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윽.. 내, 내가 미안해.. 제발, 제발 내 곁에 있어 줘... 흑.. 나에게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응?... 후붕아.. 제발..."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




"니가 후붕이구나, 내 이름과 비슷하네? 내 이름은 후순이야 잘 부탁해."




이게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다.



초6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만난 것으로 그녀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 살 연상이었고, 긍정적이고 붙임성 있는 성격에 예쁘기까지 해, 주위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녀를 좋아했었다.



정확히는 중3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셔서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을 겪고 있을 때, 후순누나가 내게 다가와서는.




"후붕아 괜찮아? 그치.. 괜찮을 리가 없지... 있잖아. 내가 너의 아픔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나도 어릴 때 친하게 지냈던 할머니가 돌아가셨거든."



"그때 당시에는 아주 슬펐지만, 시간이 지나니 괜찮더라고, 그니깐 시간이 지나 네가 괜찮아 질 때까지 내가 네 옆에 있을게."




그 후 누나는 내 옆에서 내가 슬퍼할 땐 위로해주고 울 땐 안아주는 등 내 어리광을 받아주었다. 그렇게 나는 누나의 위로 덕분에 괜찮아지기 시작했고 동시에 누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첫사랑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누나와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난 누나에게 내 진심을 고백했다.




"누나 좋아해요. 누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그, 그러니 이제는 제가 누나를 행복하게 해줄게요. 저랑 사귀어 주세요."




지금 보면 엄청나게 오글거리는 고백이다. 심지어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은 것 같았다. 그런데도 누나는.




"응 고마워, 나도 너 정말 많이 좋아해. 앞으로도 잘 부탁해."




이렇게 나는 누나와 사귀게 되었다.



사귀게 된 이후, 우리는 서로 사랑해가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비록 집에 돈은 없지만, 충분히 알콩달콩하게 지냈다.



하지만 연애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학업에는 신경 쓰지 못 한 체 고3 막바지에 정신 차리고 공부해서 서울 하위권 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어른이 되니 사랑엔 돈이 필요하다는 걸 뼛속까지 느끼게 되었다. 학생 때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 번 데이트할 때 6만 원은 기본이며 어떨 때는 10만 원이 훌쩍 넘어갔다.



심지어 계속되는 공무원 불합격에 돈도 없어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누나와의 연애는 일같이 느껴지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 비록 남들처럼 평범한 데이트는 하지 못해도 말이다.



흔히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싫어서 마음에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누나를 사랑했고 돈이 없어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이면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또한 누나도.




"난 남들처럼 평범하게 데이트 안 해도 좋아, 난 너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난 이걸로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그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에 난 좀 있으면 누나의 생일이라서 식비를 아껴가며 누나에게 선물해줄 반지를 살려 했고, 어릴 적 어머니에게 배운 바느질로 잠을 줄이면서 누나가 좋아하는 곰돌이 인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누나의 생일 당일날 나는 미리 예약해놓은 식당에 누나랑 같이 갔고, 누나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반지와 곰돌이 인형을 건넸다. 난 누나가 기뻐할 모습을 기대하며 선물을 건넸는데.



선물을 받은 누나는 낯빛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며 말이 없어졌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걱정과 불안감이 휩싸였다.




"누나 괜찮아? 선물이 맘에 안들어? 혹시 지금 아픈 거야?"




그것을 들은 누나는 싸늘한 말투로.




"후붕아 나 진지하게 할 말이 있어."



"응 뭔데?"



"우리 이제 그만하자."




그것을 들은 나는 세상이 툭 꺼진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현실을 부정했다.




"누나... 거짓말이지?.. 아니면 내가 잘 못 들은 건가? 그치... 잘못 들은 거겠지?.. 누나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 하하.. 하긴 요즘 좀 잠이 많이 부족하긴 했나 봐..."



"......"



"누나 대답 좀 해봐, 내가 잘 못 들은 거 맞지? 그렇지?... 응?..."



"아니 잘 못 들은 거 아니야, 우리 이제 헤어지자."




현실을 부정하는 나에게 돌아오는 말은 싸늘한 말 뿐이었다.

눈물이 흐르기 시작해, 식탁 위로 차갑게 떨어졌다.




"왜...? 누나.. 왜 헤어지자고 하는 거야?... 우리 어제까지만 해도 사이좋게 이야기했잖아..."



"있잖아. 후붕아.. 난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어, 데이트도 하고 맛집 같은 곳도 다니며 겨울엔 따듯한 곳에 여름엔 시원한 곳에서 있고 싶어, 이런 연애가 아니라."



"하, 하지만 누나가 이런 것도 괜찮다고 했었잖아, 나랑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좋다고 했었잖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깐 점점 비교되더라, 남들은 다 저렇게 행복해하며 여행가고 데이트하고 그러는데, 나만 이러니깐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그들이 부러워지고, 내가 비참해지더라... 솔직히 그때 너한테 그렇게 말할 때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누나... 누나 내가 더 잘할게.. 같이 데이트하고 여행가고 그러자.. 응? 제발 부탁이야..."



"니가 그렇게... 니가 그렇게 할 능력이 있어? 애초에 네가 그럴 상황이야? 너 지금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있잖아. 거기다가 계속 합격도 못 하고 있고, 솔직히 내가 많을걸 바라는 것도 아니야... 그냥 남들처럼 지내고 싶어, 하지만 넌 그것도 못 하잖아. 안 그래?"



"......"



"거기다가 나에게 구애하는 남자들 보면 하나같이 평범한 것보다 더 해줄 수 있는 남자들인데, 그런 남자들이랑 너를 비교하게 되니깐 한숨만 나오더라..."



"......"



"나 이제 지쳤어, 더는 못할 것 같아, 이제 그만 헤어지자 나도 이제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어..."




전혀 몰랐다. 누나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나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하나도 눈치를 못 챘다.




누나의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내 가슴속을 후벼팠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다 맞는 말이기에, 그저 눈물만 뚝 뚝 흘렀다.




"......"



"이제 할 말은 없는 거지? 그럼 이제 갈게.. 그동안 고마웠어, 행복하고 공무원시험 합격하고 새로운 인연 찾길 빌게"



"누나 잠, 잠깐만 가, 가지 마... 나 공무원 시험 꼭 합격하고 누나가 하고 싶다는 거 다해줄게, 그러니... 제발.. 가지 말아 줘...."




논리적인 사고가 멈춰버린 나는 그저 빌었다.. 가지 말라고.




"내가 곁에 있으면 넌 많이 힘들어 할거야 지금도 봐 너 지금 다크서클도 진해, 내가 네 옆에 있으면 분명 난 너의 짐이 될 거야... 그러니 미안. 오늘 식비는 마지막이니 내가 계산할게"



"......"




그 말로 난 할 말이 없어졌다. 말이 나오질 못했다. 그런 모습을 본 누나는 식당을 나가길 시작했고, 계산을 마친 뒤 식당을 나갔다. 이렇게 되면 영원히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식당을 뛰쳐나가 누나를 붙잡았다.




"흐윽... 제발.. 제발 가지 마요... 흑.. 제발... 제가 잘할게요... 누나가 지치지 않도록 노력할 테니까... 으읏.. 가지 마요... 절 버리지 말아 주세요..."



"놔 우리 이제 끝났어, 끝까지 찌질하게 굴 거야? 우리 사이는 여기서 끝이니깐 이거 놔"




주변 사람들이 전부 나와 누나 쪽으로 쳐다봤다. 그렇지만 난 그거에 상관 쓸 틈도 없이 누나에게 빌었다.




"누나... 누, 누나... 부탁이에요... 흑...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저 누나 없으면 너무 힘들어요.. 그니깐.. 흑... 제발... 가지 마요... 저를.. 버리ㅈ..ㅣ .. ㅁ.."




- 짝!




누나는 주위 사람들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나의 뺨을 세게 쳤고,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나는 당황스러움과 함께 고통이 몰려왔다.




"야!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그만 좀 해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우리 이제 끝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이제 한 번 더 나 잡으면 경찰에 신고해버릴 거야 알았어?"




그 말을 들은 나는 누나가 나에게 화를 내고 때렸단 사실과 더는 붙잡을 수 없다는 좌절감에 그 자리에서 울었고, 그 상황을 본 누나는 나를 떠났다.



지금은 초여름에 구름 한 점 없어 햇빛이 강하게 내리비치어 누구나 덥다고 느끼겠지만, 나에겐 그 햇빛이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졌다.




****




그 후 후붕이는 삶에 희망이 없는 듯 폐인처럼 살기 시작했다.



사실 그는 많이 몰려있었다. 부모도 중3 때 사고로 돌아가시고 남은 가족이란 건 그저 부모의 재산을 노리는 사람뿐이었고 그 결과 후붕이에게 돌아오는 돈은 거의 없었다.



공무원 시험의 부담감과 부족한 돈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만 후순이가 있어서 견뎌냈다. 하지만 이제는 후붕이를 받쳐주던 후순이라는 기둥이 없어졌으니 후붕이는 무너져 내려버렸다.



후붕이의 하루는 그저 일어나고 술 마시고 후순이와 헤어지며 피게 된 담배를 피우며 또다시 술 마시고 잠드는 행동을 반복했다.



그 결과, 후붕이는 극심한 우울증을 겪게 되고.



한때는 자살할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예전에 후순이가 그에게 죽지 말라고 했던 소리를 떠올려 금방 그만두었다.



"하 씨발..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라는 이중적인 말을 하면서 말이다.



예전부터 후붕이와 친했던 후돌이는 후붕이가 이대로면 정말 잘못 될 것 같아 병원비와 약값은 내가 낼 테니 병원을 가라고 하였고, 후붕이는 그 말을 듣고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왔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약 먹고 수면제 먹고 다시 자는 일상이 반복되는 어느 날.



그는 책상에 자기가 공부했던 책을 보았고, 무언가에 이끌린 듯 공부를 하면서 그는 깨달았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고, 매일매일 자기를 괴롭히는 후순이 생각도 안 나고 그저 공부만 생각난다고.



그 후로 후붕이는 공부만 미친듯이 했다. 후순이를 떠올리지 않기 위해서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 잠자는 시간 빼고 모두 공부에 투자했다.



그 결과 그는 공무원에 합격했다.



후붕이가 공무원에 합격한 지 2년 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 그는 이제 약을 먹지 않았다. 취미생활을 즐겼으며 지갑 사정도 널찍해졌으며 2년 전 우울증을 앓았던 후붕이와는 다르게 그의 정신 상태와 몸 상태는 건강해졌다.



하지만 그가 하지 않는 게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연애였다.



후순이와 헤어진 것이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아직도 트라우마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 후순이가 꿈속에 나왔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그의 마음은 고요했고 아무 문제도 없었다.



어느 날, 그가 살고 있는 집에 벨이 울렸다.




"누구세요?"




하지만 아무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이상함을 느낀 후붕이는 다시 한번 불렀다.




"누구세요? 누구 있나요?"




또 아무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후붕이는 답답한 마음에 문을 열었고, 그 앞에는 예상치도 못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후순이었다.



그녀는 2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퀭한 눈에 다크서클이 진하게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를 해 이전에는 없던 퇴폐미가 물씬 풍겼다.




"후, 후붕아... 오랜만이네 헤헤..."




그리고 그의 고요했던 마음에는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



후순이는 후붕이와 다른남자를 비교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거지 다른남자에게 마음을 품거나 바람 피운건 아님


참고로 전 ntr 안좋아해요. 쓰면서도 내상입어서 못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