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들어요?"
"누구...?"
"글쎄요. 그게 중요할까."

톡.
톡.
천장 어딘가에 물이 맺혀있는 걸까.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부서지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추측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 눈이 가려진 상태이기 때문일까.

"저는 당신이 저의 가족이 되기를 원해요. 별 것은 없어요.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도와주고, 가족을 위협하는 상대는 응징하고."
"...미래 씨, 맞나요?"
"딩동댕, 맞아요. 정답이에요."

교회에서 처음 만났던, 아름다운 여자.
살짝 분홍색이 보이는 것도 같은 백발과 루비가 박힌 듯 아름다운 적안.
아마도, 그녀가 클로저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내가 무언가 잘못해서 잡혀온 걸까.

"이거, 풀어주실 수 있나요. 팔다리도 슬슬 저리고... 눈이 안보이는건 너무 힘들어요."
"으음... 아직 좀 아쉬운데. 아, 그것좀 빌려줄래? 아니, 그거 말고. 그건 너무 쌔. 일반적인걸로 줘."

다리를 움직일 때 나는 구둣소리, 철덩어리가 가죽을 스치며 꺼내지는 소리, 몸이 움직이며 옷이 스치는 소리.

그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두려움을 자극받아 공포에 떨고있는 내가 있었다.

"자... 별로 안 아플 거에요."
"그게 무슨..."

탕!

"으아아아아아아악!!!!"
"이런. 좀 많이 아파하는 것 같은데. 괜찮아요, 괜찮아."

머리를 껴안았는지 그녀의 풍만한 감촉이 목과 머리를 감싸지만, 느낄 수 없다. 더 강한 무언가에 지워져버린 감각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는 뜨거운 통증, 과열된 결과 증발해버리는 물처럼 작동하지 않는 이성,  마비된 신체 탓에 비명을 지르는 근육, 이성은 고장나서 감성이 타고 올라오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신을 잃게 만들지는 않는다.

"흑...흑, 왜.. 왜 이러시는 거에요..."
"당신이 좋아져 버렸어."

오른쪽 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끈적하고 더러운 애정의 목소리가, 뇌를 울리듯이 자극을 전해온다.

"비가 오는 날이였나? 당신은 지나가던 나를 보았어. 기억나?"

"흠뻑 젖어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가던 나에게 와서는 우산을 줬었지."

"'비맞고 다니면 감기걸려요. 우산이라도 쓰고 다니세요.' 하고. 물론 나도 알고 있어. 그냥 길 가다가 예쁜 여자가 불쌍해 보이니까 동정심이 올라와서 친절을 베푼 거지."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건데! 뭘 어쩌라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왜 이런짓을 당해야 하는 건데-"
"쉿."

탕!

"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렇지. 우스운 일이지. 고작 그정도의 행동에,  누군가에게 반해버려서는, 가지고 싶다는 충동에 휩쌓일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거야. 그런데... 지금, 여기 있네. 그런 사람이."

반해서?
사랑 때문에?
무슨 개소리를 짓껄이는 거야. 이건 사랑이나 애정 같은 숭고한 것이 아니라, 그저 폭력일 뿐이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너- 너는, 미쳤어. 미친, 미친 사람이야, 미친 사람이라고!!"
"그럴리가요. 미친건 제가 아니라 이 세상이겠죠. 뭐... 가장 중요한건 가족이지만요.  그래서, 어때요? 저의 가족이 될 생각은 있으신가요?"
"헛소리, 개소리, 엿같은 소리, 이런 짓을 저질러놓고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해?"
"하아... 그걸 쓰고싶지는 않았는데. 가져와."
"그만, 뭔데, 뭘 가져오라는 건데!"
"별건 아니에요. 그냥.. 여러가지가 섞인 것이죠. 대부분은 몸에 좋은 거에요. 마약이라고 부르는 친구도 조금 섞여있긴 하지만, 치료를 위해서 모르핀을 사용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이죠."
"아, 아아----"

핏줄을 직접 타고 들어오는, 차가운 약물이 몸 안을 도는 것이 느껴진다. 육체적 고통의 이상으로, 정신을, 영혼을 해체하는-

"내 가족이 되어줄래?"
"...네..."









우리 미래 많이 사랑해주세요 클로저스라는곳에서 살고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