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나비의 날개짓이 멈출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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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롭고 묵직한 검격이 강철과도 같은 무언가에 여러번 부딪히면, 하늘과 땅이 저 굉음에 비명을 지른다.


 "네놈의 그 건방진 눈이 거슬린단 말이다!!"


 야수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남자가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을 한 채로 소리쳤다.


 "인간에게 지고 있는 것이 그렇게 억울하고 불만인거냐?!"


 이번에는 야수의 형태를 한 남자에게 검은 옷의 남자가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그는 싸움의 도중에도 실성한것처럼 야수의 형태를 한 남자를 비웃었다.


 "나를 다 알고있다는 듯한 그 눈으로 말하지마라!!"

 "하! 반푼이에게 지고있는 주제에 아직도 강한척이냐!!"


 두 남자의 공방전은 쉴새없이 빠르게, 눈에 보이지 않을정도로 신속하게 이뤄졌다.

한번은 지상에서, 한번은 공중에서, 또 한번은 벽 면에서...

두 남자 모두 옷이나 단단한 피부가 찢어지고 피가 흘러 만신창이나 다름없었다.


 "솔직하게 말하시지! 네놈은 그저 나를 쓰러트리고 싶을뿐인거 아닌거냐?!"

 "아아, 그래! 모두를 구하겠다는 생각따위 위선에 불과하다!"


 야수의 질문에, 검은 옷의 남자는 호쾌하게 대답한다.


 "너와 싸우고 싶었다! 너와 겨뤄 이기고 싶었다!"

 "결국 네놈도 피를 원하는 괴물에 불과한...! 크윽!"


 신나게 떠들어 대던 야수는 말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검은 남자의 검 끝이 야수의 오른쪽 뺨을 스쳐 상처를 내었다.


 "아직도 떠들 여유가 남아있는거냐! 베르데!!"

 "시끄러워!!"


 이번에는 베르데의 날카로운 손톱이 검은 옷의 남자의 왼쪽 어깨를 꿰뚫었다.


 "크악..!"

 "흥! 괴물이 되다만 반푼이 녀석은 결국..!"

 "... 하앗!!"


 기합과 함께 검은 남자는 자신의 왼쪽 어깨에 박힌 베르데의 손에 칼을 대고 칠흑의 마력이 담긴 검격을 영거리에서 날려버렸다.

 그의 검격은 주변 일대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버릴만큼 강력했다.

 검격이 완전히 사라지고, 연기가 자욱하다.

 검은 옷의 남자는 야수를 찾기위해 열심히 눈동자를 굴렸다.


 "하아, 하아..! 숨어있지말고 나와라 베르데에!!!"

 "... 망할자식."


 검은 옷의 남자의 호통에 건물들의 잔해를 치우고 안개속에서 야수가 나타났다.

 베르데라 불린 남자의 오른팔은 팔꿈치부터 손까지의 부분이 사라져있었다.

 검푸른 색의 피만이 흐르고 있을 뿐이다.

 두명의 살육전은 그 뒤로도 수십분간 계속 되었다.

 야수는 한 손을 잃어버린 뒤로 꼬리와 발톱까지 사용해 검은 남자를 몰아붙였다.

 그들이 한번 합을 주고받을 때마다, 파동이 일어나 귀를 먹먹하게 했다.


 적어도, 멀리서 그 둘을 지켜보고 있는 내가 보기에는 그러했다.


 "... 다르메키아."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에게있어 나는 방해밖에 되지 않았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그저 짐덩어리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는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있다.

 필요한 때에 도움이 되지 못하니 비참한것도 이렇게 비참할수가 없었다.

 그저 저 야수에게 공격받지 않기 위해 방어에만 신경쓰고 있다는게 너무나도 저열했다.


 나는, 이렇게 쓸모없는 인간이었나?


 그는 처음부터 그럤었다.

 무엇이든지 혼자서 지켜내려하고, 지켜냈다.

 듬직한 그의 모습을 동경했고, 그처럼 되고싶다고 생각했었다.

 누군가를 지켜주는 모습이, 나를 구해주던 뒷모습이 나에게 있어 아름답게 보였다.


 그가 전장을 누빌때면 검은 나비처럼 보였다.

 그의 날개짓 한번이면 전장의 전투는 대부분이 끝나있었다.

 그가 날개짓을 멈추면 전투는 승리해있고, 언제나 자상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며 말해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야수를 상대로 고전하며 온몸을 피범벅으로 한채 싸움을 계속하고있다.


 안일했다, 항상 무사히 돌아오던 그의 모습에 익숙해져서.

 그의 힘에 준하는 강적이 나타나지 않을거란 보장이 없었는데.

 내가 할 수있는게 없다.


 있을리가 없다. 적에게 납치되었던 몸이다.

 그가 구해주어 돌아가는 길에 이런 강적을 만나리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그저 내 이기심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래도..

 그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을것같다.


 "다르메키아아아!!!"


 그를 힘껏 불러본다.

 야수가 달려들려고 하는데도 그는 나를 쳐다본다.

 그가 다치는 것을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았다.

 이기지 않아도 괜찮다.

 다치거나, 죽지 않았으면 한다.


 "이기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니까, 죽지마..!"


 그의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말을 제대로 이어 말하는게 어려웠다.

 하지만 나의 한마디에 그는 한 손으로 야수의 왼손을 막아내고 땅에 쳐박는다.


 "크헉..!"


 얼마나 센 힘이었으면 바닥이 붕괴하고, 한순간 울려퍼지는 엄청난 소리.


 "베르데, 더이상은 다치지 말라고 하는데."


 차분하지만, 무겁고 결의에 찬 목소리.

 말이 끝나면서 다르메키아는 검의 끝을 쓰러져있는 야수에게 향해 내리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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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파트 연습하려고 기억나는거 짧게 글로 써봤음

어딘가 전개가 익숙하다 싶으면 생각하는게 맞을수도 있음

가끔 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