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멍청한 악마 하나가 인간에게 반해서는 계약할 틈도 못찾고 우물쭈물 하다가 죽을때가 되서야 겨우 계약을 성공 했는데 환심좀 사보겠다고 주변에 기르던 애완동물 까지 차일드로 만들어서 마력이 부족해졌다. 그리곤 퇴마사들에게 들킬까 차일드와 잠시 힘을 비축한채로 나름 겨울잠에 들어갔는데 깨어나보니 이집트 왕조에서 2000년도 더 지난 시대에 악마 쟁탈전중이였고 어느 뿔달린 악마한테 패배해서 자기 차일드도 유지할 마력을 못아낀 바람에 계약 까지 넘겨줘버리게된 이야기. 그래 이 정도면 되겠다. 


그리고 



" 호......호루스 일어나봐 큰일이야 "


아침부터 꼬마악마가 시끄럽게 깨워댔다.


" 무슨 일인데 " 


악마는 굉장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론 


 " 클레오파트라가 사라졌어 "


 " 아침부터 산책이라도 나가신거 아니야? "


 " 저......아니 그게........ 어제 다비가 클레오파트라한테 본인이 차일드라고 말을 해버려서........ 그대로 방에 박혀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


절대 일어나선 안될일이 일어나버렸다. 


 " 으아아아악 !!!!!!!!! 꼬마 악마 , 너 ....... 이 상황을 어떻게 할거야 !!! " 


 " 내가 진짜 정말 미안한데...... 아무튼 일단 클레오파트라부터 찾으러 가자 "


 " 끝나고 보자 특히 그 서큐버스랑 같이 " 


 뿔쟁이 악마와 집을 나서려는 순간 문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 악마들이여 진노의 날이 도래했다. 그대들의 죄를 고하고 파라오께 자비를 빌어 마땅한 벌을 받아야할것이다 " 


 " 시끄럽고 아펩 , 여왕님 어디가셨는데 "


 " .......... "


 " 됐다 됐어 " 


 괜히 기분만 나빠졌다. 문을 가로막은 아펩을 적당히 밀쳐내고서 집앞으로 나서니 막막한 기분이 앞섰다.


 " 흠 그럼 우리 여왕님이 어디로 가셨을까? 저녁전에는 찾아야 할텐데 "


 " 우선 나는 저쪽부터 둘러볼게 "


 그렇게 뿔쟁이와 헤어져 하루종일 마을 주변을 찾아 헤맸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은 없었고 , 해가 저물어갈 즈음이 되서야 마지막 단서에 생각이 닿았다.


 " 그래 거길 안갔구나 "


황급히 뛰어 도착한 오벨리스크의 입구에는 아펩과 바스트가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 바스트는 반쯤 발라당 누워있었지만 )  


 " 잘들 놀고 있었어? 내가 너무 늦었나? "


 " 호루루 지각 ! 바스트가 혼내줄거야!! "


 " 저 고양이가 또 "


 으르렁 거리는 바스트를 제지하며 아펩이 막아섰다. 

 

 " 오는동안 변명은 생각했겠지 악마여 " 


 " 하루종일 "


 " 문지기가 파라오의 알현을 허락한다. 파라오의 은혜에 감사하도록 " 


 " 퍽이나 "


 오벨리스크 내부로 드러서자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한 마력들이 가득했다. 정비를 한지 꽤됐지 혹시라도 위험해지기전에 빨리 데리고 나가야겠어. 내부 가장 깊숙한곳 생전 클레오파트라의 왕좌를 본따만든 장소 , 그 왕좌에서 클레오파트라는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 저....... 여왕님? "


 조심스레 말을 걸어보았지만 들리지않은건지 일부러 무시한건지 티끌만큼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에휴 "


 클레오파트라에게 다가갔다. 호흡이 가빨라지고 심장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걸 

여왕의 앞에 악마가 바로 섰다.


 " 데리러왔어 "


 " ........누구냐 "


 " 누구냐니 호루스지 당신의 충실한 심ㅂ....."


 " 내가 누구냐는 말이다 !!! "


 내 말이 끝나기도전에 대답 대신 비수를 던져댔다.


 " 그야...... 지고하신 태양의 파라오 클레오파트...... "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것 같은 얼굴에 영근 눈물을 보고는 더이상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 미안...... "


 " 무엇이? "


 " 전부 "


 " 그렇다면 너가 태어난것조차 내게 미안해야할 일이란것이냐? " 


 " ....... "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이미 그녀는 모든걸 알아버렸다. 절대 씻을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입힌거다. 


 " 악마가 될거라고 속이고 차일드로서 계약을 맺어버린거 정말 미안해 "


 " ......... " 


 " 정말 끝까지 속이려거나 다른 의도가 있지는 않...... 여왕님? "


 클레오파트라가 울기 시작했다. 울분이 가득한 얼굴로 눈을 똑바로 마주치더니 곧 고개를 푹숙였다.


 " ....... 이천년동안이나 같은 꿈을 꾸었다. 매일 매일 내가 다시 파라오의 자리에 오르는 꿈을 그리고 그것을 위해 모든걸 기다렸거늘 , 그 모든게 너의 속임수고 간계였단 말이냐 ! 대체 너는 나를 어떻게 보았을까 ? 멍청한 여자가 제 분수도 모르고 죽지도 못한채 이루지도 못할 꿈을 이루는걸 구경하는게 즐거웠느냐 그것이 악마라는 작자들의 유희더냐 !!! "


절규와 같은 비명 . 듣기엔 속이 거북했다. 제멋대로 이룬 모든 일들이 사실 처음부터 아주 크게 틀어지고 있었단 사실이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게 울고 있는 클레오파트라에게 아무말도 못하고 우물쭈물거리기를 잠시 , 뒤에서 커다란 경고가 날아들었다.


 " 주인님!!! 호루루!!! 아펩이 오벨리스크가 무너진대!!!!!!!! "


 큰일이다. 


 " 여왕님 빨리 일단 도망치자고 " 


 클레오파트라의 팔을 잡아 끌려는 순간 바로 뿌리쳐졌다.


 " 혼자가거라 나는 여기서 끝내겠다 "


 아직도 얼굴을 채 들지 못한 클레오파트라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정말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테지 


 " 주인님!! 호루루!! 빨리 !! "


 " 에라이 여왕님 좀 참아!! " 


 그대로 클레오파트라를 들쳐업고는 출구로 전력 질주했다 . 등을 후두려패며 발버둥치는 클레오파트라에 출구를 마주본 통로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 주인ㄴㅣ "


 바스트의 비명과 함께 시야가 암전됐다. 마력으로 최대한 낙석들을 막고 있지만 그리 오래버틸수 있진 않을거 같았다. 그전까지 아펩이 와야할텐데 


 " 처음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 하지만 마력이 돌면서 기억이 선명해질수록 그 꼬마 악마의 차일드들을 보면서 나도 그들 같다는 생각이 그리고 그런 말을 듣고서 마지막에 너의 말까지 듣게되니 모든게 확실해졌구나 " 


 " 그게 거기엔 깊은 사정이 ...... "


 " 사정? 웃기지도 않는구나 무슨 사정으로 내 삶과 죽음을 희롱할 자격이 주어진다는것이냐 "


 " 같이 있고 싶었어 "


 " 뭐? "


 " 같이 있고 싶었다고 !! "


클레오파트라는 얼이 빠진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 믿어줄지는 모르겠는데 첫눈에 반했다고 그래서 환심 사보겠다고 거짓말까지 치고 그 멍청한 고양이랑 뱀까지 차일드로 만들어놨는데 마력이 모자라서 이제사 깨어나버린걸 어떻게해 "


 " 너는 무슨....... "


더이상 낙석들을 버틸 마력이 없다 . 안돼 조금만 더 ........


 " 그 누가 파라오의 안위를 위협하는가 !!!!!!!!!! "


딱 맞춰왔네. 기억은 거기 까지였다.











 기절한 동안 꿈을 꾸었다. 태양이 나일강 일대의 땅을 낮동안 불사르고 마침내 하늘까지 붉게 물들일때 그때의 태양을 더러 사람들은 낙조라고 한다. 그리고 그때 그곳에서 클레오파트라를 처음 마주쳤다. 긴 흑발 머리 사이로 비추는 낙조의 붉은 빛은 정말 황홀한 기분이 들게 했다. 아마 그때부터 계획도 생각도 없는 이 모든것이 시작되었던것 같다 .


 " ......루 "

 " .....루루 "

 " 호루루!!!! "


 눈을 뜨자 바스트와 클레오파트라 뿔쟁이 악마에 아펩까지 누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 호루루 !! 주인님도 호루루도 깨어났다!  "


 몸을 일으켜 클레오파트라를 처다보았다. 그녀는 슬쩍 눈을 피하고는 입을 열었다.


 " 정신이드나보구나. 무리할 필요없다. 너도 나도 잠깐 기절했던거 뿐이니까...........그리고 아주 잠깐 기절해있는 동안 나에대한 너의 기억이 보였다. 정말로...... 너의 말을 믿어도 되는것이냐? "


실소가 터져나왔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다 말하면 되는걸 괜히 어려운 길로 돌아왔구나 


 " 그럼요 저는 그때부터 여왕님의 충실한 심복으로 평생을 바치기로 정했습니다 " 


 " 또 여왕님이라고 "


 " 바스트가 혼내줄게 !! " 


 바스트가 달려들었다. 


 " 으아악 "


 " 바스트 그만 ! "


 " 히잉 "


 " 해가 저무는구나 호루스 ! 바스트 ! 집으로가도록하자 "


 " 네 본부대로 합죠 "


 " 바스트는 주인님이랑 같이 갈래 ! " 


 해가 저물어도 밤의 이야기는 계속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