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스~ 스~"


보라색 머리에 안대를 한 소녀가 침대에 조금 불편한 자세로 잠이들었었다.

심지어 안대조차 벗지 않고 잠들 었었다.

하지만 자세가 불편했을까?

"으... 음?"

잠에서 깨는 샤른호르스트.


'으... 잠들 생각은 없었는데...'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샤른호르스트는 아침부터 진이 빠지는 일을 경험해서 그런지

솔직하게 점심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점심 이후에 4시간 정도의 군수지원 임무가 있다.

이 임무 덕에 아침은 여유로워 조금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차라리 그냥 일과를 하는 게 더 좋았지 않을까?'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군수지원에 가는 건 상당히 괴롭겠지.'

'억지로라도 무언갈 입에 넣자.'

한숨 쉬며 샤른호르스트는 식당으로 향한다.

그러나 아침에 본 3명의 표정이 머릿속에 생각나

샤른호르스트의 발걸음은 무겁기만했다.


그렇게 식당에 들어서자, 식당의 주방에서

"흐으으으음~♬"

은발의 메이드가 평상시와 같은모습으로 요리를 하고 있다.

아니. 평상시보다 조금 더 기분이 좋아보인다.


'어?'

그리곤 식당의 테이블에서


"아잉! 인디짜응~!"

포틀랜드의 큰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헬레나'와 포틀랜드, 인디애나폴리스가 웃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

아침에 봤던 모습과 너무 다르다.

'뭐지...?'

샤른호르트는 조금 당황한다.

그리고 괜히 프린츠 오이겐이 생각난다.


'프린츠 오이겐의 기분도 풀렸으려나?'

괜시리 프린츠 오이겐이 걱정하는 샤른호르스트.

프린츠 오이겐만이 아니라 지휘관도 걱정이다.

프린츠 오이겐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지휘관의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프린츠 오이겐은 분명 지휘관에게 무슨 짓을 했을 것이다.


'어....?'

'서.... 설마...'

'프린츠 오이겐을 필두로 지휘관을'

'덮친 거는 아니겠지......?'

'저 2명하고 같이......'

상황을 따라갈 수 없어,

여러 가지 추측을 하고 있는 샤른호르스트에게 누군가가 말을 건넨다.



"어머~?♬ 샤른호르스트, 있다가 군수지원가지?"

바로 그 프린츠 오이겐이


"아.. 응."

샤른호르스트는 프린츠 오이겐의 질문에 대답하며,

프린츠 오이겐의 상태를 확인한다.


"흐응~, 난 그거 별로더라."

"괜히 시간만 잡아먹는 느낌이서."


프린츠 오이겐의 기분 좋아보인다.

"저기..... 괜찮아....?"



"아~, 아침에는 걱정을 끼쳐버렸네."

"이젠 괜찮아."

"고마워~♬"

프린츠 오이겐의 미소는 샤른호르스트가 봤던 어떤 미소보다 밝아보았다.


"다행....이네....?"

프린츠 오이겐의 이런 미소에 샤른호르스트는 

괜히 더 프린츠 오이겐이 지휘관에게 무언가를 한 것이 아닐까?

지휘관이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샤른호르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은 몇마디를 하고 있자,

벨파스트가 지휘관의 점심 준비를 끝낸다.


이에 헬레나와 프린츠 오이겐은 벨파스트와 그 음식을 나눠 들고,

지휘관실로 향한다.


3명의 모습을 보자,

샤른호르스트에 아침부터 있던 찝찝한 느낌,

자기를 괴롭히던 무언가가 사라진 느낌이었지만

지휘관의 신변에 대한 걱정이 생겨벼렸다.


3명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나서,

샤른호르스튼 뭔가 떨떠름한 느낌으로 점심을 먹었다.

자신이 무엇을 먹었는지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


.


.


그렇게 샤른호르스트는 군수지원을 하러 갈 시간이 되어,

다른 인원들과 장비를 확인하고 바다에 나서려 한다.


그러자, 얀붕이가 임무에 나서는 인원들을 마중하러 나온다.

"조심히 다녀와."


그 뒤에는 프린츠 오이겐, 벨파스트, 헬레나가 있었다.

샤른호르스트는 지휘관의 얼굴을 한번 살펴본다.


"......?"

"뭔가 걱정이라도 있어?"

얀붕이는 평상시와 다른 샤른호르스트의 모습을 캐치해

얀붕이는 오히려 샤른호르스트를 걱정하고 있다.


"아...... 아니...."

"지휘관..?"

샤른호르스트가 얀붕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엉?"


"혹시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군수지원 끝나면...꼭 내가 도와줄 테니까...."

"당근을 흔들어... 줘?"

그리고 얀붕이의 귀에 조심스럽게 속삭인다.


"하하하하."

"그게 뭐야"

"뭔진 몰라도, 조심히 다녀와."

"너 오면 당근 주스라도 사줄게."

이런 반응에 얀붕이는 호쾌하게 웃었다.


그렇게 샤른호르스트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군수지원을 향한다.

'아니,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저 3명에게 약이라도 먹인 건가....?'


다행히 자기가 걱정했던 일은 없던 걸 확인하자,

샤른호르스트는 안도하면서도,

도대체 얀붕이가 3명에게 뭔 짓을 했는지 궁금해진다.

'설마... 덮처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휘관 쪽에서 3명을 덮쳤다......던가?'


샤른호르스트는 뒤통수가 벨파스트, 프린츠 오이겐, 헬레나의 눈빛으로 따가웠지만

애써 무시하고, 군수지원에 출발하였다.



'칫.. 주인님을 노리는 사람이 이 두 명만이라곤 할 수없네요.'


'설마 샤른호르스트.. 너도...?'


'철혈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왜 이렇게 다 뱃속이 시꺼매 보이는지...'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 헬레나는 

샤른호르스트를 위해서 당근 주스를 사두는 얀붕이를 보고

괜히 샤른호르스트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나갔다.


.


.


.


"저기... 너희 3명에게는 부탁이 있어서..."



"부탁... 입니까?"

벨파스트는 얀붕이의 부탁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프린츠 오이겐과 헬레나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만약 뭔가 실수를 했다면,

얀붕이의 부탁은 그 실수를 "만회"할 좋은 기회일 것이다.


"응."

"이번 주에... 친척 동생의 결혼식이 있거든...?"

"괜찮다면.. 같이 가줄래?"


"옛..?"

"어..?"

"네에..?"

갑자기 얀붕이가 했던 전화 내용이 기억난다.


그래, 결혼식...

연습전에서 실적을 올려,

얀붕이의 가족들에게 얼굴도장을 찍겠다.

라는 결심을 했었지?


이런 결심에 3명은 한층 더 열심히 연습전에 임했었다.

다만, 너무 몰입해버려

그리고, 너무 충격적인 결과에

잊고 있던 이벤트.


근데, 그걸 같이 가자고 하는 얀붕이.

덧붙여서 얀붕이는 이런 말을 했다.


"아, 만약 가게 되면 좀 거리가 있어서.."

"금요일, 미리 출발할 거야."



"...!?"

"...?!"

"...??!"

3명은 귀를 의심했다.


'주... 주인님과 하루를......?'


'지.. 지휘관이 지금 외박하자고 한 거지...? '


'오... 오빠랑 같이 자.. 잠으.. 을...?'


3명은 이번 기회가 얀붕이의 얼마 안 남은 군생활 기간 중에

얀붕이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확신한다.


고작 놀이공원에 함께 못한다는 사실 하나에 얼마나 아팠는가?

더 이상 물러서기 싫었던 3명은


"주.. 주인님이 원하시면!!"

"이 메이드, 설령 불 구덩이 속이라도 같이 가겠습니다."

벨파스트가 아주 비장한 표정으로 말한다.



"지.. 지휘관이 원하면 당.. 당연히 가야지!"

프린츠 오이겐은 예상외로 조금 부끄러운 듯 말한다.

뭔가 음흉한 상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오.. 오빠하고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요."

헬레나는 얼굴은 붉히지만,

뭔가 다짐한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으음..."

"너희 입고 갈 옷은 있니?"

얀붕이는 3명을 한 번씩 보면서 물어본다.


함선 소녀도 사복은 있겠지만,

아마 이런 사적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입고 갈 만한 옷이 있을까?

의문이 든 얀붕이가 물어본다.


"아..."

벨파스트가 조금 아쉬워한다.


"읏..."

프린츠 오이겐이 이런 자잘한 것에 신경 쓰지 못한 자신을 후회한다.


"어.. 없어요."

헬레나의 말은 평소보다 힘이 없다.


"그럼... 오늘 일과 끝나면 사러 가자."


"에?"

"어?"

"네?"


얀붕이의 '데이트' 신청??

방금 전까지만해도 얀붕이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는데...?

3명은 벙찐 표정으로 얀붕이를 처다본다.



"응! 좋아.. 갈래!"

프린츠 오이겐이 가장 먼저 대답한다.

사실 얀붕이의 변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력을 써서라도 얀붕이의 마음을 열 생각이던 프린츠 오이겐은

이런 좋은 제안을 거절할 리가 없었다.


"읏!"

"주인님. 저도..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처음 대답을 프린츠 오이겐에게 빼앗겨 분한 마음에 벨파스트도 다급하게 대답한다.


"저.. 저도 갈게요!"

이에 마지막에 헬레나가 대답한다.


"응, 그럼 있다가 일과 끝나면 잠깐 나갔다 오자."


"네! 주인님!"

벨파스트가 강하게 긍정한다.



"저기 지휘관...?"


"응?"


프린츠 오이겐이 얀붕이에게 생긴 의문을 묻는다.

"설마.. 놀이공원 티켓.. 우리를 제외한 이유는..."


"아.."

"이번 주에 내가 너희들 데리고 나가고"

"다음 주에 다시, 데리고 나가면 형평성이 어긋나잖아."


"아.."

"하하하하하!"

프린츠 오이겐이 아주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한다.


"주.. 주인님.."

벨파스트가 얀붕이를 바라보는 눈이 따뜻하다.


"오... 오빠..."

헬레나의 눈에는 살짝 눈물이 고여 있는 듯했다.


이에 얀붕이는

'이.. 이것들이 단체로 뭘 잘못 먹었나?'

눈을 게슴츠레 뜨며 3명을 쳐다본다.



프린츠 오이겐은 이런 얀붕이를 보고서 지금까지 괜한 걱정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항상 전역한다 전역한다 떠들면서, 사실 누구보다 군인 같은 사람.'

'그게 이 사람이었지.'

'그래서 내가 좋아하게 된 거고.'

프린츠 오이겐은 아침부터 자신의 마음속에 생기고 있던 응어리들이 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와 동시에, 프린츠 오이겐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얀붕이의 전역]

얀붕이가 전역하기 전까지 어떻게든 얀붕이에게 반지를 받아야된다.



벨파스트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리고 다시 반성한다.

주인님을 끝까지 믿지 못했던 자신에

주인님의 깊은 뜻을 알아채지 못했던 자신에

자신의 감정보다도 주인님을 섬기지 못했던 자신에


그리고 벨파스트는 자기가 앞으로 주인님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기 위해서

한 가지 물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인님과 자기의 인연을 증명해 줄 물건

바로, "반지"

벨파스트는 얀붕이가 주는 "반지"에 대한 열망이 한층더 강해진다.


'이런 것 없이도 주인님을 믿어야 하지만'

'이런 것에 의존해야 하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주인님...'



이는 헬레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불안감이 하나 사라지긴 했어도,

헬레나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 완벽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번 일로 인정하기 싫었던 일을 인정해야만 했다.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에게 자기가 뒤쳐지고 있다는 것을...


물론, 얀붕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지금 자기가 느끼기엔 그랬다.


이에 헬레나는 조금 부끄럽더라도 더 강하게 자기 어필을 하기로 결심한다.

부끄러운 것보다도, 버려지는 것이 훨씬 쓰라리고 아프다.

헬레나는 그래서 어떻게든 얀붕이가 절대로 자기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

반지를 받고 싶었다.


3명이 반지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이에 벨파스트와 프린츠 오이겐, 헬레나가 얀붕이를 보는 눈은

사냥감의 틈을 노리는 사자의 눈이 되었고,

얀붕이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다.


그리고 그걸 모르는 얀붕이는

'놀이공원... 시발.. 괜히 입을 나불거렸나?'

'전역 안한다고 돈만 뒤지게 쓰는 거 같네......'

'하..... 인생.'

나갈 돈에 대한 걱정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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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개연성이 신경쓰이긴 하네.


오타 지적 환영.


좋은 맞춤법 검사기 추천 좀

요즘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가 맛탱이 가려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