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에 잡아야 할 사람이 누구야?”
“몰라, 수인종인 거 같은데?”
휴엔은 의자를 뒤로 제끼며 귀찮은 듯 대꾸했다. 나는 귀찮아하는 그를 대신해 수배서를 꺼내 보았다. 거대한 송곳니를 가진, 검치호 수인종이었다.
“검치호 수인종이네…?”
“응? 검치호?? 잠시만 아오! 나 한 번만 보자!”
류가 나에게 다가와서 내가 읽던 수배서를 가로채 갔다. 그는 이내 그것을 자세히 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카일 블레셀? 이 녀석이 수배자가 됐다고!?”
“아는 사이냐? 왜 이리 놀래?”
류는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휴엔을 바라보았다. 휴엔은 하품을 하며 그를 보았다. 별 생각 없이 뱉은 말이었는지 류가 그런 표정을 하자 그는 코웃음을 쳤다.
“허! 진짠가 보네. 그러면 무슨 능력인지도 알아?”
“어… 알아. 비해방자야.”
“음, 그렇군. 비해방자라……… 뭐?”
쾅!
휴엔은 놀랐는지 이내 넘어졌다. 제대로 앉으라고 해도 무시하더니… 류가 그것을 보고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건 그렇고… 진짜 그런 거대한 저택으로 옮겨가게?”
“그래, 계속해서 여관에서 행동하기는 불편하잖아? 린 씨에게 빚진 거도 꽤 되고…”
의외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는 건가?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그는 이내 돈을 꺼내며 말을 이어갔다.
“대충 떼먹었던 게 1,050 아크 정도였으니까… 갖다 드리면 되겠네.”
“야, 너… 거의 한 달 분량을 린 씨한테서 뜯어먹은 거야!? 이거 정신 나간 자식이네…”
“1,050 아크면 어느 정도지? 비싼가?”
“비싸… 음… 금 목걸이 하나 싸게 사고도 남을걸…?”
아우루엔은 이내 책을 덮고는 일어섰다. 그러고는 그가 밖으로 나가려 하길래 내가 그에게 물어 보았다.
“어디가? 이런 밤에…”
“산책하는 겸 조금 날다 오겠다.”
“그래, 그러면 짐은 어떻게 옮기게?”
나는 나가는 그를 뒤로하고 휴엔에게 물었다. 그러자 휴엔은 그제서야 일어나며 의자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엉? 짐 얼마 없잖아. 그냥 옮겨~ 귀찮으니까 마차를 타고 가야지.”
“허…”
그런 저택에서 사는 게 정말 실감이 되지 않았다. 집주인에게 받은 거라지만… 그냥 주기에는 생각보다 상당히 으리으리했다. 그곳에 산다는 것에 마치 동화 속의 공주님이 되는 거 같아서 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한참 그런 상상을 하고 있을 때 쯤 류가 휴엔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휴엔, 너 대검은?”
“엉? 분해해서 들고 왔어. 등에 메는 것보단 그게 낫잖아?”
“그거 분해할 수 있는 거였어?!”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내일 갖고 갈 옷을 확인하기 위해 옷장을 뒤져보았다. 내일 가져갈 옷들을 하나, 하나 확인하던 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검은 색으로 도색 된 단검…? 처음 보는 건데… 휴엔 건가?
“휴엔! 이 단검 뭐야?”
“응? 뭐야, 그 단검을 왜 가지고 다녀?”
“아니~ 옷장에 있길래…”
“아, 그게 거기 있었나? 검은 단검 말하는 거면… 그거 아일레우스 산맥에서 내려올 때 주변에서 주워서 썼던 거였는데?”
무슨 소리지? 상식적으로 산에서 단검이 있을 수 있나?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일레우스 산맥에서 내려올 때 그것을 주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내 그것이 아버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것을 가방에 넣었다.
“그러고 보니 레아는 어디로 갔대?”
“공원으로 운동하러 간다 했는데…? 그러고 보니 걔한테 따로 무기 필요하지 않아?”
“음? 못 봤냐? 내려올 때 신전에서 얇은 검 한 자루 주워 왔어.”
“허어…?”
나는 한숨을 쉬며 문을 열고 나와 내 방으로 향했다. 레아는 곧 들어 올 테니 난 그냥 씻고 자야지…
────────────────────────────────────────
나와 류는 테이블에 앉아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녀석은 어디서 사 온 건지 아몬드를 가지고 다녔다. 나와 녀석은 아몬드를 까드득까드득 씹어대며 이야기를 나눴다. 녀석에게 듣기엔 카일 블레셀이라는 사내는 녀석과 한동안 같은 의뢰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비해방자지만 창 실력이 보통이 아닌 탓에 해방자인 범죄자들도 모두 쓸어버렸다고 한다.
“잠시만~”
“엉?”
그 녀석은 11시를 가르키는 시계를 보더니 이내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얼굴을 보고 놀라서 녀석의 얼굴을 때리고 싶었지만 이내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레아랑 아우루엔이 좀 늦지 않냐? 한번 데리러 가 볼래?”
“뭐하러~ 알아서 오겠지.”
“나는 와 있다만.”
“이런 ㅆ… 깜짝이야!!”
심장이 떨어질 듯 놀랐다. 아우루엔은 창문을 통해 들어와 창문에 걸터앉은 채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이내 내려오며 책을 덮었다.
“나는 어디서 자면 되지?”
“방 하나 더 빌려야 되려나~”
“아니, 그냥 한 명이 땅바닥에서 자면 되잖아?”
어딜 방을 하나 더 빌려서 돈을 쓰려고? 내일이면 나갈 건데! 내가 끼어들며 말하자 이내 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말이야~ 가위, 바위, 보로 정하는 건 어때? 벌칙으로 땅바닥에서 자는 거지.”
“흠… 나야 상관없다만. 너는 어떻지 휴엔?”
“그 정도로는 재미없지. 진 사람 한 명은 아침밥을 아오가 해 준 걸 먹고, 다른 둘은 그 진 사람이 준 돈으로 밖에서 먹는 거, 어때?”
그 말을 듣자 류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아마 전에 먹었던 것이 트라우마가 된 것이겠지. 녀석은 이내 내 표정을 보고는 다시 입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진짜… 괜찮겠어? 너 그거 먹을 수 있냐?”
“전에 말했잖아… 그걸 내가 안 먹고서 어떻게 알겠냐? 시발! 그걸 먹어 봤으니까 알지…”
아우루엔은 조용히 입을 닫고 있었다. 아마 우리의 대화를 듣고 눈치챈 거겠지. 아오의 절망적인 요리 실력은 정말… 갑자기 생각난 거지만 어떻게 정상적인 식재료로 그런 음식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먹기 전까지는 알 수도 없는 것이, 생긴 것 마저도 정상적이게 생겼다는 것이다. 보통 음식이 맛이 없으면 향이나 그 형태. 그것에서 나는 열 같은 것에서 어느 정도 감이 잡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녀의 음식은 형태와 향과는 전혀 다르다. 분명 향은 정상적인 음식일지라도 그것을 입에 넣는 순간 그것은 하수구 물이 된다. 진심으로 내가 발로 음식을 하더라도 그것보다는 맛있으리라… 나는 한숨을 쉬며 주먹을 쥐며 다른 손으로 그 손을 감쌌다. 그러자 그들도 가위, 바위, 보를 하자는 의미로 정확히 받아들였는지 그들 또한 자세를 잡았다.
“간다?”
“가위, 바위, 보!!”
류와 아우루엔이 보, 나는 가위를 내려 했으니 나의 승리여야만 했다. 하지만 나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고, 내 손은 바위를 내고 있었다.
“뭐야 시발 이거!?”
“『빙화』…!”
“아니 미친 이건 반칙이 잖…!”
“애초에 그런 규칙을 정한 적도 없지 않나?”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야, 류!! 네가 뭐라 해 봐!”
내가 항변하자 류는 입을 막으며 끅끅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내기에서 내 편이 없었다는 것을, 이 자식들은 어떻게든 음식을 먹기 싫어서 발버둥 치는 거란 사실을, 그냥 이미 이 내기에 반칙이고 뭐고 없음을 말이다. 개 같은 자식들.
“후… 알았어. 그냥 내가 벌칙 받을게. 근데… 이거 손이 얼었는데 어떻게 하냐?”
“가볍게 얼렸다.”
“아니 아니, 가볍게 얼고 나발이고 손이 지금 얼어서 움직이지도 않는데!?”
“적당히 린 씨한테 내려갔다가 와~ 치료해 주시겠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 이전에 손이 너무 시렸기에 나는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린 씨가 무언가 마시고 계셨다. 나는 또 그녀의 앞에 앉아서 내 주먹을 내밀었다. 이내 그녀는 손을 머리에 짚더니 한숨을 쉬었다.
“하아… 대체 뭘 하길래 손이 얼어붙었니?”
“아니 그게…”
“후우… 됐어. 얼음은 좀 녹여야 하니까… 뜨거운 물에 손 좀 담그고 있어.”
“예이~”
나는 이내 세면대로 향하여 뜨거운 물을 틀었다. 뜨거운 물에 얼음이 약간씩 녹으며 손이 빨갛게 변해갔다. 이내 린 씨는 나에게 걸어와서 능력을 사용해 주셨다.
“『세포치유』”
그 순간 내 손이 원래처럼 돌아오며 다시 잘 움직여졌다. 진짜 린 씨는 의사나 의무대, 고독의 기사단에 들어가셨으면 대성하셨을 텐데. 왜 이렇게 여관에 집착하시는 건지 모르겠다. 어찌 됐건 나는 치료가 끝나자 손을 폈다 접었다 하며 손의 감각을 확인했다. 손에 얼얼한 느낌이 났지만, 그는 잠시, 곧 평상시대로 돌아왔다. 나는 이내 뒤돌아 있던 린 씨의 등을 보고는 옛날, 산에서 린 씨가 구해줬던 일이 떠올랐다. 우리 아버지를 만나러 가시던 중에 구해주셨지. 여태껏 있던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기에 린 씨에게 말을 걸었다.
“린 씨… 저희… 이제 다른 곳으로 가려고요.”
“음… 알고 있지. 서드가 자기 별장을 넘긴다고 했잖아? 돈 지랄하는 데에는 도가 텄어. 도가…”
“그래서 말인데요…”
“응?”
나는 돈 봉투를 그녀에게 건넸다. 원래 내일 아침 건네려던 것이었지만, 지금 드린다고 하더라도 별문제 없겠지. 이내 그녀는 그 안에 들어있던 50 아크 지폐를 세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알고 있었구나?”
“제가 어떻게 잊겠어요. 덕분에 몇 년이고 잘 살았습니다.”
그러자 린 씨는 나를 와락 껴안으셨다. 분명 나보다 작으신데,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시는지 모르겠다. 감동스러울 거라고 생각한 이 상황에서 그녀는 나에게 헤드락을 걸었다. 당황한 탓도 있지만 그녀의 힘이 너무 강했기에 풀 수 없었다.
“그걸 알고도 여태껏 안 내?”
“아야야야! 미안해요!! 잠시만!!”
이내 그녀는 헤드락을 풀고 다시 나를 껴안았다. 그 품이 너무도 따스하여 마치 어머니 같았다.
“그래… 온 게 벌써 5년이나 지났네. 잘 가려무나. 5년이나 나 같은 거랑 잘 지내줘서 고마워…”
“에이… 뭘 그거 가지고 그래요~ 쑥스럽게… 애초에 저랑 아오를 데려와서 키워주신 건 린 씨나 다름없는걸요.”
린 씨는 그 말을 듣고서 얼굴을 더 파묻으셨다. 이내 나는 그녀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린 씨는 얼굴을 보여주며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 어린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컸대…”
“푸핫… 그 어린 꼬맹이 때도 린 씨보다는… 아야야, 아파요. 아프다구요…”
내 말을 듣다가 그녀는 주먹으로 내 가슴을 툭, 툭 치기 시작했다. 그것이 보통 여자였다면 그저 어리광이었겠지만, 린 씨는 달랐다. 평상시의 그녀라면 한 대 한 대가 주먹을 맞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오히려 가슴은 따뜻해졌다.
“그래… 그럼 잘 가고. 아프지 말고!”
“네~ 네. 늘 하시던 말씀이죠, 그거.”
“하여튼… 그래 이제 가서 자기나 하렴. 어차피 중개소는 여기를 계속 쓸 거잖니? 영원한 이별도 아니니까~”
이내 그녀가 미소를 짓고 나를 밀쳐냈다. 이내 나는 벽까지 처박힐 뻔했으나 나는 그냥 웃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
감정묘사 뻑~ 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