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2화 /3화


시작은 캣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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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가 피부를 찌른다는 느낌이 이러할까?


주변에 있는 모든 공기가 날카롭게 날이 서있는 것만 같았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아마도 그녀 때문일 것이다.


그야 내 앞에 있는 그녀, 얀순이는 지금 어마무시하게 화가 나있는 상태였으니까.


"늦어져서 죄송해요, 좀 더 일찍 왔어야했는데......한시라도 빨리 저 오크보다도 못한 년을 처단해버렸어야 했는데! 제 불찰이였어요."


겉으로는 해맑게 웃고 있는 얀순이이었지만 그녀의 대사를 듣고나니 속마음이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일 내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이 주변 일대가 초토화될 정도로 분노하지 않았을까 싶다. 


"너는 누구야? 누군데 난데없이 나타나서 나를 방해하고 남을 까내려?"


"전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인 걸요? 남의 사랑하는 사람을 가로채 가려는 것도 모자라서 정신 지배같이 저급한 마법으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려 들다니 하는 수준이 딱 봐도 오크 이하잖아요, 아닌가요?"


"아하, 얀붕이가 말하던 소중한 사람이 너구나?"


"제 연인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지 마세요, 역겨우니까."


"미안해 얀붕아! 내가 널 떠나가버린 탓에 차선책으로 이렇게 입이 더러운 아이를 좋아하게된 거구나."


"적어도 아랫입이 더러운 창녀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요?"


"선 넘지마, 못생긴 꼬맹이."


"사실이라서 찔리나 보죠? 걸레 아줌마."


두 여성의 치열한 언쟁이 펼쳐지고 있는 와중에 나는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방금 전에 받은 정신 지배 마법의 후유증이 남아있어서인지 정신이 혼미했기 때문에.


그러니 정신이 다시 맑아질 때까지 나는 두 사람의 신경전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얀순이를 응원하였다.


"얀붕 오빠는 앞으로 저와 행복하게 살아갈 예정이에요. 걸레 아줌마가 낄 자리는 이제 없으니까, 냉큼 꺼져주세요."


"전생했어도 나와 얀붕이는 마지막까지 부부 사이로 남아있었어. 오히려 꺼져야할 사람은 내가 아닌 너야."


"얼굴에 철면피를 아주 잔뜩 까셨네요? 먼저 오빠에게 등 돌리고 떠나간 사람이 이제와서 부부 사이? 그것도 이전 생의 일을 가지고 그러시다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혀 깨물고 한번 더 뒤지시는 건 어떠세요? 다음 생에 기회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빌어먹을 꼬맹아, 지금까지는 봐줬지만 한번 더 기어오르면 진짜로 죽여버릴 거야?"


"죽일 수 있으시면 마음껏 해보세요~"


얀순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얀진이의 눈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저건 분명 정신 지배 마법의 전조, 내게 걸려고 했었을 때와 동일한 현상이었다.


"네 정신을 지배한 다음, 옷을 직접 벗게 만들며 마을의 모든 남정네들에게 대주도록 해줄게. 걱정마, 최소한의 자비로 제정신이 돌아오기 전에 자결할 수 있도록 해줄테니까."


얀순이가 위험하다, 정신 지배에 제대로 당하기 전에 얀진이를 빨리 멈추지 않으면......!


"......정말이지, 창녀답게 발상 하나하나가 역겹기 그지 없네요."


허나 얀진이의 정신 지배는 얀순이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었던 모양이다.


얀순이의 저항력이 그녀의 정신 지배 마법보다도 월등히 강하다는 뜻이었다.


"어...어라? 어째서 멀쩡히 서있는 거야?"


"눈을 빛내시더니 아예 실명하신 건가요? 걸레 년의 하찮은 마법따위 제게 통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서있는 거죠."


"그럴 리가! 여태까지 내 정신 지배가 통하지 않는 사람따위 없었는데!"


그야 그렇겠지, 내가 여태까지 봐온 사람들 중에서 얀순이 만큼 강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내가 생각이 틀리지 않다면 이 세계에서 얀순이를 이길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하도 아줌마가 불쌍해보여서 걸려준 척 했나보죠."


"입 닥쳐!"


"축하해요! 이제 위아래 입, 모두 걸레 빤 물처럼 더러워지셨네요!"


"닥치라는 말 안들려?"


"아직도 상황 파악 못하셨나봐요? 아줌마가 유일하게 믿고있던 비장의 수가 소용 없어졌다는 건......"


얀진이에게 천천히 다가가던 얀순이는 이내 얀진이의 앞머리를 움켜쥐며 그대로 반대 손으로 얼굴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저한테 쳐맞아야 한다는 뜻이라구요?"


파공음과 함께 살덩어리가 터질 것 같은 소리가 주위에 울려퍼져 나간다.


최강이라는 말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만큼, 얀순이의 싸대기는 가녀린 여성의 위력이 아니였다.


한 대 맞기만 해도 외피를 찢고, 입 안을 헐게 만들며, 치아를 흔들리게 만들 만큼 강했으니 얀진이의 뇌 또한 충격에 흔들리게 되며 제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고작 5대만 맞았을 뿐인데 얀진이의 몸은 힘 없이 제자리에 주저앉게 되었다.


"어라? 벌써 기브업이신가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끼야아아악!!"


그 말대로 얀순이는 얀진이의 검지 손가락 하나를 반대로 꺾어버리며 고통을 통해 얀진이의 정신을 되돌려놓았다.


"제가 한가지 물어볼테니 잘 대답해주세요?"


"끄으으윽!! 하아...! 하아...!"


"어째서 얀붕 오빠를 배신하셨나요?"


"미친 년......!"


"제 질문이 안들리셨나봐요?"


"꺄아아악!!"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한 얀순이는 다음 중지 손가락을 움켜쥐며 반대로 꺾어버렸다.


"다시 한번 말해드릴게요, 어째서 얀붕 오빠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바람 피셨던 건가요?"


"미친 년아! 이래뵈도 나는 귀족이야! 지금 네가 이러는 건 불경죄......아아아악!!"


이번엔 약지와 소지를 동시에 꺾어버렸다.


"제 말이 말같지 않나요? 그러면 곤란한데~"


"하아! 하아! 왜 이러는 거야!! 차라리 죽여! 날 죽이라고!!"


"싫은데요? 얀붕 오빠는 당신 때문에 수십년을 고통받으며 살아왔는데 고작 몇 분 고통 받는 거 가지고 제가 끝낼 리가 없잖아요."


"얀붕아 살려줘.....! 이 미친 년이 날 죽이려고 해! 네가 잘 말해서 말려줘! 제발..... 끄읍?!"


얀진이의 입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 채, 지면에 쳐박히게 되었다.


"그 더러운 입으로 오빠의 이름을 부르지마...!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지금 아줌마와 대화하고있는 사람은 오빠가 아닌 나야."


교묘하게 미소 속에 숨어있었던 얀순이의 살벌한 살기가 밖으로 나온 순간이자 한번도 본 적 없었던 얀순이의 극도로 분노한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다음으로 꺾어버릴 건 엄지 손가락이 아닌 대가리니까, 잘 대답해야해?"


"끄으으읍......!!"


고통과 공포를 이겨낼 수 없었던 것 인지, 얀진이의 빨갛게 부어오른 양쪽 뺨에는 굵직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얀붕 오빠에게서 과분할 정도의 사랑을 받았음에도 어째서 다른 남자에게 안긴 거야? 어째서 그런 미련한 짓을 한거냐고? 어서 대답해! 대답하라고!!"


그러나 얀진이의 의식은 이미 끊어진 상태였기에, 얀순이의 궁금증이 해소되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분노를 제외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얀순이는 얀진이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자 하였고, 나는 잽싸게 그녀의 행동을 저지하였다.


"오빠?"


"그만하자."


"그치만 이 여자는 오빠를......!"


"괜찮아, 네 덕분에 이미 속이 시원해졌어. 더 이상 이 여자에 대한 미련은 없고 말이야."


"정말로 괜찮을까요? 혹여 오빠의 트라우마가 다시 깨어난다면......"


"그땐 지금처럼 네가 내 곁에 와주면 괜찮을 거라 생각해. 안그래?"


"그렇네요! 24시간 오빠 곁에 있어도 좋다는 뜻인거죠?"


"아니, 그건 좀......"


"제 말이 틀리나요?"


얀진이의 목을 부여잡고 있는 손에 힘을 넣으며 사악한 미소를 짓기 시작하는 얀순이.


저대로 있다간 진짜로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야, 맞아!"


"헤헤♡ 그러면 이제부터 제가 쭈욱 오빠를 지켜줄테니 곁에 착 달라붙어 있어야해요? 알았죠?"


"으응... 그래."


"어서 집으로 돌아가요, 오늘은 벌써 1시간 53분 32초 동안 오빠와 떨어져 있었으니까, 그만큼 저를 귀여워해주셔야 해요!"


나에게 팔을 껴안으며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는 얀순이의 힘에 밀려 나는 어쩔 수 없이 쓰러진 얀진이를 길거리에 방치해둔 채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렇게 하나의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했으나......


"우효~! 끝내주는 여자를 손에 넣었잖아? 부럽네 부러워!"


바로 뒤에서 귀에 익은 천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지배도 통하지 않는 데다가 압도적인 힘으로 사람을 제압해버리는 여성이라~! 거 엄청 흥분되는구만!"


손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어서 뒤에 있는 사람을 후려쳐버리라고 강요하듯이 손이 안달내고 있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떨고있어, 선배? 아! 혹시 죽여버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이전 생에서 했던 것처럼 나를 죽이고싶은 거구나!"


나는 이 자의 정체를 알고 있다. 아니, 알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얀진이와 마찬가지로 나의 마음을 부수어 버린 녀석이었으니까.


"이번에도 죽이고 싶으면 죽여봐! 다만 국왕의 아들인 나를 시해했다간 어떻게 될지 나는 잘모르겠지만 말이야?"


안그래도 이 녀석마저 이 세계로 전생했다는 사실이 화나서 미칠 것 같은데, 녀석은 국왕의 아들이라는 신분의 격차를 강조해왔다.


너무나 불합리한 현실에 우리를 전생시켜준 신이 증오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안칠거면 말고~ 오늘은 그냥 쓰러진 네 옛 아내이자 내 애인을 데리고 갈게?"


죽이고 싶다, 격하게 죽이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만 한다.


녀석을 한 대라도 때렸다간 나는 곧바로 수배범이 되어버리며 왕국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다음에 올땐 네 새로운 연인도 받으러 올게! 전 연인도 개쩔었으니까, 현 연인도 겁나 쩔겠지? 햐~! 무지하게 기대되서 발기해버렸네!"


"금태양!!"


내 사랑하는 사람을 모욕하는 그의 말에 나의 마지막 이성이 끊어지게 되었다.


신분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전처럼 죽더라도 그 자식만큼은 같이 죽이고 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곧장 뒤돌아 그 녀석의 면상을 쳐버릴려고 했지만 내 주먹은 아무도 없는 허공만을 갈랐다.


"......빌어먹을 새끼."


분노에 치가 떨려오기 시작했지만 그것도 잠시, 뜨겁게 가열된 내 머리를 식혀주는 목소리가 다가왔다.


"오빠."


"아......"


"방금 그 사람이 아내를 뺏어간 남자인가요?"


".......맞아."


"그렇군요, 돌아가면 전부 설명해주세요, 오빠와 그 남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응, 알았어."


떠올리고싶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 내야한다는 점 때문에 우울해지기 시작했으나, 그러기도 전에 내게 다가온 얀순이가 양손으로 내 입가를 잡아당겨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렇게 침울해있지 않아도 돼요. 잊으신 거에요? 항상 오빠의 곁에 있겠다고 맹세한 저의 약속을?"


"아니, 잊지 않았어."


"그렇다면 끝까지 저를 믿어주실 수 있나요?"


"믿을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헤헤♡ 그러면 됐어요, 집으로 돌아가죠!"


"응."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지울 순 없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믿기로 했다.


우리의 마음이 영원히 변치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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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아내의 후회물을 쓸까 생각했지만, 얀순이의 독보적인 순애를 위해서 그냥 아예 썅년으로 만들었음.


참교육 맛보기는 끝났으니까, 이제 진정한 참교육을 구상하고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