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에 아이가 들어왔다. 현자는 아이에게 점을 봐주었다.

곧이어 현자에게 아이가 물었다.

왜 당신이 점을 볼 때 매번 패의 장수가 바뀌나요? 언제는 스물여덟 장, 언제는 서른세 장, 오늘은 또 마흔두 장...

패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란다. 세상의 이치란 그런 거야. 네가 밥을 먹을 때 밥알 개수를 세고서 먹니? 네가 반찬을 담을 때 이파리 개수를 세고 담니? 집에서 이곳까지 올 때 걸음 수를 세면서 걸었니? 언제나 똑같은 개수, 걸음 수로 있었니? 그렇지는 않을 거야.

신호등 깜박이는 회수는 안 변하잖아요.

그건 사람들이 정해뒀기 때문에 그런 거란다. 필요에 따라서는 명료할 때도 있어야지. 언제는 길고 언제는 짧으면 사람은 그것을 감히 예측하려 들고, 그렇기에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때가 잦단다. 일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일 때가 많으니, 그런 것을 피하기 위해 부러 정해두는 거란다.

점을 볼 때 패 매수도 정해두는 게 아닌가요?

어떤 사람들은 점을 볼 때 패를 일일이 확인하고서는 고를 때가 있단다. 몇 장이었는지, 어떤 그림이 있었는지, 하지만 그런 관찰과 계산은 점을 볼 때에는 필요치 않은 행동이야. 패가 어떤지 알고서 고른다면 점만큼 의미 없어지는 것도 띠 없지. 그래서 매번 패는 바뀌어가는 거란다.

아이는 곧 머저리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