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들이 우리의 계획대로 일을 잘 하고 있나 알아보기 위해 압록강 강가에 있는 공원을 찾았다. 내 손에는 오전에 내가 옮겼던 검은 가방이 들려있덨다. 숙소에서 내 가방을 들고와야 하는데 착각한 덕분에 동행자 분들에게 가벼운 꾸짖음을 받았다.
 
공원에 도착해서 공원을 바라보니, 겉으로 보기에는 별 거 없는 평범한 공원이었다. 공원 크기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고, 도심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있었다. 이 볼품없는 공간이 곧 24시간도 안 되어서 재앙의 땅으로 바뀐다는 것이 소름끼쳤다. 그래도 압록강 강변에 조성되어있고 압록강 한가운데의 섬에 위치해있는 건국 주택지구(원어민 발음으로는 '졘궈'이다.)와 다리를 맞대고 있으니 우리 입장에서는 지리적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우리의 목적인 작전의 성사여부를 확인할 때가 왔다. 강가를 따라 긴장스럽게 걸어갔다. 멀리에 압록강과 북한의 산들이 보였다. 그리고 압록강과 공원이 맞닿아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우리들의 앞에 쳐져있는 것은 폴리스라인이었다. 우리의 계획이 실현된 것이었다.
 
직접 해킹을 했던 미야자키 씨가 모른척하고 공안들에게 줄을 왜 쳤냐고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순찰하고 있던 공안에게 접근했다. 미야자키 씨와 공안 사이에 중국어가 오갔다. 그리고, 대화가 끝나자 미야자키 씨가 미소를 지으며 달려왔다. 미야자키 씨의 해킹과 조작이 성공적이었는지 공안들이 건국 주택지구의 모든 주민들까지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던 것이다.
 
공안이 우리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우리들은 드디어 해냈다는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다. 시즈오카 씨가 한혜림 씨에게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한혜림 씨가 받아들이고 하이파이브를 하자, 미야자키로 옮겨가 다시 한 번 했다. 이후 나에게도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나는 곧바로 손에 들린 검은 가방을 내려놓고 시즈오카의 청에 응했다. 우리들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이해하기 힘들 기쁨의 시간이었다. 수백수천 명의 사람들을 구했다는, 힘든 임무의 일부가 완성되었다는 쾌감이었다.
 
 
그러나 그 쾌감이 가라앉을 새도 없이, 한혜림 씨의 손목시계(한혜림 씨가 미래에 나오는 스마트워치라고 했다.)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한혜림 씨가 아까의 행복한 미소를 계속 유지한 채 전화를 받았다. 언어는 영어였다. 나는 바닥에 놓아둔 가방을 다시 들어올렸다.
 
"Hello?(여보세요?)"
"Emergency. Emergency. We're being attacked by some people. They are estimated to be Android.(비상. 비상. 사람 몇 명에게 공격받고 있다. 안드로이드로 추정된다.)"
스마트워치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는 매우 다급했다. 억양은 전형적인 미국인 본토 발음이었고, 여자 목소리였다. 스마트워치 너머로 간간이 충격음이 넘어왔다.
한혜림 씨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더니 내가 실수로 들고 온 검은 가방을 낚아채 비밀번호를 순식간에 풀고 열었다. 미야자키 씨가 전화를 계속했다.
"What's going on?(무슨 일인가?)"
"It's not certain, but it's certain that we're attacked.(확실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공격당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시즈오카 씨가 가방 쪽으로 몸을 급하게 숙였다. 한혜림 씨가 연 가방 속에는 권총 5자루와 정육각형의 물체 12개가 있었다.
"How's the Jilin side?(지린 쪽은 어떤가?)"
"They hasn't been attacked yet.(아직 공격받지 않았다."
"Okay. Bye.(알겠다. 끊겠다.)"
미야자키 씨가 전화를 끊었다. 한혜림 씨가 정육각형의 플라스틱 재질로 된 뚜껑을 벗기고는 경계태세를 취했다. 시즈오카도 가방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내 손에 쥐었다. 미야자키 씨도 충격에 싸인 얼굴로 안절부절 못하더니 가방을 발견하고는 바로 권총을 꺼내 손에 쥐었다. 나는 이 과정을 어리둥절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해? 권총도 안 잡고."
"예?"
"잡아. 그리고 안전장치 해제하고 적이 나타나면 쏴."
한혜림 씨의 목소리가 죽음을 감지한 듯이 떨렸다. 그래서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계속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즈오카를 시작으로 미야자키와 한혜림 씨가 무기를 든 손은 차례로 내려놓았다. 시즈오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아직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의 긴장이 풀린 것 처럼 보이자 내가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몰라. 안드로이드의 습격이라는데. 하긴, 기계의 반란은 2062년이니까 지금은 있을리가 없고 제대로 된 안드로이드도 2020년대 후반에서야 나오는데 우리가 너무 과민반응 한 건가."
미야자키 씨가 긴장이 풀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 권총들이랑 이 이상한 물건들은 대체 뭐에요?"
"아, 설명 안 해줬구나. 얘네들은 미래에 안드로이드의 습격을 대비해 만든 무기들이야. 이 네모난 물건은 휴대용 초강력 전자석. 반경 100m 내의 모든 전자기기와 안드로이드를 무력화시키지. 지속시간은 40초. 워낙 강력해서 주변의 금속 물질들이 모두 날라오니까 주의하고. 그리고 이 권총은 안드로이드들의 센서들을 저격해서......."
 
그 때였다. 어떤 사람이 바닥에 수평하게 날아와 미야자키의 왼쪽 허벅지를 빠르게 베고 지나갔다. 그걸 본 한혜림 씨의 표정이 다시 공포로 바뀌더니 무의식적으로 전자석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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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정정합니다. 반쯤 베고 지나갔다➡️베고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