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에게 있어선 절체절명의 위기

공녀는 당장이라도 요 앙큼하기 그지없는 자신의 약혼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그대로 깔아눕혀 그 작은 몸을 격렬하게 범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보는 눈이 많았어

다른 장교들도 슬슬 분위기가 이상해진다는걸 눈치챘기도 했고

일단 자기는 시찰을 위해서 온 황가의 감독관 신분

하지만 얀붕이를 곁에 둘 방법은 얼마든 있었지

마침 겨울성주는 똥땅에 처박혀 세월을 보내는데 염증이 난지라

공녀에게 잘 보여 중앙에 진출할 생각에 부풀어있었지.

공녀가 넌저니 귀뜸하자

그때부터 얀붕이는 공녀의 호위라는 듣도 보도 못한 역할로 차출당했지.

얀붕이는 억울하고 어이없었지만 원래 군대는 계급이  깡패인곳.

그때부터 얀붕이는 탈모가  생길정도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었어. 

공녀는 진득하게 얀붕이에게 달라붙으며 

그동안 참아왔던 욕망을 발산했지.

사실 이때쯤 됬을땐,

얀붕이에 대한 분노와 증오보단 그리움이 더 커져있었던 공녀지만 

그런걸 알리없는 얀붕이는 그저 두려움에 경기를 일으킬 뿐이였어.

나름대로 자기도 양보할 생각으로 왔는데, 

얀붕이가 자기가 다가기만 해도 기겁하자 삔또가 상한 공녀

언제 빚을 값을 거냐면서 얀붕이를 압박했지.

돈없으면 몸으로라도 갚으라며

은밀한 곳 구석구석을 더듬는 공녀의 손길에도 반항하지도 못하는 얀붕이.

그렇게 얀붕이가 공녀한테 시달린지 4일째 되는날

추수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국경외각의 마을이 이민족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급보가 날아와.

지금까지는 공녀의 호위나 하고 있었지만

지금만큼은 검기사용이 가능한 기사가 절실했고

당연히 얀붕이도 출전해야 했지.

제 아무리 공녀라도 출전해야하는 기사를 억지명분으로 잡아놓을 도리가 없었어.

얀붕이가 눈먼화살에 혹시 부상이라도 입지 않을까 걱정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었던 공녀

이미 소드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검사이기도 한 공녀는 

자신이 집적 가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눈치가 더럽게 없던 겨울성주는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탕탕치며 

겨울성의 기사들은 강하니 공녀가 나갈 필요없다며 호언장담해.

마지막으로 이 임무는 기사들의 의무니 공녀가 도와서는 안된다며 

쓸데없이 이럴때만 맞는 말을 하며 확실하게 못을 박지.

이 멍청한 년을 제도에 오면 죽여버린다고 공녀는 속으로 다짐해.

게다가 정작 얌전히 있어야 할 얀붕이는  

공녀한테 빠져나올 기회라 여기고

얼씨구나 하고 아예 선봉대에 자원해  

그렇게 공녀가 얀붕이를 보내고 며칠뒤,

공녀는 비보를 접해.


겨울병단 제3연대 및 산하 기사단

적습에 괴멸

그리고 

얀붕이의 실종소식을 말이야.


그리고 실종이라 파악된 얀붕이는 지금,

이민족의 수장 앞에서 부상을 입은채 

흐려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검을 겨누고 있었어.

똥별들의 놀라운 활약에 아군 병력은 전멸했고

자신은 적진에 고립된채 도망쳐 다니다가

재수없게도 적장에게 발각됬지.

어제 입은 중상이 커져서 이제는 서있는것 조차 힘들었고

이미 자신은 완전히 적의 기병대에 포위되었는데다가

설상가상, 그 적장은

일기당천이라 불리는 괴물, 소드마스터가 자신의 눈앞에 서 있었어.

푸른 눈동자에 하늘빛 머리카락을 단발로 자른 모습의 적장은, 

전세계에 단 열명만 있다는 소드마스터이자 이민족의 칸.

그녀는 얀붕이의 분투를 지켜보고 있었지.

제국의 귀족 남자들이란 모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수다나 떠는 벌레같은 것들이라 치부했는데

눈앞의 겨우 열일곱이 될까 말까 해보이는 앳된  소년은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살벌한 검기를 뿌리며 절망적인 전력차에도 굴복하지 않고 싸우고 있었어.

저 정도 남자라면, 

자신과 아이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은가.

저 소년과 자신의 피를 받아 태어난 아이라면 

분명 자신이상을 뛰어넘을 재능을 가지고 있겠지. 

게다가,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소년의 모습이 자신의 심장을 흔들어 놓았어.

부족 신화속의 투신이 실제로 있다면 

분명 저 아이처럼 생겼겠지.

그녀는 부상을 입었는데도 꿋꿋히 서있는 얀붕이를 보며 말했어.


"투항하렴, 목숨만은 살려줄 터이니."


공녀는 억지를 부려서라도 얀붕이를 보내지 않았어야 했어.





담편같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