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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티오 공작님의 저택에서 일한 지 3개월째, 전 절 데려왔을 때 그가, 아니 제 구원자가 하신 말씀을 비로소 믿게 되었습니다.

그는 정말로, 노예들을 해방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막대한 제물을 이용해 그는 노예를 구매하고, 그 노예들은 자유인이 돼 봉급을 받으면서 저처럼 이 저택에서 일하거나, 아님 그에게서 약간의 돈을 받고 자립하는 길을 걸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전, 제 구원자에게서 받은 봉급 중 최소한의 돈만 썼고, 나머지는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제 우매한 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제 구원자께서 노예를 해방시키는 일을 계속 하다간, 그분께서 곤란해지실 것 같기 때문입니다.

노예는 한 번 태어나면 영원히 노예.

왕족과 노예만은 이 나라에서 불변인 신분입니다.

이 나라는, 평민부터 귀족까지, 누구나 실력이 있으면 신분상승을 꾀할 수 있었고, 반대로 실력이 없으면 그대로 신분이 강등되는 실력이 중심인 나라입니다.

하지만 공작님께서 제 신분을 평민으로 바꿔주었기 때문에, 이제 저도 마음만 먹으면 높은 신분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노예가 평민이 될 순 없기에, 노예를 계속 해방시키다간 위험해지는 건 공작님입니다.

그분께서도 왕께 끊임없이 노예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간언을 했지만, 왕은 그걸 거부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신분인 왕족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천한 신분인 노예도 있어야 하는 법."

왕에게서 그러한 헛소리를 들은 구원자께서는 화를 삭히며 다시 저택으로 되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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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뒤, 충분한 돈이 모이고 나서, 전 그분의 저택에서 나왔습니다. 훗날 다시 만났을 때, 그분께서 제게 주신 은혜를 갚기 위해, 그분과 비슷한 위치에 올라가려고 나온 것입니다.

운이 좋았는지 제 사업인 향수, 화장품, 드레스 사업은 크게 성공했고, 그 결과 전 귀족 영애와 귀부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상인이 됐습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나라는 실력주의인 나라이기 때문에, 이미 대상인이 된 지금에서는 왠만한 귀족들은 절 무시하지 못하게 됐답니다.

아니, 무시하려고 해도 할 수는 없겠죠, 제가 축객령을 내리면, 그날로 제 향수와 화장품은 영원히 사지 못하게 되니까요. 

어느날, 제 구원자께서도 제게 찾아와서, 좋은 향수가 없냐고 물었습니다.

전 그분의 바다같은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최고급 향수 하나를 공짜로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저를 노예에서 해방시킨 것은 세상에 알려져선 안되는 일이라며 제값을 내고 향수를 사겠다고 했습니다.

아아! 저의 그 짧은 생각이 제 구원자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뻔했습니다.

전 그날 밤에 반성을 하기 위해서 머리를 벽에다 있는 힘껏 내리쳤죠. 피가 좀 났지만, 구원자를 위험에 몰아넣을 뻔한 제 죄를 생각하면 세발의 피였죠.

그렇게 사업이 승승장구하던 때에, 갑자기 왕께서 절 찾으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때마침 모레가 왕과 왕비의 결혼기념일인 것을 알게된 저는 왕의 목적을 눈치챘습니다.

저는 궁전에 가서 왕을 만났습니다.

"상인 니힐이라고 하옵니다. 왕을 뵙습니다."

전 왕에 대한 충성심 따위는 없었지만, 그에게 표면상 예의를 취했습니다.

왕은 제게 최고급 향수나 화장품의 모든 종류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제가 만든 상품 중 가장 위대한 상품의 자리를 차지하는 향수와 화장품을 보여뒀습니다.

그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나서, 왕은 흡족하신듯 그것들 둘 다 사갔습니다.

또한, 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게 백작의 신분을 하사하겠다고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왕이시여."

저는 그에게 예의상 감사의 말을 전했고, 그에게서 저택을 받은 후 그곳에서 상점을 다시 차려서 계속 사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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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왕비의 결혼기념일 날, 귀족들의 축제가 열렸고, 전 그곳에 백작의 신분으로서 참가했습니다.

그곳에 있는 귀족 영애들과 어쩔 수 없이 제 상품에 대한 지겨운 얘기를 계속 했습니다.

아아, 제 마음속에는 그분 밖에는 아무도 있지 않은데.

그리고 나서, 저는 제 구원자, 살바티오 공작님을 찾았습니다.

전 그분께 바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지금 옆에 있는 여자는 누구죠?

공작님은 제 구원자이십니다. 그러나 저는 과분하게도 그분께 연모의 감정을 품었나 봅니다.

공작님 옆에 있는 여자를 본 순간, 전 사랑하는 연인을 뺏긴 듯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전 제 격정적인 감정을 숨겼습니다.

지금 감정을 드러내다간 곤란해지는 건 그분이시니.

전, 그분을 위해서라면, 제 감정을 죽일수도 있습니다.

"어머, 니힐 백작님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시는 것이죠?"

"혹시 살바티오 공작님 옆에 있는 저 영애가 누군지 아십니까? 전 이번 축제가 처음이라서 다른 귀족들이 누군지 모릅니다."

"아, 저 분은 플라티나 공작님이십니다."

"플라티나 공작님... 알겠습니다. 저분이랑도 친분을 맺으면 좋겠군요."

"화장품 얘기를 해보세요. 백작님, 저분도 백작님의 화장품을 사용하니까...."

그 이후로는 내 화장품에 대한 예찬이라는 지겨운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루한 축제가 끝난 이후로, 전 그분을 만나지 않고 제 저택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분을 만났다간 제 감정을 주체 못할 것 같았거든요.

전 제 방으로 돌아가자마자 수음행위를 했습니다.

"하앙.... 하앙.... 공작님....! 구원자님.....!"

격렬한 수음행위로 인해 방에는 열기가 가득했고, 제 가랑이는 젖고 말았습니다.

"아냐.... 침착하자. 공작님께서도 내가 공작이 되면 날 다시 봐주실꺼야."

전 그 말을 몇번이고 되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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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제게 익명인 사람이 보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저희는 이 나라를 전복하려고 하는 반란군입니다. 협조해주십시오.'

전 왕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반란군에 들어가 위험을 무릅쓸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그 편지를 태웠.... 아니, 제 비밀 금고에 보관했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그런 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늘 신문 1면에는 크게 이러한 소식이 쓰여있었습니다.

'살바티오 공작, 노예 해방으로 인해 체포당하다!'

'살바티오 공작, 재판은 3일 뒤로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