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평범한 노예였습니다.

주인이 명령을 내리면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하는 생물(물건)이었습니다.

전 시장에서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노예였습니다.

주인이 절 '구매'하기 전까지는 전 노예상인에게 속해있어서 그의 명령에 따라야 했습니다.

아, 혹시 그 상인의 밤시중을 들었다고 생각하시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상인 입장에선 제가 비처녀이면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는지, 제게 밤시중을 요구하진 않더군요.

과거 얘기가 너무 길었네요.

어느날, 저에게도 주인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절 데려가겠다고, 제 가치보다 비싸게 돈을 지불하고 절 구매했습니다.

그의 저택에 도착한 뒤, 그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살바티오 공작이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지?"

저는 '노예 따위에게 이름이 있을까요?'라고 응수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제게 자비로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너의 과거는 잊어라, 이제 넌 자유다. 원한다면 이 저택에서 봉급을 받으며 일하는 것을 허락하마."

아아! 그의 말을 들은 순간 전 구원을 받은 듯 했습니다!

노예였던 제게 자유를 주시고, 심지어 봉급을 받으며 일할 기회를 주시다니! 하지만 그 당시의 저는 오랜 노예 생활로 인해 성격이 배배 꼬여서 감히 제 구원자의 은혜를 의심했습니다.

"제게 왜 이렇게 잘 대해주시는 거죠?"

"모든 사람은, 태어났을 때부터 자유롭단다. 난 너같은 노예를 다시 자유인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러는거란다. 물론, 지금 내가 해방한 노예는 너가 처음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다."

물론 어리석은 과거의 저는, 진심을 보인 구원자의 말씀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 저택에서 일하게 해주세요. 당장은 먹고 살 돈이 없어서..."

"알겠다. 아, 아까 이름이 없다고 했지? 뭐라고 불러줄까?"

"이미 절 사신 순간부터 제 과거는 없어졌습니다. '니힐'이라고 불러주세요."

"알겠다, 니힐. 넌 이제부터 이 저택의 메이드이다."

"성심성의껏 일하겠습니다."

이것은, 미천한 노예였던 여자와 그녀를 구원한 공작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