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https://arca.live/b/yandere/12380197

제 1 계승자 미스트는 고뇌하고 있었다.

'오늘도 내게 그냥 죽으라는 명령을 내리시는군...'

물론, 실제로 "죽어라."라는 명령을 내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무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고,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니, 진정하자. 어떤 개같은 명령도 행해왔다. 이정도 쯤은...'

미스트는 마음을 다잡고, 명령을 수행했다.

인간계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

"미스트는 지금 어디에 있지?"

"지금 인간계를 공격하러 게이트를 통과했습니다. 마왕님."

마왕성에서 마왕과 제 2 계승자가 독대하고 있었다.

제 2 계승자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미스트 그놈이 죽으면, 난 공짜로 제 1 계승자가 될 수 있겠군.'

그는 조심스래 말했다.

"저, 마왕님. 제 1 계승자께 왜 그러한 명령을 내리신 겁니까?"

"무슨 말이지?"

"그저 순수한 의도로 질문을 드리는 겁니다."

"난 그를 믿는다. 그라면 분명히 인간들이 만든 왕국들 중 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난 확신하고 있다."

마왕의 말을 듣고, 제 2 계승자는 속으로 비웃었다.

'믿기는! 그저 너에게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자를 숙청시키려하는 거겠지.'

그런 속내를 감추고, 그는 마왕에게 아부의 말을 했다.

"마왕의 혜안에 큰 깨달음을 얻을 뿐이군요."

"아, 이참에. 너에게도 명령 하나를 내리도록 하지."

"어떠한 명령을 내리실 겁니까."

"너도 미스트처럼, 인간의 왕국 하나를 멸망시키도록 해라. '멸망'의 기준은 알고 있겠지?"

제 2 계승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하지만 명령에 불복할 수는 없다. 불복은 곧 죽음이니. 그것도 매우 고통스러운.

=====================================

"후... 드디어 해치웠군."

군세를 이끌고 왕국 하나를 침공한 미스트는, 끝끝내 왕국을 멸망시켰다.

그런 그의 앞에 마족 하나가 온다.

"계승자이시여, 명하신 대로 왕국 내의 모든 인간들을 죽였습니다."

"땅은 어떻게 됐지?"

"물론, 모조리 오염시켰습니다. 향후 100년간 그 땅에는 생명체가 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군. 수고했다. 마계에 돌아가는 즉시 군사들에게 상을 주겠다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부하가 떠나고, 미스트는 한숨을 쉬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이지? 마왕님께서는 날 축출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물론, 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마왕에게 도전할 수 있는 자는 제 1 계승자가 유일하니.

'하지만 난, 마왕님께 충성키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충성심은 진짜였다. 미스트는 마왕에게 도전할 마음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그런 충성심에 대한 대가가 이런 가혹한 명령입니까...."

=====================================

마왕은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웃었다.

"지금쯤이면, 미스트도 내게 도전하려고 마음을 먹었겠지."

마왕은 꽤 오랫동안 미스트에게 가혹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가 내게 패배하면, 그는 내 것이 되겠지. 영원히 말이야."

마왕은 미스트의 충성심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게서 충성심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크하하핫...!"

자신의 감정을 느낀 마왕은 언젠가 올 그날을 꿈꾸며 광소(狂笑)했다.

그리고 동시에, 마왕은 미스트가 '살아있는' 채로 자신의 마음을 알았으면 하는 욕망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으니, 그를 차지하는 방법은 그것 하나 뿐이겠지."

=====================================

미스트는 마계로 돌아와 마왕성으로 들어와 보고를 시작했다.

"명하신 대로, 왕국 하나를 멸망시켰습니다. 왕국 내의 모든 인간을 죽이고, 땅을 오염시켰습니다."

마왕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명령을 수행한 미스트를 보며 조금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수고했다. 조만간 그대에게 좋은 상을 내리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마왕성에서 나온 미스트는 그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고뇌했다.

"이러다간 내가 명령 불복종으로 죽겠군...."

왕국을 침공하고 얻은 약탈품에서 '커피'라는 것을 좋아하던 미스트는 커피를 마시며 피로를 풀고 맀었다.

"그나저나, 요즘따라 다른 계승자들이 안보이더군. 한 번 만나볼까."

비록 언젠가는 자신의 자리를 노릴 적이 되겠지만, 동시에 자신의 동맹이 될 수 있는 자들이기 때문에 언제나 그들과 친분을 쌓아야 했다. 

방문이 열리며, 사용인이 들어왔다.

"주인님, 마왕님의 전서가 도착했습니다."

미스트는 편지를 열어보았다.

'처형의 탑으로 와라 미스트. 아 물론 그대를 처형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주 멋진 상을 줄테니, 그곳으로 와라.'

미스트는 편지를 불태우고, 바로 처형의 탑으로 출발했다.

=====================================

처형의 탑에 온 미스트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를 보며 마왕은 웃었다.

"어떠한가, 이 정도면 그대에게는 상이 되겠지."

미스트의 눈에는 결박당한 제 2 계승자와 제 3 계승자가 눈에 보였다. 그들은 마왕에게 빌고 있었다.

"살려주십시오 마왕님!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런 그들을 비웃으며, 마왕은 말했다.

"끌고 가 원하는 만큼 고문한 뒤 처형하고, 그 시체는 짐승들의 먹이로 던져주거라. 아, 머리는 남겨두거라."

"알겠습니다. 마왕님."

처형의 탑에 기거하고 있는 마족들은 가학적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런 마왕의 명령을 통쾌히 받아들이며, 죄인들을 어떻게 고문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끌려가는 두 명의 계승자들을 보며, 미스트는 생각했다.

'이게... 대체 뭐지?'

그런 그의 생각은 마왕의 말에 의해 가로막혔다.

"이 정도면 상이 되겠지. 그대에게 도전할 만한 계승자 2명을 처형시켰으니. 아, 수급은 그대에게 전달해주도록 하마. 계승자의 목은 매우 귀한 것이니."

마왕은 미스트의 앞에 다가서며,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그대라면, 이 광경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겠지."

둘의 속마음은 달랐다.

'미스트라면, 이걸로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이건, 마왕님의 경고로군.'

물론, 서로 엇갈렸지만 말이다.

=====================================

처형의 탑에서 돌아온 미스트는 겁에 질려 있었다.

'처형의 탑에서 본 그 광경은, 마왕의 경고다. 그들의 목을 내게 보낸다는 것은, 나도 그런 꼴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하는 거겠지.'

그리고 얼마 뒤, 두 개의 목이 그의 앞으로 왔다.

미스트는 그것들을 보며 다시 한 번 되새겼다.

'정신 차리자. 까딱하다간 저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이 내 목이 될 것이다.'

상자 안에는 두 개의 목과 편지가 있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상자 안에 들어있는 목의 개수만큼의 왕국을 멸망시켜라.'

"하... 이번에도 어려운 명령을 내리시는군."

=====================================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곳곳에서 통곡소리가 들린다.

인간들은 제발 살려달라고 빌고 있다.

마족들은 인간들의 애원을 무시하며 그들을 학살한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미스트는 무심하게 쳐다보고 있다.

효수된 인간들의 목을 보며, 미스트는 중얼거렸다.

"이 광경을 난 언제까지 봐야하는가..."

아무리 인간들과 적대하고 있는 마족의 2인자의 위치에 있는 미스트이지만, 이런 광경은 그의 정신을 좀먹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부하 한명이 달려와 내게 보고를 한다.

"명하신대로, 왕국 두 개를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미스트는 기계적으로 대답한다.

"수고했다."

미스트는 조금 뜸을 들인 뒤, 말을 잇는다.

"너는 이 광경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혹시 내 명령을 완수하기가 힘들지 않는가?"

"미스트님의 명령을 완수하는 것 만큼 크나큰 영광은 없습니다."

미스트는 그의 대답에 의문을 갖는다.

'저렇게까지 순종적이다니...'

"명령을 완수하는데 실패해 처형된 마족들은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미스트는 부하에게 질문한다.

"물론, 기쁘게 처형을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저라면 말이죠."

미스트는 그 말을 듣고 침묵했다.

=====================================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미스트는 저택에 돌아오자마자 충격에 빠졌다.

"이게... 대체 뭐지?"

그의 저택의 마당에는, 효수된 목들이 널려 있었다.

"미스트님, 마왕님께서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편지를 열어보니 내용은 더 가관이었다.

'두 개의 목숨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좀 더 많은 목숨을 취했다.'

"하아...."

효수된 목들은 전부 계승자들의 것이었다. 누구 하나 이름을 떨칠 만한 강자들이었다.

"새로운 계승자들이나 맞이해야지..."

=====================================

계승자들이 여럿 갈리고 난지 10일 뒤, 새로운 계승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제 5 계승자인 글루가 미스트에게로 온다.

"안녕하십니까! 미스트님!"

"글루, 그대는 오늘도 내게 오는군. 오늘은 무슨 일이지?"

"그저 미스트님을 보는 것만으로 영광스러울 따름입니다."

글루, 그녀는 이상케도 미스트의 곁을 싸고돌았다.

"그나저나, 마왕성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마왕이 또 내게 명령을 내리더군. 오늘도 명령을 완수하러 가야지."

"그 명령, 제가 대신하면 안됩니까? 어차피 전 당신보다 계급이 낮으니까 상관없지 않습니까."

"요즘 마왕님의 심경이 좋지 않다. 마왕님이 직접 내게 내리신 명령을 너가 대신하여 수행한다면 어떤 화를 불러일으킬지 모르겠군."

"... 그래도 전 당신을 위해서라면..."

글루는 낮게 목소리를 냈다.

"뭐라고?"

"아닙니다. 미스트님. 다녀오십시오. 행운을 빌겠습니다."

미스트가 게이트를 타고 떠니자 글루는 부하에게 조용히 명령했다.

"가서 부하 몇 명을 이끌고 미스트님을 도와라."

=====================================

미스트는 인간계에서 인간들을 납치했다.

"게이트를 열어라."

게이트를 통과하고 노예로 삼을 인간들을 마왕성으로 보냈다.

"그래도 이번엔 명령이 쉬워서 다행이군."

미스트는 저택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으로 부하 마족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미스트님! 큰일 났습니다!"

"뭐지? 말해보거라."

"미스트님의 고향이 불타고 있습니다!"

나는 그 말에 헐레벌떡 내가 태어난 지역으로 갔다.

그곳은 불바다로 변했다.

곳곳에서 마왕의 마력이 느껴졌다.

"마왕님께서... 왜....?"

"반역자들을 처리한 것 뿐이란다."

그 순간, 뒤에서 마왕의 목소리가 들리고 미스트는 뒤돌아본다.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거라. 찬탈식이나 승천식이 아닌 방법으로 내 자리를 빼았으려고 한 무리들이 그대의 고향에서 나왔고, 난 본보기로 그들을 불태워 죽였을 뿐이다."

거짓말이다. 실력도 없는 마족들은 감히 마왕의 자리를 빼았으려 들지도 않는다.

미스트는 그 생각까지 도달했지만 입 밖으로 그것을 내뱉지는 않았다.

미스트는 조용히, 주먹을 꽉 쥔다.

"정말로... 제 고향에서 반역자들이 나타났습니까?"

"물론이다."

=====================================

"자, 이쯤이면 그대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올 터. 와보거라, 미스트. 내게 도전해보거라."

마왕은 미스트를 차지하기 위해, 죄 없는 마족들을 반역자로 몰아가 그들을 죽였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그가 내게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를 반역자로 몰아가 죽여버리고 그 시체를 차지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마왕은 고민한다.

"아니면... 그의 주변을 싸돌아다니는 멍청한 년, 글루를 몰아가 죽여버릴까..."

=====================================

미스트는 고향에서 나와 자신의 저택으로 되돌아갔다.

미스트는 자신의 방에서 격노했다.

"마왕님께서는 도대체 왜!"

와장창창! 저택의 창문들이 깨져나갔다.

그러나 그의 분노는 그칠 줄 몰랐다.

쾅! 미스트는 책상을 손으로 치며 중얼거렸다.

"마왕님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이신건지..."

끼이익, 문이 열린다.

"미스트님, 제 5 계승자 글루님께서 오셨습니다."

"... 들어오라 하라."

미스트는 거실에서 글루를 만났다.

"괜찮으십니까, 미스트님? 도대체 마왕님께서는 왜 미스트님의 고향을 불태우신겁니까?"

"마왕님의 말에 의하면 그곳에서 반역자가 나왔다고 하더군."

"그거야 당연히..."

"거짓말이겠지. 실력도 없는 놈들은 감히 마왕의 자리에 도전하려 들지도 않아. 설령 도전해서 뺐더라도 금방 뺐길 것이고."

"...미스트님."

"왜 그러는가? 글루."

"미스트님께서는 마왕님의 이번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스트는 그 질문에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말 하나하나를 잘못 말하다간 곧장 반역으로 몰릴 수도 있으니.

"...경고겠지. 나에게 감히 반역하지 말라는 경고. 난 제 1 계승자가 아닌가? 난 언제든지 마왕의 자리를 노릴 만한 위치에 있지."

"그래도, 그깟 경고 때문에 미스트님의 고향을...!"

"그만."

미스트는 글루의 말을 끊었다.

"글루, 오늘은 이만 돌아가라."

"...알겠습니다."

글루가 떠나고, 미스트는 방으로 돌아가 고뇌했다.

'나에게만 그렇게 어려운 명령을 내리는 것이라면, 상관없었다. 그리고 다른 승천자에게 그러한 명령을 내려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미스트는, 돌이킬 수 없는 말을 한다.

"죄 없는 마족들을 처형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이지."

미스트는 결심을 하고, 마왕성으로 갔다.

미스트는 마왕실의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미스트?"

"당신에게 승천식을 신청하겠습니다. 마왕."

마족의 제 1 계승자, 미스트는 마왕 도미넌트에게 선언했다.

그는 그에게 있어 최악의 미래를 맞이하게 할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