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불안감

1. J-프롤로그

2. 동명이인 비슷한

3. H-프롤로그

4. 흔한 이능력 배틀물

5. 기숙사 비스무리

6. D-프롤로그

7. 암살

8. 주머니에 손 넣고

9. 도전

10. 언제나 최초목격자가

11. 입학식

12. 배신자


손끝이 벌벌 떨리고 있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메슥거렸고,  그 느낌은 토를 해야 겨우 풀렸다.


"너 진짜 술 못 마신다."

이난이 내 등을 항상 두드리며 하는 소리다. 다시 말하지만 난 술에 약하지 않았다. 아마 그럴 것이다. 분명히 예전엔 술을 많이 마시고도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그때는 오히려 지금보다 독한 술은 더 독한 것과 섞어 마셨는데도 그랬다. 그래도 애들한데 그걸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너 어제 무슨 수업 있었는지는 기억 하냐?"

등을 두드리는 이난은 블랙아웃이 걱정되는지 그렇게 물어봤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기억 못한다고 하더라도 노트에 적어놓은 게 있으니 그걸 보면 되겠지만, 오늘은 정말 알고 있었다.


"그, 그거잖아. 체인"

거기까지밖에 말하지 못했다. 또 뭐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어, 어. 기억하고 있는 거 알고 있으니까 더 말하지 말고."

이난에게 동정을 받았다. 한 10분 정도 지나자 진정이 됐다. 이난은 걱정되는 듯 내 방문을 열었다.


"정말 못 버틸 거 같으면 쥘한테 말하지 그래."

"괜찮아. 술 싫어하진 않으니까."

"주사가 괴팍한 건 아니니까 난 상관 없지만, 만약 병원까지 가게 되면 어떻게든 말린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그럼, 밖에 좀 나갔다 올게."

"어."


이제 이난도 별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는다. 처음에 이런 산책 이유로 밖에 나갈 땐 뭔 부모님이 어린애 보살피는 것 마냥 과보호였다. 밖에 나갈려면 웬만하면 다 같이 나가는 게 좋다. 차선책이라면 두 명씩 짝지어서 나가야 된다. 아무리 한국이 치안이 좋더라고 하더라도 범죄 조직이 설치고 있어서 뒷골목은 아무래도 위험하다. 왜 세 명이서 나가는 건 안되냐, 냐고 하면 안에 있는 한 명이 위험하다. 그런 이야기뿐이었다. 내가 말을 해도 소용 없는 걸 알았는지, 아니면 비상 연락망이 있으니 괜찮다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스마트폰을 켰다. 콜롬비아에 있을 적에는 절대 얻지 못했던 것. 사실 한국에서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왜냐면, 한국에서는 내가 '훌리오 박' 이라는 걸 증명할 수단이 없으니까. 스마트폰도 학생증이 발급된 다음에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은 이런 점에선 편하다고 할 수 있다. 신원이 불명한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얻을 수 있다. 남북통일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별 사정을 말하지 않아도 이름과 생년월일만 말해주면 발급이 된다.


"어? 훌리오!"

건물 밖에서 두 명이 나왔다. 눈길을 주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일단 한 명은 목소리만 들어봐도 쥘이겠지.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아마 조제프일 거다. 이난은 원체 이유 없이 어딜 나가길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까.


"갑자기 왜 밖으로 나가?"

그 쥘이니까 별 이유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냥 관광이고, 나는 호위? 안내? 아무튼 그런 역할."

하긴 그럼 그렇지. 쥘이 의미 있는 일을 생각할 리 없다.


"그래서 어디?"

"뒷골목."

"아, 그러고 보니 서울 내에도 전통시장 같은 게 있다고 들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을 어떻게 해야 범죄조직이 드글거리는 곳에 들어갈 생각을 하는 걸까."

"네?"


나는 조제프가 한 말을 잘 못 들은 거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죽고 싶으면 혼자 가라면 될 걸."

"내가 그래도 위험하다고 했는데, 기어경찰 있으니까 괜찮을거라던데."


"맞긴 하잖아요. 경찰이 그거라도 해야지."

제발 이 프랑스 여자는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걸 같이 가요?"

"뭐 어쩔 수 없잖아. 이 기회에 조금 그 쪽이 어떤지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고."


그 기회가 인생 살면서 마지막 순간이 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원래 보통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말리는 게 낫겠지만, 애초에 보통 사람이면 골목길로 가려는 시도도 안할 건데. 에이 몰라. 알아서 하겠지.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쥘과 조제프를 보내주었다. 적어도 1분 정도 있었는데 이난으로부터 별 말이 없는 걸 보니 말을 안 했거나 이난도 알고 있지만 넘어가주는 거겠지. 뭐든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닐 거다. 처음부터 쥘이 적당히 말린다고 해서 듣는 사람도 아니고.


"뭐, 둘이서 감당 못할 일 생기면 단체 메신저 방에서 연락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조제프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야겠다.


"장난전화만 하지 마세요."

"안 해 임마."


그러고 금세 가버렸다. 주머니를 뒤적거려서 담배를 찾았다. 한국에 오기 전만 해도 이런 애들 장난 같은 건 최대한 안하려고 했는데. 담배를 한 대 빨고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 이난은 보이진 않았지만 애초에 각방을 쓰니까 굳이 신경쓸 필요도 없을까. 방 안으로 들어오고 나니, 다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방 안에다 대고 토를 한 건 아니지만 술냄새가 진동했다. 방을 치우긴 해야지. 이미 베어든 냄새를 어떻게 치우는지는 상상이 붙지는 않지만.


"저기, 훌리오?"

밖에서 이난이 문을 두드렸다. 눈치를 보니 그리 급한 일은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왜."

"돈 좀 빌려줘."

아무래도 괜히 급했나 보다. 사실 나는 안정적 수입이 있는 게 아니다. 학생증은 있지만 그걸로 알바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치만 처음부터 가지고 온 현찰이 많은 편이다 보니 이런 상황이 조금 나오긴 한다.


"아니, 그냥 빌려달라는 건 아니고, 너 핸드폰 요금에서 까줄게. 지금 당장 계좌에 돈이 없어서."


이런 관계다. 나는 현찰은 많지만 신분증이 없어서 계좌도 못 만든다. 그래서 핸드폰이나 기타 비용을 이난의 계좌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 뒤 이난은 나에게 필요한 돈을 알려주고, 나는 그만큼의 현찰을 이난에게 보내주는 식이다. 만약 지금처럼 예외가 발생할 때도 문제 없다.


"오, 고마워."

나는 이난에게 돈을 대충 꺼내주었다. 왜 현찰이 그렇게 가득 있냐고 반쯤 장난식으로 추궁당한 적은 있지만 사람마다 사정이 있는 거 아니겠냐고 넘어간 사람도 이난이다. 물론 어떻게든 끝까지 추궁하려 한 사람은 쥘이었고.

독심술도 가지고 있는 여자가 악취미 하나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 같다. 애초에 독심슬사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있을텐데 입 다물고 있는 것부터 정상인은 아닌 게 뻔하지만.


"그러고 보니 쥘은 어디 갔는지 알아?"

이난이 방에서 나가기 전에 내가 물어봤다. 생각해보니까 쥘이 뒷골목 쪽으로 간다고는 했는데 정확히 어딘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쨋든 조제프 형도 자기 제어를 넘어설 정도로 위험한 곳이면 데리러 가지 않을 테고, 내가 들어서 아는 것도 없을 테지만.


"글쎄, 조제프 말대로면 일단 신촌 쪽은 최대한 피해서 간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쥘도 한국에 처음 오다 보니 아무것도 모르니까."

"뭐지. 문자 왔는데"


내가 방바닥에다 아무렇게나 방치한 핸드폰이 살짝 울리는 것과 동시에 이난이 말했다. 이난은 자기 바지주머니를 뒤졌고, 나도 그를 따라 핸드폰을 열었다.


'.'

"이거 뭐야."

"그러게."


핸드폰에는 조제프로부터 보낸 문자가 있었다. 그런데 액정에는 마침표 하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석해야 돼."


내가 묻고 싶은 걸 이난 쪽이 먼저 물어봤다. 나라고 그 마침표에 뭔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아냐. 그래도 굳이 몇 가지 짐작을 해본다면, 그냥 문자를 잘못 보냈다거나. 이난이 그때 괜히 걱정하듯 말했다.


"이건 노파심이긴 한데, 위험한 거 아냐?"

"위험하다고 하면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위험하다는 문자를 남기지 않았을까."


이난은 내 말을 듣고도 어딘가 걱정이 풀리지 않는듯했다.

"만약 진짜로 위험해서 세세한 문자를 보낼 시간이 안 된다고 했어도 적어도 장소는 적어야 우리가 알고 가지. 혹시 여기서 위치 추적같은 초능력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럼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뭐 그냥 잘못 보낸 거겠지. 아니면 장난으로 보냈거나"

조제프가 장난으로 이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쥘이라면 그의 핸드폰을 뺏어서 이런 짓을 할 거 같긴 하니까.


"음."

전혀 납득하지 않은 표정을 한 이난은 그대로 방 안으로 돌아갔다. 나도 완전히 안심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기, 훌리오."

다시 주말의 나른한 나로 돌아갈려고 할 때쯤, 이난이 갑자기 나를 불렀다. 그것도 숨을 있는대로 헐떡거리면서. 거기다 손에는 왠지 모를 쇠파이프까지 들고 있었다. 눈치를 보니 나를 때리려는 건 아닌 거 같고.


"같이 가자."

"어디?"

"일단 따라와."


처음에는 권하듯이 물어보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명령을 하네. 그 쇠파이프는 어디서 난 건지도 궁금하고, 어디로 가는 건지도 궁금하지만, 직접 따라나서지 않는 이상 지금 알려주진 않겠지. 아니면 쥘이랑 조제프가 정말로 위험하고, 그 마침표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난이 알아챈 걸 수도. 이난을 따라가니, 이난은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을 달렸다. 주말 대낮에 쇠파이프를 들고 다니는게 어떤 취급을 받을지 몰랐지만, 다행히 주변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왠지 모르게 수긍했다. 설마 여긴 쇠파이프를 들고 다니는 게 합법인건가.


"여기밖에 없어."

아까 출발할 때보다 숨을 더 헐떡거리고 있는 이난은 잠시 달리던 걸 멈추고 쇠파이프를 지팡이 짚듯 쥐고 있었다.


"뭐가 여기밖에 없어?"

"나랑, 조제프가 같이 갔던 곳 중에서 조폭이 있을만한 곳은 여기 거리밖에 없어. 문자로 장소를 보내지 않은 이유는, 나랑 조제프가 알고 있는 장소중에 그런 비상사태가 일어날 만한 곳이 한 군데 뿐이어서야."


다시 한 번 보니 확실히 이 거리에 비해 인적이 드물어보이는데다가 대낮인데도 알 수 없는 음침함이 서려있었다. 일단 보이는 걸로는 쥘이나 조제프는 코빼기도 보이진 않지만 건너편에는 건물로 막혀 있는 삼거리가 있었기에 이 곳에 쥘이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자, 들어간다."

쇠파이프만은 꼭 쥐고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보였다.

"하나, 둘."

표정만 볼 때는 그런 구호도 없으면 쉽게 못 들어갈 거 같고, 설령 들어가서 위기에 빠진 쥘과 마주보게 된다 해도 아무것도 못할 것 같지만. 그런 말은 굳이 꺼낼 필요가 없겠지.


"간다!"

조금은 숨이 안정된 이난은 그 말과 동시에 좁은 길 안으로 내달리려고 했다. 하지만 금세 막혔다. 막혀다기보단 쥘과 조제프가 사각에서부터 나왔다.

눈치를 보니 조제프가 쥘을 끌고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뭔가 위험해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이난은 쇠파이프를 사극에 나오는 검객이 쥐는 것처럼 쥐었다.

"이거 놔!"


그 상태에서 쥘이 갑자기 조제프의 팔을 풀고 다시 사각 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바로 조제프 쪽으로 달려갔다. 조제프는 놀라긴 했지만 이제 질렸다는 듯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형 무슨 일이야?"

"말하자면 긴데, 대충 말하면 쥘이 사고쳤지."

사실 그럴 것 같긴 했다. 그래서 나는 쥘이 뛰어간 곳을 바라봤다. 쥘은 예상과 다르게 전혀 위협에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한 사람을 비 오는 날 먼지가 날 정도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다구리를 까고 있었다.


"뭐, 결국 잘 해결되긴 했지만."

맞는 입장이 아닌 때리는 입장이 된 게 '잘 된 거' 라는 이야기는 아마 아닐 거다. 적어도 조제프는 그런 장난스러운 말은 하지 않는다.


"사건 해결! 고마워요."

내가 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쥘은 아무것도 모르고 같이 사람을 팬 사람에게 인사했다. "아, 아직 사건 해결이 아니지. 이 사람 끌고 기어로 가야..어? 훌리오 씨?"


"대체 뭔 일을 벌인 거에요."

"정의구현이요."

다른 사람이 그 상황에 그런 말을 했단면 하나도 이해를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쥘이 이런 말을 한 거라면,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우선 쥘과 다른 사람이 신나게 두들겨 팬 사람은 아마도 체인일 거다. 쥘이 어떻게 눈치를 챗는지 모르지만.


"무슨 일이야?"

뒤늦게 들어온 이난이 재차 상황을 물었다.


"야, 근데 이건 누가 봐도 쟤가 먼저 대든 거 아니냐."

쓰러져 있는 채 아직도 신음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


"아니, 체인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데 기어에다 신고해야지. 그냥 못 본 척 하고 지나가?"

"아니 그러니까 여긴 우리 구역이라니까."


싸움은 결판난 것 같지만 아직도 말다툼은 계속되고 있었다. 게다가 말 자체는 싸움에서 진 쪽의 말이 맞다.

"쥘. 이번엔 진짜 운이 좋은거야. 신고를 먼저 했는데도 기어는 지금까지 오지도 않았잖아. 신고가 늦은 게 아니라 이 장소는 신고를 안 받는 장소라고."

"네. 그런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제가 때리려고 했잖아요."


이번에는 조제프와 쥘이 서로 말다툼을 했다. 정의감이 너무 강한 것도 문제가 충분히 되는군.

"이번에는 조제프 형 말이 맞아. 어떻게 싸움에 도움도 안 되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무 준비도 없이 처음 만난 상대랑 싸우겠다는 생각을 해?"


"그거야 정의의 힘으로."

"너 진짜 중간에 한 미친 사람이 와서 안 도와줬으면 어쩔 뻔했어."

"기왕 2대 1이면 제가 1이었으면 좋겠지만요."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한 사람이 말했다. 그래. 그 사건에는 총 세 사람이 있었지. 쥘과, 쥘에게 맞은 남자와, 쥘이랑 한 편이 되같이 체인을 팬 남자. 아마 그 남자인 듯 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방금 쥘만큼 이상한 말을 했다. 보기에는 한국인과 비슷한 피부를 하고 있지만, 어딘가 외국인 같았다. 게다가 방금 들은 말로 미루어보건대 싸움을 잘하는지 어쩐지는 둘째로 치더라도 좋아하긴 하는 편이겠지.


"누구세요."

"판둥핑이요. 홍콩 사람."

방금까지 이 악물고 사람을 패던 걸로는 보이지 않는, 순진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런데 체인 조직원을 팼다면 체인은 확실히 아닐 거고, 기어라고 해도 무작정 패진 않는다. 일반인이라면 싸움 자체를 안하려 들 것이고, 아무리 싸움을 좋아하더라도 뒤에 거대 범죄 조직이 있는 사람을 팰 사람은 별로 없을텐데. 설령 보복을 당하지는 않더라도 근처에 동료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근데 저 사람이 감방가는 것 까진 이야기 안 된 거라, 신고는 안해주실 수 있나요."

"네?"

"사실 이 사람 제가, 정확히 말하면 저희 쪽에서 싸움 상대 좀 해달라고 부른 거였거든요."


이건 또 무슨 괴팍한 소리래.

"누구시길래."


"전, 요 근처 대학교 신입생인데, 초능력전투 동아리원이에요. 가끔 동아리장이 동네에서 싸움 좀 하는 사람이랑 컨텍을 만들어준다 하길래 신청했죠."


척 들을 때 믿기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거참 신기한 동아리도 다 있군.


"흠,"

거기까지 말하고 그 판둥핑이라는 사람은 나를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저랑 싸우실래요? 쎄 보이는데."


"아니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그러면서 그 남자는 아무 미련 없이 사라졌다. 뒤에는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이난이 있지만, 거기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그런데 왜 가만있는 나에게 싸우자고 한 거야. 다행히 싫다고 하는데도 기어코 때리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지만, 고민해도 달라지는 건 없나. 일단 쥘부터 어떻게 좀 해야겠다.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순문학은 많이 써봤으나 이런 류의 소설은 어디다 감평받을 기회도 별로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