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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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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겉도는 마음

- 정통파 소꿉친구는 패배한 여주인공으로 끝나지 않는다 









내 가슴에 희미한 감정이 용솟음쳐 올라왔다


그것은 지금까지 품은 적이 없었던

소꿉친구인 텐가에 대한 증오라고도 할 수 있는 분노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텐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이라곤

왠지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고

유키 군이 슬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유키 군은 슬픔의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고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기껏해야 오늘은 상태가 안 좋아보인다던가

기분이 안 좋은 거겠지, 정도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왜냐면 이 사람을 계속 보아왔으니까


나는 쭉 유키 군만 보며 살아왔다



그래서... 그에 관한 건 다 알고 있어

그리고 이건 텐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나는...!!



분함에 눈물이 절로 흘러나왔다

의미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유키 군은 텐가를 좋아하고

텐가 양도 유키 군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버러셔


나는 유키 군을 포기했던 것인데


텐가는 솔직하진 않아도

그래도 유키 군을 웃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유키 군과 텐가 양의 행복을 위해 물러섰지만

그 모든 것은 허사였던 것이였다


그 동안 나의 내적갈등은 대체 무엇이였을까



"코토네, 정말 나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솔직히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대로 이미 지난 일이니까"


"어째서...? 이상한 걸... 분명히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라 생각했는데

그러면... 난.... 대체... 무엇 때문에..."



분함을 삼키면서, 슬픔을 이겨내자


나는 겨우 유키 군의 등을 밀어줄 수 있었고


유키 군도 그것에 호응해주었건만



그 모든 것을 텐가가 짓밟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어쩔 수 없이 분해서


차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 정말이지, 얼굴 닦아줄테니까 고개 좀 들어봐

모처럼 아름 다운 얼굴이 망가지잖아"



유키 군은 눈물 범벅이 된 내 얼굴을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아주었다


움직일 기력조차 없었던 나는 그에게 몸을 맡겼다


이러다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 나는 자주 이렇게 유키 군의 신세를 졌다


그 때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울보라서 항상 유키 군의 뒤를 따라다녔었다


그리고 그건 텐가도 함께....



함께였는데...



"자, 이 정도라면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겠는데?

나 따위를 위해서 울지 말아줘, 제발 부탁이야..."


"유키 군..."



유키 군은 너무 상냥해

배신당한 것은 너도 마찬가지일텐데..



하지만 유키 군이 그렇게 원한다면



나도 참아야 할 것이다

이건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닌 것 같으니까

나는 그저 그들 두 사람 사이에 끼지 못한

그저 외부인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어쩌면, 아직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


조금 침착해진 머리로 다시 한 번 상황을 정리했다


어쩌면 두 사람은 뭔가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해로부터 엇갈린 것 뿐이라면

내가 잘 처리해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렇게 하면, 제대로 연인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저기, 유키 군, 하나 물어봐도 될까?"



분명 유키 군이 잘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는 것이니

내가 분명 다시 그녀로 가는 다리를 놔줄 수 있을 것이다



"응? 뭔데?"


하지만 만일... 정말로 만일의 가능성이지만

정말로 텐가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면...



"텐가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나에게도...



"자, 대답해봐"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약간의 가능성에, 나는 매달리고 싶었다


그것이 아무리 비열하고 비참한 생각이였다 해도 말이다




"...미안, 말할 순 없어"



돌아올 말은 예상대로였다


유키 군이라면 이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얘는 상냥한 사람이니까, 퍼뜨리는 짓은 하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키 군이 부정의 말을 하더라도

그 목소리만으로도 끌어낼 수 있는 정보가 적지 않았다



유키 군의 목소리는 매우 힘겨워 보였고

어딘가 체념을 포함한 것 같았다


그것은 즉, 유키 군에게 있어서

오랜 세월 생각하고 있던 텐가의 상대는

승산이 없어서 포기해야 할 정도로의 상대라는 것



그렇게 되면, 텐가의 근처에 있는 누군가가...



학년 카스트 톱에 위치한 그녀의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든다


후보가 너무나 많기에 이것만으로는 아직 추려낼 순 없다


계속해서 나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구나... 그럼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

차였는데도 왜 유키 군은 텐가랑 같이 있는 거야?"



그래, 나로서는 이게 가장 이해할 수 없었어


고백했다가 차였다는게 사실이라면

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일까?


나라면 한동안 말을 못 걸고, 서먹서먹할 것 같기도 한데...


속마음이야 어찌됐든

차인 사람들끼리 무슨 일이 있었고

두 사람이 어떻게 함께 행동하고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 그건...."



이 질문이라면 대답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아련한 기대를 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정곡을 찌른 것 같았다


유키 군은 조금 망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온 말들은

나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들이였다



"텐가가 말야,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고 싶으니 협조해달라고

그래서 나는 어쩌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텐가에게 도움을 주기로 했어"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



그게 뭐야



"텐가가 그런 말을 했다고...?

거기에 유키 군은 수긍을 해버렸다는 거야?"



텐가는 유키 군을 바보 취급하는 건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용기를 짜내 고백을 한 상대에게, 그런 말을 했단 말인가


텐가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이제 됐지 않아?)



마음속 어딘가에서 내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일을 저지르는 아이를 도와줄 필욘 없잖아?)



그 목소리는 분명 계속 내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내가 억지로 밀어넣고 있던 감정 그 자체



(게다가 텐가 자신이 버린 거잖아?

자신이 유키 군을 필요없다고 해버린거 잖아?)



내 안에 둥지를 틀고 있던 추한 부분

외면하기만 하던 마음의 어둠



(어이,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자고)



또 다른 나로부터의, 악마의 유혹이였다



(너는 유키 군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
 


그런 유혹에, 나는....



(당연히 좋아하기 마련이잖아?)



망설이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그런 건 틀렸어, 유키 군

그런 건 유키 군이 더 힘들어 질 뿐이야"


"...그런가"



또 유키 군은 슬프게 웃고 있었다


내가 아닌 그 아이 때문에, 힘들지만 웃고 있는 걸 꺼야


그게 너무나도 억울해 죽겠다



"나라면 유키 군에게 그런 얼굴을 하게 하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않겠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코토네....?"


"나는 유키 군이 슬퍼하는 얼굴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아

행복하길 바래, 웃고 있어주길 바래, 왜냐하면..."



그래, 왜냐하면 나는...



"나는 유키 군을 좋아하니까"












이제 어쩔래, 텐가 양



난 계속 참아왔었어



허나 네가 그런 짓을 했다면, 나도 더 이상 참을 필요 없겠지?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을 네 손으로 놓아버렸으니 말이야



네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모르겠어

물어보면 가르쳐 줄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런 것을 물어볼 생각은 없어



너의 도움 따윈 더 이상 거들어 줄 생각이 없으니까 말야



왜냐면, 나의 소중한 사람이 지금 매우 슬퍼하고 있는 걸



소중한 사람을 울린 사람에게 의리를 지킬 필요가 뭐 있어?



텐가도 내 입장이라면 그렇게 생각할거야



그러니까 이제 너한테는 지지 않아



내가 이기고 말거야, 나는 유키 군을 울리거나 하지 않으니까



나는 나를 속이지 않는다, 나는 텐가와는 다르다



나는 패배한 여주인공인 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유키 군의 히로인이 될 것이야




미안해, 텐가



......내가 유키 군을 가져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