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2화

로열 전함 퀸 엘리자베스

로열 경순양함 뉴캐슬


"훈련에 참가...요?" 


평소처럼 집무실에 들른 시리어스에게 인사를 일찍 끝내고

나의 용건을 전하니, 그녀는 당황하듯이 대답했다


이미 책상에 앉아서 일을 시작하고 있었던 나는

그녀의 당황하는 모습을 곁눈질로 보면서

동시에 긴급한 순서대로 서류들을 구분해나갔다


원래는 하나하나 앞에 두고, 치우는 방식이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번 일정을 생각하면, 시간이 너무나도 부족했기 때문이였다


이번에도 미뤄뒀다간, 두고두고 후회할테니까

잠시만이라도 함선들을 만나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자랑스러운 주인님

이 시리어스, 당신의 비서함으로서 걸맞는 활약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그녀의 기쁜 듯 미소 짓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젖혔다

그녀가 전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 소파에 앉아서 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훨씬 기대되기는 하겠지

익숙하지 않은 일보단 익숙한 일을 선호할 것이다


최근에는 그녀의 슬픈 표정만 본 것 같기에

그래서인지 지금의 흐뭇한 미소가 유난히 가슴에 사무쳤다


아니..


지금부터 하게 될 나의 말로

그 미소를 지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무치는 거야


그래도 말해야 해

이대로는 모두의 불만으로 이어지니까

어제처럼 다정하게 대하고 싶었고

그렇다고 한 사람만 다정하게 대할 수는 없는 법이였다


열심히 하는 건 모두가 똑같다

이제는 처음으로 부임했다고, 특별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 잘 타일러 보자


"그래서 일시적으로 비서함을 바꾸려고 해"


잠시 서류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에 들어가지도 않는 문자들을

필시적으로 머리에 집어넣으려 할 정도로 집중했다


서류 몇 장을 움직인 뒤

테이블 위를 향해, 손을 강하게 내리치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세찬 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을 덜덜 떨었다


"주인님!!"


"잠시만이야, 훈련이라고는 하지만, 오랜만의 실전이야

시리우스도 준비가 돼 있겠지?"


"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항상 자랑스러운 주인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비서함을 변경하는 일 따위 필요 하지 않아요"


"그래, 그렇지만 훈련을 위해서 잠시만..."


"자랑스러운 주인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어제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떠나지 않습니다

주인님의 비서함은 접니다. 저만의 자리입니다.

자랑스러운 주인님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것은 나의 노력, 내 삶의 보람

제발 주인님에게서 저를 떼어놓으려 하지 말아주세요

자랑스러운... 주인님"


"......."


그 필사적인 맘에 역시 내 마음은 끌려갈 것만 같았다

나는 눈 앞에 놓인 가느다란 손을 쫒듯,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아, 역시 힘들다

그녀의 눈물을 보는 것만은...

게다가 이번엔 내가 울리고 말았으니

미안해, 내심 몇번이나 그녀에게 마음을 던졌다


"훈련이 끝날 때까지는 벨파스트에게 비서함을 부탁할께

그녀의 도움을 받아, 훈련에 참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


"그렇다면 저를 비서함으로 둔 채

벨파스트 씨를 도우미로 파견하면 안되나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시리우스는 언제든 전투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로얄의 훈련 멤버를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벨파스트도 참가하려고 하는 것 같아

그녀를 기점으로 하여 작전을 구상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 일방적으로 벨파스트를 빌려가는 건 불만의 요소가 되겠지?"


"저와 그녀를 맞바꾸시겠다는 말인가요......"


서류가 젖지 않도록 살며시 손 주위부터 비켜갔다


"그런 건... 그런 건..."


"걱정하지마,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시리우스를 비서함에서 바꾸지 않은 이유

그것은 내가 그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결국엔 사사로운 감정

그녀를 더 이상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다는 방자함


나는 내 스스로 상처입힌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져갔다


"훈련이 끝나면, 다시 비서함으로 보내도록 할께"


"...정말인가요?"


"응, 약속"


"이전 지휘관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상처가 조금 벌어진 듯 했다


"시리우스의 자랑스러운 주인님은 약속을 어기지 않을 거야"


"...정말인가요?"


"믿어"


가능한 한 부드럽게 미소를 건넸다


정말 처음 만났을때와 똑같군

유기견처럼 울며, 매달리는 듯한 그녀와 그것에 매달리는 나


"......."


"......."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집무실이, 무척이나 고요했다


시리우스의 생각만 하면 아니되었다

벨파스트도, 엔터프라이즈도, 다른 함선들 또한

열심히 하고 있었고,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만이 표출되고 있었던 것은

내가 행동에 옮기지 않았던 것이였다


이것으로 조금이라도 자리가 안정되길 바랄 뿐...


"...자랑스러운 주인님"


"응?"


그저 생각에 잠겨 있던 중

시리우스의 말은 유례없이 무겁게 느껴졌다


눈 앞에 쐐기처럼 박혀 있던 손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어이없게 떨어져 나갔다


"이 시리우스, 주인님에게 버림받은 건가요?"


"아..아냐, 그건 절대로 아니야"


"시리우스는 다시 비서함을 돌아갈 수 있을까요?"


"다음 홍차는 쓴 것이 좋겠군"


"...알겠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내 앞에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눈물 대신에 일그러진 미소로 화답하며 가벼운 인사를 보여줬다


"시리우스는 처음 주인님과 만났을 때부터, 몸과 마음이 주인님의 것

설령 아무리 상처를 받더라도, 옆에만 있을 수 있다면, 만족하는 천한 메이드

그 하녀에게 잠시 떨어져서, 전과를 보여달라고 명하신다면, 보여드리죠

자랑스러운 주인님 옆의, 비서함엔 누가 적합할까 하는 것을

그것은 무조건 나 밖에 없다는 것을..."


"응, 기대할게"


"꼭 기대에 부응하겠씁습니다

자랑스러운 주인님과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자들을

이 시리우스가 직접 침몰시키라는 것 

입만 산 함선들에게 실력으로 보여주라는 것

그 명령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조금 놀랐다


입 밖에 내진 않았지만

내 생각을 읽힌 것 같은 느낌이였다

표현이 꽤 과격하지만...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아마 당황했으니 그럴거야...


이심전심인가

오랫동안 옆에서 걸어와준 그녀가

나의 의도를 읽어준 것에, 나도 모르게 기뻐서 미소짓고 말았다


전에 없이 의욕적인 말을 해 주다니

역시 전투를 메인으로 하는 메이드답게

오랜만에 전투에서 피가 튀는 걸까?


그녀의 전투실력은 메이드로서의 본인 답지 않게

꽤 높은 실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함선들이 가진 포격도 그렇지만

등 뒤의 대검을 휘두르며 전장을 누비는 모습은

처음 봤을 땐, 누구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솔직히 그녀가 싸우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그야말로 이 제안을 받아준 그녀에게는 감사한 마음밖에 없었다


"고마워, 시리우스가 싸우는 모습, 기대할게"



시리우스에게는 시리우스만의 장점이 있다

벨파스트도 엔터프라이즈도, 전투력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이 인정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면

분명 주위에서도 납득하게 될 것이다


나와 함께 함대를 이만큼 키우고 유지해온

우수한 함선이라고 평가해 주겠지

조금이라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면 그만이다

그리고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다음엔 벨파스트에게 부탁해서

메이드로서의 기술을 숙련해 나가면...

전투함이든 비서함이든 양면의 실력을 가진

비서함으로 인정될 것이고

분명 그녀에게 상처를 줄 말을 하는 함선들 또한 사라질 것이다


시리우스가 사무일을 조금이라도 하게 될 수 있다면

분명 나도 편해질 테니까 말이다


"나도 너무 어리광을 부렸어

시리우스가 곁에 있는 만으로도 됬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돼

함께 열심히 해서 모두를 놀라게 하자"


"네, 자랑스러운 주인님"


우리는 만연의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는

버려진 시리우스와 운이 좋았을 뿐인 나


그런 한심한 콤비였던 

우리는 이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장했다

그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다음 모두가 알아줬으면 한다

시리우스는 우수한 함선이라는 것을

그러니 그녀를 매도하는 말을 하지 말라고


서로가 가지는 공통의 목적을 확인한 채

둘이서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만났을 때는 없었던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눈동자를 서로 바라보며 말이다




"이 서민!! 언제까지 나를 기다리게 할 셈이야!!"


로열 진영의 숙소

그리고 그 중 안쪽에 있는 한 방은

내 방보다 몇 배는 더 큰 방이였다


그 한가운데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엄청난 노성을 질러대는 그녀, 퀸 엘리자베스는 나를 맞이했다


양 옆에는 두 명의 메이드

현역 메이드장인 벨파스트와

전 메이드장인 뉴캐슬이 우아하게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


엘리자베스는 화난 감정을 보이고 있었지만, 비교적 언제나 있는 일이였다

오히려 진짜 감정은 기쁜 감정일 것이다

꼰 다리의 한 쪽은 바닥에 닿지 않은 채

빈둥빈둥, 마치 즐겁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미안해, 조금 늦었지?"


"아뇨, 약속 시간 그대로입니다"


뉴캐슬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신은 시간에 충실한 분

그런 분께서 약속대로 오셨다는 것은

오늘도 함대가 평온하다는 증거겠지요"


쿡쿡 웃는 그녀를 보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평온이라하면, 평온이겠지

시리우스의 슬픔도 가라앉고

지금은 냉정하게 주인 앞에 서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주인님께선 갑자기 폐하께 무슨 볼일이십니까?"


벨파스트는 이상한 듯 물으면서도, 시리우스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뭔가 파악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맞아, 난 서민과 달리 바쁘다고

아침부터 갑자기 만나고 싶다니...

뭐... 네가 오고 싶다면, 마음대로 와도 상관은 없는데 말야!"


그게 바쁜 자의 발언인가?

쓴웃음으로 대꾸하면서도 할 말이 없었다


엘리자베스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로얄 주최의 다과회 때

적어도 이벤트 정도는 얼굴을 내밀어야 할 것 같아서 나오고 있지만

뭐 그래봤자 한 달 정도 전의 일이였다


요즘은 사무일정과 훈련이 겹쳐서 그런지

다과회도 못나가고, 그저 서면으로 확인하기만 해서

만날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녀에게도 쓸쓸하게 했군

제멋대로인 그녀가 언제든 만나러 오라고 했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엘리자베스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 왔어"


"뭐야... 뭐 됐어, 지금의 나는 기분이 좋으니, 안 들어줄 것도 없지"


"이번 연습 말인데..."


시선을 시리우스로 돌렸다

시리우스는 아무 말 없이 내 옆에서 한 걸음 나오며, 입을 열었다


"폐하, 다음 훈련에 시리우스를 사용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시리우스? 당신은 비서함 역할이 있잖아"


"비서함 일만 시켜도 갑갑하니까

가끔 다른 함선과 교대할 생각이야"


내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벨파스트였다

그녀는 미소를 조금 강하게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옆에 잇는 엘리자베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조금 생각을 해봐야 겠...


"어머, 그럼 서민의 이번 비서함은 나로 좋겠군"


"응?"


갑작스러운 결정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예상도 못했군

여왕님이 서민의 비서가 된다니

말도 안돼


"어때? 이번 기회에 자네 비서함이 되어

여왕 옆에 서 있는 남자에게 어울리게 조련해 줄게

기뻐하라 서민, 이 퀸 엘리자베스가 직접 너를 훈련시켜 주겠다!!"


기쁜 듯 손가락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이 자리를 내팽겨치려고 하는 폭주여왕이였다

여전히 바쁜 메이드들은 이 여왕을 어떻게 생각할까


"폐하는 로열의 주인

여왕이 부재 중이라는 것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뭐야!? 내가 비서함이 되고 싶은 걸 방해하려는 거야!?"


"비서함이 되지 못해도, 주인님은 언제든지 폐하 곁으로 와주실 거에요"


흘끗 얼굴을 들여다본 것을 신호로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변함없이 우리 편으로 만들면 든든한 함선이였다


"...우우, 그..그래도 해보고 싶은데..."


"안 됩니다. 폐하께서는 폐하로서의 역할과 일을 다하여 주십시오"


"...쳇! 알았어!!"


스스로도 무리한 일임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드물게 체념이 좋았기에


그렇지만, 제멋대로인 엘리자베스 여왕이 비서함이 되어서까지

내 곁에 있고 싶어하다니... 그 정도로 외로움을 느낀건가

여전히 반성하는 것 밖에 할 수 없겠군


"그래서, 비서함은 누구로 할 거지?"


태연한 척 기다렸다는 듯이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직후, 누군가 내 팔을 껴안아왔다


"당신의 비서함은 제가 맡겠습니다"


어느새 옆에 있던 뉴캐슬은 기쁜 미소로 날 지켜보고 있었다


"게다가 비서라고 하는 것은, 본래 주인의 서포트를 하는 것

저 같이 경험 많은 자가, 비서함을 맡지 않는게 낫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저는 낡은 함선

주위의 함선들과는 스펙이 너무 달라, 전장에서 발목을 잡아서 그런지

저를 무척이나 한심하게 생각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의 비서함으로, 당신 옆에 서서

서포트를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입니다.

부디 당신의 깊은 마음으로 이 노파에게 마음 편히 쉴 자리를 주세요"


노파는 그녀 자신을 칭하는 것 같지만

겉보기에는 좀처럼 발견되기 어려운 미소녀였다

긴 머리를 둘러 나눠, 앞 머리를 둘로 나눠, 눈동자에 겹치지 않을 정도의

길이로 만든 벨파스트나, 시리우스와 달리

점잖은 색조로 메이드복은 입은 그녀는 노파와는 거리가 멀었다


함선들은 원래의 전함이 있었다

그것을 큐브에 의해 복원해, 지금의 모습이 되는 것이였다

너무 자세한 것은 해명이 되지 않았기에, 설명할 순 없다


적어도 그녀가 자신을 노파로 비하하는 것은 그래서였다

자신의 원조가 된 전함이 주변보다 구형이라 스펙이 낮았다

그런 의미에서 확실은 그녀는 노파였다

나와 키가 다르지 않은 미소녀를 노파라고 부르는 것은

약간 좀 그렇긴 하지만...


아무튼 뉴캐슬이라...


그녀는 벨파스트 전에 메이드장을 맞던 함선이다

메이드로서의 능력은 벨파스트와도 손색이 없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친숙함이랄까


벨파스트는 정확한 지시를 내려 지휘하는 데 비해

뉴캐슬은 사탕과 채찍 같은 자상함을 느꼈다

그 매력으로 하녀들은 그녀의 말을 잘 따르고 있었다


지금이야 메이드장으로서의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확실히, 뉴캐슬 쪽이 비서함으로 있는다고 해도

로얄 진영에 가해질 영향은 적을 것이다

현역 메이드장을 갑자기 데려오는 것도 부담스럽기에 말이다


단지, 나는 조금 그녀가 싫을 뿐


엔터프라이즈도 그렇지만, 그녀 또한 거리감이 가까웠다

실제로 내 팔에 휘감기듯, 팔을 휘감아 제 몸을 떠밀어 오는데

나는 그런 그녀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몸을 얼어붙힌 것처럼 굳혀버리고 있었다

마치 따뜻한 그녀의 체온을 느낄 때마다, 내 체온을 빼앗기는 기분이였다


"당신께서 원하시는게 있다면, 저는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당신을 위해..."


속삭이는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벨파스트도 시리우스도 강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은

엘리자베스의 앞이여서 그런지

아니면, 높고 높은 선배에게 함부로 말 할 수 없기 때문일까

적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은 한 명 밖에 없는 것 같다

내가 힐끗 고개를 돌리자, 즉각 반응했다


"뉴캐슬 씨, 주인님은 과도한 스킨십을 싫어하세요 그만둬주세요"


잠자코 지켜보던 시리우스는 역시 내 기대에 부응했다


"어머, 시리우스

스킨십을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당신들은 그저 긴장하고 있을 뿐이에요

괜찮습니다... 앞으로 익숙해질테니까요

하나부터 열까지 이 노파가 아주 잘...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뉴캐슬의 따뜻한 미소는 조금 무서웠다

처음 봤을 땐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이제는 뱀의 눈총을 받는 기분이였다


"뉴캐슬, 당신은 비서함을 할 수 없어요"


한숨 섞인 상황을 보다 못한 엘리자베스가

비로소 그 무거운 입을 열었다


"내 서민을 더럽힐 수는 없다

벨, 당신이 비서함으로서 서민의 동향을 감시하도록"


"알겠습니다. 폐하"


벨이란 애칭으로 불린 벨파스트는 경례와 함께 대답했다

이럴 줄 알고 지켜보고 있던 것일까...


뭐, 자신이 비서함이 된다는 것은 상정하고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 말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기야, 나도 처음부터 벨파스트에게 부탁할 생각이였지만...


뉴캐슬도 역시 엘리자베스에게 지적받고 반성했을 것이다.

날 떠나면서, 한 마디


"실례했습니다. 오랜만에 당신을 만나 떠버린 것 같아요"


"신경 안 써"


반성의 빛이 역력한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더 이상 탓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상냥한 사람이다.

상냥하기 때문에 참는다

오랜만에 만난 나에게 그만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 어리광을 부린 것 같았다


어리광만 부리는 그녀에게는 귀중한 응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서민, 그대는 우리의 로열이니까

물론 로열 함대를 더럽힐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른 진영에 뺏기는 것만큼은 죽어도 싫다

그래서 비서함으로 나의 충실한 메이드인 벨을 보내겠다

고맙게 생각해라!!"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시리우스는 벨파스트의 여유를 느끼는 표정을 보고, 조금 언짢아했다

잠깐이면 돼, 조금만 참으라고


내 생각이 그녀에게 도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엘리자베스는 모두들 오랜만에 모였으니

뉴캐슬에게 다과회를 준비하라고 명령을 했다


"서민도 오늘은 즐기고 가지?"


뭐... 서류가 남았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의 목표를 이루었으니, 일단 즐기자

메이드들이 내가 왔음을 모두에게 알리는 동시에 다과회를 준비했다

엘리자베스와 둘이서 아기자기한 대화를 나누며

오랜만에 보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과 환대를 받았다






오늘은 그렇게 피곤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아

엘리자베스 앞으로 온 서류를 다시 보았다

벨파스트와 시리우스의 교환은 며칠 후 부터


그 때까지는 시리우스를 벨파스트에 붙여

비서함으로서의 임무를 가르치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로

벨파스트가 시리우스를 가르치게 되는 판국이였다


요 며칠은 할 일이 빠듯하다


엘리자베스의 얼굴과 뉴캐슬의 태도를 보니

두 사람이 로열 진영인 것도 있지만

시리우스를 해치는 일 따윈 없었다


역시, 내가 적극적으로 모두와 관계하지 않으면


시리우스 역시 상처받는 전개 또한 없을 것ㅇ디ㅏ


...힘내자


한숨과 함께 책상에 놓인 서류더미들을 보았다

하루 종일 한 것 같은데도, 아직도 남아있는건가


...힘내자


모두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자신을 내심 고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