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썩꺼져 복채도 안받아 "


" 스승님 !! "


 손님에게 역정을 내는 라가라자를 보며 도게자가 또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항상 제 스승이 손님에게 역정을 낼때마다 도게자 역시 엄하게 스승을 꾸짖었다. 물론 그럴때마다 도리어 맞불로 성을 내다가 못이길것 같으면 저녁밥이니 당귀니 염불이니 하며 말을 돌리곤했다. 


 " 하여튼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 아이구 내 팔자야 "


 " 스승님 팔자가 뭐 어때서요. 이렇게 제멋에 사는 팔자가 어딨다구요 "


 아무 생각없이 흘러가듯 뱉은 말이였으나 , 제자가 되짚은 팔자란 단어에 신경이 곤두섰다. 평생 사랑받고 살 팔자는 아니라는 점쟁이 말에 겁먹으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기억났다. 


 ' 재수없게 ' 


 " 스승님 "


 " 왜 뭐 "


 " 장보러 다녀올테니 제발 그 사이 손님 오시면 살갑게 대해주시라구요 "


 " 손님이 손님다워야 말이지 "


 인상을 쓰고 뚫어질세라 바라보는 제자의 시선에 얼굴에 구멍이 나버리기 전에 연신 예 예 를 외치며 저리로 가버리라며 손을 터는 시늉을 했다. 게화는 싱긋 웃고는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곤 밖으로 나갔다. 홀로 적막하게 남은 방안에서 다시 옛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 작게 욕짓거리를 내뱉었지만 이미 피어나기 시작한 기억의 연기는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렸다. 

 딱 도게화를 데려왔을적과 비슷한 나잇대였었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마을에서 나름 용하다는 점쟁이네 집을 찾았다. 그리고선 들었던 말에 어머니는 점쟁이 치맛자락을 붙잡을 기세로 해결법이라도 알려달라고 연신 비셨다. 그리고 아직 부모 품이 그리울 아이는 근처 절간에 맡기어졌다.  어머니가 자신을 버린것이라 생각한 아이는 사흘 밤낮을 방에서 울며 지내다 큰 스님이 가져다주신 고구마 몇개를 먹다 마음을 열고 큰 스님을 잘 따랐다는 멍청한 이야기이다. 

 라가라자는 혼잡한 마음에 눈을 감고 옛 제자의 얼굴을 천천히 떠올렸다. 무척이나 여린 아이였다. 제 한몸 제대로 간수도 못할것이 온갖 추잡한 일들에 말려들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엣되고 서글퍼 그녀의 일을 여럿 도와주었다. 그랬더니 어느새 껌딱지 처럼 달라붙어서 제멋대로 휘젓고 다니더니 제 한 몫은 해낼 처녀로 자랐었다. 퇴마사 본부를 떠났던 사건은 딱히 그녀에게 빚을 지우고 싶다거나 어설픈 동정으로 행했던 일은 아니였다. 그냥 그때 큰 스님이 계셨다면 그랬을것 같았다.


 ' 아라한 ....... '  


 절에 간 아이 이야기는 뒷 이야기가 더있다. 이제 속세로 돌아가도 된다는 말에 집으로 돌아가 이듬해 다시 절을 찾았을때 큰 스님이 타계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언제 악마들에게 습격을 받았고 큰 상처는 없으셨으나 작은 상처들이 덧이나 큰병이되어 돌아가셨다고 만약 그 아이가 돌아와 자신을 찾거든 자신이라는 사람이 있었으니 팔자는 고쳤을거라 씩씩하게 살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말을 들은 아이는 집에 돌아와 또 몇날 며칠을 울다 퇴마사가 되겠다며 집을 나서버렸다.


 " 다녀왔습니다. 별일 없었죠? "


 " 게화야 너는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거라 "


 " 에? 그건 또 왜요 "


 " 괜히 팔자니 뭐니 바꾸겠다고 들쑤시고 다니다간 못볼꼴 본다 넌 그러지 말라고 "


 " 네 ~"

  

 " 뭐가 좋아서 그렇게 히히덕 거리냐 "


 " 스승님 하시는 말이 항상 그렇게 틱틱대도 결국 저 생각해서 하는 말씀이잖아요 "


 " 알면 밥이나 주라 스승님 배가 고파돌아가시겠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