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괜찮은 바나나 우유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 순순히 넘겨준다면 오늘은 얌전히 돌아가주지 "

 

 몇 분전 점심 물류를 정리하고 밖에서 쉬려는 순간 아마도 우연히 집에서 사악한 흉계를 꾸미며 주인을 괴롭힐 궁리만 하는 서큐버스의 팬클럽 회장겸 1호 팬 겸 식객 겸 무고한 악마 괴롭히기 세계 3위인 꼬마 서큐버스와 눈이 마주쳤다. 서큐버스다운 웃음을 짓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저 말이다. 아마 무고한 악마괴롭히기 세계 챔피언의 사주를 받고 하루를 넘어갈 공물을 조달하는 중인것으로 보였다. 손에 매달린 검은 봉지 속에선 꼬마 서큐버스가 좋아할만한 과자 봉지 몇개와 식재료들이 얼핏 보였다.  마왕 쟁탈전의 신성한 군자금을 조달하는 일터에 이런 자객을 보낸 챔피언이 야속했다. 이번 달엔 이미 또다른 전장 ( 혹자는 게임이라 격하해 부르는 ) 에 군자금을 할애했기에 이 자객을 재고용할만한 돈은 있지 않았다.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번뜩 역습의 방법이 떠올랐다.


 " 다비 혹시 심부름 다녀오고 잔돈 남은거 있어? "


 " 어? 응 ! 모나언니가 이거 다비 용돈 하랬어 "


 ' 칫 '


 용의주도한 챔피언의 언질덕분에 계획은 바로 무너져내렸다. 그렇다면 방법은 강경책 단 하나 뿐이였다. 


 " 안돼 바나나 우유 사줄 돈은 없어 "


 " 뭐어? 다비를 적으로 돌리시겠다 이거지? "


 " 아니 정말로 돈이 없대도 "


 " 받아라 다비 오의 !!! "


 다비가 손에 쥔 봉투를 내려놓고 드롭킥을 하기 위해 자세를 잡으려던 찰나 다비의 전화 벨 소리가 들렸다. 발신자가 누구인지 척봐도 알듯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집어든 다비는 방금전 일촉즉발의 상황을 굉장히 상세하고 자세하게 단 자신에게 굉장히 유리한 방향으로 각색한 채 수화기 너머로 정보를 전달했다. 잠시간 말을 주고 받고는 시무룩 하게 응..... 이라며 전화를 끊는 다비 , 뿔쟁이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주머니속 곱게 접어둔 천원짜리 세장을 건냈다. 


 " 이 다비 님이 바나나 우유를 두개 사줄테니까 하나는 주인 마셔 "


 " 그래? "


 하늘을 보며 고마워 모나 라고 손을 흔들자 다비의 3번째 비장의 기술 [연속 펀치]가 옆구리를 강타했다. 


 " 아파 아파 "


 " 다비가 사주는거야 !! "


 " 알았어 알았어 "


 다비를 데리고 들어가 나는 이걸 마시겠다고 커피를 골랐더니 다비도 눈을 빛내며 이걸로 달라고 떼를 썼다. 물론 반은 커녕 한입 마시고 다시 연속 펀치를 몇번 쓰다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