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 너머 찬란한 별자리를 바라보며
무한한 신들의 이야기를 자아냈고
그 곁에 올라선 영웅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동경하는 별을 품게 되었다

이윽고, 꿈꾸던 그 날이 왔으니
큰 뱀을 정복한 영웅의 흔적을 그리며
캄캄한 밤하늘에도 여행하는 배를 띄웠지만

이야기는 이야기였을 뿐
칠흑의 밤바다는 의지할 데 하나 없고
눈부시던 별들은 모조리 숨어버렸으니
신도 영웅도 모두 죽어버린 이 세상에
손에는 죽어버린 꿈 한조각만 남았다.



그때 반짝이는 희미한 빛조각
겨우겨우 수평선을 표시하는 한가닥의 인도
천구에 항성의 찬란함에는 못하지만
이 새까만 세상에선 충분한 외침이니

육분의는 접어두고 항법서도 덮어두고
망원경 하나 집어들고 노 저어 나아간다
방향은 올곧게 빛을 향해

다가가니 한 점이 선을 이루고
선은 그물이 되어 도로로 이어지고
도로에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이내 눈부신 밤의 도시가 세워졌으니

하늘에는 더이상 별자리가 없지만
지상에 뻗어간 야경이 밤하늘을 밝힐지니
승천을 동경하던 소년은
이제 땅 위에 우뚝이 기립하여

그렇게 이룩한 하나의 여정은
다시 한번 검은 바다를 비춰주는
새로운 항해자를 위한 또다른 등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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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썻던 시 ″별 없는 밤하늘″과 같은 주제, 같은 시상으로 다시 한번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