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宿のせせらぎ探偵黒森 - 執着

1편 - 발단 : https://arca.live/b/writingnovel/267874

2편 - 추리 : https://arca.live/b/writingnovel/269224

3편 - 질주 : https://arca.live/b/writingnovel/272096

4편 - 추격 : https://arca.live/b/writingnovel/275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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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프로듀서. 언제까지 그렇게 무뚝뚝하게만 있을거야?”

“네? 저는 원래 이렇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무뚝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부야 씨가 있어서 흥분됩니다.”

“흐응… 그래? 너한테나 흥분된 것처럼 보이지. 내가 보면 무관심해 보인다고.”

“제가 시부야 씨에게는 무관심해 보입니까?”

“응. 네가 내 프로듀서라면, 조금 더 친근하게 굴어야 하는 거 아니야? 치하야네 프로듀서처럼?”

“그렇습니까... 노력하겠습니다.”

“또 그 소리야. 저기, 혹시 나한테 원하는 것이라도 있어? 내가 뭘 해줘야 네가 얼굴을 풀을 건데?”

“제가 원하는 것... 시부야 씨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 자! 여기 봐! 환하게 웃었어! 이게 내 미소야! 어때? 좋아?”

“네. 시부야 씨의 환한 얼굴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너도 참! 시부야 씨가 뭐야! 린! 그냥 린이라고 불러! 말도 풀고!”







“시부야 씨…”

“이 비행기는 약 10분 후 오사카 칸사이 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현재시간은 20시 20분, 오사카시의 지상 기온은 27도이며, 천둥번개를 동원한 폭우가 내리고 있습니다. 일본항공 2506편을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5년 8월 4일 오후 8시. 오사카. 비행기의 창문 밖으로는 엄청난 양의 비가 천둥번개와 함께 내리고 있다. 타케우치의 어둠이 자욱한 마음을 대변하듯 비바람과 구름에 가려져 어둠이 자욱한 세토내해, 그리고 왼손에 잡은 린의 사진을 착잡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타케우치는 두려움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손에 잡은 그녀의 사진을 미안함에 흔들리는 눈으로 바라보며, 다시는 그녀를 절망에 빠트리지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타케우치를 태운 비행기는 오후 8시 34분, 일전의 삿포로 못지않게  오사카에 도착했다. 한 10분 정도 후, 긴장감에 굳은 표정으로 여행가방을 들고 조용히 대합실을 지나 전철역으로 향하는 타케우치에게 갑자기 발신인 미확인의 전화가 결렸다. 타케우치가 내심 두려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자, 핸드폰에서는 아주 열이 받은 것을 최선을 다해 숨기려 하는 쿠로모리의 목소리가 사람들이 붐비는 소리와 함께 울려퍼졌다.

“여보세요? 타케우치? 쿠로모리야. 전화를 받은 걸 보니, 아무래도 오사카에 도착했나 보구나. 역시 네 말이 맞았어. 네가 출발하고 얼마 후 오사카부 키타구에 한신고속도로 12호 모리구치선의 속도카메라 중 하나에서 2015년 7월 26일에 우리가 찾는 차량의 번호가 찍힌 적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지금 내가 오사카에 연락했고, 추리상 린이 잡혀있을 확률이 높은 토비타신치에 잠복경찰들을 보냈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야. 일단 라피트를 타고 남바역까지 가. 근처에 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야. 나도 급히 가려고 했는데, 지금 비행기가 결항이 되어서. 난 지금 신치토세고, 공항 측에 날씨 풀리는 즉시 알려달라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자정까지 못 탈 듯 해. 미안하다. 그러면, 건투를 빌어.”

할 말이 모두 끝나자마자, 쿠로모리가 급작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타케우치가 당혹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멈추어 서서 핸드폰을 양복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역을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갑작스런 폭우 때문에, 저녁의 칸사이 국제공항은 매우 붐볐다. 엄청난 인파 사이를 살며시 지나다니며, 타케우치가 역을 향해 걸어갔다.

타케우치가 난카이 역에 도착하자, 바로 매표소로 향해, 쿠로모리가 지시한 대로 라피트의 표를 끊고 승강장으로 향했다. 만석인 열차를 타고 오사카 시내로 가며, 착잡한 마음으로 창문 너머를 바라보며 타케우치는 린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며, 불빛으로 가득 찬 비가 몰아치는 오사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떠들썩거리는 타케우치가 눈을 뜨니, 열차는 움직임을 멈추었고, 사람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열차를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차내에 울려퍼지는 안내방송은 이곳이 난바역임을 알렸다. 눈꺼풀이 가득한 눈을 비비며, 타케우치가 좌석을 잡고는 힘겹게 일어나 서류가방을 들고 역 밖으로 나갔다. 대합실로 나서니, 검은 양복과 선글라스 차림의 남성이 타케우치를 향해 다가가고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타케우치 님. 쿠로모리 선생님이 호출하셔서 지정된 호텔까지 타케우치 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역앞까지 가시면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타케우치가 바로 앞으로 다가와서는 각을 잡고 인사하는 사내를 당황한 듯 쳐다보았다. 이윽고, 정문을 넘어 폭풍우 몰아치는 오사카시에 발걸음을 붙히니, 앞에는 한 검은색 렉서스 한대가 자리잡고 있다. 옆에서 같이 걷던 사내가 부리나케 뛰어가 차문을 열고는 타케우치를 안내하였다. 타케우치가 조심스레 차 안에 들어가자, 사내가 아주 조심스럽게 차문을 닫고는, 다시 차 앞으로 부리나케 뛰어가 운전석에 않고는 출발했다. 창밖으로는 거센 폭풍우에 그야말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타케우치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더니, 그대로 잠에 빠져버렸다.

한참 후, 정신을 차려보니, 타케우치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뜨려 하니, 어두컴컴한 곳 안에 앉아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힘든 몸을 부추켜 세우고 벨트를 풀어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니, 주차장인 듯, 캄캄한 방 안에 수많은 종류의 차량들이 일렬로 서 있다. 차 앞에는 일전의 정장 차림의 사내가 보닛에 앉아 핸드폰을 보며 서 있다. 잠시 뒤를 둘러보던 사내가 차의 뒷편으로 걸어가 타케우치 옆의 차문에 두어 번 노크를 하고는 조심스레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현재시각 22시 4분입니다. 호텔에 도착하였습니다. 체크인은 미리 하였고, 여기, 1005호입니다.”

사내가 타케우치에게 열쇠를 건네었다.타케우치가 열쇠를 받고는, 몸을 부추겨 차에서 내렸다.

“그럼… 이만…”

타케우치가 차에서 완전히 내린 것을 확인한 사내는, 곧바로 차문을 닫고는 운전석에 들어가 차를 몰고 재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졌다. 타케우치가 졸린 몸을 이끌고, 화려한 홀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향하고는,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에 타고는 10층으로 올라갔다. 10층에 도착하자, 타케우치의 눈 앞에는 화려한 가구들, 고급진 인테리어로 장식된 통로가 들어왔다. 타케우치가 호텔의 방을 향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었다. 방 앞에 도착하고 타케우치가 문을 열자, 방안에는 유럽의 궁전을 연상시키는 온갖 초호화 가구들이 즐비해 있다. 타케우치가 감탄하며 넉을 놓고 주위를 살피던 중, 다시 발신인 미확인의 전화가 걸려왔다. 타케우치가 예측한 듯 전화를 받으니, 아직도 떠들썩한 분위기 사이에서 쿠로모리의 졸린 목소리가 애잔하게 들려왔다.

“어어… 나야… 쿠로모리... 타케우치, 미안한데... 난 아직 신치토세야... 비는 아직도 그치지 않고, 더 열받는게... 표가 없대... 일러봐야 내일 점심이나 저녁때란다... 하아... 암튼, 린은 내 사람들이 토비타신치에서 찾아보고 있으니, 일단 푹 쉬고 있어. 지금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어... 그럼... 배고프니까 밥 무으러 간다... 잘 있어라...”

처절한 목소리의 쿠로모리를 들으며, 타케우치가 피식 웃고는, 침실로 들어가 화려하게 장식된 침대에 앉고는, 옆에 있는 책상에 양복을 개어서 올려둔 후, 잠자리에 눕고는 이내 10분도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타케우치가 다시 눈을 떠보니, 시계가 움직이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쥐 죽은 듯 조용한 침실 안에는 침대 옆 커튼 사이로는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타케우치가 몸을 세우고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여니, 밖에는 구름이 자욱하고, 아직도 약하게나마 비가 내리고 있다. 잠시 창밖의 오사카를 둘러보고는, 침대 옆 책상에 놓여진 핸드폰을 집어서 보니, 약 30분 전쯤에 메세지가 한 통 와 있다. 타케우치가 메세지를 보니, “405호 노크 7번” 이라 적혀있다.

메세지를 확인한 타케우치가 잠시의 샤워 후, 메세지에 적힌 대로 405호 앞으로 가 문에 일곱 번 노크하니, 누군가가 급히 뛰어나와 문을 열었다. 빠르게 열린 문 안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어제의 사내와 똑 닮은 복장의 다른 사내가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 들어오십시오.”

사내가 문을 잡고 옆으로 비키고는 타케우치에게 말했다. 이제는 익숙한 듯, 무표정한 타케우치가 방안으로 들어와 탁자 앞의 의자에 앉았다. 타케우치가 자리에 앉자, 사내가 문을 닫고 급히 방안으로 들어와 타케우치의 반대쪽 자리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사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쿠로모리 선생님께서는 겨우 비행기표를 구하셨습니다. 다만, 17시 55분 삿포로 신치토세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2015년 8월 5일 19시 55분 오사카 이타미 공항에 도착하는 항공편입니다. 쉽게 말해서, 늦으실 듯 합니다. 계속해서 시부야 린 씨의 납치감금 건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저희 팀원이 토비타신치에 있는 한 대형 매춘업소에서 시부야 씨가 있다는 듯 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 매춘업소는 일전부터 전국구 야쿠자 단체와의 연결이 있는 듯 한 단서들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저희 행동대원들이 직접 탐색해본 결과, 시부야 씨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사내가 설명을 하고 있을 무렵, 기막히게 타케우치의 핸드폰에 또다시 발신인 미확인의 전화가 결려왔다. 사내가 설명을 잠시 멈추자, 타케우치가 핸드폰을 꺼내 통화를 받으니, 약간 조용한 곳에 있는 듯 한 쿠로모리가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여어. 나야. 쿠로모리. 지금 시각이... 17시 35분이지? 나는 곧 출발할 듯 해. 일단, 근처에 경찰소에 대기하고 있어, 지금 내 사람들이 다 작전 준비 중이거든. 거기 경찰에 양해를 구해서 이번에 특별히 활동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어. 그쪽에서 브리핑 같은 거는 다 해줄거야. 그럼, 이만.”

역시나 이번에도 자기 할 말이 다 끝난 쿠로모리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기자, 타케우치가 일어나고는 밖으로 향했다.

“아. 쿠로모리 님의 호출입니까? 그럼, 저는 지하 1층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나니와 32 카 35-55입니다.”

사내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타케우치가 방문을 지나 자리에서 나가고,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의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자, 사내가 급히 방문을 닫고 타케우치를 쫓아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기 직전 탑승했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도착하자, 타케우치가 걸어서 나가는 와중, 사내가 급히 달려나갔다. 타케우치가 주차장에 들어가자, 타케우치의 앞으로 렉서스 한 대가 들어와 멈추었다. 움직임을 멈춘 렉서스의 운전석에서 일전의 사내가 나타나고는, 급히 타케우치에게 달려가 그의 앞에 있는 차문을 열었다. 타케우치가 익숙한 듯 차에 탑승하자, 사내가 다시 차문을 닫고 부리나케 운전석에 들어가 차를 출발시켰다.

얼마 후, 비가 다시 거세지기 시작하는 오사카부 니시니리구의 한 경찰서에 타케우치를 태운 차량이 도착했다. 타케우치가 차 안에 있는 우산을 펼쳐 쓰고는, 차 문을 닫고는 경찰서 안으로 들어갔다. 타케우치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경찰서 안에는 검은색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적은 양의 경찰복을 입은 경찰과 함께 있었다. 타케우치가 서에 들어오자, 정장 차림의 사내 중 한명이 타케우치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쿠로모리 선생님에게서 들었습니다.”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타케우치가 경찰서 한 쪽의 소파에 앉자, 정장 차림의 사내들과 경찰들 몇이 타케우치 주변으로 갔다. 이윽고, 경찰 한 명이 칠판과 펜 몇 자루를 가지고 왔다. 이윽고, 방금 전 타케우치에게 인사를 했던 정장 차름의 사내가 펜을 들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일단, 토비타신치(오사카의 홍등가)의 어느 매춘업소에 감금되어 있는 린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지금 그 매춘업소를 운영하는 어느 야쿠자 단체와 깊이 관련된 자들을 위한 성노예로써 업소 깊숙한 곳에 감금되어 있다 합니다. 그녀를 구출하는 데 있어, 일단 사람들을 깔아넣었습니다. 쿠로모리 선생님이 도착하시면, 구체적인 계획을 짜서...”

브리핑이 한창이던 무렵, 전화가 걸려왔다. 사내가 브리핑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어. 뭐… 뭐라고?! 아… 알겠어.”

사내가 갑자기 놀라고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끊었다. 사내가 사람들을 둘러보며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심어둔 요원이 그러는데, 오늘 20시쯤이 시부야 씨를 다른 장소로 이송한다고 합니다. 현재시각 18시 33분...”

순간 사람들이 패닉하며 경찰서 안이 어수선해졌다. 사람들이 당황하며 서로에게 비관적인 말을 걸기 시작했다.

“잠깐! 그러면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시부야 씨가 걸려있는 문제라고요! 꼭 해내야만 합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타케우치가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소리쳤다. 순간 모두가 타케우치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정적 이후, 사람들이 한둘씩 동조하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계획은 있으십니까?”

사내가 타케우치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네. 일단, 잠입한 요원이 저랑 함께 매춘업소에 들어간 후, 제가 시부야 씨를 꺼내옵니다. 여러분이 시간을 끄는 사이, 저는 요원과 함께 시부야 씨를 이곳까지 데려온 후, 충분히 안전해질 때 까지 기다린 다음, 경호가 확보되었을 때, 도심으로 경호한다는 계획입니다.”

타케우치가 경찰서 안에 있는 모두를 바라보며 자신있게 설명했다.

“좋습니다. 실행에 옮기도록 하죠. 내 측 사람들은 전부 출격이다!”

사내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불러모으며 소리쳤다.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경찰서 밖으로 나오니, 타케우치가 사내를 따라 방금 전에 탔던 렉서스에 탑승하였다. 타케우치가 차량에 타자마자, 렉서스가 출발했다. 타케우치가 뒤를 돌아보니, 온갖 차량들이 불규칙한 패턴으로 출발했다.

오후 7시. 해가 져가는 오사카시에는 비가 더욱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타케우치를 태운 차가 토비타신치 주변의 으슥한 골목실에 도착하니, 이미 밤하늘은 구름에 가려져 어두컴컴해져있고, 골목길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보였다. 아무도 없는 골목에 각자 우산을 들고 우두커니 있는 타케우치와 사내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여어, 하야시. 일단 준비는 다 되었어. 예약절차도 밟았고, 아무튼 돌격해서 구하기만 하면 돼. 그런데 이쪽은?”

우산을 든 채 다가온 남자가 사내를 하야시라 칭하며 말을 걸었다.

“아, 혼다. 이분이 쿠로모리 선생님 의뢰인. 타케우치 님이야.”

하야시가 남자를 혼다라 칭하며 타케우치를 정중히 가리키며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타케우치입니다.”

타케우치가 혼다를 바라보며 인사했다.

“아, 네. 반갑습니다. 혼다입니다. 자고로, 이쪽 세계에서는 본명을 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아카바네라 칭해도 좋습니까?”

“네… 네.”

“반갑습니다. 아카바네 씨. 일단 린에 대한 정보는 다 얻어 내었습니다. 가서 구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급히 갑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혼다가 타케우치를 바라보며 인사하고는, 급히 발걸음을 재촉하며 말했다.

오후 7시 20분.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로 붐비는 토비타신치를 걸으며, 반지 하나를 낀 혼다와 타케우치가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다. 길가에는 적지 않은 양이지만, 눈치챌 정도는 아닌 수의 잠복요원들이 있다. 인파 사이를 조심스레 지나가며, 혼다가 타케우치에게 반지의 사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만약 시부야 씨를 발견하면, 이 반지를 누르시면 됩니다. 그 후, 혹시나 저희 둘이 만약 길이 갈라진다면 이 반지를 눌러서 구조 신호를 누르시면 됩니다.”

비오는 밤중의 토비타신치를 걸으며, 조금씩 목적지에 다가가는 만큼, 타케우치의 마음도 약간의 두려움에 무거워졌다. 혹여나 실패하면? 혹여나 린이 이미 당했으면? 하는 불안한 기분은 타케우치가 아무 내색도 보이지 않으며 거리를 걷는 동안 커지기만 했다.

얼마 후, 혼다가 불안함에 눌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던 타케우치를 붙잡어 세우며 말했다.

“여기입니다... 자, 썬글라스 쓰시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생각대로만 하십시오...”

혼다가 어느 커 보이는 건물 앞에 선 채로 가쁘게 숨쉬며 선글라스를 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타케우치도 선글라스를 끼고는 혼다를 따라 들어갔다. 건물 안은 의외로 정상적이어 보이는 목조 구멍가게 같아보이는 인테리어에 캐주얼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남성 한명만이 계산대에 서 있다.

“여어, 혼다! 왔군, 그리고, 옆에 쟤가 너네 신입인 아카바네... 였나?”

“어. 얘가 아카바네야. 이번 미션에 혁혁한 공을 세워 좀 좋은 것에 초대해 주려고.”

“그렇군. 어이, 아카바네.”

선글라스 차림의 남성이 타케우치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순간 타케우치가 긴장감에 몸이 굳은 채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훗, 관동(일본의 수도권) 쪽에서 너한태 기대가 크다. 이번 마약 사건은 나도 들었거든. 열심히 하고, 오늘은 한탕 놀아라.”

남성이 아케바네의 오른손으로 치고는, 혼다에게 다가가 키를 건네고는 계산대 왼쪽의 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왼쪽 어깨를 행여나 들켰을까, 긴장감이 묻은 타케우치가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윽고 혼다가 조심히 걸어서 문 안으로 들어가자, 타케우치가 다급히 혼다의 뒤를 따랐다. 문을 지나 어두운 계단을 넘어, 한치 앞이 겨우 보이는 비좁은 복도를 걸으니, 밑에서 매트리스가 덜컹거리는 소리, 쇠사슬이 움직이는 소리와 약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혼다가 굳건해 보이는 문의 문고리를 잡고는 주머니에서 키를 빼내어 문을 열었다. 혼다가 문을 열자, 눈을 감고는 문을 잡고 가만히 서 있다. 타케우치는 그런 혼다의 뜻을 문득 이해하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타케우치가 방 안으로 들어가 선글라스를 빼고 주위를 살피자, 방 한켠에서 낮익은 소녀가 타케우치의 눈앞에 보였다. 소녀가 있음을 인지한 타케우치가 곧바로 조심스로 소녀의 곁으로 걸어갔다. 소녀의 바로 앞에 도착하자, 타케우치가 무릎을 꿇고 앉고는 소녀를 유심히 보았다.

필요한 부분만을 겨우 가리는, 화려한 레이스로 장식되어 있고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반투명한 액체가 잔뜩 묻어있는 얇은 속옷이 입혀진 채, 갈색빛이 도는 검은 머리의 소녀가 입을 막은 흰색 천 사이로 가뿐히 숨을 쉬고 있다. 그녀의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새하얀 몸은 붉은 밧줄로 민감한 부분을 포함해, 전신을 자극당하는 채 결박당했다. 얼마나 세게 묶여있는지, 밧줄 옆의 뽀얬던 살은 붉어져 있다. 그녀의 입은 침이 흥거난 천으로 막혀 있고, 눈은 단단하게 조여진 가리개로 가려저 있다.

타케우치가 조심스레 눈가리개를 풀자, 살며시 뜬 눈 사이로 푸른 빛 눈동자가 보였다. 자세히 보아야 떴는지 안 떴는지 보일 정도로 살며시 뜬 소녀의 눈 사이로 고였던 눈물이 흘려내렸다. 이윽고 타케우치가 입을 막은 천을 풀자, 소녀가 가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이 소녀가 린임이 틀림없다 확신하며, 소녀의 힘이 빠진 얼굴을 아무 말 없이 보는 타케우치가 미안함을 못 이기고 살며시 눈물이 흘러나오는 와중, 소녀가 조용히 신음했다.

“슌스케… 슌스케… 어디… 있어… 도… 도와… 줘…”

린이 애잔함이 묻어나는 조용한 신음소리 한 마디를 말하고는, 힘에 부쳤는지 눈을 감았다. 놀란 타케우치가 그녀의 가슴 부분에 손을 대니, 다행스럽게도 심장의 박동이 느껴졌다. 재빨리 린의 몸을 결박하는 밧줄을 풀은 뒤, 자신의 양복을 벗어 린에게 걸치고는, 반지를 누른 후 정신을 잃은 린을 조심스레 들이안아 살며시 방에서 걸어나오려 했다.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는 중, 갑자기 복도의 끝에서 싸움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타케우치가 갑작스럽게 뛰어가니, 매점 안에서는 엄청난 양의 인파가 한데 뭉쳐 싸우고 있다. 타케우치가 인파를 피해 슬그머니 나가려 하자, 갑자기 인파 사이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타케우치를 노리고 달려갔다.

찰나, 혼다가 타케우치의 앞을 가로막아 괴한의 공격을 막았다.

“빨리 꺼져! 쿠로모리 선생님이 올 거야!”

혼다가 싸우는 와중 크게 소리치자, 타케우치가 급히 뛰어나갔다. 건물에서 나가, 타케우치가 린을 들이안은 채, 엄청난 비가 내리는 토비타신치의 골목길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타케우치가 뒤에서 누군가가 쫒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 문듯 생각난 긋, 타케우치가 반지를 누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공주를 구하는 왕자를 연상시키듯, 폭풍우가 내려치는 골목길 사이로 괴한들을 따돌리고 린을 구한다는 생각 하나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지칠 대로 지친 몸을 린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죽을 둥 살 둥, 골목길 사이를 뛰어다니던 타케우치의 앞에 막다른 길이 펼쳐졌다.

“젠장! 막다른 길이라니! 린을... 린을 보호해야 하는데!”


타케우치의 절망감을 표현하듯,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괴한들이 막다른 길의 입구를 막고 타케우치를 향해 바라보고 있다.

“네놈이 뛰어봤자 우리 손 안이라니까.”

린을 들이안은 채 비에 맞아 흥건한 타케우치의 얼굴에는 엄청난 분노가 묻어있다. 린에게 험한 짓을 한 자들과, 그런 린을 지키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가 괴한들을 향해 부릅 뜬 눈에 표현되어 있다.

“자… 그럼 우리 육변... 웁부부부부부어에엑~”

괴한들이 타케우치에게 위협적은 자세로 재빠르게 다가가던 와중, 갑자기 괴한들이 전기충격이라도 먹은 마냥 쓰러졌다. 온몸으로 린을 감싸며 순간 눈을 감고는 이상한 소리에 다시 눈을 살며시 뜬, 당혹한 타케우치가 앞을 보니, 왼손으로 총을 들고 왼팔을 쭉 뻗은, 비바람이 가로막은 어둠의 뒤로 익숙하기 그지않는 큰 키와 훤찰한 비율의 미남의 실루엣이 보였다. 타케우치가 앞을 향해 조심스레 다가가자, 쿠로모리와 경찰들이 타케우치의 생각으로는 테이저인 듯 해 보이는 총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고생 많았어. 내가 너무 늦게 도착했지? 미안하다.”

쿠로모리가 주머니에서 츄파츕스를 꺼내서는 봉지를 풀고 입에 넣고는 타케우치에게 말했다.

“쿠로모리 선생님...”

타쿠에치가 안색하는 표정으로 쿠로모리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환히 웃으며 답했다. 타케우치가 말을 끊자마자, 쿠로모리의 뒷편으로 구급차가 달려들어왔다.

“자, 들것을 가져왔으니, 빨리 구급차에 타자.”

쿠로모리가 구급차 문을 열어 들것을 건네받고는 바닥에 내려놓자, 타케우치가 방금보다는 약간 편해짓 듯 눈을 감고 조용히 숨쉬는 린을 들것에 실고는 구급차에 실었다. 타케우치가 구급차에 타자, 약간 많은 곳에 멍이 든 듯 하지만 쌩쌩하게 앉아있는 혼다를 보았다. 타케우치가 기쁜 듯 웃으며 혼다 옆에 앉았다.

“오오. 타케우치 님. 성공했군요.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네. 혼다 님도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 저는 원래 이런 것들 많이 해봐서... 염려 고맙습니다.”

아주 절묘하게 구름이 걷히며 비가 그치는 오사카의 밤길을 달리며, 홀딱 젖은 쿠로모리와 역시 홀딱 젖은 채 방금 전 린에게 입혔던 양복을 들고 있는 타케우치, 얼굴에 계란을 비비고 있는 혼다, 구급차 안에 있는 환자복을 입은 채 아직도 눈을 감은 린을 태운 구급차가 어딘가로 향했다.

얼마 후, 구급차가 타케우치가 묵었던 호텔에 도착하였다. 간호사들이 도착하자마자 재빠르게 린을 호텔 내부로 옮겼다. 밖을 보고는 당혹한 표정을 보이는 타케우치를 보며, 쿠로모리가 말했다.

“걱정 마. 합법이야. 다 허가 받았고, 아는 병원에 베테랑 의사분들 데려왔어. 1005호지?”

타케우치가 당연하단 듯, 피식 웃으며 양복을 걸치고 호텔 안으로 따라갔다.

“어쭈… 이제는 당연한 듯 먼저 가신다... 크크큭...”

쿠로모리가 타케우치의 뒤에 대고 조용히 독백으로 속삭이고는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타케우치가 호텔의 방으로 들어가 침실로 가니, 침대에는 린이 누워있었고, 침대의 주변에는 온갖 의료기구들이 즐비해 있고, 의사들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타케우치가 다가가자, 구시대적인 안경을 낀 중년의 의사가 타케우치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 안심하세요. 진통제를 복용하셨고, 지금은 안정을 취하는 중입니다. 하마터면 큰일날 뻔했습니다. 아무튼, 잘 알아두세요. 시부야 린 씨는 무사합니다.”

의사의 말을 듣자 타케우치의 인색이 밝아졌다. 직후, 침실 안으로 어느 사이 몸이 마른 쿠로모리가 들어와 침대 앞으로 다가가 편해 보이는 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시부야... 린… 가까이서 보니 정말 예쁘구나.”

침대에 편히 잠든 린을 바라보며, 쿠로모리가 조용히 독백하고는, 방을 나가려 하자, 타케우치가 그를 뒤쫒아갔다.

“쿠로모리 선생님?”

타케우치가 급히 쿠로모리를 뒤쫒아가니, 쿠로모리가 계속 복도를 걸어가며 말했다.

“도쿄로 돌아가야 할 듯 하다.”

“네? 하지만… 아직 시부야 씨가 깨어나지도...”

타케우치가 갑작스런 이별에 당황하며 말했다.

“급하게 할 일이 생겼다. 도쿄로 돌아가서 일을 처리해야 해.”

쿠로모리가 아랑곳 않고 복도를 걸어가며 말했다.

퇴근인파로 북적이는 신오사카역 신칸센 대합실, 쿠로모리가 도쿄행 신칸센 표 한 장을 들고 개촬구 앞에 타케우치와 함께 서 있다.

“꼭 지금 가셔야 합니까? 정신이 들은 시부야 씨를 한번이라도 보시고 가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괜찮아. 나중에 라이브나 사인회라도 찾아갈께. 난 일 때문에 빨리 도쿄로 돌아가야 해서. 호텔은 앞으로 3일은 더 있을 수 있을 것이야.”

“쿠로모리 선생님. 다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제 명함만이라도 가져가십시오.”

타케우치가 양복 속의 주머니에서 아직도 뻣뻣하게 펴저 있는 명함 한 장을 꺼내 두 손으로 쿠로모리에게 건네었다. 쿠로모리가 타케우치에게 다가가 왼손을 뻗어 조심스레 타케우치의 손에서 명함을 가져가고는, 명함이 타케우치의 손에서 떨어지자마자 재빠르게 눈앞으로 가져가고는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읽기 시작했다.

“346 프로덕션, 부장 타케우치 슌스케... 흐음... 고마운데... 어디에 두나...”

“구겨지지만 않는다면, 저는 굳이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 그런데, 혹시 린의 명함은 있어?”

“아, 네. 몇 장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타케우치가 양복 주머니 깊숙한 곳에서 반듯한 명함 한 장을 조심스레 꺼내 양 손으로 들자, 쿠로모리가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명함을 받고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346 프로덕션, 아이돌 시부야 린... 고맙다. 내 감사히 받지. 아, 내 명함도 받아.”

쿠로모리가 지갑을 꺼네 린의 명함을 조심스레 넣고는, 초등학생이 봐도 엉성한 손글씨로 쓴 듯 한 뻣뻣한 명함 한 장을 양복주머니에서 꺼내고는 오른손을 뻗어 타케우치에게 건넸다. 타케우치가 두 손으로 공손히 명함을 받자, 쿠로모리가 바로 등을 돌리고는 개촬구에 티켓을 넣고는 개촬구를 지나갔다. 개촬구를 지나가자, 쿠로모리가 다시 한 번 타케우치를 향해 얼굴을 돌리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아, 내가 전번에 부탁한 린이 싸인한 1집 앨범 보내줘.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아주 고마웠어.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다시 만나겠지... 그때까지는 각자의 인생을 살자. 그럼... 간다.”

쿠로모리가 얼굴을 돌리고는, 왼손을 옆으로 뻗어 엄지를 치켜세우며, 늦은 밤 사람들로 가득 찬 신오사카역 대합실의 인파 속으로 사라지자, 타케우치 역시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랜만의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텔로 향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린이 누워있는 침대 옆의 작은 소파에 앉았다. 타케우치가 들어오자, 병실에 있던 의사들이 타케우치에게 잠시 말을 건네더니 이내 모두 방에서 나갔다. 병원기기에 둘러싸여 잠이 든 린을 바라보며, 타케우치는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문득 생각난 듯, 타케우치가 양복의 주머니 한 켠에 남겨둔 쿠로모리의 명함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쿠로모리 탐정 사무소 (since 2005) 사장 쿠로모리 쥰페이. 지구 일본 도쿄도 신주쿠구 카부키쵸... 뭐라고 써있는 건가? 1980년생. 단순 뒷조사는 사절입니다.”

타케우치가 당혹한 얼굴로 명함을 찬찬히 읽어보니, 갑자기 명함 밑에서 명함보다 약간 작은 뻣뻣한 종이 한 장이 흘러나와 떨어졌다.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진 종이 한 장을 본 타케우치가 종이를 집어서 읽기 시작했다. 고급져 보이는 재질의 뻣뻣한 종이에는 경찰청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당혹한 듯 놀란 타케우치가 명함을 돌려 보니, 믿을 수 없는 글이 쓰여져 있다.

“경찰청 특수인물관련사건수사국장. 경시장 이치노세 신이치로. 이 인물은 관련 사건 수사에 한해 일본 정부와 경찰청 장관에게서 [정보 요청 및 수사협조 요청] 의 권한을 받은 인물이다. 신뢰할 수 있는 인물 외에는 이 명함을 보여주거나 건네주지 말 것.”

“아하… 그래서…”

모든 해답을 얻은 듯, 타케우치의 표정이 더없이 밝아졌다. 타케우치가 소파에서 일어나, 방에 들어가려 하려 하지만, 곤히 잠든 린을 잠시 뒤돌아 바라보고는, 혹여나 린이 깰까 조심스럽게 린의 침대로 다가갔다. 의료기기를 조심스럽게 피해서 침대의 오른편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어 눈을 감은 채 가벼운 숨을 쉬며 꿈을 꾸고 있는 린을 기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무사하셔서 감사합니다... 신데렐라...”

타케우치가 린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이자, 린의 검은 속눈썹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타케우치가 깜짝 놀라자, 타케우치에게 일말의 반응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린이 푸르게 빛나는 눈을 살며시 뜨고는, 그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타케우치를 바라보았다.

“슌… 스케?”

린이 눈앞의 타케우치를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움직여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었다.

“ㄴ… 응, 나야. 슌스케. 린. 무사했구나. 다행이야.”

타케우치가 힘겹게 목소리를 내려 하자, 이내 잠시 멈추고는 다시 생각하여 린에게 말했다.

“슌스케가 구해준 거야? 고마워...”

린이 힘이 딸려 떨리는 팔로 살며시 몸을 올리고는, 타케우치에게 다가가고는 살며시 끌어안았다. 타케우치는 속으로는 부끄러움에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는 아무 표정도 짓지 않은 채, 자신을 꼭 끌어안은 린을 살며시 포옹해 주었다. 침대 옆 스탠드의 빛만이 은은하게 말없이 포옹하는 둘을 비추는 어둡고도 조용한 방 안, 감사와 사랑이 마침내 재회한 둘에게서 흘러나왔다.

2015년 8월 6일. 오늘은 유난히 밤하늘의 별들이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HAPPY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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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선선한 바람이 부는 화창한 아침의 도쿄. 아침 햇살과 선선한 바람을 가르며 수수한 복장의 한 소녀가 너저분한 쿠로모리의 사무실 앞 빌딩에 찾아왔다. 소녀가 더러운 초인종을 누르자, 문 안으로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익숙한 얼굴의 누추한 장신의 미남이 문 사이로 모습을 보였다.

“누구인… 게엑?”

문을 열고 나온 쿠로모리가 순간 정면을 보고는 얼어붙어 그 자리에 꼼짝도 하지 않고 서있다.

“안녕하세요. 쿠로모리 쥰페이 님 인가요?”

사각형의 검은색 스포츠 가방을 들고 있는 채, 헐렁한 검은색 가디건에 회색의 짧은 치마 차림, 갈색 머리와 푸른 빛이 감도는 차가운 눈빛의 소녀가 쿠로모리의 앞에 서 있다.

“맞다… 만… 린? 네가 그… 시부야 린인가?”

떨리는 입을 겨우 떼며, 쿠로모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쿠로모리의 얼굴은 어쩔 쭐 몰라하는 당혹감, 그 자체였다.

“네… 그 일에 대해선 슌스케한테서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소녀가 그녀의 가방을 내려놓고는 그 안에서 길다란 원통, 밀봉된 CD케이스와 펜 한 자루를 꺼네어, CD케이스의 포장을 풀고, CD, 설명서와 케이스에 사인을 하고는, 가방에서 평범한 검은 비닐봉지를 꺼내 원통과 CD케이스를 넣고 쿠로모리에게 건네었다.

“여기, 원하셨던 제 앨범이랑... 포스터에요. 일단 포스터는 사무실에서 사인했고, 앨범은... 여기, 싸인 했습니다!”

“아… 고… 고마워… 잘 받을게…”

쿠로모리가 조심스레 팔을 뻗어 떨리는 손으로 소녀가 들고 있는 비닐봉지를 받았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그럼…”

린이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몸에 열이 달아오른 채 부끄러운 표정으로 미동도 하지 않는 쿠로모리에게 다가가고는, 살며시 쿠로모리의 볼에 입을 대고는 얼굴이 달아오른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급히 발걸음을 옮겨 쿠로모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전신이 달아오른 쿠로모리는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린이 건네준 물건들을 조심스레 들고 서 있었다.

“으학… 나… 린한테서 키스받은 거야?”

쿠로모리가 간신히 발걸음을 떼고, 부끄러움에 휘청거리며 방으로 돌아와 손에 조심스레 들고 있던 린의 싸인된 앨범을 깨끗한 진열장 안의 정중앙에 아주 조심스레 전시하고, 어딘가에서 커다란 액자를 꺼내  린의 사인이 새겨져 있는 그녀의 복귀 앨범 포스터를 넣은 다음, 액자를 컴퓨터 바로 옆에 조심스레 걸어놓고는, TV 앞의 소파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은 다음, 급하게 떨리는 손으로 라이터를 잡고 옆에 배치되어 있는 트리니다드 시가에 불을 붙힌 다음, 시가를 왜인지 떨리는 입에 물었다. 급박하게 요동치는 쿠로모리의 가슴은 고동이 멀리서도 들릴 정도로 격동적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 시가를 피우는 방법까지 동원해서 겨우 얼굴에 가득하던 홍조를 가라앉힌 쿠로모리가 TV를 켜니, 음악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네. 린 양이 무사히 돌아온 후, 다시 연예계에 돌아온 것에 저희들은 아직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어떡했을 까, 상상하기도 두렵습니다. 네, 시청자 여러분들의 신청곡, 「AnemoneStar」 입니다.”

TV 화면에는 화사한 푸른 드레스 차림으로 밝은 표정과 함께 힘차게 노래를 부르는 린을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쿠로모리가 시가를 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디까지든 어디까지든 쫓아가고 싶은거야. 마음에 닿는 그 순간을. 아무것도 모른채 달리고 있지만, 언젠간 찾을 수 있겠지 믿고 있어.」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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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쓰는 중간에 힘든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필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네요
어쨌든 5부작에 그랜드 피날레의 완성에는 성공하였습니다.

그래도 이번 편 만은 결과물이 흡족스럽습니다.
글을 쓰다 보니 추리물보다는 추격물인지 로맨스인지 모르는 무언가가 된 듯 하네요.
이제 추리물을 한번 써보니 추리만으로 재미있는 추리물이 의외로 쓰기 힘든 듯 합니다.
이 글은 시리즈 내내 고증 및 감수를 맡아주신 자... 으븡ㅇㅂ... 잔갸군! @잔갸군 님에게 헌정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작가 나부랭이 고원풍이었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