많이 어울리지 못했지만 오늘은 여기 있잖아. 외로웠지. 예전처럼 같이 얘기나 하면서 쉬는 시간을 갖자?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주위에 모여드는 것은 다른 반 친구들뿐, 오늘은 남자친구네 안 가니? 라는 질문 공세를 받는데, 적당히 대답하고 히나타를 본다.




히나타는 여전히 쿠라키와 얘기하고 있었다. 이상하잖아! 왜! 내가 남아 있는데! 주위의 반 친구들도 말이야, 언제나 혼자인 쿠라키가 히나타와 즐거운 듯이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거야?




게다가 그 후, 히나타는 쿠라키의 권유로 둘이서 어딘가로 가 버렸다. 다음 수업중에 두 사람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고, 제정신이 아닌 나는 수업을 들을 형편이 아니었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고, 왠지 짜증이 쌓여갔다.






점심시간에 한번도 교실에 안들어와서 그런지 남자친구가 반으로 왔다.


"오늘은 바빴어? 낮에 같이 가지 않을래?" 태평한 권유에 짜증이 난다. 이쪽은 그럴 때가 아닌 것이다.


"조금 오늘은 바빠서, 점심도 갈 수 없어.그럼.."


"어, 그래? 그럼...."


지금은 그럴 틈이 없었다. 히나타의 동향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방해가 들어온 사이에 히나타는 쿠라키와 교실을 나가 버렸다.




아무래도 둘이서 학교식당에 간 것 같다. 나는 학교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반 친구들 틈에 섞여 두 사람을 관찰한다. "남자친구와 함께 있지 않다니 신기하네, 스즈카" "...가끔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히나타쪽을 살핀다, 두 사람은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면서 점심을 먹고 있다. 이 근처에서 나는 깨달은 것이 있었다. 히나타는 무리하고 있겠지. 즉 쿠라키에게 무리하게 동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히나타가 쿠라키 처럼 수상한애와 어울릴 이유가 없었다.



"가라아게 좋아해?" "응!"


무슨 대화가 들려온다. 저 여자는 히나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히나타가 튀김을 좋아한다는 것 따위의 초보적인 것을 묻는 게 바닥이 뻔히 보인다. 나라면 히나타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싫어하는 것까지 다 알고 있어. 저 여자하고는 격이 다르다.




"햄버그나 파스타 같은 거 좋아해!"


"에, 나 말이야, 의외로 꽤 요리를 잘 해."


"아니야, 의외가 아니라 잘할 것 같은 느낌이야"


"오~ 기쁘네~ 다음에 뭐 만들어줄까?"


"진짜?! 쿠라키씨의 손수 만든 요리 먹어보고싶어!"




하아?




저 여자 왜 이렇게 까불지? 손수 만든 요리 같은 걸로 히나타에게 추파를 던지다니! 맛이 없을 게 뻔하잖아, 저런 녀석의 요리 따위.


내가 직접 만든 요리가 더 맛있을 게 뻔해. 히나타도 사실은 내 요리가 더 먹고 싶을 거야.




아, 히나타가 불쌍해. 억지로 먹고 싶지도 않은 손수 만든 요리를 먹게 되다니, 그래도 내가 도와줄게, 안심해 히나타.




"근데, 그냥 만들어 주는 것뿐이라면, 어쩐지 나쁜 것 같네. 내가 뭐 해줬으면 하는 일 있어?"


"별로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럼 이번 주 토요일에 나가고 싶으니까 어울려줘."


"아, 혹시 짐꾼이 필요한거야? 그런일 쯤은 간단하지!"


"그렇다면 결정이네. 짐꾼인지 아닌지는 당일날에 보자고~"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저여자 틀림없이 진심이야. 난 알아. 진심으로 히나타를 노리고 있는 거야. 웃기지마 히나타는 나랑 몇 년을 같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누구에게도 가지않아,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쭉 나와 함께 있기로 정해져있는데, 최악이야.


히나타에는 내가 붙어 있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것을 모르는 바보가 있을 줄은 몰랐네. 히나타는 상냥하니까 신경써서 말하지 못하고 있는 건 내가 말해줘야지.






혼자가 되었을 때 히나타는 모르게 말해 줄 생각이었지만, 그 여자 좀처럼 히나타에게서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거의 혼자 있었으면서 히나타의 상냥함을 틈타 이 얼마나 뻔뻔스러운 여자인가.




그런데 우연히, 내가 화장실에 있을 때, 쿠라키가 왔다. 쿠라키는 나를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거울을 보면서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그 무신경함에 짜증이 쌓여 이제 참을 수 없다.




"저기 말이야, 쿠라키씨. 요즘 히나타와 친해진 것 같은데, 이제 그만해 주지 않을래. 히나타가 불쌍하니까."


"어? 갑자기 뭐야?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히나타는 무리해서 쿠라키씨랑 어울려 주고 있는 것 뿐인데. 역시 몰랐구나."


"아니, 별로 히나타는 무리하지 않았잖아. 평범하게 즐기는 것 같은데...."


"하아?!"


"...뭐야?"


"아니! 이상하잖아! 왜 히나타라고 왜 부르는 거야? 허물없지 않아? 사양 같은 건 없어?"




"히나타가 좋다고 해서 부르는 건데, 뭔가 불만 있어?"


"그러니까, 그건 히나타가 참고 있다는 거잖아! 어째서 몰라?! 하여튼 히나타에게 친한척 하는 것은 그만 두라고 말하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뭐야? 특별히 나와 히나타가 무엇을 하든 자유롭지 않아? 히나타는 이치노세씨의 남자친구가 아니잖아? 남의 교우관계에 끼어들지 마."


"히나타는 내 소꿉친구야! 참견하는 게 당연하잖아! 쿠라키씨처럼 수상한 소문이 있는 사람과 관련되다니 히나타에게 악영향을 끼치잖아!"




"그저 소꿉친구인데 히나타의 행동을 제한할 권리가 있는거야? 히나타는 이치노세씨의 것이 아니잖아?"




"뭐?! 뭐라고요..."


"왜냐하면 그렇지, 이치노세씨는 남자친구도 있잖아. 히나타까지 남자친구라고 얘기하는 건 아니지? 이치노세씨는 남자친구랑 제대로 어울리고 있어? 그럼 난 가볼게."






그렇게 말하며 나가는 쿠라키를 나는 볼 수 밖에 없었다. 히나타는 확실히 내 남자친구가 아니야.


내 남자친구는 따로 있어. 하지만...




이 빌어먹을 계집애.






8. 잃어버리고 나서야 알다




"그래서 말이야, 요전번 연습시합은 상태가 좋아서 굉장히 활약했어."


"...헤에"




나는 오늘도 학교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는 히나타와 쿠라키를 보고 있었다.


내 앞에는 기분 좋게 자신의 경기에서의 활약을 뽐내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다. 웬만큼 활약했는지 자랑은 그치지 않는다.




어지간히 울적하다.




점심을 교실에서 같이 먹자고 한 얘는 거절한 내 사정도 생각하지 않고 급식실까지 따라왔다. 조금도 신경 쓴다는 걸 모르는 걸까. 나는 쿠라키가 무슨짓을 했을 때를 위해서 히나타를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쪽의 사정도 개의치 않고 계속 이야기하는 눈앞의 남자는 분명히 말해 방해물일 뿐이었다.




"저기 있잖아, 먹을 때는 조용히 해주면 안 될까?"


"어, 아, 알았어...."




자기 자랑을 중단당해서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 표정이 되면서도 마지못해 말을 멈추고 식사를 시작하는 남자 친구.




불만이라면 어디 가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될 텐데 귀찮다. 대체로 이 남자가 멋대로 따라온 것이다. 나에게 맞춰 주지도 못하면서 방해만 되고, 히나타라면 확실히 나의 기분을 생각하고 행동해 줄텐데.....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남자는 언제나 그렇다. 야구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랄 뿐, 언제나 자기 자랑. 내가 이야기를 꺼내 봐도 야구 이외에는 흥미가 없는 것 같고, 별로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분이 언짢아지기도 하는 형편이다.




히나타와는 엄청난 차이다. 히나타라면 내 이야기에 맞춰주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들어준다. 내가 집중하고 싶을 때는 그것을 알고 잠자코 있어 주고,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화제라면 알아봐 주기도 한다.




자기만 관심 있는 말만 내세우는 눈앞의 남자와는 다르다. 이쪽을 힐끔힐끔 보면서 언짢은 얼굴로 점심을 먹고 있다.


꼭 내게 말을 걸으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 결국 나는 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사람의 감시를 계속했고, 두 사람이 급식실을 나오자마자 곧바로 떠났다.








방과후 마지막 종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남자친구가 교실을 찾아왔다. 단것을 먹으러 가자는 교실에서의 당당한 권유에 들뜬 반 친구들이 몰려온다. 그 사이에도 히나타는 쿠라키와 교실을 나가 버렸다. 쫓아가려 해도 사람들로 둘러싸여 도저히 쫓아갈 수 없었던 나는 결국 그대로 남자친구와 카페에 가게 되었다.


나의 시간이 구속된다. 이째서 방해 하는거야.






"그래서 말이야, 내일 토요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 집에 오지 않을래? "최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권하는 것이 늦었지만 말야...." 카페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히나타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던 나의 사고를 가로막듯이 남자 친구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네? 크리스마스에?"


"맞아. 우리가 사귀고 나서 첫 크리스마스잖아,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지 않아?."




농담하는건가. 크리스마스는 히나타와 매년 함께 보내고 있는 거야. 이 남자 집에 가겠다고 하면 히나타는 사양하고 따라와 주지 않잖아.




"아니 무리야. 집이라면 역시 히나타가 따라올 수 없잖아"


"히나타라니, 소꿉친구는 상관없잖아."


"왜? 관계있잖아. 난 크리스마스는 항상 히나타와 함께 보내거든."


"어, 너 무슨 소리야. 전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이상하지 않아? 그쪽은 그냥 소꿉친구고 남자친구는 나잖아."


"그냥 소꿉친구 라고 말하는거 그만둬. 나와 히나타는 태어나서부터 쭉 같이 있는, 평범한 소꿉친구가 아냐. 함께 있는 게 당연한 공동체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야."


"네 남자친구는 나잖아! 뭐야, 항상 소꿉친구 얘기만 해! 남자친구랑 걔 둘 중에 누가 더 중요해‼"






그런 남자친구의 말에 내 안에서 무언가가 맞물렸다.




나의 소중한 것,




그것은 히나타다.




맞다 히나타는 소꿉친구. 태어나서부터 쭉 함께,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소꿉친구인 채로 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함께하기 위해서는 남자친구, 남편, 그런 직함으로 변해갈 필요가 있다.


히나타는 소꿉친구라는 나의 지금까지의 가치관이 방해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히나타에게 남자친구가 되어달라고 하자.


그런 결정을 내린 내게 눈앞의 남자는 이미 방해물일 뿐이었다.






"히나타인게 당연하지, 무슨 소리야?"


"....어, 어?"




내 대답에 의표를 찔린 듯 어리둥절해 하는 눈앞의 남자. 무엇을 그렇게 놀라는지, 혹시 자신이 소중하다고 답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 그랬지. 원래 이런 남자와 사귀고 있는게 잘못인거야. 조금 인기가 있다고 우쭐해져서, 이 남자와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 히나타와 시간은 없어지고, 그 틈에 쿠라키가 히나타를 노려 오는 등, 좋은 일이 없었다. 히나타쪽도 꽤 쓸쓸하게 만들고 말이야.




"무, 무슨 소리야?! 너 나랑 사귀는 거야! 알고 있어?"


"그래서 뭐? 싫으면 헤어질래?"


"뭐? 좋아! 나중에 후회해도 늦을 거야!"


"그다지 상관없어. 그럼 이만."


"어, 야!"




멍한 남자친구를 두고 카페를 나온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걸.


히나타가 사양하는 원인을 제거하면 되는 얘기였다.




이것으로 이제 히나타가 그 남자에게 사양할 것은 없다. 집에 도착하면 히나타에게 전화하자. 직접 집에 만나러 가도 돼. 그렇게 해서 크리스마스의 예정을 세우는 것이다. 둘이서 같이.




요즘 짜증만 나던 나였지만, 지금은 조금 맑은 기분이었다.







9. 이미 늦었다




남자친구와의 대화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 히나타라는 존재. 단순한 소꿉친구가 아니라, 자신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해 준 것은 감사하지만, 그렇게 되고 보니 남자친구는 이미 방해물일 뿐이었다.




화가난 남자친구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즉시 히나타에게 연락을 취한다.




크리스마스는 내일이다. 아직 늦지 않았어. 크리스마스는 히나타와 둘이서 보내는 거야. 둘이서 수족관에 가서 데이트를 하고, 잠깐동안 감싸주지 못했던 것을 사과하고, 고백하고, 앞으로도 행복한 두 사람의 생활을 살아갈 것이다.




히나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 소리가 계속된다, 히나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뭐. 시간뜨고 다시 전화하기로 한다.




전화를 건다. 히나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전화를 건다. 히나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전화를 건다. 히나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전화를 건다. 히나타는 받지 않는다.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다.


전화를 건다. 받지 않는다.


안 받는다.


안 받는다.


안 받는다.




왜 안 받아.




벌써 몇 번이나 전화를 했는지 모른다, 그만큼 걸었는데도 히나타는 전화를 받아 주지 않는다. 여느때의 히나타라면 무엇보다도 나를 우선해 주는데, 왜? 혹시 뭔가 위험한 일을 당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 여자, 쿠라키에게 뭔가 당한 걸까? 용서할 수 없어.




역시 그런 위험한 여자와 어울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직접 찾으러 가겠다고 일어선 순간 내 폰에 착신이 들어와. 화면을 보면 '히나타' 표시. 순간적으로 전화를 받는다.




"히나타?!"


"우왓?! 스즈카? 왜 그래? 당황했어?


"히나타, 다행이다. 무사하구나?"


"어, 뭐가? 뭘요? 그것보다 전화벨이 엄청 많이 들어왔는데, 무슨 일 있었어?"


"그러니까! 왜 그렇게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아! 걱정했단 말이야."


"어, 그랬구나. 미안해. 가방에 넣어놔서 몰랐어."


"아, 아니, 미안. 그것보다 지금 어디야? 혼자?"


"이제 막 집에 도착했는데 혼자야."


다행이다. 그 여자와 함께가 아니야. 벌써 집 근처에 있구나. 히나타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만약 쿠라키가 함께 있다면 날아가서 헤어지게 할 뻔 했어.


"그것보다 뭘 그렇게 걱정했어?"


"어, 아 별일 아니야. 그런 것보다 중요한 건, 내일!




쿠라키의 이야기는 꺼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즉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예정은 빨리 정해 두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봐봐 아쿠아리움 가는 얘기 했잖아. 둘이서 가자!"


"어? 스즈카랑 나랑?"


"당연하지. 히나타도 많이 기대했지?"


"아니아니, 역시 사양한다고 스즈카, 남자친구도 올거 아냐? 방해하면 안 돼."


"아, 그거 말이지..."


나의 권유에 당황하고 있는 히나타. 이것은 이미 상정된 바이다. 상냥한 히나타라면 내게 신경 써서 거절할 것이고 거기에 벌써 헤어졌다고 알려줘서 놀라게 할 계획이다. 히나타도 나에게 남자친구가 없어지고, 전처럼 함께 있게 되면 기뻐하겠지. 나는 놀라는 히나타를 상상하며 내심 즐거워진다.


"남자 친구말인데, 사실은……"


"게다가, 나도 이미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아 버렸기 때문에 무리야"






"....하?"






내가 하는 말을 가로막는 것처럼 히나타가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랑?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


나 말고?




"아 남자회 같은 거? 그런 거 좋지 나랑 아쿠아리움 가자!"


"어, 아니야. 쿠라키씨와 쇼핑하러 가자고 약속했어, 오늘도 어디 갈 건지 얘기하고 있었어!"




즐거운 듯이 얘기하는 히나타


그런 즐거운 목소리로 다른 여자와의 일정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해. 하필이면 쿠라키다. 그 여자 역시 히나타를 노리고 있었어.




조금 전까지 히나타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들떠 있던 내 마음은 한순간에 검게 물들어 간다.




"...쿠라키랑 놀아?"


"그래, 요즘 사이좋게 지내줘서 말이야. 내일 같이 노는 게 기대돼!" 그렇게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하는 히나타의 목소리에, 내 속에서 치밀어 오르던 짜증이 뿜어져 나온다.






"그만 둬...."


".....어?"


"왜냐하면, 쿠라키는 옛날부터 나쁜 소문이 많잖아. 위험하대."


"아아, 그런데 막상 얘기하니까 너무 좋은 사람이야. 역시 소문에 휘둘리면 안되지"


"연기하는 것뿐이야. 그여자 질이 안좋아. 히나타도 속고 있는 거야. 보기에도 남자들과 어울릴 것 같잖아. 몸 팔아서 돈 버는 형편없는 여자야! 남자란 돈을 주는 존재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아. 그 여자랑 어울리는건 헛된 일이라고, 히나타도 눈에 띄었다구. 속고 있는거야!"




"...스즈카, 왜 그렇게 쿠라키씨를 나쁘게 말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히나타의 목소리에는 분노의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는 듯한 감정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왜 나보다 쿠라키를 감싸는 거야?




"그렇지만, 저런 녀석, 히나타쪽도 놀아 나고 있을 뿐이야! 나는 걱정해서"


"그만하면 돼!"


"...에?" 히나타가 고함쳤어? 나한테?




"스즈카가 그렇게 남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인줄 몰랐어. 내일은 나는 쿠라키씨랑 놀 테니까, 스즈카도 남자친구랑 놀아. 안녕."


"아, 기다려...."






내 기다려 달란 말에도 상관 없이 전화는 끊어졌다.




히나타가 나에게 화를 내다니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사과하지 않으면, 히나타에 미움을 받아버려?! 안절부절못한 나는 집을 뛰쳐나와 히나타의 집으로 향한다.










인터폰을 누르면 나온 사람은 히나타의 어머니. 하지만




"스즈카짱, 히나타랑 싸우기라도 했어? 오늘은 절대로 들이지 말라고 말하더라고, 그런 히나타를 본 적이 없고, 지금은 돌아가 주지 않을래?"


"그런..."




집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장래를 위해서도 히나타 어머니의 나쁜 평가를 받을 수는 없었다.




나는 마지못해 내 집으로 돌아온다. 이미 미움을 받아 버린 것일까, 히나타로부터의 명확한 거절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어떡하면 좋아, 히나타?" 내 물음에 대답은 없다. 나에게는, 연결되지 않는 히나타의 스마트폰에 전화를 계속 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다음날, 정신을 차려 지쳐 잠들어 있던 나는,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히나타로부터의 착신은 없다. 나는 저만큼 걸었는데……




역시 직접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히나타의 집으로 향한다. 오늘은 거절당하더라도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하는 나였지만, 히나타 어머니가 하신 말씀은 내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스즈카양 어제는 미안해요. 오늘은 히나타, 기분이 돌아왔으니까, 이제 괜찮아요."


"그런가요, 다행이다"


"내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봤더니, 오늘은 외박한다고 하네, 그 애."


"네? 그건 무슨 소리예요? 히나타는 지금 없나요?"


"어, 벌써 나갔어. 남자회가 있죠? 우리 애도 여자친구 없으니까 가서 놀다가 외박하고 온대."




그쯤에서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잠깐, 료카짱?!"


말을 하다 말고 달려나온 나에게 호소하는 히나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남자회라니 거짓말이야.




어제 히나타는 그런 거 없다고 했고, 쿠라키와 쇼핑하러 간다고도 했다. 그럼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간단하다. 쿠라키와 함께 밤을 보내기 위해서이다.




여자애와 외박한다는 말도 못하고 거짓말을 했겠지. 그 여자 쪽에서 권유한 것이겠지만, 꽤 서투르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묵자고 권하다니,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여자 같으니라고!




순수한 히나타의 마음을 이용한 거야. 최악이야. 내 히나타가 위험해.




히나타에게 전화를 걸면서 계속 달리다. 두 사람이 있을 만한곳을 찾아다녔다.










"하아, 하아……"




몇 시간을 달렸을까, 무작정 찾아다녀도 히나타를 찾을 수 없었다.




찾으면서도 히나타의 스마트폰에 전화를 걸고 있었지만, 히나타와 전화가 연결되는 일은 없었다. 이미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빨리 찾지 않으면, 집이나 호텔에 끌려가기라도 하면 끝장이야.




하지만 더 이상 찾을 곳을 알 수 없었다. 부근의 데이트로 갈 만한 장소는 거의 돌았고, 아무렇게나 뛰어다녀도 만날 수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매달리듯 스마트폰을 꺼내 히나타를 호출한다. 이제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벌써 몇백번이나 들은 무기질한 콜음이 계속 된다, 역시 연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체념하려 했을 때였다.




"스즈카? 역시 착신하는거 위험하니까, 그만둬..."


"히나타?!"


"으악?! 잠깐, 스즈카 갑자기 소리 지르지 마"


"다행이다, 히나타 다행이야"


"스, 스즈카?"






"히나타! 미안해. 사과할게. 미안하니까 돌아와줘."


"사과라니, 어제 일을 말하는거야?"


"그것도 그렇고, 다른 남자랑 어울리느라 히나타에게 소홀했던 것도! 나 깨달았어! 무엇이 정말 소중했는지!"


"어? 그게....."


"히나타와 함께 있지 않는 날들에서 깨달았어, 나는 히나타가 필요해! 미안해. 떠나버려서요."


"…그런 것!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들어도, 나는 이미 스즈카는 포기했어! 언제까지나 움츠려 있으면 걱정을 끼칠거라고 생각해서, 그런데도 새삼스럽게"


"편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 하지만! 부탁이야! 내게 돌아와!"


"그런....네? 아, 잠깐..."


"히나타? 왜 그래 히나타?"






히나타와의 대화는 갑자기 끊어져 버렸다.




아직 연결된 전화기에서 희미하게 숨소리와 쉰 목소리가 들린다. 히나타와 또 하나, 여자의 목소리. 쿠라키다.




히나타의 목소리와 숨소리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는 관능적인 것이었다. 전화 저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상해 버린 나는 미칠 것만 같았다.




"히나타! 히나타!! 전화받아! 히나타!!"




나쁜 상상을 떨쳐버리고 싶어서 전화에다 대고 계속 외친다. 하지만 히나타에게서 온 대답은 없다. 히나타의 목소리는 열을 머금은 듯 커져간다.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아무 것도 못하고 고함을 지르다. 그러자 소리가 났다. 핸드폰을 들고 얼굴에 댄 듯 가까이서 숨소리가 난다. 드디어 받아줬구나. 히나타가!




"히나타?!"














한번 잃으면 이미 늦었어. 이치노세 씨.


".....에?"




쿠라키의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는 끊겼다.




"히, 히나타.....?"




"쿠라키에게 뭘 당하고 있는거야?"




"히... 히나타?..."




"아, 아아, 으아아아아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내 의식은 끊겼다.












새해가 밝았고 겨울방학도 끝나고 신학기가 다가왔다.




개학 첫날 학생들은 강추위를 견디며 등교했다.


겨울방학이 끝나버려서 아쉬운마음으로 차마 엄두를 못내면서도 며칠만에 보는 친구들과 재회를 하니 학교도 점점 활기를 띠게 된다.




그런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커플이 있었다.




클래스의 문제아로 취급되고 있던 여자, 쿠라키 마유미와 인기인 이치노세 료카의 소꿉친구, 아메미야 히나타이다.




그 화려한 용모와 불량배 같은 태도로 여자에게서는 따돌림을 당했던 쿠라키였지만, 원래 남자에게서는 은근히 인기가 있어 주목을 받았다. 그 쿠라키와 남녀 불문하고 인기인 이치노세 료카의 소꿉 친구로, 언제나 스즈카에 붙어 있던 히나타가, 다른사람들의 시선도 개의치 않고 제자리에 붙어 있다.




두 사람의 분위기는 연인의 그것이었다.




그런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인물이 있었다.




이치노세 료카다.


그녀는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을 멍청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말을 걸어도 반응하지 않고, 그녀는 계속 쳐다본다.


자기가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전에 어떤분께서 챈에 5편까지 올려주셨는데 그 이후로 안올라와서 일방적으로 바톤터치 했어요.


나머지는 4편정도 남았는데 이건 내일 일어나서 마저 번역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