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리르 어디갔니 ~~ "


 서커스단의 쉬는 시간은 정신이 없다. 온갖 곡예를 위한 도구들이 창고에서 쏟아져나와 손질을 기다리며 무질서하게 놓인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기예가들은 항상 도구가 녹이 슬지 않게 해야한다. 그들에겐 도구가 곧 목숨이다. 도구로 살기에 도구를 살리는것이 업이다. 이것은 비단 생명이 없는 도구를 다루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것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자신의 애완 시베리안 허스키가 어디갔는지도 모르고 한참을 찾으러 서커스를 헤집어 단원들의 눈총을 받는 저 여자아이가 그렇다. 


 " 펜리르 !!!! "


 마침내 천막에서 좀 멀리 떨어진 근처 풀숲에서 몸을 뉘인채 낮잠을 자고 있는 검은색 덩어리를 발견했다. 세우면 성인 남성의 크기가 될법한 거대한 시베리안 허스키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온것에 무려 귀를 쫑긋대며 환호해주었다. 환호에 화대하듯 소녀의 몸이 허스키 안으로 무너져내렸다. 허스키 옆에 몸을 뉘인 소녀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은 친구를 보며 마음껏 껴안거나 쓰다듬고는 자신도 마찬가지로 눈을 감았다.


 " 그래 여기 정말 좋네 누워있고 싶어 "


 다시 의식이 돌아왔을때는 넓다란 초원 위에 홀로 서있었다. 지평선 너머 끝까지 펼쳐진 초원은 세상을 하늘과 땅 둘로 이분하고 있었고 하늘은 태양이 떠오르기 전의 휘푸름한 색채로 또 그 하늘을 여러빛의 층으로 나뉘었다. 아직 새벽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넓따란 초원을 그저 달렸다. 누가 시키지도 그런 취미가 있었던것도 아니다. 그냥 달리고 싶었다. 무작정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다. 달리기가 멈추자 곧 다시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이러다 정말 죽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때 , 예고도 없이 풀썩 쓰러졌다. 이슬이 묻은 초원의 냉기가 뜨거운 몸을 안아주었다. 심장이 터질것 같았다. 폐가 고통을 짜내고 숨을 들이키기 위해 입이 쉼없이 들숨과 날숨을 반복했다. 폐가 찢어질것 같은 고통이 지속되었지만 머릿속을 가득 채운 도파민이 이내 그 고통을 잊게해주었다. 땅과 하나되어 바라본 천장은 아직 어슴푸레했다. 하늘에 손을 뻗고 싶어 손을 내밀었을때 비로소 자신의 손이 사람의 손이 아니였음을 깨달았다.


 " 썩 일어나 !!!! "


 " 어? 단장님? "


 " 그래 단장님이시다 "


 단장은 자신의 양손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손을 비비기도 하고 볼에 손을 붙여보기도하고 자신의 뺨을 때리기도 하는 서커스단의 맹수조련사를 보며 조금 걱정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누워있던 자리를 보며 애완견의 이름을 부르며 숙소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반드시 조만간 단원들의 건강검진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