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scpfoundation/54469105?p=1


이 글 보고 그냥 주저리주저리 써봄. 내 경험바탕으로 끄적인거라 타령이랑 오류가 좀 많을거임. 


SCP든 일반 창작글이든 내가 느끼기에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처음에는 스퍼트를 상당히 받고 시작한다는거임. 당연히 그럴수밖에 없는게 창작까지 온 상황이면 이미 해당 장르에 대한 뽕을 MAX까지 찍고 왔다는 뜻이거든. 뽕으로 스퍼트찍고 시작하는건 단순히 아 그냥 써볼까?와는 차원이 다른 추진력으로 글을 쓸수가 있음.


이제 여기서 갈리는 데 재단기준으로 말하자면 초장부터 마이너스받고 삭제되면 차라리 그냥 음, 글에 재능이 없었나보네하면서 아예 포기하거나 좀 더 가다듬어서 뽕차오를때까지 기다릴수가 있음. 근데 초장부터 살아남거나 좋은평가를 받게되면 자기 스스로가 착각을 하게 됨. '아, 내가  아예 재능이 없던건 아니구나', '좀 더 써보자'하면서 더 달리는거지. 근데 이 달리면서 그 뽕이 빠진다? 뽕이 빠지면 자연스레 스퍼트도 써온 추진력도 점차 낮아지는데 본인은 그걸 자각을 못함. 그러다가 어느순간이 오는데 나는 그 순간이 내가 쓴 글이 진짜 딱 생존에 걸친 순간이었음. 


아. 내가 글을 잘쓰는게 아니었구나. 그 생각드는 순간에 드디어 내 안에 있던 추진력이 거의 바닥이라는걸 눈치채게됨. 내가 쓰고싶어서 글을 쓰는게 아니라 그냥 반응을 보고싶어서 반동적으로 써왔던거구나. 그때부터 이제 갈림길에 서는거지.


재단 작가들이 말하는 '한동안 머리 식히고 오라'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 뽕이 좀 빠지면 단점이 하나둘씩 보여서 수정이 가능하다지만 갈림길에 막 들어선 순간에는 현타만 ㅈㄴ쎄게 머리를 두들기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글을 보게되면 장점이고 나발이고 쥐뿔도 안들어오거든. 걍 이 글 자체를 날려버리고 다 때려치고싶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 그래서 잠깐이라도 손을 떼라는 이유가 그거임. 계속 매달려봤자 그나마 남아있던 추진력 자체마저 개작살나버리거든.


여기서 그래도 추진력 얻고 계속 쓰는 작가들은 살아남고 기억에 남는 글들 쓰더라. 그렇게 작가들이 늘어나고 글도 늘어나는거겠지.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재단에서 그렇게 한번 갈림길에 서서 그 자리에 눌러앉아버렸고, 잠시 눈 돌렸던 창작 소설에서도 내가 진짜 혼신을 담아 썼던 주제와 소재를 '이거 언제써주시는건가요ㅎㅎ' 당해버려서 또 갈림길에 서버렸음. 저 말은 애초에 내 글을 안읽었다는 뜻이잖아. 2연벙 당하니까 이제는 진짜 글이고 뭐고 다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만들더라 응. 여기 챈 사람들은 그런거 겪지마라. 진짜 기분 더러운걸 넘어서 내가 뭘 해온거지라는 생각밖에 안들더라.


3줄 요약

1. 막 창작을 시작할때는 뽕이란게 가득찬 상태에서 쓰니 다쓰고난 직후에 봐도 단점은 안보임. 그러니 뽕좀 가라앉히고 다시 봐라.

2. 근데 뽕 자체가 아예 죽어버린 상태에서 글을 다시보면 진짜 글 폭파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

3. 이럴때는 하루이틀이 아니라 아예 손을 떼고 한동안 샌드박스에 들어가지 마라. 어차피 폭파쑈밖에 생각 안드니까.


요근래 계속 징징댔는데 미안하다. 그냥 요즘 현생에 여러가지 겹쳐서 징징거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