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내 스스로 언급하긴 웃기지만, 나는 천재였다.


열살 까지는 말이다.


1.


처음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건 5살 때.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는 늘 집에 없는 날이 많기에, 그의 서재는 나와 내 여동생의 놀이터였다.


2살 어린 여동생이 책으로 탑 쌓기에 관심이 많았다면, 나는 그 꼬부랑 글씨들이 뭘까에 더 관심을 가지곤 했다.


어머니는 '얀붕이에겐 너무 어렵단다~' 라며 시시하기 짝이없는 한글 그림책들을 보여주곤 했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나름의 오기가 있어 알지도 못하는 글씨들을 계속해서 보곤 했다.


그 모습을 우연히 보게된 아버지는 웃으면서 기초 외국어 책들을 한아름 사다주셨고


어머니는 뭘 이리 많이 샀냐며 등짝 스매싱을 하던 일도 기억한다.


그리고 한글을 읽은지 3일도 되지 않아 그 책들의 내용을 술술 말하니 만화처럼 눈이 휘둥그레 하던 어머니의 얼굴도 떠오른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것으로만 알았다. 


2. 


그 이후로 한동안은 일이 대부분 술술 풀려나갔다.


영재학원이니 뭐니는 받다가 내가 시시하다고 하루만에 문제를 다 풀어버려서 학원 원장님이 졸도할뻔 했으며,


경시대회, 올림피아드 등 대회를 휩쓰는데도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기쁜 와중에도 집에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내 여동생 얀민이.


오빠에게만 오는 관심에 토라지고 어리광을 부리는 정도가 너무 심해져서 그 바쁜 와중에도 아동심리치료를 수없이 다니곤 했으며,


내 얼굴만 보면 할퀴고 폭력을 휘두르려고 난리를 쳤으며, 또래 아이들에게도 성질을 부리는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물론 내 교육이 더 중요하다며 사돈의 팔촌까지 모든 신경을 쓰는 와중이라, 그 정도는 '사소한' 문제로 넘어가곤 했다.


그렇게 넘어갔으면 좋으련만.


3.


운명의 그 날은 10월 28일.


딱히 일정도 없고 아버지도 귀국해서 간만에 온 식구가 소풍을 나온 날이었다.


그 때 얀민이는 간만에 같이 노는게 신났는지 특유의 신경질도 얌전한 상태.


즐겁게 주변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연날리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며 평안한 일상이었다.


주변 길가에서 공을 가지고 놀던 얀민이가 공을 차도로 흘리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4.


"얀민아! 위험해!"


"갠차나! 내가 꽁 가져올꺼야!"


"얀민아! 얀민아!!! 안 돼!!!"


-끼이이익! 쿵!


"어? 오빠? 오빠아아!!!"


영화에선 사람도 구하고 나도 안전하고 그랬는데 말이지. 


현실은 영화가 아니라서 구한 사람은 다칠 수 밖에 없었다.


5.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지적 수준 하락이 우려됨. 추후 관찰 요망.


기적같이도 목숨은 연명한 내가 받은 진단서 한 장. 하지만 가정을 파탄내기엔 충분했다.


"그러게 애를 잘보고 있어야 할거 아냐! 엄마가 되서 뭐하는거야?"


"왜 나한테만 뭐라 그래요? 당신은? 당신이 애들한테 관심 주긴 했어요?"


"이 사람이 진짜! 이제 어쩔거야? 온 동네에 영재천재라고 소문 다 났는데?"


"이지경에 와서도 그런거 밖에 걱정이 안되요? 애는? 애 부터 걱정해야 하는거 아니야?"


그 날부터 시작된 부모님의 싸움은 날이 가면 더욱 심해져만 갔다.


"엄마아빠 무서워..."


"이리와 얀민아. 괜찮아... 울지마 뚝!"


"오빠.. 얀민이 때문에 오빠가 다친거야?"


"아니야 얀민아. 재수가 없었을 뿐이야. 울지마 응?"


"뚝!"


그나마 다행이라면, 그 날 이후로 얀민이가 착해졌다는 것. 그리고,


"우와~ 얀민이 이거 어떻게 알았어?"


"얀민이도 책 마~니 보고 오빠처럼 똑똑한 사람 될꺼야!"


"얀민아.. 오빠는..."


"아니야! 오빠 똑똑해!"


"응.. 그래."


'예전의 나'가 되려는지 책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모습이 보였다는 것이다.


6.


물론, '이전의 나' 의 벽 은 그녀에겐 너무도 높았다.


"얀민아, 이제 공부 그만하자 응? 벌써 새벽이야."


"오늘 이 책 끝내야해."


"얀민아! 엄마 말 들어! 벌써 몇시니 응?"


"......"


"에휴 모르겠다, 그럼 그거 끝나면 자는거다 응?"


"어."


"얀붕이 저놈은 공부할 생각 하지도 않는데 에휴... 중간만 갔으면 좋으련만..."


벽에 도전하기를 자포자기한 나와는 다르게 그녀는 꽤 끈질긴 편이었으며, 


진작 공부를 포기한 나와는 다르게 최상위권 대학은 넉넉한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7.

"나 얀얀대 갈거야."


"얀민아, 너 그게 무슨 말이니?"


"오빠도 거기 자취방 얻어줬잖아? 그 방 크던데 거서 같이 살면 돈도 아끼고 좋잖아."


"거기 뭐가 있다고 거길 가? 네 성적 아깝게."


"아 몰라! 간다면 가는줄 알아!"


"얀붕아, 얘 좀 말려봐라. 뭐이리 말을 안듣니?"


"엄마 말도 안듣는데 내 말은 듣나요? 걍 냅두세요."


"얀민아. 거기 의대 있는건 아는데... 솔직히 너 얀울의대 가도되지 않아? 거기 의대에서 아래쪽이던데?"


"아 간다면 가는줄 알라니까? 싫어!"


솔직히 놀랐다. 수능도 두개 빼고 다 맞은 얀민이라면 수도권 대학으로 갈줄 알았는데.


8.

-(사진)

-이야~ 얘 진짜 이쁘지 않냐? 오늘 온거보니까 의대 신입생인가봐 개부럽네


-걔 내 여동생임


-구라 ㄴ


-ㅅㅂ 진짜야. 이름 이얀민임.


(동영상) [...선서 합니다. 신입생 대표 이.얀.민.]


-??? 어케 알았노 ㅅㅂ련아


-속고만 처사셨나 진짜라니까


-소개좀 ㅎㅎ


-ㅗ 


-아 그러지 말고 좀 (이모티콘)


-근데 해줘봐야 소용없을걸 걔 남자관심없음


-눈이 높은가? 뭐 아이돌 좋아하거나 그런거 아니냐?


-그건 아니긴한데


-그럼 뭐 남친있다거나 그런적도 없음?


-애가 공부만해서


-암튼 진짜 동생이면 간수 잘해라. 왠 이상한새끼랑 놀게하지 말고


-너만하것냐


-에이 ㅅㅂ 팩트로 공격하네 비겁한새끼


9.


"오빠 나왔어."


"응 어서와."


"오늘 저녁은?"


"치킨 콜?"


"치킨은 무슨. 됐어 내가 만들게."


의외로 동생이랑 사는거도 살만했다.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최근엔 요리를 공부한다고 나에게 이것저것 먹이질 않나, 자기가 깔끔병이 있다고 빨래 청소를 도맡아 하질 않나 솔직히 방청소하라고 잔소리하는 엄마보다 더 좋았다.


"근데 너 내 속옷 못봤냐? 요새 따라 자꾸 팬티가 없는데?"


내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쳇."


"뭐?"


10.

"후.. 오히려 잘됐어. 이참에 말하지 뭐."


"너 그게 무슨..."


"나 사실 엄청 노력했어."


"뭘?"


"그 날. 오빠가 나 때문에 사고난 날. 그 날 이후로, 나 많이 노력했어."


"너 취했냐?"


"근데 도저히 이길 수가 없더라. 아무리 해도 오빠처럼은 똑똑해질 수가 없었어. 그래서 다시 생각했지. 그럼 의사가 되서 오빠를 고쳐보자고."


"? 너 그래서 의대온거야?"


"응... 그랬어. 그래도 이번엔 희망이 보일 줄 알았는데, 도저히 안되더라고. 현대 의학으로는 방법이 없대."


"얀민아..."


"그래서 이번엔 방법을 바꿀라고."


"어?"


"어떻게 해서든 나는 내 속죄를 하고싶고"


"얀민아? 왜이리 가까이오니?"


"나도 오빠를 대신할 수 없고, 오빠도 회복이 안된다면, 새롭게 만들면 되지. 오빠 유전자는 그대로니까 딱이잖아?"


"뭘?"


"뭐긴 뭐야, 우리 애기지."


"???????"


11.


"얀민아, 냉정하게 생각하자 응? 잠시 그 주사기 좀 내려놓을래?"


"아, 발정제 같은거 필요없어? 하긴 오빠 휴지 양 보면 딱히 필요없긴 하겠다. 그럼 벗기만 하면 되지?"


-훌러덩


아니 쟤는 어디서 저렇게 야한 속옷이.. 오우야


"어때 오빠? 오빠 가슴 큰 거 좋아하잖아 잘 됐지?"


"크, 크흠!"


"오빠가 날 구해준 그 날부터, 오빠는 나만의 왕자님이야. 내가 떨거지 같은년들 떼놓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제 오빠 팬티로는 못참아! '진짜' 를 가져야겠어."


"그, 그그그그 근친은 유전적으로 아기가 문제가..."


"문제 없고 똑똑한 아기 나올때까지 낳을꺼니까 괜찮아. 됐지? 그만 반항하고 이리오지 않을래?"



그 이후 이어진 폭풍메차쿠차임신섹스로 얀붕이와 얀민이는 10남매를 가진끝에 똑똑한 2세를 얻을 수 있었답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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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심심하면 쓰러올게요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