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에게 자주 묻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무엇이죠?'

나는 답합니다.

'당신은 당신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이름을 말하며 이마에 입을 맞춥니다.

그러면 당신은 토라져서 입을 삐죽 내밀겠죠.


하지만 이것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다른 단어들은 당신이라는 존재를 표현하지 못하니까요.

사람들이 흔히 쓰는 '세상, 천사, 여신' 따위의 말로는 당신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 당신의 존재'를 표현하지 못합니다.


당신은 나의 세상이 아닙니다.

이딴 좁디 좁고 썩어 물든 세상따위가 어찌 당신을 표현하겠습니까.


당신은 나의 천사가 아닙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는 날개는 천사의 날개보다 훨씬 거대합니다.

당신은 그 날개를 가지고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나의 여신이 아닙니다.

신이란 오직 자신이 반드시 옳고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오만한 존재입니다.

당신은 스스로를 의심하고 반성할 줄 아는 인간입니다.


당신은 인간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엔 당신 말고도 너무 많은 인간들이 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그들을 당신과 한 대 묶어 동일시 할 수는 없습니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됩니다. 당신은 하나 뿐인 존재니까요.


그렇기에 난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당신이 토라지고 실망해도.

뻔해도 좋으니 남들처럼 말해보라고 해도 난 당신의 이름을 부를 겁니다.


당신의 이름은 당신이 걸어 온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당신과 이름이 같은 인간도 분명 존재하겠죠.

하지만 그 사람은 당신이 아닙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당신의 시간을 담고 있지 않으니까요.


이름은 그릇입니다.

그 이름을 가진 사람, 사물의 시간을 담는 그릇입니다.

당신의 그릇과 똑같이 생긴 그릇도 분명 있겠지만 그것은 당신의 그릇이 아닙니다.

당신의 그릇에는 당신과 주변 가족, 친구들, 그리고 나의 손 때가 묻어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린 분명 그걸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이라는 존재가.

오랜 시간 꾸미고 가꾸어 온 당신만의 그릇을.

당신의 사랑스러운 이름을 나는 오늘도 속으로 되뇌이고.

진심을 담아 딱 한 번 당신에게 속삭이듯 말합니다.

오늘도 당신의 그릇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