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Q. 웹소설을 어떻게 분석하나요?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안녕하세요. 정룡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웹소설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설명을 드리기 앞서 먼저 드리고 싶은 말이 있는데

웹소설 잘 쓰는 법을 너무 공부로만 접근하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웹툰 작가를 예로 들어보면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 해부학을 파고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완벽한 인체를 그리겠다며 몇 날 며칠을 해부학만 붙잡는 사람이 있죠.

비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프로 작가들은 말합니다.

그림 그리다가 부족한 부위가 생기면 그때 그 파트만 찾아보라고요.

연재 하다가 어깨가 잘 안 그려지면 해부학 책에서 어깨 파트만 찾아서 연습하라는 겁니다.

그럼 궁금했던 거니까 집중이 더 잘 되고 흥미를 가지고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연재도 하지 않으면서 실력을 쌓겠다고 해부학 전체 파트를 공부하면 몇 년이 걸려도 프로 작가가 되기 힘들죠.

왜냐면 10년 20년 넘게 프로 작가로 계신 분들도 해부학을 완벽히 모르며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계속 찾아서 공부하고 있다고 하니까요.

 

웹소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냥 내가 쓰면 즐거운 소설을 의식의 흐름대로 썼고

쓰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따로 공부한 겁니다.

 

저번 포스팅에서 말했듯 저는 소설을 2개 완결 내고도 시점 변화하는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꼈고

그 부족한 부분을 발전 시키고 싶어서 인기 작품을 분석했습니다.

 

시점 변화를 어떻게 공부했느냐고요?

저는 당시에 가장 재밌게 읽었던 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을 기준으로 잡고 분석했습니다.

분석한 시간이라고 해도 2~3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메모장에 스토리를 요약하며 시점 변화하는 부분을 체크하고 그 의도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미 수차례 읽었던 소설이었기에 짧은 시간에 요약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그냥 메모장을 켜 놓고 스토리 요약 *(시점 변화 지점)* 스토리요약 이렇게 적으며 작가가 왜 이 시점에서 시점 변화를 줬는지 의도를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1. 1권은 시점 변화를 최소화하며 주인공에 집중한다.

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은 아직 이 소설의 세계관이나 주인공을 잘 모르며 애착이 없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주인공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사람의 시점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장소가 옮겨질 때만 시점 변화를 줍니다.

2. 2권부터 슬슬 시점 변화를 늘린다.

1권에서 세계관을 이해시켜주고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애착이 생기게 만든 다음에

2권부터 슬슬 다른 사람의 시점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근데 나 혼자만 레벨업은 여타 소설과 조금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다른 소설의 경우 A시점에서 A에 대해 보여주고 시점 변화를 줘서 B시점에서 B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보통이었다면 '나 혼자만 레벨업'의 경우 주인공A에 대해 보여주고 시점 변화를 줘서 B에 대해 보여주는데 이 B에 대한 시점이 A를 띄어주기 위한 용도로만 거의 쓰인 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주인공A가 던전을 마구 클리어 합니다.

근데 동료 1명(진우)가 있다지만 주인공 혼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오오옷! 주인공A 너 대단해!" 이런 장면을 넣기가 어렵습니다. 동료인 진우가 해주긴 해주는데 혼자 해주기 때문에 독자에게 사이다가 약하죠.

그때 B시점(백호길드 제2관리과 과장 안상민)을 넣어서 "누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던전을 돌파하는 거야! 우리가 갈 던전이 없잖아!"라면서 주인공에 대한 대단함을 보여주는 거죠.

 

3. 싸울 적을 미리 보여줘서 기대감을 준다.

이건 웹연갤에서 목마 작가님도 말하셨던 부분인데

주인공이 맞닥뜨릴 강력한 적을 미리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기대감을 품도록 해주는 겁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 주인공은 던저 내부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자(황동석)을 죽였는데

그 사람은 알고보니 미국의 S급 헌터의 친 형이었죠.

S급 헌터는 당장 주인공을 죽이러 가려고 하지만, 당장 벌여 놓은 일이 있기에

그 일만 정리되면 한국으로 가서 주인공을 죽여버리겠다고 합니다.

당시에 주인공은 이제 막 레벨업을 시작한 시점이었기에 독자는 이에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한 편으로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강력해진 주인공이 S급 헌터와 싸우게 되는 장면을 기대하게 됩니다.

 

4. 적을 미리 보여줘야 하는 이유

공주를 납치한 마왕을 용사가 쓰러트리러 가는 소설이 있다고 칩시다.

고생 끝에 마왕성에 도착한 용사와 동료들이 마왕을 만납니다.

이때 독자들은 처음 본 마왕에서 아무런 애착도 없습니다.

그냥 마왕이라고 하니까 엄청 강하겠구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네.

딱 이 정도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이제 막 용사가 되어서 수련하는 장면부터 시점 변화를 줘서 마왕을 보여주면 어떻게 될까요?

마왕이 공주 호위 병사들을 지하 감옥에서 인체 실험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마왕의 잔혹함을 보여주고

끊임없이 수련하며 자신의 능력을 발전 시키고

군대를 훈련시켜서 전략 전술을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독자로 하여금 용사가 과연 저 마왕을 이길 수 있을까? 너무 강한데? 라는 생각을 품게 만들며 기대감을 주겠죠.

용사가 레벨업하고 성검을 얻었는데 마왕도 수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마검을 얻는다면

마치 50전 50승 0패의 복싱 선수와 55전 55승 0패의 무패 선수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관람객의 기분이 될 수 있는겁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는 제주도에 나타난 개미 에피소드가 그러했죠.

일본과 한국의 S급 헌터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며 그 누구도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은 강력함을 보여줬거든요.

 

5. 스토리 진행이 될 수록 다양해지는 시점 변화

나 혼자만 레벨업은 후반부로 갈 수록 시점이 다양해지는데

이 또한 모두 주인공을 띄어주기 위한 역할입니다.

방송국 기자 시점 "오오! 주인공이 적을 쓰러트렸습니다! 역시!"

헌터 협회장 시점 "훗! 주인공 그럴 줄 알았다고!"

민간인 시점 "제발! 지구를 지켜줘!"

동료들 시점 "역시 주인공!"

...이런 느낌입니다.

제가 쉽게 설명을 드리기 위해 약간 유치하게 적었는데

실제로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뽕'이 차오르는 연출이 계속 됩니다.

강력한 적을 쓰러트리는 주인공을 지켜보고 있으면 기대감이 충족되며 카타르시스가 느껴집니다.

 

6. 다양한 의도를 가지고 시점 변화를 주자

앞서 말한 것처럼 나혼렙에서 주인공을 띄어주기 위한 용도로 시점 변화가 많이 쓰였는데

인기 미국 드라마 '수퍼 네츄럴'에서는 드라마 1편이 시작 될때 매번 악마나 귀신 혹은 괴물이 나타나 일상을 즐기던 인간을 죽이는 장면이 나오고 시점 변화가 일어나며 윈체스터 형제가 뉴스를 통해 사건을 보고 그 마을에 찾아가는 스토리가 전개 됩니다.

미리 목표를 보여주는 것으로

웹소설로 치자면 한 마을에 뱀파이어가 나타나서 일상을 살아가던 마을 사람들을 모두 전염 시키고 뱀파이어가 된 사람들은 낮에는 관에 들어가 자고 밤에는 피를 탐하는 괴물이 되어 버리는 장면을 먼저 보여줍니다.

그리고 시점 변화를 줘서 주인공과 그 동료들이 그 마을에 들어오며 이 마을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사람들은 다 어디간 거야? 농사하러 갔나? 피곤하니까 일단 여관에 쉬다가 여관 주인이 돌아오면 그때 계산하자! 라는 장면을 보여주면 독자들은 이제 곧 해가 저물고 뱀파이어가 나타나서 주인공 일행과 싸움이 벌어지겠구나하고 기대감을 갖게 되는 거죠. 마을에 갔는데 갑자기 뱀파이어가 나타나는 것보다 입체적인 전개가 됩니다.

 

7. 웹소설에는 웹소설에 맞는 연출이 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시점 변화 연출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슬램덩크에서 공을 던지면 과거 회상 장면이 나타나며 과거에 그 선수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어떤 과거가 있는지 보여주며 그 선수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죠.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만화하고 웹툰에 이런 연출이 많이 나오는데

웹소설에서 주인공과 적A와 검을 맞닥뜨렸는데 갑자기 적 A의 과거로 시점 변화가 나오며 적 A가 지금 실력을 갖기 위해 얼만큼 노력했고 어떤 과거가 있는지 보여주면 독자들이 욕을 하겠죠.

하루 1편(5천자) 진행하는데 싸우다 말고 갑자기 회상씬이 나오는 건 웹소설 전개에 맞지 않습니다.

한참 싸우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싸움에 밀리며 빈사 상태가 되었을 때 회상 장면을 넣어주며 가족이나 수련했던 걸 떠올리며 최종 공격을 통해 승리하는 장면이라던가

일상에서 어떤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그 이유에 대해서 회상 면을 보여준다던가 하는 것은 괜찮죠.

전독시에서 이런 시점을 많이 나옵니다.

과거 회상은 캐릭터에 입체감을 부여하기 좋은 방법이죠.

 

8. 트라우마를 가진 캐릭터

트라우마를 가진 캐릭터는 매력적입니다.

그걸 극복하는 장면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죠.

여성향 소설에서는 주로 남주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여주가 그걸 이해하고 치료시켜주며 남주가 여주를 좋아하게 되죠. 

남성향 소설에서는 주로 여주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주인공이 그걸 치료해주며 여주가 남주를 좋아하게 되고요.

주인공 역시 트라우마가 있고 그걸 고생 끝에 극복하며 레벨업하면

독자는 주인공에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육체적인 성장도 좋지만 정신적인 성장 역시 좋은 연출이자 전개입니다.

 

8.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에도 회상 씬을 넣어 사연을 만들어주자.

 

던전에 들어가는 주인공 일행.

시점 변화를 줘서

어떤 왕이 죽자 그 아들이 아버지의 유물을 지키기 위해 최고의 기술자를 시켜 온갖 함정을 설치하고

그 비밀 유지를 위해 기술자까지 죽이는 장면을 넣는다면 단순했던 던전이 갑자기 입체적인 사연을 가진 던전이 되겠죠.

네크로멘서나 흑마법사 리치의 던전에 들어갈 때

그들이 어떤 사연으로 던전을 만들게 됐는지 회상 씬을 통해 보여준다면 더 재미있겠죠.

이처럼 시점 변화를 잘 사용하면 캐릭터, 빌런 뿐만 아니라 배경 역시 입체적이게 됩니다.

 

9. 마지막으로

잘 아는 것처럼 적었지만, 저도 많이 부족합니다.

독학으로 익힌 것이기 때문에 체계적이지 않아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글 쓰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