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뭐야?"



후붕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어투로 후희에게 물었다.



"쟤내... 후붕이 너 한테 누명 씌운 애들이잖아.... 그래서 내가 잡아왔어...."



후희가 후붕의 팔에 꼭 매달린 채로 말했다.



"잘했어....? 나 잘했어 후붕아....? 내가 쟤내 잡아왔어.... 나 잘했지....?"



후붕의 팔에 매달린 후희가 후붕을 내려다 보며 칭찬을 요하는 듯 계속하여 되묻는다.


후붕은 가만히 서서 드럼통 안에 들어가 있는 세 명의 소년을 바라본다.


계속하여 멍하니 서있는 후붕을 보던 후희가 입을 열었다.



"깨워, 다."



후희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검은 정장의 남성들이 세 명의 얼굴에 물을 퍼붓는다.



"어푸, 크허! 크헉!"



"켁! 케헥!"



요상한 소리를 내며 세 명이 모두 정신을 차린다.



"뭐야.... 여긴....?"



"어....?"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확인하더니 세 명 모두 새파랗게 질린다.


이내 자신들 눈 앞에 서있는 한 쌍의 남녀를 향해 소리친다. 눈치가 빠른 소년들이다.



"사, 살려줘! 후붕아! 이후붕! 미, 미안해! 죽을 죄를 지었어! 다신 안 그럴게!"



"우, 우리가 잘못했어 후붕아! 제발... 목숨만은....!"



쓰레기들의 말로가 꽤나 귀에 듣기 좋지 않은 듯, 후희는 인상을 쓰며 한쪽 귀를 막았다.



"후붕아, 저것들 어떡할까? 네가 정해줘 후붕아. 너가 하라는 대로 다 할게...."



이제껏 한 마디도 꺼내지 않고 멍하니 서있기만 하던 후붕이, 후희의 질문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이거.... 네가 한 짓이야? 후희야....?"



"어...? 어...! 으, 응. 내가 했어. 내가 했어 후붕아. 내가 쟤내들 다 잡아온거야. 잘했어? 나 잘했어?"



겨우 듣게 된 후붕의 대답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후희가 그의 말을 물고 늘어진다.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후붕의 얼굴엔 점점 은은한 미소가 감돌기 시작한다.


그와 반대로 후희는 점점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후희야."



"으, 응! 후붕아...."



후붕이 조심스레 후희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넘긴다.



"난 네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말야, 네가 나쁜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람한텐 하지 말아야 할 짓과 해야 할 짓이 있잖아...."



"그래도, 넌 내 친군데...."



"친구가 이런 짓을 하는 건 나도 원치 않을 것 같아...."



"어....? 후붕아.....?"



무언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낀 후희가 후붕을 쳐다본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기도 하고...."



"이런 짓을 해봤자, 내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그래....."



그의 마지막 말 뒤에 이어진 후붕의 표정엔, 명확히 불편함이 녹아들어 있었다.



날 좀 내버려 둬.


이런 일에 내가 더이상 엮이게 하지마.


어차피 지나간 일인데, 이래 봤자 내 발목이 돌아와? 내 감정이 치료돼? 내가 받은 고통이 사라져?


제발,


오바 좀 떨지마.



후희의 귀엔 그러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후붕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했듯,


적어도 후희의 가슴엔 그러한 후붕의 말이 바늘이 되어 꽂히게 되었다.




"음.... 이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그래도 되지? 후희야?"




후붕이 후희를 바라보며 악의없는 질문을 건냈지만,


지금의 후희에겐 그 말 조차, 더이상 자신을 이런 일로 부르지 말아달란 후붕의 말이 들렸다.




".....응......"




후희는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후붕이 자기 집안의 요원들에게 부축받으며 공장을 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후희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아가씨."



보디가드가 자신을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으리라.


후희는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부러트린건, 후붕의 발목 뿐 만이 아니라, 그의 마음 그 자체 였음을.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집안의 자본을 투자하더라도 절대 고칠 수 없는 상처라는 것을.




"헤, 헤헤.... 히...."




후희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나지막히 자조적인 조소를 흘렸다.


보디가드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선 후희는, 여전히 벌벌 떨고 있는 세 남학생 앞으로 다가갔다.




"있잖아.... 내가 말이야.... 너흴 잡아오면.... 후붕이가 날 용서해줄줄 알았다...?"



"근데 말이야... 아니더라고...."



"내가... 내가 말이야...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후붕이를 고칠 수 없다는 걸... 알겠더라고...."




후희가 남학생중 한 명을 머리채를 붙잡았다.




"...윽!"



"응... 그래도...."



"후붕이가... 후붕이가 원한다면...."




후희가 붙잡은 남학생의 머리채를 드럼통에 강하게 내리쳤다.




-쿵!



"아아악!! 아아...."



"너희 탓이지....?"



"응... 분명 너희 탓이야...."



"후, 후붕이는 날 걱정해줬어.... 내 탓이 아니라고 생각할거야...."



"그래, 모두 다 너희 탓이야."



부드럽던 후희의 목소리가 서리가 진 듯 차갑고 날카롭게 변해갔다.



"모두 너희가 잘못한 거야."



후희가 남학생들을 뒤로 한 채 공장 밖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쟤내, 사지 다 잘라서 중국으로 보내버려요. 장기매매든, 인신매매든. 고약한 취미를 가진 부자한테든."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이진 말고, 계속 살아있게만 하세요."



후희의 말이 떨어지자, 세 명의 표정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남성들의 악에 받친 비명소리를 등에 건 채, 후희는 공장 앞에 주차된 차에 올라탔다.


후희는 휘엉청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녀만의 감상에 젖었다.



'헤헤... 후붕아....'



'나... 나 정말 기뻐... 이렇게 되도 넌 날 걱정해 주는구나....'



'응... 나도, 나도 후붕이 네 호의에 꼭 보답할게....'



'응, 평생. 평생 옆에 있을거야....'



'사랑해.... 사랑해 후붕아....'








***








오빠가 최근 좀 변했다.


내가 손수 차려준 밥도 나와서 잘 먹어주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생활패턴에서 나와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나야 오빠가 점점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는 듯 하여, 정말 기쁘지만.


어쩐지 갑자기 사람이 바뀌면 별로 좋지 않은 징조가 될 수 있단 말이 떠올라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빠는 내 말에 대답도 해줬어.


응, 이거봐. 지금도 소파에서 내 옆에 앉아 있는걸.


내가 옆으로 다가가도 싫어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아.


헤헤, 오빠 옆에 앉는거.....


응, 이렇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면 되는거야.


이, 이렇게 조금씩 회복되다 보면. 언젠가 오빠의 미소도 되찾을수 있을거야....


미안해 오빠... 그리고 사랑해.....


내가 조금 더 노력할게... 응....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나아지자.....?






***






"하, 학교...?"



"응."



식사를 하던 후순이 입으로 가져가던 수저를 다시 내려놓는다.


곧이어 후붕을 향해 몸을 굽혔다.



"저, 정말이야? 정말이야 오빠?"



"응. 정말이야."



"꽤 오랫동안 쉬기도 했고.... 퇴학처리도 취소 됐다고 하니까...."



후순이 서둘러 후붕의 자리로 다가와 그를 끌어안았다.



"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우리 오빠...!"



"하, 하지만 오빠... 무리할 필요는 없는데... 아직 많이 아프면, 그대로 집에만 있어도 좋아.... 굳이 무리해서 학교에 갈 필요는...."



가만히 후순에게 안긴 후붕이 대답했다.



"그래도, 집에만 있는건 좀 그렇잖아. 학교에도 다시 나가보려고. 졸업은 해야 하기도 하고."



"응.... 오빠.... 오빠가 그렇게 원한다면....."





***





이제 많이 추워진 연초.


곧 있으면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다는 기대감에 많은 학생들이 설렘으로 가득한 채 학교에 등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눈길을 끄는 한 사내.


후붕은 그동안 꽤나 회복이 된 덕에, 목발 없이도 어느정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 그의 곁엔 후붕보다 큰 키의 소녀가 딱 달라붙어 있었다.



"너무 신경 써주지 않아도 돼."



"아니야, 괜찮아 오빠... 오빠 아직 혼자 걷기엔 덜 나아졌잖아... 내가 이렇게 등교마다 부축해줄게...."



학생들의 수군거림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하여 학교를 향해 걷던 두 남녀 뒤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후붕아!"



그들의 뒤에 서있던 사람은, 후진.


후진은 방금까지 달렸는지 숨을 거칠게 내쉬고 있었다.



"다, 다시 학교에 온다는 얘기는 들었어...."



후진이 조심히 후붕을 향해 다가간다.



"안녕, 후진아."



후붕의 입장에선 아무 생각없는 인사일지라도, 받는 후진의 마음은 크게 흔들리기에 충분했다.



"응.... 안녕....."




'후, 후붕이가. 후붕이가 다시 학교에 왔어....!'



'이, 이제 날 용서해 주는 건가? 인사도 건네줬어....!'



'이제 후붕이랑, 후붕이랑 더 오랫동안 같이 있을 수 있어어....'



'아아...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더, 더 노력할게요.....'




뒤틀린 사랑으로 가득 찬 소녀의 마음이 마구 울부짖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이 그것을 들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유일하게 한 명을 제외하고.


후순이 후붕의 옆에 딱 붙은 채 차가운 눈초리로 후진을 쏘아보고 있었다.



"가, 같이 등교하지 않을래, 후붕아.... 예전처럼, 응, 예전처럼....."



후붕은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거기에 또다시 반응한 소녀가 기쁜 표정을 지은 채 후붕의 옆으로 찰싹 달라붙었다.


양 옆에 후순과 후진이 붙어, 키가 작은 후붕은 마치 자신의 누나들과 함께 등교를 하는 남동생처럼 보이게 되었다.



"헤헤....."



후붕과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소녀는 웃었지만, 


후붕과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다른 소녀의 표정은 점점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후붕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황홀감을 느끼는 후진은 자신을 죽일 듯한 시선으로 노려보는 후순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딘가 어색한 세 명의 조합이 학교에 도착했다.






***







다시 등교하는 파트 끝나면 굵직한 사건이 하나 있을 듯 한데, 그 사건 끝나면 아마 완결일 듯.


엔딩을 어떻게 내야 잘 냈다고 소문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