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층에서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몇주전 이사온 윗집은 그날부터 미친듯이 시끄러운 소음을 내서 경비실을 통해 몇 번이나 연락을 했다.


좀 조용히 좀 해달라고.


집구석에서 자전거라도 타고 다니는 거냐고.


허나, 나의 그런 말에도 윗층 주민이 조심하겠다는 소리를 할 뿐, 저 끔찍한 소음은 줄어들 생각을 안했다.


드르륵. 드르륵.


불평을 하는 와중에도 시끄럽게 굴다니, 이 끔찍한 상황에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질렀다.


이 무슨 비인간적인 소음이란 말인가!!


"끼예에에에에엑!!!!!!!!"


그렇게 한차례 비명을 지르고 난 후에도.


드르륵. 드르륵.


저 악마적인 소음은 소방차라도 된 것 마냥, 멈추는 법을 몰랐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아 감정은 무엇인가?


분노.


아.


그래.


이것은.


끝을 알 수 없는 한없이 거대한 분노!


"씨발, 진짜 개 씨발 애미 뒤진 년. 딱 대라 오늘 넌 뒤졌다"


지금 이 분노를 담아 걸음을 내딛으면 천마군림보, 그 이상의 무언가가 나올 것만 같았다.


'본좌가 나설 차례인가?'


"참아."


벼룩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울 순 없고, 층간소음 잡겠다고 아파트를 무너트릴 순 없었다.


마음 속 천마를 진정시키고 옷을 입었다.

 

지금까지는 괜히 찾아갔다가 경찰 부르고 난리 날까봐 참았는데.


몇 번씩이나 얘기를 해도 들어쳐먹을 생각을 안하면 나도 생각이 있다.


먼저, 안 쓰는 물건을 쳐박아두는 방에 들어가 슬리퍼 한 쌍을 찾았다.


굉장히 예전에 선물 받았던 슬리퍼.


이름도 기억 안나는 누군가의 것이니, 선물이지만 대충 줘버려도 괜찮겠지.


그걸 들고 윗층으로 향했다.


계단으로 단 한 층.


이렇게나 가깝게 살면서 어찌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가려는 마음을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가?


현대인들은 이웃주민과 소통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 너무나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분노를 담아 벨을 눌렀다.


띵동, 띵동, 띵,띵,띵,띵,띵동, 띵동


문 안쪽에서 한참동안 드르륵. 드르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누구세요?"


휠체어를 탄 여성이 그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잇었다.


하체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가.


근데 어쩌라고.


씨발, 나는 지금 층간소음 때문에 개 씹 존나게 화가 머리 끝까지 올랐고, 그 분노를 풀기 위해 아래층에서부터 올라왔다.


"지금이 몇신지 압니까?"


저녁 11시.


새나라의 어른이는 잘 시간이다!


허나, 그녀는 저녁 11시가 넘어서까지 집구석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녔다.


그녀의 애미가 봐도 저런게 자신의 아기 미끄럼틀에서 나왔다고 통탄할 짓이었다.


"아파트에서 소음 독1식하세요? 진짜 아파트에서 나는 층간소음 모두 합쳐도 그쪽보다는 조용할 겁니다."

"네... 저도 소음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해요. 소음이 적게 나는 휠체어를 주문했으니 일주일만 더 기다려 주시면..."

"일주일이요?"


씨발? 여기서 일주일을 더 이 지랄맞은 소리를 듣고 살란 말인가?


내가 그녀에게 무슨 죄라도 지었단 말인가?


아니다. 아니었다.


나는 그저 피해자일 뿐.


그녀에게 정신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불과하다.


아파트에서 살거였으면 미리 준비를 해 두던가.


이미 나는 몇주째 저 시끄러운 소음을 들으며 생활해왔단 말이다!


"아니 씨발, 사람이 다리가 없으면 염치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예, 예?"


눈에 띄게 당황하는 윗집 여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슬리퍼를 문 안쪽으로 던졌다.


"그거라도 신고 다니라고."


"그게 무슨...!"


나는 슬리퍼와 휠체어를 번갈아가며 쓱 훑어보고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추가했다.


"발이 너무 커서 안 들어가려나?"


"흐윽!"


윗층 여자의 얼굴은 모멸감으로 새빨갛게 물든 뒤였다.


그렇게 내가 할 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더이상 윗층에서는 개미 기어다니는 소음도 들려지 않았다.


"운이 좋군."


말로 하면 알아듣는 사람이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