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음주의
전투신 묘사
쌔액! 공기의 갈라짐에 놀란 다리가 저절로 움직인다. 발자국이 남은 자리에 화살이 박혀있다.
검게 탄화된 화살. 아직 식지 않은 듯 그을음이 피어오르고 있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파악하려던 찰나.
휘익-! 뺨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는다. 뱀의 혀와 같은 감촉,연검이다.
"이익..."
죽어보자는 심정으로 몸을 뒤로 빼며 방패로 거칠게 검을 밀어낸다. 연검은 살아있는 뱀처럼 펄떡이며 튕겨져나간다.
두 검이 뒤치닥대며 마찰음을 토해낸다.
정신없이 몇 합을 받아내고 나서야 눈에 들어온 인영은 망토를 푹 늘러쓴 어린 검사.
놀랄 틈도 없이, 칼날의 태풍이 휘어들어온다.
빠르고 섬세한 움직임에 시야가 검보랏빛으로 변한다. 길고 긴 연검은 넓은 범위를 한꺼번에 점령해 똬리를 틀듯 먹잇감을, 나를 몰아넣는다.
천둥마냥 몰아치는 칼날과 공기의 괴성 사이에서,
화살 하나가 날아드는 소리를 알아챌 턱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