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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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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 구원







"나는 유키 군을 좋아하니까"



나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 바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로소 고개를 든 코토네가 나를 응시하며 한 말


하지만 그것은 나로서는 완전 예상외의 일이여서

아무리 해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코토네가 나를 좋아한다고...?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코토네에게서 그런 분위기를 여태까지 느낀 적도 없었고

그런 대상으로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내게 있어서 연애 대상은 오직 텐가 뿐

그런데도 코토네가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다니

아닌 밤중에 홍두께였다


나를 위로하긴 농담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코토네의 눈을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토네는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힘차게, 그리고 똑바로 예쁜 눈동자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외면 할 수는 없었다


고백한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코토네의 마음은 솔직히 기뻤다


소꿉친구이기도 했기 때문에, 코토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으니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할 순 없지만, 착한 아이인것만은 확실했다


아무리 하찮은 화제랄지라도

웃는 얼굴로 받아주고, 누군가를 욕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


취미도 맞고 성격도 온화했고, 심지어 마음씨도 좋았다


대체 누가 그녀를 트집 잡을 수 있을까?


텐가가 누구나 인정하는 미소녀라면

코토네는 남자에게 이상적인 여자라고 해도 좋았다



지난번 쇼핑몰에서의 쇼핑이나 영화도 함께 보내서 즐거웠었고

그 덕분에 다시 가까워질 수 있었다


피장파장이라는 것일까

소꿉친구로서 나와 코토네와의 궁합은 분명 나쁘지 않을 것이고


코토네와 사귄다면, 분명 즐거운 매일이 기다릴 것이다



코토네가 내 여자친구가 된 미래를 왠지 상상했다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내가 이렇게 되길 바라던

이상적인 커플의 관계에 가깝잖아?


그래, 코토네와 사귄다면, 분명 언젠가 텐가와는...



텐...가...



나는 갑자기 빨간머리의 소꿉친구를 떠올렸다


아까 그녀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내 옷을 잡아당겼었다


날 흔들면서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텐가

과거 어릴 적에, 늘 울상을 짓고 있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얼굴을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다



적어도 내 마음 속엔 아직도 텐가가 있었다

당연하고 말고,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말야


그런데 차인 지 아직 사흘도 안 됐건만

그저 담담하게 코토네로 갈아탄다니... 너무 가볍지 않은가

그런 나를 내가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머리가 식기 시작하자, 나는 겨우 깨달을 수 잇었다


내가 하려고 하는 짓은 최악이야

코토네를 텐가 대신으로 하려는 것 뿐이잖아



코토네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약해진 지금

아무나 날 상냥하게 대해주길 바란 것 뿐이잖아?



우연히 이 타이밍에 고백해 온 것이 코토네였을 뿐

그렇지 않다면, 누구라도 좋으니까 응석부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의문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코토네의 뜻에 아직 답할 수 없다는 것


여기서 고개를 끄덕이면 나는 분명 최악의 남자가 될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코토네의 생각을 정리할만한 여유가 없었기에


코토네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사귀는 것을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텐가에 대한 마음을 일단락 짓고 나서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내 기분 조차 파악할 수 없지 않나


그리고 텐가의 사랑을 도와주겠다는 약속도 했으니 말야


그것을 다 마치면, 비로소 이 기분도 정리가 될 것이고

텐가를 향한 마음도 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으며...



"코토네 나는..."



이것을 입에 올림으로서, 또 그녀의 심금을 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건 핑계가 아니야, 남자로서의 오기



이 기분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등

코토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가혹할 것이다


나도 당사자가 아닌 3인칭이였으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런 쓸데없는 것에 구애받지 말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렇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문제였다

뭐 간단히 말해보자면, 내가 그냥 멍청이라는 그 뿐인 이야기



각오를 하고 사과의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코토네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잔잔한 목소리로 내 말을 가로막았다


"고민하지 않아도 돼" 라고 언제나 부드러운 목소리로 운을 뗀 코토네는



"여기서 유키 군이 어떤 대답을 하든, 그것은 분명 진심에서 나온 답이 아닐거야

나는 약해져버린 유키 군을 노리는 그런 비겁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아"


"코토네..."


"그래도 언젠가 답을 들려줬으면 좋겠어

그때까지 나, 계속 기다릴거니까"



코토네는 정말로 부드러운 존재였다


아직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내 생각을 이미 이해해주고 있었고

기다려 준다고 까지 말해줬기에 말이다


왠지... 그런 그녀가 너무 좋았던 걸까?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미 말라버렸을 텐데도, 어디선가 솟아오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미안... 코토네, 미안..."


"괜찮아, 역시 힘들었구나"



벤치에 앉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는 내 머리를 코토네가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 행동은 오늘 아침의 텐가와도 똑같은 것이이였지만

그 때는 단지 부끄러운 행동일 뿐이였다


하지만 코토네는 그저 쓰다듬고 있을 뿐인데도

마음이 조금씩 정겨워지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다 허락해주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것은 정말 다정한 솜씨였다



"나, 나... 정말로 텐가를 좋아했는데...그런데...왜...!"


"응, 다 들어줄게

여기서 다 얘기하고 편해지는 거야

그때까지는 쭉 곁에 있어줄 테니까"



그 다정함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녀의 상냥함에 나는 구원을 받은 것 같았다


그대로 밤이 찾아올 때까지

나는 텐가에 대한 생각과 속에 간직하고 있던 열등감과 분함

그 모든 것을 코토네에게 들려주었다



미안해하다고 마음속으로 사과하면서 말이다


코토네는 마지막까지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었다


이 일로 코토네에 대한 내 마음이 바뀌어가는 것은 나중의 일



어떻게든 코토네의 상냥함에 대해 보답하고 싶어





그 사이에

주머니 안에서 조용히 진동하는 스마트폰이였지만

나는 그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기말고사 이제 하나 남았습니다

다음 주엔 더욱 분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