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뚫린 구멍에서 바람이 나오며 나란차의 육신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


“나란차의 육체가…! 마치 공기가 빠져 쪼그라드는 풍선처럼!”


“적의 능력의 정체가 슬슬 보이는 것 같은걸…”


그때, 완전히 쪼그라든 나란차가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끌려 들어간다! ‘일시 정지’해! 아바키오!”


적절하게 나란차의 움직임이 멈췄다. 부차라티는 나란차가 끌려 들어간 장소를 유추했다.


“파이프 안이다…! 파리는 괜찮아?”


“아직 조타실 근처에 있어. 하지만 미묘하게 이리로 다가오고 있어.”


부차라티는 쪼그라들어 팔랑거리는 나란차의 몸을 이리저리 만졌다.


“이게 ‘수수께끼’의 해답이었나… 손톱도, 살도, 뼈도 다 ‘콘돔’처럼 얇아져서 팔랑거려… 신발이나 벨트 버클까지… 하지만 죠르노 말대로 ‘살아 있어’… 내장도, 뇌도 그렇고 어떤 식으로 쪼그라든 건지 상상조차 안 가지만… 좌우지간에 맥박은 뛰고 있어…”


부차라티는 ‘스티키 핑거즈’를 이용해 나란차가 빨려 들어간 파이프를 열었다.


“봐봐… 이렇게 가늘어져서 좁은 데로 파고들었어… 적은 ‘자기 몸’도 이런 식으로 파이프나 판자와 벽 사이 틈새에 숨어서… ‘미스타’와 ‘푸고’와 ‘죠르노’까지 끌고 들어갔다는 건가… 이로써 ‘죠르노의 파리’가 대략적인 위치는 알아도 정확한 곳까지는 도달할 수 없었던 이유도 설명돼…”


“’적의 능력’의 정체는 알았군… 남은 건 이대로 ‘추적’해서 나란차와 다른 녀석들이 있는 위치를 찾아 구해낸 다음…! 적을 박살내버리는 것뿐이라는 거지! ‘무디 블루스’의 ‘재생’을 속행하겠어!”


나란차가 파이프 속을 따라 사라지자 부차라티는 당황했다.


“추적이라고?! 잠깐, 아바키오! 네 ‘무디 블루스’의 능력은… 재생 중에는 공격도 방어도 불가능한 무방비 상태! 네 스탠드가 전혀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파이프 안’으로 들어가는 건 위험해!”


“무디 블루스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그 위치는 알 수 있어! 놈이 근처에 있으면 네 ‘지퍼’로 바닥을 ‘절개’해버리고 놈을 쳐! 추적하지 않고서는 이 ‘적’을 쓰러뜨릴 수 없다고! 부차라티!”


잠시 후, 아바키오가 배 우측을 바라보았다.


“오른쪽으로 갔다. 지붕에서 내려가 ‘미스타’가 당한 곳으로 가고 있어!”


그때, 부차라티는 파리가 자신들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눈치챘다.


“파리가 갑자기 이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네 스탠드를 눈치 챈 것 같아! 역시 적은 나란차와 다른 녀석들을 ‘납치’한 채 이동하고 있어! 조심해! 아바키오!”


“방금… ‘무디 블루스’는 저 구명 튜브 주변부 아래로 지나갔어! 빙 돌아서 ‘푸고’와 ‘죠르노’가 당한 선실 입구 쪽으로 가는 것 같아!”


잠시 후, 아바키오가 말했다.


“이동 속도가 느려졌어. 놈은 아까 저기에 숨어 있었던 거야. 저 로프 걸이 안쪽! 지금 갑판 좌석 아래쪽에 있어!”


“점점 놈도 다가오고 있어! 자기 능력이 들통난 걸 놈이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 아바키오… 슬슬 절개하지 않으면 위험해!”


“제 발로 다가오다니 배짱도 좋군! 좋아! 절개해서 놈을 끌어내자고! 부차라티!”


“스티키 핑거즈!”


그러나, 파이프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디 있어?! 아바키오?! 없잖아! 네 ‘무디 블루스’는 어디 있냐고?!”


아바키오도 믿을 수 없다는 것처럼 보였다.


“거기야…! 내 스탠드야! 위치는 내가 알아… 분명 그 근처에 있어!”


“그 근처라니 그게 어딘데?! 파리가 다가오고 있다고!”


“그러니까, 지금 절개한 거기 말이야! 내 ‘무디 블루스’는 분명 저기 있어!”


스티키 핑거즈는 주변을 더 건드려 지퍼로 열었다.


“어디…? 어디냐고, 아바키오!”


아바키오는 경악했다.


‘이럴 수가…! 대체 어디에 들어가 있는 거지?! 무디 블루스는…?! 분명 위치는 여긴데… 적에게는 아직 뭔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는 건가!’


“상황이 좋지 않아! 아바키오! ‘재생’을 해제하고 스탠드를 불러들여!”


“이미 해제했어!”


무디 블루스는 암흑 속에서 벽을 더듬었다.


‘이상하다… 이 벽은 어디 벽이지? 어디에 들어와 있는 거지…? 밖으로 나가려면 왔던 길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대… 대체?!”


무디 블루스가 벽에 주먹을 갈기자 바로 아래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들려, 부차라티? 방금… ‘무디 블루스’가 어둠 속에서 벽을 쳤어. 파이프 벽 소리 같아! 지금… ‘무디 블루스’는 이 근처 어딘가에 있어!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분명 이 아래에 있다고! 파이프 안?! 파이프까지 절개했는데… ‘파이프 안’…?!”


이미 파리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뭐 하고 있어?! 어서 피해야 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어!”


“피해…? 그 아니꼬운 죠르노 죠바나 자식은 나더러 수수께끼를 풀라고 했어… 건방진 애송이 같으니. 내가 풀어주지. ‘적의 수수께끼’는 하나 더 있어! 그게 뭔지 슬슬 알 것 같아! 수수께끼를 풀고 ‘적’을 박살내 버리겠어!”


“스탠드를 불러들여! 아바키오!”


“온다! 지금이다!”


기합과 함께 무디 블루스는 주먹을 날렸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파리가 아바키오의 주변을 지나쳤다. 아바키오의 주먹에서 피가 튀었다.


“아… 알았다… 놈의… 또다른 수수께끼를…”


곧이어 아바키오의 뒷목에 구멍이 뚫렸다.


“아바키오!”


스탠드명: 소프트 머신 - 유저: ??

파괴력 - A 스피드 - C 사정거리 - E 지속력 - A 정밀동작성 - D 성장성 - E

능력 - 들고 있는 단검으로 대상을 찔러 비닐처럼 얇고 흐물흐물하게 만들 수 있다. 소프트 머신에 당하게 되면 의식을 잃어 스탠드도 사용할 수 없다. 설사 의식이 있어도 성대가 얇아져 소리를 낼 수도 없다. 당연하지만 본체는 얇아져도 스탠드도 사용할 수 있고 말도 할 수 있다. 인간 외에 다른 것도 흐물흐물하게 만들 수 있는지는 불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