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인지는 잘 모르겠어
낙엽장마냥 구겨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픔마저 일그러진걸
도저히 어떤 느낌도 적어낼 수가 없어
흰 종이 위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호젓함과
죽을 듯이 고요한 평정심만 남았어
별건 아니고, 그냥 조금 노곤할 뿐이야
맞아, 꽤나 편안한 건 사실이야
그런데 날 옥죄는 중력 만큼이나 무겁게
침전하는 무감각이 날 짓누르고 있지
기쁨은 방방 뛰다 날아가버리고
아픔은 잔뜩 구겨져 일그러지고
슬픔은 환희 속에서 처형되었지
다시 말하지만, 죽을 듯이 편안한 건 사실이야
호수 아래 나에게 돌을 던져봐봐
나는 나에게 돌을 던지고 나도 나에게 돌을 던지고
아픔은 아픔으로 만나 일그러져버리고
저 아래 침전한 나는 편안하게 웃고 있어
눈물은 눈물로 만나 일그러져버리고
저 아래 낙하한 나는 울면서 비웃고있어
맞아, 나는 나를 죽여버리고 말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