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주인공 얀붕은 기사임. 그것도 얀붕이 사는 왕국을 넘어 대륙에 알려진 기사 ㅇㅇ


실력 하나는 끝장나게 좋아서 왕국과 사이가 좆같이 안좋은 제국 황제의 근위대 최고 열두 기사랑 동시에 대련 붙어도 막상 막하로 끌고 갈 정도고, 소문에 의하면 북쪽에 사는 야만족들의 수장 여럿을 혼자서 장사 지냈다고들 해


사실상 무력 하나는 인간계 원탑이고, 성격도 그에 걸맞게 명예롭고 과묵한 성격이지. 누구보다 명예를 잘 알고 서약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인거야


하지만 그런 얀붕에게 위기가 찾아와


바로 새로 등극한 제국의 황제인 얀순 때문이지


원래 얀순은 승계 서열 맨 아래에서 사촌들과 투닥거릴 정도로 아래였고, 때문에 아무도 그녀를 신경쓰지 않았어. 승계 서열이 높은 자손들은 누가 됐던 간에 한 명이 되면 나머진 쓸리지만, 얀순같이 아랫동네 친구들은 건들지 않는게 암묵적 룰이었거든


왜냐하면 승계 암투가 잘못 흘러가면 아에 황가 핏줄이 끊길 위험도 있고, 그래봤자 아랫동네에서 힘을 얼마나 키운다고 해도 윗동네 파워에 쨉도 안된다는걸 알고 있는거지


하지만 얀순은 그걸 뒤집을 능력이 충분했어. 먼저 얀순은 황가 자손들 중에서 무력으로는 일타였던거야. 조상인 초대 황제가 칼질 하나로 유명했는데, 얀순은 여인의 몸으로 초대 황제 칼질에 버금간다는 무력을 선보여. 그리고 그걸 감출 줄 아는 능력도 충분했지. 자신은 정치에 욕심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근위대에 들어가. 근위대는 승계 암투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었고 황제의 자손이 여기 들어간다는건 계승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지


하지만 모두 연막이고, 근위대에 들어가자마자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근위대장이 된 후 근위대와 군부 모두를 포섭하는데 성공해. 군부는 기왕이면 칼질 좀 치는 사람이 황제가 되길 바랬고, 근위대는 얀순에게 반대하는 이는 모두 숙청당하거나 암살당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황제가 승하하고 계승이 차남의 승리로 끝나. 차남, 자신의 오빠가 다른 오빠와 언니들을 모두 족쳐버리고 선황비인 오빠의 어머니에게 왕관을 수여받는 그 순간, 얀순은 근위대에게 명령해 선황비와 오빠를 모두 추포하지. 그리고 그대로 목을 잘라 버리고, 그 자리에 모여있던 오빠의 추종자들에게 충성 서약을 받아내.


그렇게 단 한 번의 칼질로 제국을 꿀꺽한 얀순은, 가장 큰 군부의 전쟁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왕국을 침공하지.


물론 모든 침공은 얀붕의 활약으로 전부 대가리 깨지는거지. 전해오는 전설으로나마 인간계에서 대적할 이가 없다는 얀붕을, 얀순은 처음엔 비웃었어. 도대체 어떤 인간이 제국 근위대의, 당시 근위대장을 포함한 최고 기사 열 두명과 대련을 펼쳐서 패배하지 않았다는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그 때의 근위대장이자 얀순 이후 다시 근위대장이 된 기사는 한 번 얀붕과 칼을 겨루고 싶다는 얀순을 극구 말려. 얀붕은 진짜라는거지.


그리고 얀붕의 무력을 본 처음 본 얀순은 충격에 빠져.


어떤 인간이, 말 한 필과 창 한 자루, 검 하나를 들고 한 군세를 아작낼 수가 있겠음?


거기에다가 정확하게 적의 수장의 위치를 파악하고, 들고 있던 창을 내던져 죽이려는 시도까지 할 수 있겠음?


그 순간 얀순이 기사로서 단련된 신경으로 피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얀순은 죽고 제국이 스러질 뻔 한거지.


얀붕과 맞붙은 일곱 회전에서, 얀순은 모두 패배를 맛봐. 까고보면 전술적 패배는 맞지만 전략적으로는 왕국이 해당 지역을 포기하게 만들어 승리하거나, 적어도 전략적 무승부까지 거두지.


하지만 확실하게 승리할 수 없는 이유는, 모두 얀붕 때문이야. 그가 칼 한자루 꼬나쥐고 미친놈마냥 들이박으면 어떤 병사고 기사고 당해낼 수가 없었거든.


그리고 이 일곱 회전 동안, 얀순이 받은 충격은 연모로 변해.


얀순은 사실 자신보다 강한 이를 만나 사귀고 싶었는데, 근위대장에 올라선 순간 반쯤 포기한 일이었어. 제국 최고라는 근위대장도 털었는데 이제 이 세상에 강한건 용 밖에 없다고 생각한거지. 그리고 자신은 인간과 사귀고 싶었고.


하지만 얀붕의 등장으로 드디어 그녀에게 견줄 만한 이가 나타난거야...


이제 얀순의 연모는 집착으로 변해가. 왕국을 잿더미로 만들고 제국을 파멸시킨다고 하더라도 얀붕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정신병적인 마인드가 들어서게 되는거지.


그래서 절대 기사 얀붕에게 네 서약을 파기하고 주군을 죽이고, 제국으로 전향하면 왕국과 그 국민들은 살려주겠다며 압박하는 얀순이 써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