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일레우스 산맥에서 내려가 마부 아저씨를 다시 만났다. 아저씨는 왜그리 다쳤냐며 걱정했지만 그래도 치명상은 피한 상황이었다. 궁금한 것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산을 내려가는 길에, 마차 안에서 모두 지쳤던 탓에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로 우리는 린 씨의 여관에 도착했다. 그리고 린씨는 우리를 치료하며 정신을 차린 여성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스키아… 씨라고 하셨죠?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그게… 그날은 평화로운… 날이었어요. 훈련을 한 뒤… 땀을 흘리고 쉬고 있을 시간쯤이었어요… 갑자기 그 지크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학살했죠. 그래서 저희는 식당으로 도망가서… 거대한 문을 닫아 놓고… 농성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 괴물… 상실종이 나타났어요… 그리고… 그리고…!”
“힘드시면 그만하셔도 괜찮아요… 우선 기사단에 수배해 놓을게요.”
린 씨는 스키아 씨의 등을 토닥여 주며 그녀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아마 서드씨께 넘길 생각이겠지. 그리고 내 두 자리 옆에서는 류와 레아가 둘이서 대화하고 있었다.
“그래서… 네가 그 혼란의 시대의 사람이다?”
“응, 그렇지. 그 모습은 내 옛날 모습이었어. 그리고 속일 생각은 없었어. 그때는 기억이 아무것도 안 났거든.”
“허… 상실종이 너를 데리고 있던 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상실종이? 잘 모르겠지만… 지크처럼 내 부하였던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음… 그래? 상황이 참 복잡하구만~”
류가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그렇구나~ 하면서 일을 넘겨버리는 성격에 그녀는 편안함을 느낀 듯했다. 그리고 나는 치료를 받는 휴엔과 책에 집중하는 아우루엔 사이에 끼어서 최고로 불편한 침묵을 경험했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치료가 끝난 건지 왼손을 풀던 휴엔이었다.
“아오… 그게… 미안해.”
“응? 아 아냐 아냐! 괜찮아. 너도 네가 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었잖아.”
휴엔의 진중한 표정을 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그는 언제나 귀찮아 죽겠다는 얼굴로 모든 일을 해결했기에… 그러나 이내 류가 휴엔을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아오보다 우리에게 먼저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하하핫!”
“그래… 넌 매번 그랬지. 개새끼야. 미안하다 미안해.”
“하하하하! 네 입에서 사과를 들을 줄이야. 푸하하핫!”
나는 류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혀를 내두르며 휴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휴엔은 내가 있는 방향으로 의자를 돌리더니 아우루엔에게 질문을 했다.
“그러고 보니 아우루엔. 질문할 게 있어.”
“음? 뭐지? 아는 것 내에서 답해주지.”
“해방할 때의 감각을 아나?”
“알지. 나도 해방자잖나.”
“그럼… 해방을 2번 할 수도 있나?”
푸우우웃!
그 순간 류가 마시던 물을 자신의 뒤로 뿜어냈다. 그러고선 이내 그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하하하하하핫! 뭐… 뭐야? 너 2차 해방자가 아니었어!? 푸하하하하하! 1차 해방자가 2차 해방자랑 싸워도 동등할 정도라니. 푸하하하하하!! 너 뭐야? 큽푸하하하학!!”
류는 놀란 건지 아니면 웃는 건지 구분하기 힘든 모습을 하고 있었다. 2차 해방…? 무슨 말이지?
“설명해주지. 우선 ‘할 수 있다’. 나도 2차 해방자다. 내가 듣기로는 3차 해방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아는데… 2차 해방부터는 잠재력이 해방되는 거다.”
“…….”
레아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뭔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음료를 홀짝이고 있었다. 왜 그런지 궁금했으나 상당히 기분 나쁜 듯한 모습이었기에 나는 테이블에 엎드렸다. 그러자 린 씨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아마 서드 씨가 오신 거겠지. 그녀는 이내 휴엔에게 오라고 손짓하시더니 휴엔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서 그녀를 뒤따라갔다.
“아그그그극… 그럼 이제 올라가 볼까?”
그러자 아우루엔이 책을 덮더니 같이 일어났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질문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나는 쓸데없이 진중한 그의 표정이 조금 웃겼지만, 나는 평범하게 그에게 이야기하며 일어났다.
“따라와~ 방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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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방에 들어가자 서드 씨가 담배를 피며 기다리고 있었다. 또 저러다가 린 씨에게 맞지 않을까 싶었는데, 당연하다는 듯이 린 씨가 서드 씨의 뒷통수를 가격했다.
“피지! 말랬지!?”
“아야야… 죄송해요, 하핫…”
재밌는 사람이다. 그의 웃음은 다른 사람 또한 웃게 했다. 나는 그의 앞에 마주 앉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문득 궁금했던 것이 떠올라 그에게 이야기했다.
“우선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거부터 물어도 될까요?”
“네, 마음대로 하시죠. 오늘은 시간이 많아서 괜찮거든요.”
음… 어떤 거부터 할까? 수 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스치는 와중에 떠오른 질문.
“왜 저에게 의뢰를 맡기신 거죠? 하필이면 저에게?”
“음… 사실…”
그가 뜸을 들이자 나도 괜히 긴장해서 듣게 되었다. 그는 뒷머리를 긁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잘 모르겠네요? 하하하핫! 사실 라미르 건은 다른 길드에도 뿌렸던 거고… 사실 잡아 오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잡아 오신 거 때문에 계속 의뢰를 맡긴 거고요. 그 일 때문에 사실 제가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을 고용한 게 아닐까 싶었죠! 하하하하하!”
“……”
약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궁금한 것은 많았기에 질문을 이어갔다.
“왜… 이런 의뢰를 맡기신 거죠? 기사단에서 해결할 수 있을, 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그것이… 질투의 기사단에서 의뢰를 맡겨달라고 부탁을 받아서 제가 의뢰를 맡긴 겁니다… 그 기사단은 하는 일도 없으면서 왜 늘 바쁜지 원…”
나는 그가 다른 기사단에 불평을 늘어놓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질투의 기사단이 일을 안하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다른 기사단의 기사단장에게 그런 잡일을 시키다니? 그는 상당히 성격이 좋은 듯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와 마주 앉아 있을 리가 없으니. 그리고서 나는 마지막 질문을 이어갔다.
“의뢰 보수 말인데요…”
“아 맞다. 그쪽에 관해서 말씀을 먼저 드렸어야 했는데… 원래의 보수가 10,000 아크 정도였는데… 스키아 씨의 증언에 따르면 10,000 아크 정도로는 한참 부족한 의뢰였던 모양입니다만…”
“음… 확실히 그렇긴 했죠.”
이상한 상황이 꽤 많았으니… 생각했던 것처럼 보수를 한 2배는 뻥튀기시켜 주려나? 나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부담스럽다는 듯 나를 손바닥으로 가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의뢰비에 더해서 제 개인 별장을 넘겨 드리겠습니다. 사실 쓸 일이 없는 별장이라 그런 거긴 합니다. 그래도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여…”
기사단장의 별장! 그 이야기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 별장!? 나는 당황했지만 침착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크흠흠… 그 별장이란 것은?”
“아… 여기 사진이… 있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그가 사진을 내밀었다.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내가 지나다니며 보았던, 누가 살지 궁금했던 3층 저택이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랐다. 그러자 그는 내 놀라움에 쐐기를 박아버렸다.
“계속해서 의뢰를 당신에게 넘길테니… 받아 주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상상도 못 한 보상이 너무 놀라웠지만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서드 씨가 주시던 의뢰는 언제나 위험하긴 했기에 그럴 만도 한가? 라며 자신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어차피 내 목적은 좀 더 윤택한 삶이 아니었던가. 서드 씨의 의뢰를 수행하는 것만으로 의뢰비와 저택이 내 손에 들어오는 것이다. 애초에 자택이나 사무실이 없어서 활동하기는 어려웠지 않는가!? 나는 소리 지르며 밖으로 달려나가고 싶었지만 이내 침착하며 그와 이야기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내일 바로 갈 수 있을까요?”
“바로요? 흠… 짐만 어떻게 하실 수 있다면 상관없죠.”
“네, 어차피 짐은 마차로 옮기면 되고… 뭣보다 마차 한 대면 될 정도로 적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본론으로 다시 넘어가 보도록 하죠. 크흠흠!”
그는 헛기침을 하면서 목을 가다듬었다. 그는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의뢰는 정말 잘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세상이 더 평화로워 질 수 있었군요,”
딱딱하지만 온화한 목소리, 방금 전의 유쾌한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나에게 말해왔다. 린 씨는 한심한 듯 그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그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경청했다.
“이번 의뢰에서 당신이 그… 지크라고 불리는 사내를 퇴치해준 덕분에 단 한 명일지라도 투쟁의 신관께서 살아남으셨습니다. 그 분께서 상황을 어느 정도 설명해주신 덕에, 당신의 공적을 치하하여 당신에게 보수와 함께 새로운 의뢰를 넘기려 합니다.”
그의 평소의 모습과의 차이를 보고 나는 웃음을 참기 힘들었지만 그 또한 웃음을 참기 위해 얼굴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을 보고 나 또한 웃음을 참았다.
“예… 푸흡… 어떤… 의뢰죠?”
“우선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우선 순서대로 하도록 하죠. 일반인을 구타하고 테라 평원으로 도망간 헌터가 한 명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잡으려는 다른 헌터들을 제압하고 그 계속 도망치는 중이지요.”
“그를 잡아 오면 되는 건가요?”
“네, 그를 잡아 오시면, 그의 수배금의 140 아크를 추가해서 의뢰비로 지급하죠.”
역시, 기사 단장답게 통이 크시군. 나는 그가 건네는 의뢰지를 받아서 보고는 그대로 일어났다. 그 수배자가 얼마건, 누구건, 최소한 짭짤한 금액일 것이기에.
“용건은 그거 하나뿐이죠?”
“맞습니다. 가능하다면 3일 내에 처리해 주십시오. 다음 의뢰는 조금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기에…”
그 말을 들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마디 거들었다. 그의 성격상 안될 것도 없을 것 같았기에…
“그럼 대신 20 아크만 더 추가해주세요.”
“푸하하하하하하! 아 정말 이런 말투는 못 해 먹겠군요. 그냥 평상시처럼 말하죠. 알겠습니다. 20 아크 더 얹어 드리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
그가 웃기 시작하자 그의 그 밝은 얼굴에 나조차도 웃음이 튀어나왔다. 린 씨는 그것을 못 봐주겠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방을 나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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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다음 소제목 고민하느라 늦어졌습니다....그래서 이참에 소제목을 다 정해버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