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배경이 펼쳐지는 파노라마 공황 속 눈을 뜬다

이상한 공간. 소리도 감각도 없이 나의 시야는 서성인다


단지 정신을 차리기 전과 달리 나는

분명 이 공간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별빛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우주와는 사뭇 다르게 칠흑같이 어둡고 바닥이란게 없는 공허의 계

처음엔 불안정했지만 서서히 이 공간에 익숙해지며, 이젠 자신이 눈을 떳는지도 감았는지에 대한 것

그리고 왜 이곳에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 최소한의 의식조차 포기한 나는 겸허히 존재의 일부로서 받아들이고 황홀한 기분을 맞이한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것일까. 무의 공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지루하고 답답하다


이것은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 이제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


기억을 되새긴다


이 때 처음으로 나 자신이 생각한 자의적인 틀 안에 ` 나 자신 ` 을 가두었다

주위는 변하기 시작했고 꿈이 아닌 꿈처럼 내가 생각한대로 존재 , 배경 , 색깔 등등

기본적인 틀이 만들어지고 울타리에 둘러싸여 있는 현실적인 광경에 그제서야 내 의식은 안정되기 시작한다





"야" 


"..?"



어디선가 맴도는 발성. 오랜만에 들려오는 사람 목소리

꿈에서 깨어난 것 일까?


...

..


그대로였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곧 정신을 차리고 그에 따른 반응을 보였다



"..누구?"


"에이 나 몰라? 

나라구 나"




전혀 알 수 없었다.

목소리도 얼굴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으니 모를 수 밖에



"저, 전 당신 목소리 처음 들어보는데..

지금 뭐가 뭔지.."


"그래, 그럼 다행이겠다~ "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다



"뭐라는거야.. 아무튼 어딨어요?

좀 나와줘야 얘기를 할거 아니에요?"


"너가 직접 생각해봐.

나는 너 스스로가 창조해야만 드러날 수 있어"


"..."



답답하지만 일단 진정하고 최대한 사람스럽게 사지달린 형상을 유추한다


내 눈 앞에 뭔가가 나타난다. 눈높이와 비슷한 형체

그것은 분명 사람이 맞지만 얼굴이 없기에 뭔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다



"저기요, 당신은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


"?"


"존댓말은 안 돼.

어차피 앞으로 자주 보게 될거니깐"


"아 저.. 으 응.. 어?"



뭐 될대로 되라지

나도 뭐가 뭔지 모르니



"넌 여기가 어디라 생각해?"


"하하;; 그러니깐 그게 내가 알고 싶은건데.."


"히히~ 그래 그래"



날 놀리는 어투로 대하지만 왠지 대화를 받고 들어주니

계속 나를 압박하던 답답함이 약간 가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내가 쭉 혼자 있었을 당시도

다른 사람이 존재하길 원했기 때문이라는 이치였을까..



"그보다 이름이?.."



좀 더 그 자를 알고 싶다



"...이름?

그런 거 없는데.."


"뭐? 무슨 소리

장난치지 말고"


"너는?"



뭐야 이 새끼는..



"쩝.. 그래 내가 먼저 말하면 너도 말하는거다.

내 이름은..


.........


..?"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 잠깐,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상대는 당황한걸 알았는지 실실 웃기만 한다.

그는 다시금 괴론으로 나에게 답했다



"꼭 갖가지 존재에게 이름을 부여할 이유가 있어야 될까?

어차피 모든 존재는 죽을 예정인데 그 사이 심심하지만 않으면 되는거잖아?

안 그래?"


"..;;

아니 갑자기 뭔 소리야..?"


"아무리 동일선상이라도

너가 원했던 만큼 되도록 행복하게 해주면

그걸로 좋지 않을까?"


"잠깐 그만!"


"?"


"뭔 말인지 모르겠어! 왜 그런 얘길 꺼내는거야?? 언제 나를 만나봤다고?

그리고 말도 안 맞아. 아깐 이름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잖아!"


"..아니 그냥

미리 말하는 차원에서"


"그보다 있잖아. 여기 또 다른 사람은 없어?

왜 너만 있는건데?


어라.. 생각해보니 너 어떻게 여기로 들어왔냐??

여긴 울타리로 둘러싸여져 있는데"


"....."


"어? 이 공간에 어떻게 들어왔냐고??"


"야"


"!?"


"넌 나를 싫어할거면 왜 진작에

나 이외의 다른 존재를 만들지 않았던거지?"


"뭐라고?"



뭔가 이상하다



"너 아까부터 이상한데..

어디 아파?"



점차 사람같지 않아 보이며 불현듯 불안한 느낌이 도사린다

이윽고 나에게 나타나준 존재는 계속 말을 걸어도 반응하지 않고 무시했다




그리고 체감상 일주일이 흘렀다







_1


"...저기 미안했어..

화 좀 풀고 다시 대화해주면 안될까..?"



말을 걸어도 바라보지 않던 그 녀석은

계속 티격대는 말투와 달리 이번엔 진심이라 생각했는지


말을 꺼내주었다



"...넌 나에게 어떤 의미로 사과하는지 알고는 있어?"



아무것도 없던 그의 얼굴엔 회색빛 눈동자가 드리웠다.

문득 그 표정은 조금 우울해보였다.

왠지 상처를 준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아진다.



"사실 널 이해할 생각도 안하고 계속 말대답만 해댓어

좀 더 너의 말을 경청해야 했었는데

정말 미안해.."



그는 잠시 갈등하다

뭔가를 깨닫길 원하는 듯 말을 꺼낸다



"모든 존재는 자신이 진실로 원할 때 그제서야 받아줄 수 있어

너가 말을 끊었어도 다시 나에게 말을 꺼낸 것처럼

그래야지 모든 이의 마음을 열게 할 수 있는거야"


"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와 다시 대화를 해주겠다는 거야?"


" 그런 거겠지 "



끝까지 알 수 없는 소리만 해댄다.

그래도 참고 들어봐야 뭔가 정보를 들을 수 있겠지


그는 나의 눈을 바라보는 듯 했다.

몇 초간의 정적을 깨며 그가 먼저 말을 꺼낸다



" ..내가 너에게 받은 마음을 대가인 셈치고

재밌는걸 알려줄게 "


"...? 뭐를?"


"너가 예전에 말했던

다른 존재를 만드는 방법"


"다른 존재? 다른 사람들 말이야?

직접 만들 수 있는거야?"


"우선 너가 누군지 알아야 차츰차츰 진행할 수가 있겠지"


"그건 나에 대해서 모두 알려달라는 의미야?"


"아니 그거랑은 다르지.

너가 누군지. 너 이외에 누구랑 밀접하게 되어있었는지

세세한 것들을 기억해내야해"


"..나 사실 이 공간이 어딘지도 모르는 자체가 고민거린데 "


"그건 나중에 신경써도 늦지 않아.

..그리고 그거 어차피 기억 안 해도 괜찮을거야"






_2



"...."


"....."


"기억이 안나!!"


"그렇군. 같은 반응"


"응? 나말고 누구 만난적 있었어?"


"...아니 나도 너처럼 비슷한 반응을 했었거든"


"뭐야. 너도 나와 같은 공간으로 들어왔었던거야?

우와.. 내가 처음 만난게 나와 성격이 비슷한 너였다니

이런 우연이.."


"나도 널 만나서 기뻐.

더 이상 혼자 방황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야"



원래부터 회색이 아닌 듯한 썩힌 눈을 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 인가



" 솔직히 방금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 이유로

널 도와주고 싶었던 거였는데. 잠깐 꼬여서 여기까지 와버렸네


미안 "


" 우리 처음치고 꽤 독특하게 만나는데 ㅎ- ;

그리고 꼭 만나고 싶어하는 듯이 말하면서 삐지는건 뭐였어?


아무튼 너도 미안하다 했으니 나도 더 미안 "



" 히히 역시 재밌네. 너는 "



꽤나 머쓱했는지 사이좋게 사과하는 우리들

마치 더욱 친한 친구가 된 것 같다



이렇게 해야 나한테 뭔가 떨어지겠지





_3


"자 그럼 시작해볼까"


"으 응.."


"그럼 몽타주를 그리자"


"뭐 그리자고?"


"ㅇㅇ"


"그렇다고 해도 여긴 종이와 펜이 없잖아??"


"그건 너가 생각하기 나름이지

사람은 기억으로도 잘 안 나겠지만

물건같이 기억하기 쉬운건 만들 수 있을거야"


"그래 알았어

음.. 생각하자 생각하자

끄으으... 생각났다!!"



눈앞에 종이와 펜이 놓여있다



"세상에 짱이다!

이런건 어떻게 알아낸거야?"



"너보다 오래 살았으니 당연한거 아니겠냐"



"그렇긴 하네 ㅎㅎ"


"자 그럼 내가 대충 눈 , 코 , 입 순으로 그려볼테니

너가 얼추 맞는걸로 골라봐"


"알았어"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러네 내가 봐도 그렇네"


"이건 사람 얼굴처럼 생기지 않았잖아 ㅋㅋ"


"그렇다면 너가 생각하는 사람 얼굴이란게 뭔데?"


"...."



기억이 안난다



"하.. 그것조차 기억 못하면 너 가족들은 어떻게 만들래?"


"그게 지금 생각난건데

나한테 가족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겠어"


"뭐? 무슨 소리하는거야?"


"정확히 나한테 가족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분간이 가질 않는거있지


있다쳐도 기억이 안나서 그 사람얼굴이란게 생각이 안나

내 기억 속에 그 사람이란게 있었는지

확실히 존재했었는지 헷갈려서

묘한 기분이 들어"


"..걱정마. 너가 고민하고 있는거

잘 해결될 수 있을거야


그럴거라고 믿어"


"응, 고마워"





지금 생각하니

나에게 이런 친구가 내 공간에 존재하지 않았으면

아니 친구의 공간에 내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러자 다시 새로운 의문점이 생겼다


그렇다는 즉 내가 있기 전엔 쭉 혼자 있었단건데

어떻게 미치지 않고 잘 버틸 수 있었을까..




어느샌가 나는 내가 만든 기억의 조합물로

그 녀석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또 소꿉놀이가 하고 싶다고 보챈다

유치하다 바보스럽다..


하지만, 내 나이가 몇 살인지도 모르기에

차마 거절할 명분이 생각나지 않는다


굳이 거절도 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없을 때의 경우를 생각해보니 이해가 간다


얼마나 괴롭게 기다리고 있었을까?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시점에 말동무를 만났다는 것이

나도 물론이고 미래의 내가 되지 않을거란 사실에

다시금 안도가 된다


그렇기에 나는 되도록이면

기꺼이 상대의 변심을 받아주어야 한다

그게 도리니




체감상 1년이 흘렀다





_4


"이 여편네가 왜 이제 기어들어오는거야?"


"......."


"으앙 아빠 엄마 괴롭히지 마!!"


"......."


"죽여버릴거야!!"


"..야"


"..?

왜?.."


"나.. 너한테 계속 장단 맞추고

웃으며 기분 맞춰주는거..

알고있어?


지금까지 계속 말할려다 참았는데..

진심 이 짓거리 더 이상 못 받아주겠다"


"......"



"이젠 너가 지겨워질려고 해


내가 그토록 원하는 사람들 만드는 방법

그거 좀 알고 싶다고 내가 이렇게 원하고 있는데

넌 그게 안보여?

내가 직접 소리 지르며 말을 해야만 돼?"



"..저기 시간은 많아

그렇게 빨리 알 필요가.."



"난 지금 알고싶다고!!"



".!!..."



"저편에 널려있는 장난감 기억해!?

저거 다 내가 상상을 쥐어쨔서 만든거


근데 너는 니 스스로가 만들 노력도

나에게 단 한번도 보인적이 없잖아!!


......

너 정말 여기 오래 있던거 맞아?"



"아.. 아니 나는 그저

너가 지루해보여서.."



"넌 내 얼굴이 보여?"



"??.."



"난 아무것도 안 보여

팔이랑 다리 그리고 몸뚱아리도

내 상상력으로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


너 모르는거지?"



"....."


"거짓말이었지?"


"......아ㄴ.."


"아니라면 너 옆에 있는 망할 울타리나 좀 없애보라고!!"


"........"



".......


하하 맞구나

하긴..


사람 알고 싶다고 할 때 잘 가르쳐주는가 싶어

좋은 녀석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언제 그랬냐는 둥

딴 소리 지껄이다 뭐다 할 때 알아봤어"


"........"


"지금 말했어야 했는데

내가 처음 만나기 전부터 너는

너의 가족, 친구들, 지인들과 다같이

얘기를 나누고 있어야 됐었어

.........



이 거짓말쟁이"




이번에는 꽤 오랫동안 말이 끊어질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일은 내 쪽에서 사과를 받아야겠어


그렇게 단언하고 뒤를 돌아볼려 하는 순간

그 놈이 먼저 말을 꺼낸다




"...그럼

내가 사람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면


화 풀거야..?"



의외였다

말도 안꺼내고 또 무시할 줄 알았는데



"이제 정말 알려줄 마음이 생긴거냐?"


"...그것만 알려주면 너와 나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거지?"



또 다시 이상한 소리로 말을 흐린다

그 뒤에 이어질 말은 들어주기 귀찮기에

딱 자른다



"아 알았으니깐 알려달라고!

시간 끌지 말고!!"




갑자기 나의 시야를 덮는 그의 손

뿌리칠려 했지만 혹시 모르니 가만히는 있어본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어둠에 섬뜩해지고

이후 귓가 주변엔 굉음이 울리며 깜짝놀라 손으로부터 벗어난다




"자 다 됐다"




정신을 차리고 시야를 움직여본다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주위엔 변한게 없었다



"뭐 뭐야 그대로잖아

장난쳐!!? ...!!"



그 때 시야 아래로 싱싱한 가죽이 보인다


육체가 만들어진것이다


이윽고 투명하던 내 몸도 실체화되며

주변에 느껴지는 세포의 질감이 손으로 만져진다



"내 몸...? 내 몸!!?

몸이 보인다!


내 몸이 보여!!

우와 이제 진짜로 움직이는 것 같아"



"........"



"점프도 돼!!

달릴 수도 있어!"



"........"



"..어, 어이 이봐?"



"........--...-...."




"왜 말이.. 없어?"



"....!!! --이러ㅎ.. --...새로ㅇㄱ..-접하ㄱ.-하면..----ㅇ...----..."


"!!!!!??"



끔찍한 중얼거림을 반복한다

또한 발작을 일으키듯 그의 형상은 혼탁해지고 꿈틀거린다



"야 너 뭐야 왜 그러는데!!??"



그의 반투명한 형상에서

체온이 발산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따뜻함이었지만

내 앞의 광경은 그렇지 않다


주변 배경이 일그러지자

온통 하얀색으로 둘러싸인 계로 변한다





그리고 나의 유일한 말동무도


사라지고 없었다







_5


뭐였을까?


방금 전만 해도 내 눈앞엔 생명이 있었다


이건 신의 장난인 것 일까?



지평선마저 새하얀 세상을 바라보며

정신이 이상해진다


조금이라도 눈 앞의 현실을 알게되면 안될 것 같은 이 불안감 속에

기어코 사실을 부정해본다


....

다시 정신을 차려도

내가 창조한 것, 나의 친구

모두 다 사라지고 없었다


그저 나는 이 알 수 없는 공간에 처음 왔을 때부터

그 녀석이랑 1년간 이야기했던 기억과

변해버린 상황에서 오는 당혹감


그 이외엔 무리였다

내 현 정신으로는 시야에서 보이는 것 말고는

도저히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힘들었다


시간에 잠시 의식을 기댄 후 나의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큼지막한 종이에다 현실에 기억하는 일부를 옮겨적는다


하지만 기억은 끝내 이어지지 못 하였고 알 수 없는 문장요소만 빼곡할 뿐

도저히 이걸로는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이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이곳이 어느 곳인지 생각은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이었다






_6


처음엔 꿈이라 느꼈다


하지만 이리 오랫동안 가는 꿈은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인채로 겨우 생을 유지하는 중이며

도중 나의 뇌가 만든 세상에 갇혀버렸다

그래서 나의 의식은 이곳이 현실이 아님을 자각한 것 아닐까?


하지만 나의 촉각은 단순히 내면이 만든 기억에서 느끼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곳은 기계의 힘을 빌린 나만의 가상현실? 그래,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가지 걸리는게 있다면, 내 스스로가 가상현실에 들어왔단 사실 또한

기억나질 않는다는 점


강제로 타인에 위해 이 공간에 갇힌 것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나를 가두었다면 뭔 이유가 있어야지..

그것조차 없으니 이 가능성으로도 내가 여기 있단 이유로는 만족되지 못 했다


그럼 현실에 뭔 일이 생긴 것인가?


뭔가 피치못할 원인으로 인류의 절멸을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정신으로라도 온전히 유지하려는 목적만을 이루고

그 후 생존한 인류에게 모든걸 맡긴 상황이 아닐까?

그것이 내가 여기서 방황하는 이유일까?


이것이 그나마 가장 나를 합리화할 수 있는 이유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게 아니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이게 나로선 최선의 이유였다



존재의 획일성을, 자신에게 만족할 만한 결말로 상상하면서

나를 이 공간에서 다른 사람, 아니면 후손이 꺼내 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받아들인다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으로,

난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으며 앞으로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단건

자아실현을 충족해줄 가능성이 뒤따라온다는 것이니까


난 나 자신이 만든 논리대로 기다림을 반복할 것이다






체감상 2년이 흘렀다






_7


내가 이 공간에 존재함을 느끼면서 생각났던게

하얀 방안에 사람을 가두게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단 사실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난 사람들에게 실험당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렇담 여긴 그 자체적으로 조종당하는 정신적 공간이고

나는 그들의 가상현실에 이끌리는 마루타가 된 것일까?


나 스스로 나갈 수 있는 방법도

그 자들이 원하는 결과가 도출할 때까지

계속 이곳에 머물러야 되는 것이었을까?



순간 내가 여기 존재하는 새로운 가능성에 의문을 두었다



나는 왜 여기 있어야 하는거지?

도대체 나란 존재는 어떻게 여기로 떨어지게 된거고

마지막으로 나의 몸은 현실의 어디로부터 끝나있었던거지?


아니 에초에 난 인간이 맞긴 한걸까?

어쩌면 난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이었고

나를 스스로 인간이라 세뇌시킨 걸까?



그럼..

내가 만났던...


나에게 유일하게 대화를 해주었던 존재는


뭐였지..?



내 의문이 사실이라면

그 녀석은 나보다 먼저 실험당하고 었었단 뜻인데


왜 주위가 변하면서 사라지고

왜 나의 육체를 보이게 해주고

왜 나하고 놀고 싶어하였고


어째서 나에게


계속 웃어주었던 거지?


대체 그 녀석은..



더 이상 생각하다간 미쳐버릴 것만 같다

아무리 가상이라도 내가 느끼는 이 답답함과 공허함은 상상 이상으로 실제했다


이는 나에게 그것은 '삶이다, 살아있으며 난 죽은게 아니다'

라고 직접 나에게 전해주는 듯 하였다


하지만 분명 난 살아있음을 인지하고 있는데

정작 정신과 육체는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있다


일사불란하게 스쳐가는 기억의 파편을 훑어봐도

내 눈에 보이는 것, 내가 이곳에 오기 전 현실의 기억


내가 이곳이 다른 세계라는걸 자각한 이후

모든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추측하거나 증명할 아무런 단서도 존재하지 않았고

날 마땅히 만족시키질 못 했다





뭔가 잘못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