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마녀와 아이들 (9)

 

 

 

 

 

그 여자는 눈이 오던 밤에 찾아왔다.

 

당시의 나는 동료였던 헤인킬과 헤어져 각자의 연구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불멸 인자를 완성시켜 완전한 불사신을 만들려고 했던 그 녀석과.

 

골렘과 호문쿨루스 기술로 완벽한 인간을 만들려고 했던 나.

 

금기시된 연구, 불사와 인조인간에 대한 마법을 연구한단 이유로 내쫓겨 목숨의

 

위기를 넘기길 수십 년째. 나는 지쳐있었고, 차라리 다 포기하고 죽을 생각마저 했다.

 

“당신이 가작의 마녀, 엘리샤인가요?”


“그 녀석들이 보냈나?”


“아뇨. 그게 누군지 몰라도 전 제 의지로 왔습니다.”


연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마녀, 그녀는 자신을 사랑의 마녀 라브리라고 불렀다.

 

“당신이 인공적인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헛소문이야. 내 연구는 실패했어, 돌아가. 뭘 원하든 네가 원하는 건 여기 없어.”


“하나 맞춰볼까요? 영혼의 정착에 필요한 마력이 없는 거죠?”


어떻게 그걸- 나는 그 한 마디에 숨을 멈췄다.

 

“……너, 뭐하는 놈이야?”


“거래를 하죠. 당신의 생존과 연구를 위해, 제 마법을 빌려드리겠습니다.”


그 날, 나는 거부해야했다.

 

달콤한 과실엔 언제나 독을 품은 씨앗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했다.

 

하지만 갈증에 시달린 내겐 눈앞의 물이 독인지 아닌지 구별할 인내심이 없었다.

 

“좋아, 일단 들어보지.”

 

 

 

 

 

 

 

*****

 

 

 

 

 

 

 

 

“제 2의 마법, 스트레인지러브.”


“에단! 휘말리지 않게 뒤로 물러나!”


엄마의 주위로 쥐와 토끼, 새들이 몰려들었다.

 

“제 3의 마법, 러브 바이츠.”


“거 시작부터 너무한 거 아냐?!”


엘리샤 누나가 손짓하자, 팔이 기형적으로 큰 골렘이 돌진했다.

 

“막아라, 락우드!”


골렘의 팔이 전개되며 방패처럼 변했다. 그리고 골렘을 향해 짐승들이 돌진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골렘이 뒤로 밀려나며 무릎을 꿇었다.

 

“저, 저게 뭐야……!”


“네 엄마의 마법이지 뭐야! 빌어먹을, 캡틴 빅! 노트리어스!”


이번엔 양손에 검을 쥔 골렘과 거대한 도끼를 든 골렘이 돌격했다.

 

“나한테 근접전을 걸 생각이야? 제 1의 마법, 러블리 봄.”


골렘이 동시에 폭발했다. 저건 나도 본 적 있는 마법이었다. 

 

시야에 들어온 3M 이내의 모든 걸 폭파시키는 마법……!

 

저 마법이 있는 한, 엄마를 정면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부서진 골렘의 몸통이 열리며 수십 개의 화살이 발사됐다.

 

“뒈져버려 이 괴물아!”


“제 4의 마법, 메멘토 아모레.”


엄마의 몸이 번쩍였다. 그 직후 몸이 폭발하며 화살들을 폭풍으로 밀어냈다.

 

그저 한 마디 하는 것만으로 땅이 뒤흔들리는 폭발을 날리다니- 

 

너무 강하다. 불합리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있지, 엘리샤. 왜 그러는 거니? 이해가 안 돼.”


“네 돌아버린 머리론 이해 못 하겠지…….”


“너도 공범이잖아. 너의 연구를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


그걸 위해 뭘 포기했는지 알잖아. 에단이랑 크리스를 넘겨, 그럼 살려줄게.”

 

“……나 말이지, 나는 내가 진짜 성격 더러운 쓰레기라고 생각했거든.”


엘리샤 누나가 팔을 벌리며 자세를 잡았다.

 

“정이라곤 모르고 의리는 시궁창에 처박고 온 빌어먹을 개년 말이야.”

“그래서?”


“근데 에단이랑 크리스랑 같이 있다 보니까……헤, 나도 정이라는 걸 느끼더라.”

 

“약속은 지켜야지. 마르코의 몸을 내놔, 그 애들도.”


“좆빠는 소리는 지옥에 가서 하는 게 어때!?”


집의 벽이 무너지며 활을 들고 있는 골렘 5기가 나타났다.

 

그리고 팔이 네 개에 원숭이처럼 생긴,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골렘도 나왔다.

 

“고르몽!”


사라졌다! 기이하게 생긴 골렘이 잔상만 남기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네 마법도 무적은 아냐. 인지하지 못한 범위엔 공격을 할 수 없지.”


“음, 그래? 난 딱히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약점이 그거 하나인 줄 알아?”


고르몽이 엄마의 뒤에 나타나 팔을 늘려 등을 붙잡았다.

 

“하나 더! 네 마법은 말을 못 하면 발동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알지!”


그것의 팔에서 보라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엄마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아처즈! 화살 발사!”


수 개의 화살이 날아가 엄마의 몸을 꿰뚫었다.

 

“가라 고르몽!!”


“키키긱-”


고르몽이 팔을 마구 휘두르며 엄마를 이곳저곳에 처박았다.

 

바위에 처박고, 나무에 찍고, 땅바닥에 내던지고, 마치 난폭한 아이가 장난감을 부수려고

 

하듯 거칠었다. 피와 살점이 튀는 걸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어, 엄마…….”


“정신 차려. 저 녀석은 너희를 죽이려고 했어.”


하지만, 하지만 저건 우리들의 엄마다.

 

그만둬.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제 1의 마법, 러블리 봄.”


퍼어엉-!


고르몽의 팔 하나가 폭발했다. 

 

“제 5의 마법, 러브 데스.”


퍼엉, 쾅-!

 

고르몽의 몸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가루 하나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크고, 강렬하게 폭발했다.

 

“후우……저기, 엘리샤. 너는 사랑이라는 걸 해봤어?”


피투성이가 된 엄마가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난 우리 부모님도 싫어했어.”


“그럼 가르쳐줄게. 사랑이라는 건 말이야, 광기랑 똑같아. 논리도 이유도 필요 없지.”


웃었다. 엄마가 언제나 그랬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 마르코, 그 사람이 날 구해줬어.”


“……미쳤구나, 너.”


“그래, 미쳤어. 나는 사랑에 미쳤어. 이 세상에 절망했기에 미쳤어. 그 누구도 날 구해주지

 

않아서 미쳐버렸어. 그 사람을 만날 거야, 다시 한 번. 그래,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거야. 뭐든지, 뭐든지, 뭐든지, 뭐든지, 뭐든지- 그게 악마조차 식겁할

 

일이라도,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것이라도, 수년을 알고 지낸

 

널 죽여서라도, 이 세상을 불지옥으로 만들어도, 나는 그 사람을 만날 거야.”

 

그것이- 사랑이니까.

 

“제 2의 마법, 스트레인지러브.”


엄마의 머리 위로 까마귀들이 모였다.

 

“그만둬, 이제 그만하란 말이야…….”


“제 3의 마법, 바이츠 러브.”


“그게 사랑하는 애들마저 죽여 가며 이뤄야하는 꿈이냐, 우르우논!!”


“그래, 이뤄야 돼. 나는 다시 만날 거야. 마르코, 너를 다시 만나겠어.”


새들이 이쪽으로 날아온다-

 

“안 돼! 에단, 머리 숙여!”


“오빠!!”


피해야한다. 그러나 그 순간, 내가 피하면 크리스가 죽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부턴 네가 맏형이야. 그러니까 동생들을 지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돼.’

 

제이크 형.

 

형.

 

나는 맏형이니까, 도망치지 않을 거야!

 

새들이 폭발했다. 나는 몸을 날려 크리스를 껴안았다.

 

그 순간- 목에 걸고 있던 나무 목걸이가 빛났다.

 

“마법을 막아주는 반지!”


순식간에 우리 주위로 방어막이 생겼다. 새들이 수없이 폭발했지만 우린 멀쩡했다.

 

“형이……지켜줬어…….”


“제 1의 마법, 러블리 봄.”


엄마가 단숨에 엘리샤 누나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아처즈!”

“그깟 화살론 날 죽이지 못해.”


날아온 화살들이 폭발했다. 그리고 엄마가, 엘리샤 누나의 목을 붙잡았다.

 

“너……!”

 

“엘리샤, 마르코의 몸은 어디 있어?”


“…….”

“말하지 않으면 네 몸을 가루로 만들 거야.”


누나가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보았다.

 

“에단, 장갑은 완성됐어. 부디 크리스를 지켜줘.”


“……!”


“러버즈!”


마지막 골렘 하나가 엄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건!?”


“그래, 이게 바로 네가 그렇게 바라던 마르코의 몸이다!”


엄마가 미처 공격하지 못하고 검을 팔로 막았다.

 

“내가 시간 끌 테니까 얼른 도망쳐!”


“하, 하지만 누나는! 누나도 도망쳐야지!”


“됐어. 나는 너한테 구원받을 정도로 좋은 녀석이 아냐.”


엄마가 점점 뒤로 밀려났다. 

 

“아아, 마르코……당신이야? 당신을 만나고 싶었어. 당신을, 당신을 정말로…….”


“그 인형에 영혼 따윈 없어. 마르코는 죽었어, 우르우논.”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아냐-!!”

 

절규한다.

 

엄마가 비참하게, 괴성을 내지른다.


“네 꿈은 이뤄질 수 없어. 러버즈, 기폭!”


철컥-

 

“하지 마!! 그만두란 말이야, 엘리샤!!”


“딸을 부탁할게, 에단.”


“누-”


그 직후, 섬광이-

 

 

 

 

 

 

 

 

*****

 

 

 

 

 

 

 

 

…….

 

……오…….

 

오빠!


“허억!”


크리스! 나는 눈을 떴다, 크리스가 나를 끌어안고 엉엉 울고 있었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살아있구나, 정말로……정말 다행이야!”


“다친 곳은 없어, 크리스?”


“난 괜찮아! 하지만, 엘리샤 누나는…….”


잿더미뿐이었다. 누나의 집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장갑, 가져왔어. 여기서 달아나야 돼.”

“엄마는!?”


엄마는 거기 서 있었다.

 

하늘을 올려보면서, 산산조각 난 골렘을 껴안고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럴 리 없어, 이건 꿈이야. 드디어 완성했는데, 드디어……드디어 몸을 완성시켰는데……

 

이럴 순 없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냐-”

 

“엄마는 패닉 상태야. 제정신을 되찾기 전에 도망쳐야 돼.”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엄마는 왜 마렌드랑 레이트를, 왜 레토도 죽인 거야?

 

너는 대체 뭘 알고 있는 거야? 엘리샤 누나는 왜……모르겠어, 난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전부 설명해줄게. 하지만 지금은 달아나야 돼.”


크리스가 내 손을 붙잡았다. 우리는 거기서 전력을 다해 도망쳤다.

 

“처음부터 설명할게, 오빠. 우선 엄마는……엄마의 진짜 목적은 죽은 애인을 되살리는 거야.”


“이미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게 가능해?”


“몸과 영혼이 있으면. 몸은 엘리샤 누나가 만들고, 영혼은 엄마가 완성시키기로 했어.

 

엘리샤 누나는 엄마와 거래한 거야. 자신의 연구와 생명을 위해서.”

 

하지만 그래도 이해되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이야?


“엄마의 마법은 사랑의 마법이야. 그 마법은, 사랑이란 감정을 마력으로 바꾸는 것이야.”


“감정을 마력으로……! 그럼, 우리를 기른 것도 그걸 위해서……!?”


“맞아. 갈 곳 없는 고아들을 길러주고, 사랑을 모은 다음, 죽이는 거야.”


제이크 형.

 

아냐,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 제이크 형이 죽었을 리 없어.

 

“제이크 형은-”


“제이크 오빠는 알고 있었어. 전부 알고도, 받아들인 거야.”


발이 멈췄다.

 

그래서 그랬던 거야. 그래서 나한테 맡긴다고, 그렇게 애절하게 말한 거야.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나한테 한 마디조차 말하지 않은 거라고.

 

“미안해.”


“크리스, 넌……정체가 뭐야?”


“…….”


크리스가 팔을 거둔 다음, 팔꿈치 안쪽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그러자 팔이 펼쳐지며- 기계로 된 몸체가 드러났다.

 

“나는 엘리샤 누나, 아니 어머니가 만든 골렘이야. 레이트도 마찬가지고.”


“……그럴 리가 없어…….”


“우리의 임무는 ‘가족’으로 있으면서 아이들이 탈출하거나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막는 것.

 

하지만, 이젠 끝났어. 엄마는 마력을 전부 모았고- 이제 우리의 마력까지 거둘 거야.”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젠장……! 그럴 리 없단 말이야!!”


“이게 진실이야, 오빠.”


그렇다.

 

사실, 나도 오래 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게 사실 달콤한 꿈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린 사랑의 마녀의 아이들이야. 오직 사랑하고, 사랑받다 죽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


그것이 우리들.

 

이것이, 진실이었다.

 

 

 

 

 

 

 

 

 

 

 

 

다음 편에 완결낸다. 호응도 뭣도 없지만 완결은 내야지...

이거 완결내고 뭐 쓸지 또 고민해야겄네 

맨날 이게 문제임

 

+

라브리(우르우논)이 쓰는 마법의 종류

 

제 1 마법 러블리 밤: 인지 범위 내, 3M 안에 있는 모든 걸 폭파시킬 수 있는 마법.

 

제 2 마법 스트레인지러브: 지능이 낮은 짐승들을 조종하는 마법, 주로 쥐나 새 종류.

 

제 3 마법 바이츠 러브: 생체 조직을 시한폭탄으로 변형시키는 마법. 범위는 1마법과 동일.

 

제 4 마법 메멘토 아모레: 자신의 몸을 폭파시키는 마법. 자신에게 오는 피해는 없음.

 

제 5 마법 러브 데스: 닿은 것을 연쇄 폭파시키는 마법, 폭파가 시작되면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폭발이 지속됨

 

제 6 마법 올 포 러브: 반경 10M 이내의 모든 생물체를 폭파시키는 마법. 위력이 가장

 

강력하나 시전에 시간이 걸린다.