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로코스터, VR 기계, 뭐 기타등등. 없는게 없다만.."


솔직히 좀 으스스한데.

나는 작게 돋아나는 소름에 팔을 싹싹 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긴팔을 입고있었음에도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이다.


"어후.. 여긴 뭐가 이렇게 추운것 같지..?"


괜히 시답잖은 혼잣말이나 하고 팔이나 싹싹 쓸며 시간이나 때우고 있으려니 갑작스레 귓가로 쿵-! 하고 큰 북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움찔 하려니, 이내 경쾌한 트럼롤, 트럼펫이 만들어내는 팡파르가 들린다.


앞쪽에선, 긴 콧수염이 인상적인 사내가 보라색 정장을 입고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며 뭐라뭐라 하고있는것이 보인다.

조명이 역광으로 비추고 있어 그 인상적인 콧수염 외에는 어느 것 하나도 알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가 뭐라고 하든, 어떻게 생겼든 그 사실에 큰 관심이 가지 않았다.

나는 여기에 놀러온것이 아니라 일을 하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


"놀이기구 하나당 오백만원이라고 했지..?"


나는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되새김질하며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커다란 문 뒤의 놀이기구들을 바라보았다.


살짝 열린 입구에서 보이는 놀이기구 만으로도 벌써 수십가지가 넘어갔다.

내가 저것들을 전부 다 탈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저 수십가지 기구 중에 스무개만 타도..


"1억.."


나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1억. 자그마치 1억이다.

누군가에겐 적은 돈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그 돈이 먹고 잘 돈도 아껴서 꼬박 5년을 개처럼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솔직히 꺼림직하기 그지 없는 양복을 입은 중절모 사내가 갑자기 우리집 현관문을 두드렸을 때 만해도 나는 내가 이곳에 오게 될 것이라곤 상상치도 못했다.


그의 제안을 수락한 배경에는 이 돈의 커다란 유혹이 있었다는 사실이 거짓이라곤 말 못하겠다.

그 사실을 천천히 떠올리자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놀이기구 스무가지만 타도 1억이라니.

대체 어떤 졸부가 내게 이런 제안을 한 것인지는 몰라도 나는 꼭 그 뽕을 끝까지 빨아먹을것이다.


"후우.. 진정하자 진정."


나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두 뺨을 착착 쳤다.

그러자 빠르게 뛰던 심장이 살짝은 진정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혹시 나 말고도 나랑 비슷한 이유에서 이곳에 온 사람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주변은 둘러보았으나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가 돈에 의한 기대감이 아닌 놀이기구에 대한 기대감으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옷도 좀 빈티지한게 다들 돈도 많아보였다.

나는 그 사실에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칫.. 거지는 나 뿐이라 이거지?"


한가득 느껴지는 빈부격차에 분노하기도 잠시, 곧 앞에서 뭐라뭐라 떠들던 콧수염 정장의 연설이 끝나고 문이 완전히 개방되며 놀이공원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표를 받는 티켓터나 입구를 막는 경호원도 없는게,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애초에 초대를 받은 사람 뿐인 것 같았다.

뭐, 그 덕에 혹시 티켓이 필요한가 싶어 걱정하던 내 마음은 참 쓸모없게 되어버렸지만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는가.


약간 슬픈 마음을 달래며 사람들의 입장을 기다리는데, 눈앞에 사람이 한가득인 탓에 그냥 멍하니 기다리면 늦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분 20분 차이로 놀이기구 하나를 더 타냐 마냐가 결정되는만큼, 나는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이 오백만원이라는 생각이 들어 위기감이 몰려왔다.


그렇기에 나는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 새치기 아닌 새치기를 시작했다.

내가 지나갈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은 있어도, 다행히 막는 사람은 없었다.


새치기를 했음에도 약 3분의 시간이 소요되고나서야 나는 커다란 보라색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앞뒤도 재지않고, 입구 바로 옆에 있는 놀이기구의 설명을 대강 읽고 입구로 뛰어들었다.


[평범한 방 탈출 카페는 이제 가라! 진짜 현실 같은 방 탈출 카페! 마치 트루먼 쇼와 같은 방 탈출 카페!


                                          'The Real True(더 리얼 트루)'

개요:

이 방 탈출 카페는 정말 현실같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여러분은 이 카페 안에서 여러가지 사람, 건물, 동식물을 보게 될 것이고 혹, 그들의 죽음을 목격 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죽음 또한 미리 짜여진 대본의 한 장면이며 그들이 실제로 죽는것은 아닙니다.


이 방탈출 카페는 마치 영화 '트루먼 쇼' 처럼 공간 어딘가에 탈출 할 수 있는 문이있으며 여러분들은 그곳을 찾아 그 문으로 탈출하시면 됩니다.


이 공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여러분이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 상관 없습니다.

마치 게임 'GTA' 처럼 사람들을 마구 치고다녀도 되고, 노련한 수사관에게 의뢰하여 문이 있을법한 위치를 찾아내어도 상관 없습니다!


덤으로 1등으로 탈출한 분에게는 소정의 상품 또한 준비되어 있으니, 아무쪼록 재미있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서비스: 

이 공간 내에서는 실재 현실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호텔, 음식점, 체험부스, 여관, 휴양지, 기타등등! 없는것 빼고는 모든것이 준비되어있죠!

대신, 소정의 돈은 필요하겠죠?



탑승 조건: 

어른, 아이, 노인 할것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어트랙션입니다!


단, 아래의 조건을 가지신 분께선 아쉽게도 이 기구를 즐기실 수 없습니다.


• 리플리 증후군(공상허언증)을 앓고 계신 분.


• 편집증, 혹은 망상장애를 앓고 계신 분.

마약성 약물, 혹은 항정신성 약물을 복용하고 계신 분.


• 이 세상은 모두 거짓이고, 내 환상이라고 믿고 계신 분.


초감각, 혹은 이와 비견될 정도의 변칙성을 가지고 계신 분.



주의사항:
• 만약 어느순간부터 이 방탈출 카페가 진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이상한게 아닙니다.

• 길을 걷다가 우연히 푸른색 정장에 웃고 있는 표정의 하얀 가면을 쓴 광대를 만난다면, 말을 걸지도 아는척 하지도 건드리지도 마십시오. 만약 이를 어겼다가 얻게되는 불이익은 당 사에서 배상하지 않습니다.

• 이 카페에서 탈출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도, 저희 측 직원 옷을 입고있는 사람을 찾아가지 마십시오. 저희는 그런 배우를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 만약 당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즉시 그 자리를 벗어나십시오. 그것은 배우가 아닙니다.

• 입구로 진입하였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통로에 서 있는것 같다면, 침착하십시오. 저희가 준비한 긴급 탈출 장치가 오른편에 준비되어 있을겁니다. 설령 그것이 붉은빛으로 마구 점멸하고 매우 위험해 보이더라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절대로 '자폭'하지 않습니다.

• 붉은 색 문을 허공에서 발견했다면, 절대로 그 문을 열고 들어가지 마십시오. 그것은 출구가 아니라 입구입니다.

• 만약 방에 불이 모두 켜져있는데 거실에서 무언가의 그림자가 보인다면, 즉시 방문을 닫고 방의 불을 모두 끄십시오. 그것은 불빛을 쫓습니다.


면책조항:

° 이 방탈출 카페를 탈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본 사는 배상하지 않습니다.

° 만약 배우가 실제로 죽었다고 생각되더라도 본 사는 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위 경고사항을 어겨서 얻게되는 불이익에 대해 본 사는 면책하지 않습니다.


리뷰: 

•  라플리 : 문..문은 어디있는거야?(1/5)

•  아침을여는 : 여기가 어디야..? 난..난 그저 붉은색 문으로..!(1/5)

•  원터스타인 : 어떻게 된 일이죠? 자폭하지 않는다면서요. 덕분에 제 오른손이 날아갔네요.(1/5)

관리자 : 죄송합니다. 저희측에서 착오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즉시 배상해드리겠습니다.]

내가 입구로 뛰어든 이후 앞이 캄캄해 보이지 않는 검은 길을 꽤나 오랬동안 걸었더니, 곧 길이 끝나고 뻥 뚫인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가짜라고?"


나는 그 풍경에 놀라기도 잠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분명 이 공간은 실내일터이니 계속 한 방향으로 걷다보면 벽이 나올것이라는 생각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벽을 찾으면 그 벽을 기점으로 방을 한바퀴 돌아볼 생각이었다.

탈출구가 바닥이나 하늘에 있는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깨어진것은, 이틀째 한방향으로 걸었을 때였다.


"문..문은 어디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