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옷의 여인

 

 

 

그 여인은 카리옷 사람 시몬의 딸로, 예수께선 여인을 유다라고 불렀다.

 

본래 물건을 사고 파는 상인으로 부유함을 누렸으나 곧 예수께서 설교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가 바로 하느님의 아들임을 깨닫고 그를 따라나섰으니, 이것이

 

예수께서 뜻을 펼치러 발돋움을 한지 1년이 조금 안 됐을 무렵이었다.

 

“그래, 마지막은 그대로군.”


카리옷 사람 시몬의 딸, 카리옷 유다가 말했다.

 

무너진 회당에 나타난 것은 예수께서 사랑했던 제자였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표정엔 분노나 혐오가 없었다.

 

“나를 죽이러 왔나? 아니면 그 잘나신 분처럼 나를 용서하려고 왔나?”


“나는 주의 부활을 알리러 왔다.”

 

예수께서 사랑한 제자가 말하자, 유다의 표정이 굳었다.

 

그 여인은 그가 죽었음을 알고 있었다. 

 

은 30개를 받고 팔아넘겨, 온갖 수모와 모욕을 당한 뒤 아담의 해골이 묻힌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형을 당해 죽었음을 먼저 들은 뒤였다.

 

“거짓말은 그만두어라, 그 사람은 죽었다.”


“하지만 부활하여 우리 곁에 돌아오셨다.”


“거짓말! 나를 모욕할 셈이라면 그만두어라.”


여인이 예수께서 사랑하신 제자를 보고, 그의 눈빛에 한 점의 거짓이 없음을 파악하고선

 

입을 다물었다. 

 

“왜 여기 왔는가? 그대는 나를 조롱하려고 왔나? 자신이 가장 사랑한 주를 배반하고

 

이 허름한 회당에서 목 매달아 죽으려고 하는 가엾은 날 모욕하러 왔는가?”

 

“아니다. 나는 주님의 말씀을 전하러 왔다.”


“오, 그러시겠지. 뭐라고 하시던가? 너는 지옥 밑바닥에, 배신자들이 가는 곳에서 영원토록

 

불탈 것이라 예언하셨는가? 아니면 넌 영원히 배신자로서 오명을 남길 거라 하시던가?”

 

여인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치자, 예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예수께선 널 용서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앙칼진 웃음소리가 회당에 울렸다.

 

그 어떤 조롱보다도, 그 어떤 모욕보다도 굴욕적이고 비참한 말이었다.

 

웃음은 비탄이었다. 이는 절규이며 짐승이 내는 신음소리와 같았다.

 

“하! 그래, 나를 용서하겠다고? 웃기지도 않는구나. 그대여,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가.”


“묻고 싶은 게 있다. 왜 그리 하였는가?”


“왜 그리 하였느냐고? 우둔한 질문이구나. 나는 그를 사랑하였기에 그리 하였다.”

 

카리옷 사람 유다가 팔을 하늘로 뻗으며 말했다.

 

“모든 백성들이 그를 보고 미치광이, 마술사라 모욕했을 때에도 나는 그의 곁에 있었다.

 

그대도 보았을 것이다! 그들이 무어라 말했는지 들었을 것이다! 바리새인들이 우리의 주를

 

무어라 불렀는가! 저주 받을지어다, 저주 받을지어다!”

 

“카리옷 사람 유다여, 그럼 왜 그런 배반을 저질렀는가?”


“배반이라! 그렇다, 나는 배반하고 배신하였다. 그러나 이는 모두 그 분을 위한 일이었다.”


여인이 과장되게 웃으며 예수께서 사랑하신 제자에게 다가갔다.

 

“그 많은 군중을 빵과 생선으로 먹여 살린 일이 기억나는가? 나는 그 때 거기 있었다.

 

예수께서 알지 못하도록 사람들을 설득하여 빵과 생선을 내놓게 한 것이 바로 나였다.

 

그러나 너희 제자들과 예수께선 감사인사 한 마디 없이 나를 경멸의 눈으로 쏘아보았다.”

 

“그것이 이유인가?”


“아니다. 나는 어느 날 예수님과 해변을 거닐었다. 그 날의 하늘이 어찌나 아름다웠는지!

 

적수정의 빛으로 물든 하늘과, 피의 잔처럼 물든 바다가! 아아, 그리고 그 분께선 너무나

 

아름다우셨다. 무지하기에 아름다웠고 순수하기에 나는 그를 사랑하였다.”

 

여인이 자신의 뺨을 손으로 짓누르며 말했다.

 

“그것은 봄날의 일이었다. 주님께서 이르되 유다여, 너에게 신세를 많이 진다. 너의

 

쓸쓸함, 고독함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것을 얼굴로 나타내선 아니 된다. 너는 

 

슬프고 힘이 들 때에도 늘 웃으며 깨끗하게 행동하여야 한다. 너의 고통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알아주면 그걸로 족하지 않느냐? 쓸쓸함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카리옷 사람 유다가 눈을 지그시 감고 그 날을 떠올렸다.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어찌 잊겠는가! 그 날의 풍경은 여인의 고향처럼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다. 그곳이 여인의 이상향이고 곧 낙원이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였다. 너희 제자들이 예수께서 죽었을 때 도망친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나는 생사를 그와 함께 했을 것이다.

 

너희들은 입으로만 그를 나의 주, 나의 하느님이라 떠들지만 전부 거짓이다! 너희는

 

그가 말하는 사랑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무지한 너희 제자들이여!”

 

“그것이 배반의 이유란 말인가?”


“아니다! 그렇다, 너흰 나를 보고 배신자라 부르지만 진정 그에게 충성한 것은 나 하나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날 예수께 말하였다. 나의 주, 나의 예수님. 제겐 고향이 있고 그곳에

 

집과 정원이 있으니, 어머니 마리아와 당신께서 나와 함께 그곳으로 가 함께 살자고.

 

그곳엔 복숭아밭도 있고, 평생 편히 먹고 살 돈이 있으니 더 이상 고통 받지 말라고.

 

그러나 그가 내게 말하였다. 야고보와 요한에겐 그런 땅이 없으며, 베드로나 시몬은

 

어부이기에 아름다운 복숭아밭이 없다. 그들에게 안락을 줄 땅은 어디에도 없다.

 

아아, 나는 그 때 직감하였다. 예수께선 절대 편히 죽지 못 하리라는 걸.”

 

“그래서 그를 은 30개를 받고 팔아넘겼는가?”


“그렇지 않다. 막달라에서 온 마리아를 기억하는가? 그 여인이 예수께 기름을 부은 것을

 

기억하는가?”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 그 요부가 그리했다. 그 요부는 순수한 척, 고결한 척을 하며 그에게 꼬리를 쳤다.

 

그 비싼 기름을 붓고 낭비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나왔다. 이걸 보아라, 옷이

 

다 젖었지 않느냐. 이 기름을 팔면 삼 백 데나리온은 할 텐데, 그 돈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지 모르느냐고. 그러나 예수께선 그 요부를 감싸며 이렇게 말했다.

 

이 여인을 괴롭게 만들지 마라. 이 여인이 한 일은 내게 가장 좋은 것이니, 내 몸에

 

향유를 부은 것은 나를 장사지낼 준비를 위함이다. 너희는 이를 기억하여 나의 일생을

 

말할 때 반드시 이 여인이 한 일도 같이 말하라. 하! 그깟 시골 여자가, 그 긴 시간동안

 

섬겨온 나에겐 늘 경멸과 조롱만을 하였으면서, 잠깐 만난 요부에게 뭐라고 말하였는가!”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선한 사람이다. 그 여인을 모욕하지 마라.”

 

예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말하자, 유다가 새된 웃음소리를 냈다.

“모욕할 것이다! 모욕하고 증오하고 저주를 퍼부을 테다! 그 요부는 씨를 퍼트리지

 

못하고 고름이 차 죽을 지어다! 그래, 그 여인을 나보다 아름다웠다. 피부는 희고

 

손발이 통통하였으며, 표정은 온화하였다. 예수께서도 어엿한 남자이니, 그 미모에

 

혹해 넘어간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 그는 오직 나만의 것- 아니. 예수께선 오직

 

순수하고 고결한 모습으로만 남아야 한다. 그가 더럽혀지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래서 배신했는가, 카리옷 사람 유다여?”


“그래서 배신하였다! 평생을 사랑하고 믿겠노라 맹세했던 나의 주를 그리 배반했다!”


예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눈을 질끈 감았다.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

 

한 때나마 자신과 밥을 같이 먹고, 함께 하느님의 나라를 논하던 여인이 어찌 이리도

 

비참하고 추해졌는가! 탄식이 절로 나왔다. 눈물마저 고이기 시작했다.

 

“나를 가엾게 여기지 마라. 나는 그를 배신하였으나, 또한 이는 그를 위함이었다.”


“그것이 무슨 뜻인가?”


“말 그대로다. 예수께선 하느님의 아들로서 미래영겁 찬양받아 마땅한 분일지어다.

 

하지만 그런 요부에게 홀려 추태를 보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그 분께서, 그래.

 

그대는 예수께서 채찍을 들고 난동피운 걸 기억하는가? 늙은 노새를 타고 개선하던

 

날을 떠올릴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


“그 날은 수치스러운 날이었다! 감히 다윗의 자손이 늙은 노새 따위를 타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다니! 아아,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어찌 세상에서 가장 높으신 분이 이러한

 

추태를 보인단 말인가. 그 뒤는 어떠했는가, 그 분께서 친히 채찍을 들고 가 비둘기

 

파는 상인들을 때리고 내쫓은 것은! 너희 독사의 새끼들아, 아버지의 성전에서 꺼지라며

 

소리치던 모습을! 나는 그걸 보고 절망하였다. 아아, 그렇다. 이 사람은 끝났다. 이 이상

 

살아봤자 추한 모습만을 보일 뿐이다. 꽃은 꽃으로 남을 때 비로소 아름다우니, 꽃이 지고

 

추한 모습을 보이기 전에 따야한다고. 나는 예수께서 아직 꽃일 때 따고자 했다.”

 

“주님께선 결코 꺾이지 않는 꽃이니, 너 카리옷 사람 유다여. 이 얼마나 오만한가!”

 

“오만이라고? 그대가 지금 내게 오만하다 말하였는가? 오만한 것은 내가 아니라 너희다.

 

주님의 뜻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너희가 제자랍시고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고 있자니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듯하였다. 내가 그를 완성했다. 내가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로 만들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다의 표정은 조금도 밝지 않았다.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로, 부모에게 변명하는 아이처럼 울먹거렸다.

 

“나는 주님의 끝을 들었다. 그 분께서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매달렸다고.

 

나는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울면서 웃었다. 환호하며 절규했다. 이로서 인간 예수가 죽고

 

하느님의 아들 예수가 태어났으니. 내가 사랑했던 이가 죽고 그가 영원토록 인간 역사의

 

남아 하느님의 아들로서 칭송받게 되었으니. 이 어찌 슬퍼하지 않을쏘냐. 얼마나 기쁘고

 

벅찬 일인가. 하지만 그대가 지금 여기 와 내게 거짓으로 그의 부활을 고하였다.”

 

“나는 한 마디의 거짓도 고하지 않았다.”


“아니, 거짓이다! 거짓이어야 한다. 모두 거짓이다, 전부 거짓이란 말이다!”


카리옷 시몬의 딸 유다가 기둥을 마구 때리며 소리쳤다.

 

“그는 죽음으로서 완성되어야 했다! 그가 죽음으로서, 그는 더럽혀지지 않고 영원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을 수 있었다! 오직 나만의 예수로서,

 

오로지 나를 위한 구세주로서 살고 죽었노라고!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아-”

 

“주는 너의 것이 아니니, 그대여. 왜 이를 깨닫지 못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 분은 오직 나만의 예수시다.”


여인이 비틀거리며 밧줄을 주워들었다. 

 

“그대여, 예수께서 우리의 발을 씻겨준 날을 기억하는가?”


“평생 잊지 못한다.”


“그렇다, 나 또한 잊지 못한다. 그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두 번째 날이었다.

 

친히 팔을 거두고 물을 받아와, 정성스레 나의 발을 닦아주었던 것이다. 이로서

 

그는 우릴 용서했고 우리는 그를 용서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하였다.”

 

“예수께선 너의 배신을 알고 계셨다.”


여인이 말을 멈추고 거친 호흡을 몰아쉬었다.

 

“발을 씻겨주실 때, 내 안의 사탄 마귀가 쫓겨나는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미친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때는 늦었다. 나는 이미 그를 팔았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다.

 

아아, 어째서 그 사람은 나와 함께 떠나지 않았을까? 그 복숭아밭에서, 복숭아밭에서-”

 

“예수께 돌아가지 않는 것인가?”

“돌아갈 수 없다. 나는 돌아가선 안 된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충성이고 사랑이다.”


그리고 여인이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그게 나의 마지막 복수이다.”


예수께서 사랑하신 제자는 그 자리를 떠났다, 더 이상 나눌 말이 없었다.

 

이후 카리옷 시몬의 딸 유다는 회당에서 목을 걸었다. 여인이 죽자 밧줄이 끊어졌고,

 

시체는 땅바닥에 처박혀 터졌다. 서른 개의 은은 버려져 묘지를 사는데 쓰였다.

 

이후 예수께선 제자들과 함께 하다 하늘로 승천하셨고, 그 제자들은 각자의 길을 떠났다.

 

사도 베드로는 64, 혹은 67년 즈음에 로마에서 역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하였다.

 

그는 죽기 전에 예수님의 환영을 보고선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라고 물었다.

 

사도 안드레아스는 그리스에서 죽었는데, 그는 X자 십자가에 박혀 순교하였다.

 

그 이외에도 사도 토마스, 사도 시몬, 사도 바르톨로메오가 칼에 맞거나 살가죽이 벗겨져

 

순교하였다. 사도 요한은 천수를 누렸으며,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순교하거나 수난을 겪었다.

 

카리옷 사람 유다의 최후를 아는, 예수께서 사랑했던 제자는 침묵하였다.

 

 

 

 

 

 

 

 

 

 


 

 

나 무교다, 기독교 까내 음모론 조장하네 그런 소리 말고 창작은 창작으로만 보셈

어떤 갤럼이 유다로 얀소설 쓴 걸 보고 삘 받아서 써봤음

내용 중에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직소를 참조한 게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