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이는 매우 선하다. 순한 나머지 여우같은 행동에 둔감하다. 그래서 연애를 시작하기 까지 고생이란 고생은 안해 본 것이 없다.


막상 연애를 시작해도 그 이의 불우한 환경덕에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다. 부모에게 시달림을 당하기도 하고 머릿채를 붙잡히거나 모르는 여자가 얀붕이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돈을 달라고 보채는 얀붕이의 부모님들은 정말이지 쓰레기나 다름이 없었다.


결혼을 허락받으려고 나는 쓰레기 같은 부모에게서 얀붕이를 뺏고자 안해본 일이 없었다.


잔 심부름부터 갖은 궂은 일 혹은 평범한 나에게 조차 돈을 갈취해가며 그저 얀붕이와 결혼을 하기 위해 바보처럼 당해야만 했었다.


평범하게 살았던 내가 얀붕이가 이 사실을 깨닫고 부모에게 너무 맞아서 반쯤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를 무너뜨리고야 말았다.


안될 짓을 저지르다니•••.


얀붕이는 처음에 날 보며 기겁했지만 내 얼굴을 보더니 이내 차분히 상황을 보며 아픈 몸을 이끌고 시체더미를 들어 자리를 떠났다.


' 그저 얀붕이를 더는 때리지 말라며 밀쳤을 그런 사소한 사고였어야 했는데. 나는•••. '


일주일이 지나고 모습을 감추었던 얀붕이가 어느 날 우리집 앞에서 날 기다렸다.


일을 끝마치고 얀붕이를 보며 나는 펑펑 울었다. 나는 살인마이다. 그저 게눈 감추듯 얀붕이가 시체를 숨겼을 뿐. 난 여전히 살인마이다.


그 사실이 비수처럼 내 심장을 꽂는다.


얀붕이는 그 사실은 잊은듯 힘들어하던 나를 내 주위를 내곁에서 위로해주었다.


나는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져서 얀붕이가 나를 위해 돈까지 벌어가며 나를 위해 살아간다.


그렇게 위로 받았던 젊은 그 이에게 지금껏 그 사실을 숨기며 내 부모님에게 사랑 가운데서 결혼했지만•••.


결혼 후엔 몰랐던 얀붕이의 모습을 보았다. 


새벽만 되면 누나••• 누나••• 거리며 나를 찾는 아이의 모습처럼 한 없이 애교와 교태를 부리는 그 이.


' 그 이가 나 대신 죄를 짊어진 기억들이 이런식으로 나를 괴롭힐 줄은•••. '


새벽이 찾아오면 난 항상 그 이를 달래야 했다. 충분히 달래주면 요 몇 일은 숨어있지만, 이젠 떼를 쓰는 그 이가 없으면 조금 허전함을 느끼곤 한다.


혹시나 출장 도중 새벽에 튀어나오지 않을까 걱정도 잠깐 했었지만 내 모습이 보이면 나오니 나도 안심하고 그 이를 보냈다.


나이를 먹어가며 자식이 생길 때 쯤엔 그 이도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서로 젊어지면서 그 이를 설득해 집으로 왔을 땐 잊혀진 그 이의 아이모습이 툭 튀어나왔다.


습관처럼 새벽에 깨서 바라본 아이는 하염없이 날 보챈다.


즐거운 듯 웃어가며 이젠 젊어진 몸으로 날 희롱한다.

그렇게 놀이가 끝나면 정리를 하고 다시 잠을 청한다.


그 이는 아침마다 힘이 없나보다. 쉬어야 할 밤에도 빨빨 거리며 움직여대니 그럴 수 밖에.


나도 아침이면 몸이 축나지만 그래도 아침을 준비할 생각을 하다가도 그 이를 요리해줄 생각에 움직이고 싶지가 않아진다.


기억을 잃었어도 여전히 그 이는 날 사랑하는게 틀림없다.


잃었던 기억들 가운데 여전히 날 위해 행동하는 방식은 기억을 잃기 전이나 달라진게 없다.


끙끙 거리며 일어나, 오늘은 그 이를 회사에 꽂아줄 직원으로 소개해놓도록 얘기를 미리 해놔야한다.


그 이를 걱정도 덜고 이 생활이 바람직하게 돌아가도록 내가 움직여야한다. 아내의 내조란 그런거니까.


그 이가 잘 적응 할 수 있도록 나팀장에게 귀띔을 해놓고. 나도 그 이와 젊어진 만큼 먹고 살 돈을 악착같이 벌어놔야한다.


돈은 그나마 넉넉하지만 유물을 샀을 때 생각 외로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 여전히 모자르다.


그렇게 생각 했을 때 그 이에게 사건이 벌어졌다.


내가 바쁜 날에 당연히 나오지 않아야할 그 이의 아이 모습으로 사고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