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선생님께 이 말씀을 드린지 몇개월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저에게 차도는 없군요... 아, 선생님을 탓하려 드리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오해하지마세요. 그저 저는 이제 더 이상 버틸 여력도 없으니 포기하려고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 뿐입니다. 그래도 선생님께는 오랫동안 신세도 졌으니 인사도 할 겸, 마지막으로 푸념이나 몇 마디 하려고 들렀습니다.

아, 아닙니다 선생님 그렇게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선생님은 제가 힘들때 유일한 빛이 되어주셨습니다. 자책하거나 괴로워 하지마세요. 그것들이 말을 건 이후로 제 말을 이렇게 진지하게 믿어주시고 들어주시는건 오직 선생님 뿐입니다. 그러고보니 몇 일 전에 선생님과 마지막 상담일줄 모르고 했던 상담에서 제가 했던 말 기억 하고 계십니까? 예, 아내가 실종되었다고 아 예 맞습니다. 실종이요. 그땐 단순가출일지도 모른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그럴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경찰들의 의견은 선생님과 많이 다르더군요. 가출징후가 파악되지도 않았고 아무 이유없이, 그것도 핸드폰이나 지갑을 두고 갑자기 증발하듯 사라질리가 없다고요.

아, 감사합니다 목이 마르던 참이었습니다. 근데 선생님 그거 아십니까? 선생님이 추천 해 주셨던 그 병원에 엊그제 가봤었는데, 글쎄 제가 정신병에 걸렸다지 뭡니까! 약을 처방 해준다기에 됐다고 소리지르고 나왔습니다. 동생이 저를 뜯어 말리기는 했지만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간 제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선생님은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차라리 정신병이라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약먹고 낫는 거라면 진작 먹었겠죠. 


아, 아무튼 어디까지 얘기했었죠? 제 아내 실종... 아, 사실 그건 실종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저한테 아내가 없다더군요 그게 대체 무슨 망발일까요? 제가 아내가 없다뇨? 가족없이 자란 내가 불쌍하다며 제 손을 꼭 잡아주시던 장인어른과 장모님 얼굴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한데요. 비록 간소하게 했지만 결혼식도 올렸는데, 지금도 그 때 결혼식 사진이 그녀와 저의 방에 걸려있는데 아내가 없다니요...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차근차근 설명해 봤지만 제 말은 듣는둥 마는둥 하면서 외면하더군요.
결국 제가 믿을건 선생님 밖에 없나봅니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부모님이 저희집에 오셨습니다. 저를 보고 한숨을 푹푹 쉬시더니 아무말 없이 나가버리시더군요. 아마 경찰에서 연락한게 아니겠습니까? 예? 왜라뇨 당연히 제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연락한 거겠죠. 하여튼 부모님께 연락을 하는 그 경찰관도 문제지만 저희 부모님도 그렇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믿어주지도 않고 왜 그 사람말 만 믿는걸까요. 부모님마저 저를 무시하는 걸까요?왜 세상은 항상 저한테 이런 시련만 내려주시는 걸까요. 늘 행복하기만을 바란 것도 아니고 평범하게 살다가 그저 단 몇 순간만 행복해도 충분했는데...


선생님? 듣고 계십니까? 왜 그런 눈으로 보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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