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는 긴 시간 동안을 기다리다 승천하고 나서야 비로소 여의주를 갖고 용이 되는데


구름이 열리고 하늘이 개벽하여 그걸 따 용솟음이라는 기후현상 까지 있지




나무꾼은 오늘도 힘겨운 나날이야

오늘 안으로 나무를 마저 쪼개서 장터에 내다 팔아야하거든




하지만 날도 무딘 도끼로 패는것도 한세월


바꾸려 하여도 하루 벌고 하루 먹으면 동나버리는 웬수같은 돈


하지만 오늘은 운좋게 발견한 약초도 양껏 쟁여놨으니

이렇게 여윳돈을 꾸준히 저축해나간다면

새 도끼 장만도 마냥 먼 미래는 아니겠지 






안힘든 사람이 있겠냐마는 꿎꿎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이게 웬걸



하늘이 배탈난 것마냥 꾸르릉 대고

먹구름이 뭉게뭉게 몰려와 세차게 비내리는데

그 가운데 먹구름이 끼지 않은 곳에서 빛이 환하게 

내려오는거야





일생일대의 귀중한 경관이기에 

얼른 눈여겨보던 절벽으로 달려가지




거기서 본 것은

아주 느릿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100년나무 보다도 두꺼운 몸을 넘실대며 요동치는 하늘 위로 올라가고 있었지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예로부터 인간의 눈에 띈 영물은 끝에 파국을 맞이한다더니





한낱 피조물의 시선 따위에 용이 되려던 이무기는 천둥과도 같은 비명을 내지르며 하늘에서 추락했지





이 기이하고도 믿기 힘든 광경을 입이 떡 벌어지는 것도 신경쓰지 않은채로 목격하고 있던 나무꾼




가슴이 콩닥대고 다리는 바들바들


혹여라 보복이라도 할세라

초점은 동공지진




영겁의 시간을 허무로 되돌린 피조물이 원망스럽다는 듯 사방에서 내리꽂는 번개와 폭풍우

뿌리깊은 나무들도 허공으로 뜯겨나가고  


살 따갑게 내리는 폭우들도 눈을 가릴 지경이었지





도망이라도 가볼세라

그러지 못했지




이 모든걸 부정하고 도망갈수도 있고 

무서운 맘을 뒤로 한채 원래 살던대로 살아가면 그만이었거든





하지만 심장에 추를 단듯 무겁게 쿵쾅거리는 박동음

머리론 정신나간 짓이란걸 알면서도 

발걸음은 경사 가파른 구덩이



용이 추락한 무저갱으로 향하고 있었지

경사면에 튀어나온 칡 뿌리를 붙잡고,

도끼로 땅에 박아가며 마침내 이르른 구덩이의 끝





온몸의 비늘이 벗겨진채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무기가 구슬프게도 울부짖고 있었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약초를 꺼내 이무기의 머리맡에 내려놓는 나무꾼





세로로, 일자로 갈라진  노오란 눈빛은 나무꾼을 관통하여 보았고



나무꾼은 그저 죄스러운 마음에 머리를 조아리고

 부디 용서를 빌었지





하지만 정 분이 풀리진 않겠다면 잡아먹어도 내 원망은 할수도, 하지도 않는다며 말이야







쉿쉿거리는 혓소리

나무꾼을 어찌해보려나

고심하는 투의 망설임






이무기는 나무꾼의 형상을 본따 여인의 형태로 모습을 바꿨어 




비록 승천을 방해한 괘씸한 치였기에 그의 피를 뒤집어 써 앙갚음을 갚으려 하였지만

자신의 죄를 알고 치료하려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변한거지






살갗이 다 까지고 벌겋게 부어오른 피부를 가진 여인은 

나무꾼의 등에 업혀 그의 초가집에 당도했지




비를 맞아 차가워진 몸을 데우려 내다 팔아야 할 장작들을 아낌없이 아궁이에 집어 넣는 나무꾼




뜨뜻해진 구들장에 몸을 지지며 기분좋은 혓소리를 내는 이무기





하나밖에 없는 요와 이불로 몸을 감싼 이무기는 

눈 앞의 기이한 피조물을 바라보았어





강산이 천번 바뀌고 바다가 육지가 되며 천하의 높은 산이 모두 물에 잠길때까지 숨쉬며 살아온 그녀였기에

모두 속속히 꿰고 있다 생각한 인간도 

그녀의 눈앞에 생소함으로 다가왔지





겨울, 동장군이 찾아와 시린 손발을 나무꾼의 체온으로 녹일때


가을, 주홍 적 푸르른 잎들이 눈앞을 수놓는 경치 가운데

큰 맘먹고 사온 꿀떡을 나무꾼이 그녀의 조그만 입에 넣어줄때


따뜻한 봄, 분홍빛 꽃이 그녀의 머리에 꽃힐때


한여름, 무더위가 푹푹 찌고 나무꾼이 부쳐주는 부채의 바람을 맞을때






가끔 말이 헛나와 뱀님이라 부르면 하루죙일 방안에 

틀어박혀 말도 하지 않는 그녀



토라진 맘을 달래보려 용님이라 부르면 등돌린 그녀의 입에서 실실대는 웃음소리 







그녀의 입가는 호선을 그리고 

늘 미소가 가득차 


나무꾼은 이무기님 귀인 아씨 임자까지

이무기는 피조물 재밌는 놈 돌쇠 서방 까지







어느날 그녀의 앞에 용이 찾아와




그녀가 하늘에서 추락하고  그 뒤에 승천에 성공한 이무기였지





옛부터 내심 그녀에게 질투심을 느끼던 용



신랄하게 그녀와 나무꾼을 비방하며 깎아내리지





그녀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머리 끝까지 몰린 뜨거운 피에 




맘에도 머리에도 없던 말을 외쳐


한낱 노리개따위 서방은 무슨!!





내뱉어 놓고서야 아차 싶은 이무기

여전히 차가운 미소로 조소를 날리는 용





문지방 뒤에서 듣던 나무꾼


그 길로 그녀를 뒤로 하고 달려나가




그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이무기

비웃음을 날리며 다시 올라간 용






뒤늦게 뛰쳐나가 뒤를 쫓는 이무기




그녀였었기에, 이무기이기에

발을 성큼성큼 내딛을 때마다 땅이 접혀지며 달리는 

이무기




나무꾼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동굴에 숨었나

바위밑에 숨었나




집채만한 바위를 들어올리며 찾는 이무기



나무꾼이 사준 저고리 헤질까 조심조심




이러다 산짐승에게 해코지라도 당할까 가슴은 서늘해지며 다급한 마음




늦은 저녁 해가 산에 걸려 주홍빛으로 물든 세상

절벽 아래

이무기와 나무꾼이 처음 만났던 가파른 절벽 아래





그 구덩이 

그녀가 하늘에서 추락했던 그 구덩이



그 구덩이 안에

몸에서 떠난 영혼

영혼이 떠나간 몸



차갑게 식은 몸

이무기의 눈에 방울져 흘러내리는 물




지금 세차게 내리는 여우비 탓일까

떨어지눈 주홍색 눈물







눈도 감지 못한채 숨이 멎는 나무꾼

한손엔 오얏노리개

나무꾼이 손수 만든 노리개

볼품없지만 가장 아름다운 노리개



다른 한손엔 은가락지

그녀의 약지에 검지와 엄지를 대 동그랗게 대고

그렇게 약지를 재고 실실 웃던 나무꾼

 



빗물에 얼룩진 저고리

나무꾼이 선물해준 저고리

꽉 쥔 치맛단은 어느새 너덜너덜 





서방에서 노리개로

임자에서 이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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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보고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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