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키오는 급격하게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박살 내버려… 부차라티. 적의 수수께끼는…! 적이 있는 장소는…”


아바키오는 정체불명의 손에 끌려가기 시작했다.


“끌려들어간다! 날 잡아!”


그러나, 아바키오는 피가 흐르는 손으로 부차라티의 얼굴을 건드리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부차라티는 곧바로 아바키오가 끌려 들어가며 피가 흐르는 부분에 지퍼를 달아 열었지만, 바로 아래 선실은 핏자국조차 없었다.


‘어…없어… 여긴… 배수 파이프는 아니야… 어디지?!”


“아바키오!”


부차라티는 아예 갑판을 반쯤 뜯어가며 아바키오를 찾았다. 그때, 어딘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후후후… 갈매기가 날아다닌다는 건 말이야… 후후후후… 이제 육지가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이지… 드디어 혼자가 됐구나. 부차라티… 후후후.”


“네놈, 대체?!”


“아, 아~ 잠깐 잠깐 잠깐. 말은 내가 한다… 지금 주도권을 쥔 건 나라고! 넌 닥치고 있어! 네녀석이 징징 짜는 소린 듣기 싫거든. 내 질문에 대답하라고. 명령할 때까진 입도 뻥끗 마라! 귓구멍 후비는 것 정도는 허락해줄 수도 있지만. 후후후… 알겠지!”


부차라티는 가만히 있었다.


“좋아… 후후후… 난 네녀석을 일부러 마지막까지 남겨뒀다… 부차라티. 네녀석은 언제든지 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잇거든. 너희 패거리도 아직 다 살아 있지… 아니… ‘살려뒀지’. ‘가사 상태’로… 고마운 줄 알아라… 싹 다 죽여 바다에 쳐넣어버릴 수도 있었어… 물고기들 먹기 좋으라고 동강 내서 말이야… 그리고… 네녀석이 그럴 마음만 있으면 너희 패거리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도 있어… 네녀석이 지금 가지러 가는 50억… 아니 100억 리라의… 우히히히! ‘폴포의 은닉 재산’의 행방만 내게 털어놓으면 말이야!”


“너… ‘조직’ 사람이냐…?”


“그 뭐냐… 네녀석… 말귀를 못 알아먹는데… 그러다 콱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파리가 부차라티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가 다시 뒤로 날아갔다.


“내 말 똑똑히 잘 들어… 지껄여도 되는 건 ‘100억’의 행방뿐이다. 어디 한 마디만 그 변기통에 들이민 똥구멍 같은 주둥이로 ‘딴 소리’를 싸질렀다간 봐라! 한 마디에 한 놈씩 네놈 패기리들을 죽여버린다! “뭐라고?”라고 물어도 죽인다! 재채기만 해도 죽인다! 입 꾹 닫고 있어도 죽인다! 나중에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돼도 죽일 줄 알아! 알았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답해라… 그럼 질문한다… ‘100억’은…! 어디다… 감춰놨지?”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괭이갈매기다.”


“어디라고?”


“괭이갈매기다… 저건 그냥 갈매기가 아니다… 괭이갈매기다. 무슨 수로 구분하느냐? 고양이처럼 우는 게 괭이갈매기다. 넌 갈매기라고 했지만 저건 괭이갈매기거든. 잘못 짚었다 이거지.”


“한 놈 죽여버린다!”


“어디 해봐라! 네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다 알았다! 끌려 나오지 않을 재간이 있거든 어디 해봐라!”


그 순간, 요트에 바닷물이 들이 차기 시작했다. 요트가 가라앉고 있었다.


“무…?! 무슨 짓을 한 거냐! 이놈?!”


부차라티는 조금씩 올라가 돛대를 잡았다.


“방금 갑판을 친 건 아바키오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배 밑바닥에 구멍을 뚫기 위한 거였지. 아바키오는 네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가줬단 말이지.”


“서… 선저에 구멍을?!”


“네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무슨 수로 아냐고?! 아바키오의 피 덕분이었다… 아바키오는 일부러 주먹에 상처를 내 피를 흘리는 걸 내게 보여줬어. 흘린 피는 갑판 아래쪽에는 떨어져 있지 않았지. 핏자국은 끊겨 있었다. 갑판 위에서 감쪽같이 말이야. 아바키오의 몸은 갑판 아래 있는 게 아니었다는 얘기지! 그렇다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어디로 끌려간 걸까?! 이미 들통났다. 빠져 죽기 싫으면… 튀어나오는 게 좋을걸!”


그자는 물에 잠기고 있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직후, 돛대가 마치 종이 찢어지듯 찢어지더니 안쪽에서 ‘LAGOON1’이라고 적인 돛대가 튀어나왔다.


“배가 ‘두 척’있었던 거야!”


끝내 가라앉고 있는 요트 한 척과 부차라티가 타고 있는 요트 한 척으로 나뉘었다.


“요트 위에 다른 요트를 또 한 척 아주 얇게 덮어씌워 숨겨뒀던 거지. 넌 그 표면의 얇은 배 안을 이동하며 우릴 공격했던 거야… 눈치를 못 챌 수밖에… 그 점에는 경의를 표하마.”


요트의 파이프 안에서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팔과 어깨에 가시가 장식된 연두색 옷에 연두색 머리를 뒤로 넘겨 동글동글하게 만 그 남자, 주케로였다. 주케로는 바닷물을 뒤집어쓴 채 초록색 돌기가 팔과 정수리를 비롯한 몸 곳곳에 나 있는 레이피어를 든 스탠드를 꺼내더니 그 칼로 쪼그라든 아바키오를 겨누었다.


“가까이 오지 마라… 부차라티! 네 패거리들을 콱 죽여버린다!”


“넌 이미 모습을 드러냈다… 뻔히 다 보이는 그깟 협박에 눈 하나 깜짝해서야 갱 노릇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내가 더 잘 알 텐데. 그만두면 살려주마. 하지만 아바키오를 찌르는 순간 넌 죽은 목숨인 줄 알아라.”


두 사람의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 레이피어가 아바키오에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빠르게 지퍼로 늘어난 스티키 핑거즈의 주먹이 주케로의 얼굴을 때렸다.


“죠르노 말대로군. 몸을 감춘 채 공격하는 능력이라 함은 되레 그 점이 약점… 둔해 빠진 녀석이군.”


주케로는 머리와 몸이 지퍼로 분리되었다.


잠시 후, 원래대로 돌아온 아바키오는 눈을 떴다. 그 앞에는 부차라티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차라티가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옅게 짓자, 아바키오도 옅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